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정치 우경화 장기지속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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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12월 21일 12:0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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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노동 정세

(1) 경제

세계경제 위기의 심화 속에서 한국경제도 경기 후퇴에 직면할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경기 사이클의 변화는 아닌 듯하다. 그보다는 글로벌 신자유주의의 구조적 유산의 문제가 중요하다.

이를 청산하고 구조 개혁으로 나아가자는 흐름이 반세계화운동(점령운동)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글로벌 총자본은 신자유주의의 위기를 신자유주의적으로 넘어서려 하고 있다. 아직 전자가 후자를 대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며, 후자의 흐름이 상황의 극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향후 장기간(10년 이상?)에 걸친 글로벌 슬럼프(D. 맥낼리)를 예견할 수 있다.

1996~97년의 아시아 경제 위기와는 달리, 이번 위기의 진원지가 동아시아가 아니라 미국과 유럽이다. 따라서 한국은 중국의 변화에 종속될 것이다. 중국이 경기 하강 혹은 위기의 징후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한국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중국 변화에 종속

정부와 재계는 ‘저성장’의 시기를 말하지만, 그 이상으로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IMF 당시와는 상황이 다를 것이다. 즉 외환위기 등 경제 전체의 안정성이 일거에 깨지는 위기 도래의 가능성은 별로 없고, 저성장 또는 마이너스 성장의 위축기 속에서 장기 침체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 1990년대 일본과 유사한 상황 예상된다.

이제는 1980년대 도요타, 1990년대 이후 IT와 같은 혁신적 산업구조 개편은 불가능하다. 성장주의적 ‘신성장 동력’ 등은 불가능하다는 의미이다. 길고 지루하고 괴로운 기간이 될 것이다.

‘이행의 가능성’을 제외한다면, 가능한 대안은 △‘경제민주화’ 혹은 △한국(한반도)판 ‘마셜플랜’ 등이 될 것이다. 전자는 금융자본/재벌/국가재정의 민주화(사회화)로 내수산업의 보호육성과 복지 확장을 의미하며, 생활친화적 그린생산체제 등을 포함한다.

후자는 대북 경제협력의 획기적 진전을 뜻한다. 하지만 대북 경협의 획기적 진전은 이를 둘러싼 한국 내부의 커다란 사회갈등을 뚫어야 가능할 것이며, 최적은 양자의 결합, 즉 경제민주화를 이루면서 남북 경협의 획기적 진전을 성사시키는 것이다. 현재 일각에서 논의되고 있는 소위 ‘2013년 체제’가 이것을 가능하게 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2) FTA, TPP 등등

반 FTA의 중요성은 그것이 한국/미국 사이에 어떤 손익 계산을 낳을 것인가, 혹은 산업별, 계층별로 어떤 이익과 손해의 차이를 가져올 것인가, 어느 조항이 우리에게 유리하고 어느 조항이 불리한가 등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의 논의는 여기에 매몰되어 있는 느낌이다.

그렇다면 정권교체로도 FTA 폐기는 하지 못할 것이다. 현재의 논의 수준이라면 투자자-국가제소 조항(ISD) 등 일부 조항들의 ‘재협상’으로, 혹은 피해산업(계층) ‘지원책’ 강화로 대책이 수렴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특히 이것이 차기 정권의 주역이 되리라 기대하고(받고) 있는 (통합)민주당 개혁파들의 기조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부 한미FTA 원천 폐기론자도 있지만, 극소수에 불과하다.

TPP, 경제민주화와 남북 경제교류에 심각한 장애

이 같은 문제 이외에도 반FTA의 중요성은 있다. 첫째, FTA와 그에 뒤이은 TPP 혹은 ‘동아시아(환태평양) 자유무역지대’로의 진행은 위에 말한 ‘경제민주화’의 추진 환경을 크게 제약할 것이라는 점이다. 둘째, 동시에 동아시아 신냉전체제의 가능성까지 포함하여, 남북관계의 획기적 개선에도 심각한 장애 요인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결국 정권이 바뀌어도 FTA 폐기는 힘들다고 본다. 그러나 그것이 일거에 한국 경제·사회의 붕괴를 낳을 것은 아니며 그보다는 산업·부문·계층 간에 차별적 효과(불균형의 확대) 및 그로 인한 갈등의 증폭을 지속적으로 야기할 것이다.

