• 민주노총-정당 분리돼야 할 때 왔다 지도부, 배타적 지지 논의 자격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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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01월 02일 02:3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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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27 민주노동당 당대회에는 ‘민주’도 ‘노동’도 없었다.

    12살배기 민주노동당의 깃발을 내리려는 결정을 하는 그 자리엔 진지한 토론은 없었고, 오직 패권적 열광과 함성, 비열한 모욕과 야유가 난무했다. 합당을 찬성하는 토론자에게는 마치 부흥회를 연상시키는 박수와 환호를, 반대 토론자에겐 조롱과 야유, 시간 지났다고 내려가라 아우성치는 소리들… 참혹함 외에 달리 무슨 표현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과연 이것이 내가 온 몸과 마음을 던지며 지키고자 했던 민주노동당이었던가?

    다수라면 소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야 한다. 그것마저 어렵다면 보수정치인들이 하듯이 표정 관리라도 할 줄 알아야 한다. 아! 말로만 듣던 패권주의, 참 그것은 폭력과 다를 바가 없구나! 민주를 가장한 폭력… 진보를 가장한 폭력…

    가장 어려운 때에 동고동락하며 함께 투쟁해왔던 동지들인데 통합에 대해서 생각이 다르다고 이렇게까지 무시하고 내칠 수가 있는가? 과연 이들이 민주주의와 민족통일을 말하고 실천하려 했던 그 사람들이었단 말인가?

    민주주의, 진보의 기본은 약자와의 연대, 소수에 대한 배려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들이 항상 주장했던 것 아니었던가? 나는 소위 자주파 노선과 전혀 관계는 없지만(나는 좌파 모험주의자나 순혈주의자도 아니다) 그들을 믿었고 지지해 왔는데, 결국에는 나 자신이 그들의 잘못된 패권주의를 살찌우는데 일조를 한 결과를 가져왔고, 지금 이 순간 그에 대한 책임감과 함께 나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낀다.

    불행의 씨앗은 ‘노심조’가 주도한 2008년 민주노동당 분열에 있다.

    2008년 노회찬, 심상정, 조승수를 비롯한 분열주의자들은 패권주의와 종북주의를 빌미로 민주노동당을 깨고 진보신당을 만들었다. 요즘 자주파의 패권주의를 말하며 “오죽했으면 우리가 분당을 했겠느냐?”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패권주의가 결코 분당을 합리화할 순 없다.

    어떤 이유에서도 2008년 노회찬, 심상정, 조승수 등 명망가들이 민주노동당을 깨고 진보진영과 민주노총을 분열시킨 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역사적 과오이다.

    2011년 노심조는 자신들이 만든 진보신당의 당 대회 결정에 불복하고 또 다시 탈당하는 행태를 되풀이 하였다. 한번 배신한 사람은 또 다시 배신할 수 있다는 것을 이들은 여실이 보여주었다.

    그들이 항상 침이 마르도록 말하는 노동자, 민중,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자신들의 국회의원 배지, 당 권력 장악,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말 바꾸기와 배신 행위를 되풀이 하는 것은 아닌지? 보수언론과 뉴라이트가 이들을 ‘정치철새’라고 해도 누구도 마땅히 할 말이 없다.

    김영훈 위원장의 오락가락 행보와 민주노총 지도자들의 비겁함…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은 9.25 당 대회에서 신상발언을 통해 국참당과의 통합을 강력히 반대했다. 동영상에서 직접 발췌한 그의 발언은 다음과 같다.

    “오늘 결정이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와 충돌한다면…(중략)… 민주당을 비롯한 보수 야당들이 민주노총 내의 일부 출세주의자들과 힘을 합쳐서 민주당의 좌클릭에 우리 민주노총이 먹잇감이 됐을 때 이 혼란을 어떻게 할 것인가? …(중략)… 민주당의 좌클릭에 민주노총이 먹잇감이 된다면, 민주당에 입당하거나 민주당 간판으로 출마하는 동지들이 정권교체를 위해서 어쩔 수 없는 결단이라고 호소할 때 전 무슨 수로 그 동지들을 막아낼 수 있겠는가?“

    또한 9.25 당대회에서 민주노동당의 배타적 지지단체인 민주노총의 연대사를 생략한데 대해서도 “민주노총은 민주노동당을 만든 주체이다. …(중략)… 배타적 지지 단체의 의견이 얼마나 중요합니까?”라며 당의 처사에 불만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런데 9.25 당 대회 결정이 무시되고 또한 절차적 민주주의가 제대로 준수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11월 당 대회가 다시 개최될 때까지 김영훈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노총의 산별대표들은 민주노동당 지도부에 어떤 항의도 하지 않았다.

    결국 민주노총 또한 민주노동당의 당원 민주주의 파괴를 묵인한 것과 마찬가지다. 또한 단병호 위원장을 비롯한 역대 민주노총 위원장들과 지도위원들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무책임하고 원로답지 못하다.

