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 vs 국가, 정보투쟁
        2011년 12월 24일 03:01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정책 결정자, 기업 임원, 운동가, 시민 누구나 읽어야 할 책이다. 이 책에는 정보 공개가 공익에 이바지하는 이유와 힘 있는 기관으로부터 정보를 얻어내는 방법이 담겨 있다. 여러 나라의 경험을 생생히 들여다보고 환경 규제와 안보 정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투명성의 역할을 철저히 파악하면 정부와 기업, 시민이 바람직한 정보 공개 정책의 결실을 어떻게 거둘지 뚜렷한 해답을 얻을 수 있다. 나의 현장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이 책은 우리에게 중요하고도 효과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 페터 아이겐(채굴산업투명성기구 의장)

       
      ▲책 표지. 

    미국의 비공개 외교 전문을 공개해 국제적으로 엄청난 파문을 일으킨 위키리크스. 위키리크스에 대해서 어떤 이들은 국가 기밀을 함부로 공개한다고 비난하고, 다른 쪽에서는 국가 간의 중요한 일이 정작 국민은 모른 채 ‘그들만의 리그’로 이루어지는 현실을 폭로하고 세계 각국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기여했다며 찬사를 보내고 있다. 

    공익 혹은 국익을 위해 ‘알리지 않을 권리’를 주장하는 편과 시민/국민의 ‘알 권리’를 주장하는 편의 투쟁은 민주주의라는 정치 형태가 시도된 이래 지속적으로 이어져왔다.

    물론 전쟁 중인 나라에서 정부를 향해 ‘알 권리’를 주장하며 병력 이동 계획을 공개하라고 요구한다면 설득력을 얻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병사들에게 공급되는 음식의 재료와 원산지, 공급자 선정 과정에 대해 말하자면 ‘알리지 말아야 할’ 국익 따위가 있을 리 없다.

    정보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요즘의 세계화 사회에서 우리 생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일이 지구 반대편에서 결정되는 동안에도, 이해 당사자인 보통 시민/국민은 그 내용도 알지 못한 채 결정 과정에 아무런 목소리도 내지 못하게 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알 권리’는 ‘생존권’의 문제이기도 하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한미FTA 비준안과 이행 법안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투명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소수가 정보를 독점하면 사회의 구성원들이 정확한 정보에 따른 민주적인 논의를 할 수 없고, 따라서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없으며, 정보를 독점한 자들의 여론 조작과 권력 남용을 막을 수 없게 된다.

    정부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른다면, 아무리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더라도 정부를 제대로 감시할 수 없다. 기업이 어떤 일을 하는지 모른다면, 기업의 활동으로 말미암아 주민과 노동자의 생존권이 위험해지더라도 이를 막아낼 수 없다. 세계인권선언 제19조에도 정보를 얻을 자유가 없다면 의사 표현의 자유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21세기 들어 전 세계적으로 투명성 운동이 결실을 맺고 있다.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은 혁신적인 정보자유법을 도입했고 중국도 정보 공개 규정을 공포했다. 2006년 현재, 70여 개국이 정보 공개를 위한 정책이나 법률을 본격적으로 채택했거나 준비 중이다. 하지만 아직도 세계의 많은 나라에서 일관된 정보 공개 법률을 마련하지 못했으며, 마련된 법률을 이행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와 기업은 여전히 공공의 감시를 받으라는 요구에 저항하고 있다.

    정보는 권력과 직결되기에 정보 공개 수위나 비밀 준수의 범위를 둘러싼 논쟁이 합리적으로만 전개되지는 않는다. ‘알 권리’ 대 ‘알리지 않을 권리’의 투쟁 뒤에는 정치·경제적 기득권을 놓고 치열한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나는 그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 권리가 있다』(앤 플로리니 엮음, 노승영 옮김, 시대의 창, 24000원)는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알 권리를 위한 투쟁의 경험에서 교훈을 뽑아내며 투명성이 지배구조, 기업 규제, 환경 보호, 국가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면밀히 분석한다.

    이 책은 본래 조지프 스티글리츠가 편집하는 컬럼비아 정책대화구상 시리즈의 한 권으로 출간되었다. 컬럼비아 대학의 정책대화구상(IPD)은 오늘날 경제 정책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학자, 정책입안자, 실무자가 모인 네트워크다.

    이들이 펴내는 IPD 시리즈는 세계의 경제와 발전에 관한 다양한 주제의 최신 연구 성과를 소개하면서 학문적 연구 의제를 형성하고, 경제 정책 논의를 활성화함으로써 발전 정책을 둘러싼 민주적 토론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IPD 시리즈에서 국내에 번역 출간된 것으로 『모두에게 공정한 무역?세계화의 새로운 목표와 미완의 과제들(Fair Trade For All: How Trade Can Promote Development)』(지식의 숲, 2007), 『이단의 경제학- 성장과 안정의 이분법을 넘어(Stability with Growth)』(시대의창, 2010)가 있다.

                                                      * * *

    편자 : 앤 플로리니 (Florini, Ann)

    국립 싱가포르 대학 리콴유공공정책대학원 아시아 및 세계화 센터 초빙 교수 겸 소장이자 워싱턴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이다.

    역자 : 노승영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 인지과학 협동과정을 수료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했고, 환경운동에 몸담았으며, ‘내가 깨끗해질수록 세상이 더러워진다’고 생각한다.

    필자소개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