특히 자본 대 노동 간 힘 관계의 균형추를 자본 측으로 계속 더 기울게 하면서, 한국사회의 제도·문화·생활양식의 기저를 깊이 침윤, 부식, 변형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FTA의 폐기가 불가능할 것이라 해도, FTA 체제의 효과가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이에 대한 투쟁을 지속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가능하고 불가피하며, 그 과정을 통해 FTA 체제의 극복해야 한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경제민주화’와 ‘남북 경협의 획기적 진전’을 목표로 한 운동연대, 사회연대, 정치연대를 강화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3) 북한

선군정치가 장기에 걸쳐 추진된 북한은 김정일 사후 일체화된 군부당 중심의 집단(집체)지도 체제 속에서 김정은 체제의 연착륙을 시도할 것이고, 미/중/소 모두 이를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북한에 대한 보수적/진보적 연구자들의 공통적인 평가는 개혁과 개방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것이었다.(봉쇄-붕괴론 제외). 사회주의 배급경제 체제는 이미 붕괴됐고, 설사 복구하더라고 외부 자원의 유입(원조) 없이는 작동 불가능하다.

지금까지 북한은 아우티르키(자급자족 폐쇄경제-편집자) 고수→개혁 없는 제한적 개방 모색의 방향으로 움직였으나 한계에 직면한 상황이다. 미국/중국은 한반도 현상 유지와 관리라는 점에서 이해관계가 동일하다. 따라서 현상의 변화를 추동할 유일한 통로는 여전히 남과 북의 변화, 남북 관계의 변화가 될 수밖에 없다.

노동정치 우경화 지속될 것

(4) 노동정치

현재 정치지형의 급격한 변화가 진행 중이다. 진보정치는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의 여파 속에서 통합진보당을 한 축으로 하고, 진보신당 및 소규모 좌파 정치세력들의 연합 시도를 다른 축으로 하는 분화가 진행 중이다.

통합진보당은 자유주의 좌파 정도의 위상으로 변화되고 있으며, 자유주의 우파라 볼 수 있는 민주통합당과의 정치연합을 통해 권력 분점을 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총선을 거치면서 어떤 변화가 진행될지 아직 예단하기 힘들다.

노동정치의 관점에서 보면 한국노총은 민주통합당과 결합하고 있으며, 민주노총은 통합진보당을 새로운 ‘배타적 지지정당’으로 설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진보신당, 기타 좌파 정치세력들은 노동정치의 맥락에서는 더욱 주변화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진보신당은 좌파 연석회의 결과에 따라 급진 좌파당 정도로 진화할 가능성이 있으나, 총선을 거치면서 급속히 주변화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전체적으로 노동정치의 우경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를 규정하는 가장 큰 변수는 첫째, 민주노동당 주류의 입장으로, 통합 직전 진행된 ‘진보적 민주주의’로의 강령 개정이 그것을 말해 준다. 이는 남한 사회에서 독자적인 혹은 북한 정권에 비판적인 좌파 (계급)정당의 존재를 받아들일 수 없는 범민족주의 계열의 인식의 반영이다. 둘째, 대중조직의 개량화, 관료화 문제이다. 따라서 노동정치의 우경화 흐름은 당분간 혹은 장기간에 걸쳐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 노동운동

(1) 산별, 정치세력화

산별노조 건설과 정치세력화는 1987년 이후 민주노조운동의 두 핵심 프로젝트였으나, 모두 비틀대고 있는 실정이다. 조직노선으로서의 산별은 형식만 갖춘 정도이며, 건설노조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내용이 부실하고 전망도 불투명하다.