    권영길 의원은 9.25 당 대회 때는 “용서할 수 있어도 잊을 수는 없다”며 국민참여당과 통합을 온 몸으로 반대하며 안건 부결을 호소했다. 그런데 권영길 의원도 11.27 당 대회 때까지 침묵으로 일관했다. 김영훈 위원장과 권영길 의원은 11.27 당 대회에는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

    배타적 지지 단체의 대표인 김영훈 위원장은 찬성이든 반대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민주노총의 입장을 이해·설득시키려 노력했어야 했다. 김영훈 위원장은 결국 배타적 지지 단체의 장으로서 조합원들에게 무책임한 직무유기를 한 셈이다.

    권영길 의원은 민주노총, 민주노동당의 지도자이면서도 정치인이다. 자신을 지지해준 분들이나 당원들에게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이고 도리라 생각한다.

    침묵으로 일관한 김영훈 위원장과 권영길 의원의 처사는 나에게 비겁함으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두 사람은 다수파의 압력에 굴복한 것인가? 적어도 진보진영의 지도자라면 자신의 원칙과 소신을 생명보다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목에 칼이 들어온다 해도 아닌 건 아니라고 해야 한다.

    민주주의를 말하는 사람들이 철저히 당내 민주주의를 짓밟아 – 진보의 꼼수정치

    당원 민주주의는 진보정당의 가장 소중한 토대이자 자산이다. 당의 최고 의결기구가 결정한 것을 지도부 스스로가 지키지 않는다면 이는 더 이상 진보정당이 아니다. 보수정당에서조차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9.25 당 대회에서 국참당과 통합은 부결되었다. 장원섭 사무총장은 당시 “오늘 통합 안건이 부결된다면 통합 대상에 국민참여당은 제외된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정희 대표 등 당 지도부는 당 대회 결정을 아주 가볍게 무시하고 ‘3자원샷’ 통합이란 명분으로 또 다시 국참당과의 통합을 밀어붙였다(진보정당이 이렇게 술 문화에서 나도는 ‘원샷’이란 표현을 자랑스레 사용하는 것조차 이해하기 어렵다). 당원 민주주의를 너무 쉽게 시궁창에 처박아 버렸다.

    내가 1987년 한양대병원 노조위원장으로서 노동운동에 입문할 때, 상집위원 교육에서 “아무리 결과가 좋아도 민주적 절차와 과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조합원에게 불신 받고 외면 당한다”라고 교육을 받았었다.

    민주주의를 하자는 진보정당이 이렇게 민주주의의 정신과 절차를 무시해도 되는가? 이것이 무엇보다 내가 크게 분노하는 이유이다. 이정희 대표를 비롯한 구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과연 민주주의를 말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이것은 ‘꼼수정치’이다.

    민주노총 정파는 선거용 패거리인가? 혼란 가장 큰 원인 민주노총의 무능

    민주노총은 사회변혁을 위해서 투쟁조직답게 정권과 자본에 맞서 제대로 싸워야 한다. 그리고 변화하는 세상에 맞게 끊임없이 자기혁신과 개혁을 통해 노동자들의 단결의 구심이 되어야 한다. 힘없고 소외된 노동자들의 희망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자신을 지켜줄 노조도 없는 열악한 노동자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비춰지는 민주노총의 모습은 어떠할까? 또 하나의 기득권 세력, 관료주의 세력으로 비쳐지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민주노총의 정파 조직이라고 하면 배타적 지지 단체로서 민주노동당의 사회주의 강령 개정, 국민참여당, 새진보 통합연대와의 통합에 대해서 정치적 입장을 당당히 밝히는 것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민주노동당의 발전은 결국 대중조직인 민주노총이 얼마나 제 역할을 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본다.

    ‘노동’이 빠진 진보는 곧 그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진보정당이 소멸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진행된 국민참여당과 통합 논의 과정에서 배타적 지지 단체인 민주노총과 각 정파 조직들이 토론회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은 도저히 일반적인 상식으로 이해할 수가 없다.

    민주노총 내에서 헤게모니를 잡기 위한, 선거를 위한 정파조직이라고 선언하는 것이 차라리 솔직할 것 같다. 조합원들에게 부끄럽지도 않는가? 선거 때만 되면 조합원과 현장간부들을 줄 세우기 바쁘고, 정작 절체절명의 중요한 시기엔 침묵하는 정파조직이라면 차라리 해산하는 것이 맞다.

    끓기도 전에 넘치지 말고 실력부터 키워야 한다

    아직도 한국 사회에서 진보정당을 지지하는 국민은 소수일 뿐이다. 진보세력이 정권을 획득하자면 조바심을 내기보다는 긴 호흡으로 지속적으로 우리의 실력을 키워야 한다. ‘민중의 바다’에서 1차적인 대상은 바로 60만 민주노총 조합원이다. 그 동안 노동자 정치세력화 한다고 말은 무성했지만 제대로 하지 못했고, 그나마 2008년 민주노동당 분열로 탈당해서 진보신당으로도 가지 않은 조합원들도 상당수 있다.

