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간부 “소방관 잘못이라 김문수 기사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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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12월 30일 03:3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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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문수 경기도 지사가 119로 건 전화에 응대를 제대로 못했다고 소방관을 인사조치한 사건에 대해 MBC의 사회1부장이 “소방관이 잘못한 것이라고 판단해 뉴스에 내보내지 않았다”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기자들은 방송뉴스가 논쟁중인 문제를 보도해 시청자로 하여금 판단케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지 법정이 아니다라며 강하게 비판하는 등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방송사 보도국이 법정이냐?

    김문수 지사의 119 전화 사건에 대해 MBC는 지난 28일 <뉴스데스크>에서 전혀 보도하지 않았고, 이튿날인 29일 아침 <뉴스투데이>에서도 이를 방송하지 않았다. 다만 29일 <뉴스데스크>에선 김문수 지사가 해당 소방서를 방문해 인사를 철회했다는 요지의 내용으로 리포트하는데 그쳤다. 이에 반해 SBS는 <8뉴스>에서 이 뉴스를 집중 리포트(2분30여 초)해 분당 시청률이 20%를 넘었다고 MBC 기자들은 전했다.

    이를 두고 박용찬 MBC 사회1부장은 30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일반 시민이 전화해도 관등성명 대고 친절히 받아야 하는 매뉴얼에 어긋났고 장난전화로 오인할 이유가 없었으며, 소방관들의 기본 자세가 안 돼 있었다는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소방관 잘못이라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박 부장은 이어 지난 2009년 남양주 소방서 신고전화 사건을 들어 “당시 소방서에서 장난전화로 예단하는 바람에 신고한 주민이 얼어서 죽는 사고까지 있었다. 장난전화냐 아니냐는 현장에 가서서 확인해야지 (전화만으로) 장난여부를 판단하려는 것은 올바르지 않은 자세”라며 “제보나 민원전화가 올 때 당사자가 누군지 안 밝히면 제보자는 불쾌해 한다. MBC 역시 제보했던 사람이 전화받은 (MBC 직원의) 불친절한 전화 태도 때문에 KBS로 제보한 일도 있다”고 소개했다.

    그렇다 해도 일단 판단을 시청자에 맡기고 있는 그대로 논쟁중인 내용을 보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박 부장은 “전체 편집부와 상의도 했고, 우리 사회부 내부에서도 김 지사가 직위 악용해 압력을 가했거나 부적절한 언행을 취했다면 (보도할) 실익이 있으나 ‘119 전화 상황에서는 김문수 지사여부 보다는 119 매뉴얼대로 했느냐’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한낱 해프닝으로 본 것”이라고 거듭 설명했다.

    박 부장은 “전보발령을 한 것은 좀 심했지만, 취재해보니 김 지사가 한 것도 아니고 경기도 재난본부에서 발령낸 것으로 파악됐다”며 “다만 인터넷에서 와글와글 반응을 낸 것은 여당 대선후보로 간주되는 사람이다 보니 그렇게 사안이 커진 것이다. 김 지사 아니라 시민이 문제제기했을 경우에도 경기도 소방서에서는 적절한 문책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 부장님이 황당해

    그러나 MBC는 그 다음날인 29일에는 리포트를 했다. 이에 대해 박 부장은 “나는 어제(29일)도 굳이 리포트할 필요가 없겠다고 의견을 개진했다”며 “그러나 국장과 부국장, 편집부국장과 함께 의논한 끝에 ‘논란이 되고 있고, 김문수도 직접 소방서에 등장하는 등의 내용이 있으니 한꼭지 다루자’고 판단해 리포트하기로 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판단을 두고 기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MBC 기자회는 30일 성명을 내어 보도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기자들이 취재를 하지 않은 게 아니라 사회부(박용찬 부장)의 최종 판단과 더 이상 이를 문제삼지 않는 편집 판단 때문”이라며 “‘논란’을 다루는 것이 뉴스다. 누가 잘했는지, 잘못했는지를 판정해서 다루는 게 아니다. 우리는 법원이 아니다. 판단은 시청자의 몫”이라고 비판했다.

    MBC 기자회는 SBS 앵커가 ‘통화내용 직접 들어보시고 판단해 보시죠’라고 한 말을 들어 “시청자의 눈과 귀가 이렇게까지 열린 적이 없던 시대에 MBC는 자체 판단으로 세상으로부터의 고립을 택했다”고 성토했다.

    MBC 기자회는 “취재나 편집 파트 어느 쪽도 기사화에 적극적이지 않았고, 그런 논의가 편집회의 석상이 아닌 구두 커뮤니케이션으로만 이뤄졌다”며 “사실상 낙종을 하고도 편집회의는 질책도, 해명도, 문제제기도 없이 조용했다. 정상적인 기사 판단, 편집 판단이 실종되거나 마비된 듯하다”고 탄식했다.

    MBC 노조 민실위도 이날 보고서를 내어 “이번 일은 당사자가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인물인데다가 박 부장의 개인적인 의견과 반대로 김문수 지사의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도 많아 이미 논란거리가 됐다”며 “언론사로서 MBC는 부장 개인의 사적인 판단을 떠나 일단 사실 위주의 보도를 하고, 시시비비는 시청자가 판단할 수 있게 하는 게 옳았다는 지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용마 MBC 노조 홍보국장은 박용찬 부장의 주장에 대해 “과연 MBC 뉴스 간부로서 제대로 된 판단을 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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