실패라고 판단할 수는 없으나, 장기 지체되는 가운데 원래의 취지와 동력 모두 심각하게 훼손됐다. 민주노총의 틀 속에서 산별건설의 진전을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고, 새로운 진로를 모색해야 하나 아직 새 주체형성의 가능성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치노선으로서의 진보정당 건설은 2008년 민주노동당의 분당 이후 갈등 속에서 급속히 위축되고, 선거정치 프레임에 갇혀 운동정치가 약화됐다. 노동정치는 개량화, 우경화의 시기로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2) 노조 조직의 분화

제3노총 가시화되고, 기업별 독립노조들이 늘어나는 등 변화가 진행 중이다. 전체적으로 조직률이 10% 밑으로 내려간 상황에서 노조 조직의 파편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직 큰 구도의 변화에 이르지는 않고 있으나, 파편화 현상은 지속적인 경향이 될 수도 있다.

파편화가 계속 진행되면 어떤 식으로든 통합 요구가 역으로 커질 것이다. 이 경우 일본의 ‘노동전선 통일’ 운동과 유사한 것이 될지, 아니면 그와는 다른 모습이 될지 아직 판단하기 힘들지만, ‘전노협+업종=민주노총’과는 다른 양상일 것이라 생각된다. 노동정치로부터의 통합 압력이 커질 수도 있다.

(3) 미조직·비정규직, 청년노동운동 등

조직화 작업의 부분적인 성과들이 있고, 앞으로도 더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것이 노동운동의 새로운 주체 형성으로 이어지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그간의 조직화 사업을 보면 성과 있는 조직화의 급진전을 위해서는 조직부문의 내부 개혁과 지속적인 대규모의 자원 투입이 선결 조건인데, 그럴만한 내부 역량이 태부족한 상황이다. 따라서 법 개정 등 제도적, 정책적 접근에 더 기울고, 그를 위해 ‘정치’에 의탁하는 경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속의 사내하청 조직화, 공공의 청소노동자·간병노동자 조직화, 민주노총의 전략조직화 지원 사업(공단, 공항 등), 건설의 비정규 중심 산별건설, 청년유니온과 같은 노조의 새로운 시도 등 그간의 경험과 성과에 기초하여 이런 노력들을 집약할 수 있는 전략적 구상이 시급하다. 복수노조, 조직경쟁의 구도 속에서 산별 단위의 ‘조직화 노조운동 모델’을 검토할 때가 되었다.

3. 과제, 그리고 변화의 어려움

2012년은 ‘선거정치’의 한 해가 될 수밖에 없고, 모든 의제들이 정치로 수렴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노동운동의 근거는 현장에 있고, 현장의 문제는 현장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은 여전히 유효하다. 정치로의 우회로는 지름길이 아니라 미혹(迷惑)의 길일 수 있다. 노동 없는 민주주의, 노동 없는 노동정치, 노동 없는 복지의 한국판 2기 신자유주의의 가능성을 주시해야 한다.

민주노총이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결의를 다시 하게 될 경우, 불행한 결과가 올 것이다. 지금은 노동조합이 정당과 분립을 꾀할 때이다.

노동조합이 독자적인 정책, 특히 임금과 노동시간, 고용 문제 등에 대한 정책 방침을 구체화하고, 이를 자신의 독자적 정치방침에 반영하여, 이를 토대로 정당들과 각각 1:1의 관계에서 노동주체적 정책연대를 추진해야 할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총연맹으로만 귀결될 필요가 있는지도 검토가 필요하다. 산별이나 지역 단위로 분화된 정치 토론과 방침 주장이 필요하다.

1987년에 형성된 노동운동의 리더십 교체기에 이미 접어들었다. 선배 그룹들이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거나 자신에게 익숙한 운동 문화를 고집할 때가 아니다. 노동운동의 문화혁명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후배들의 발분을 촉구하기 전에 선배들의 자기변화 노력이 먼저 필요하다.

은퇴자 조합원 조직, 환경과 생태, 협동조합, 건강한 지역사회 지키고 건설하기, 자녀교육 문화의 혁신과 평생교육, 사회공공성, 노동과 평화의 문제 등의 조직 또는 이슈에 적극 결합할 필요가 있다.

모든 조직과 모든 운동은 궤적 의존성을 지니게 마련이다. 이 궤적을 이탈 혹은 수정하는 것은 주체 위기의 비용을 초래한다. 이를 감수할 수 있어야 하나, 지금 각 주체들이 비용효과가 이득효과보다 크다는 딜레마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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