    노동자·민중진영에 든든한 진지를 구축하고, 우리의 정체성을 보다 분명히 하고, 그 바탕 위에서 외연을 넓혀야 한다. 중심을 확고히 잡지 못하고 분열만 초래하는 통합은 실패의 지름길일 뿐이다. ”끓지도 않고 넘쳤다“ 노동계의 선생님 한 분께서 소위 3자 원샷 통합을 한 민주노동당에 대해 하신 말씀이다. 어느 민주노총 활동가도 “현장활동은 하지 않고 너도 나도 정치만 하려 한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민주노총 내에는 노동자들의 입장을 대변할 훌륭한 지도자들과 활동가들이 아직도 많이 있다. 그러나 당내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3자 원샷 통합이 결정되고 난 후 국민참여당과 통합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던 산별 지도자와 민주노총 전직 지도자들은 묵묵부답이다.

    우려스러운 장면들도 목격되고 있다. 민주노총 각 산별노조마다 자기 조직 출신이 비례대표로 나가야 한다는 조직적 이기주의가 드러나고있다. 이것은 또 다른 패권주의를 낳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옳지 못한 것에 대해서 눈감고 할 말을 못하는 것은 권력을 위해 타협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기성 정치인들과 뭐가 다른가? 올곧고 튼실한 입장을 견지하고 옳지 않음에 불같이 분노하고 용기 있게 투쟁할 줄 아는 그런 지도자라야 노동자·민중들이 믿고 따르지 않겠는가?

    5%에도 못 미치는 통합진보당의 지지도, 어떻게 볼 것인가?

    당장 올 4월 총선에서 진보통합당이 국회의원 의석 수를 몇 개나 더 획득할지 불투명하다. 설사 권력 몇 자리 더 얻더라도 훨씬 더 큰 손실이 따를 것이다. 진보적 정권교체를 위해 통합한다면서 험한 길 함께 해왔던 소중한 동지들의 마음에서 멀어지면서 어떻게 국민들의 마음을 얻겠는가?

    당 지도부와 모 인터넷언론은 여론조사를 근거로 통합의 당위성을 강력히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율 추이를 보자.

    YTN 10.5%(11.26) → 시사인 14.7%(11.28) → YTN 4.9%(12.19) → 한겨레 3.1%(12.30) →동아 3.6%(12.31)
    이러한 지지도 추이를 구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어떻게 설명할지 궁금하다. 여론조사가 잘못되었다고 할 것인가?

    민주노동당을 영원히 내 가슴에 간직하며 탈당한다

    지난 12월 28일 나와 박문진 두 전직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노조의 현 지도부를 공식 면담하고, 이 자리에서 지도위원으로서 입장을 전달했다.

    – 통합진보당에 합류하지 않을 것과 민주노동당을 탈당한다. 
    –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는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
    – 조합원들이 통합진보당 당원으로 가입하는 것은 정치적 자유이지만 보건의료노조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조합원들의 통합진보당 가입을 독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나와 정치적인 입장이 다른 동지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을 수도 있지만 민주노동당 탈당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힌다.

    나는 민주노동당 창당준비위부터 함께했고 2000~2002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재임 3년 동안 보건의료노조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노동자 정치세력화 교육을 실시했고, 당원 배가운동을 통해 조합원들을 민주노동당에 가입시켰던 책임자의 한 사람으로서 이제 나의 탈당의 이유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는 더 이상 의미가 없기에 사라져야 한다

    통합진보당의 강령에 민주노총의 최고위원, 당 의결기구 할당제도가 폐지되었고 통합진보당의 19대 총선 5대 핵심기조(주권확립, 공공성강화, 정치개혁, 평화통일, 생태주의 지향)에도 노동문제는 철저히 배제되었다.

    반대로 민주통합당은 노동 존중, 보편적 복지를 당 강령에 삽입하고 좌클릭을 시도했다. 나는 솔직히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의 차별성을 크게 느끼지 못한다. 둘 다 중도개혁정당 정도로 규정한다. ‘도토리 키재기’라고 하면 지나친 것일까?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과의 1대1 구도로 야권이 승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민주노총 조합원이 통합진보당을 반드시 지지해야만 하는 것에 나는 동의하지 못한다. 민주통합당이든, 통합진보당이든, 진보신당이든, 사회당이든 그냥 조합원들이 선택하면 될 일이다.

    김영훈 위원장은 며칠 전 통합진보당 대표들과의 면담에서 특정 정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는 없다고 하면서도 “이번 4월 총선에서 노동자, 민중을 위한 진보정치를 성공시키는데 통합진보당이 큰 역할을 할 것이다”며 노골적으로 지지의사를 밝혔다. 이는 9.25 당 대회 때의 발언과 너무나 다른 이중적 행태다. 김영훈 위원장은 배타적 지지를 유지하려고 조합원들을 기만해선 안 된다.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통한 사회변혁을 하고자 했던 민주노총의 정치세력화는 실패했다. 실패를 실패로 인정할 때 새로운 길이 보인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진보정치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지금 시점에는 민주노총과 정당은 분리되어야 할 때이다. 진보 정치세력이 올바르지 못하게 변질한다면 노동자와 민중이 그들에게 쥐어준 그 칼이 부메랑처럼 되돌아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면 길이 보인다. 그리고 긴 호흡으로 노동자가 중심이 되는 진보정당의 길을 다시 모색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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