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3의 선명 진보야당의 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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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12월 20일 04:5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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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MB 정부 출범 이후 정치는 두 가지 양상을 보여주었다. 첫째, ‘장외정치’의 등장이다. 민주세력과 진보세력이 동반으로 몰락한 상태에서 의회는 한나라당이 독점했다. 대중은 촛불시위, 반값등록금, 희망버스, 한미FTA반대 등을 통해 거리에 진지를 구축했고 정치도 장외로 빈번히 이동했다.

    둘째, ‘연합정치’의 등장이다. 장외정치를 주도해온 대중은 MB 대 반MB 구도를 형성시켰고, 반MB 연합의 형식과 의제 그리고 안철수 현상이 보여주듯이 리더십의 새로운 모델까지 제시했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 현재 한국 정치는 빅뱅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제3의 선명 진보야당의 길 
     
    지금 한국 정치는 진보, 보수, 여야 할 것 없이 재편의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파산한 한나라당은 박근혜를 간판으로 새롭게 신장개업을 준비 중이고, 낡은 민주당은 야권통합을 내걸고 새롭게 리모델링 중이다. 진보도 한 발 앞서 통합진보당으로 새롭게 출발했다.

    앞으로 어떤 구도가 형성될까? 기존의 양당체제로 회귀할 것인가? 아니면 보수-민주-진보 3자가 경쟁하는 속에서 통합진보당이 대안야당으로 도약할 것인가? 아주 중요한 지점에 서 있다.

    현재 통합진보당에 주어진 과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MB 정권을 심판하고 정권을 교체하라는 국민의 명령이고 다른 하나는 한나라당, 민주당 양당에 실망하며 새로운 대안을 찾는 국민의 열망에 부응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야권통합을 주도하고 있는 몇 분을 만나 길게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핵심내용은 ‘야권단일정당을 통해 정권교체를 이루고 그 안에서 진보블록을 만들어 힘을 키우자는 것’이다. 정권교체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공감했다. 그러나 진보의 힘을 어떻게 키울 것인지 그 방안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했다.

    지금은 복지와 진보가 민심이다. 기존의 한나라당, 민주당에 실망한 국민이 ‘안철수 현상’과 같이 새로운 대안을 찾고 있는 전환기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역사와 정체성을 무시하고 민주당 중심의 단일정당을 추진하는 것은 한국정치를 보수 대 진보로 발전시키는 게 아니라 기존의 양당체제로 또 다시 복귀하는 것이라 판단했다.

    지금 통합진보당이 해야 할 일은 시대정신에 맞게 대안야당, 수권야당의 길로 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해 진보적 정권을 수립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집권을 꿈꾸는 현실 진보노선
     
    통합진보당은 반대정당을 넘어 정치적 대안을 제시하고 대중 지지를 얻어 권력을 획득해 나가야 한다. 지방권력, 중앙권력 등 권력을 잡거나 참여하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통치능력을 키우고 실력 있는 진보정치가를 양성하는 정당으로 발전해야 한다. 통합진보당은 대한민국의 변화를 실질적으로 주도해 가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신자유주의는 위기에 처했지만 아직도 미래는 불투명하다. 포스트 신자유주의 시대는 새로운 버전의 불평등체제, 성장·개발체제일 것인가? 아니면 더 민주적인 체제, 평등과 생태의 원리가 작동하는 체제일 것인가?

    통합진보당이 대한민국의 방향 전환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진보세력이 그간 고수해왔던 신념의 정치를 넘어 그 가치와 이념을 어떻게 현실화할 것인가를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그동안 진보는 보수 양당체제가 주도하는 정치의 복판에 들어가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한국의 850만 불안정 노동자들에게는 안정적인 일자리가 진보이고, 330만 대학생들에겐 반값등록금이 진보이고, 84만 뉴타운 난민들에겐 주거권이 진보이다. 마찬가지로 원전지역 주민들은 물론이고 국민 모두에게 노후한 원전의 전원스위치를 당장 끄는 것이 진보가 되었다. 또한 분단체제 극복을 위한 평화가 광범위한 국민의 지지와 동의를 얻고 있다.

    사회연대와 평등, 자유, 정의, 생태, 평화, 자주 등은 대중의 요구와 결합되어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미래사회로 드러나야 한다. 미래사회는 먼 미래의 장밋빛 이상향도 아니고, 그렇다고 현실의 부분적이고 단기적인 개선에 그친 사회도 아니다.

    진보정치가 견지해온 가치와 이념들이 미래사회의 길잡이 노릇을 하고, 노동자와 서민대중의 요구가 반영되어 설계된 현실적 이상향이다. 지금 우리가 제시해야 할 현실적 대안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생태복지국가 건설과 분단체제 극복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실 진보노선’을 걸어야 한다. 근본적인 변화만을 추구하는 급진주의나 단기적 실익 추구에만 몰두하는 실리주의 양자 모두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 당면 과제 중에서 중장기적 구조 개혁의 길을 열 수 있는 과제를 전략적으로 선정하고 추진해야 한다.

    가령 노동과 소득을 분리하여 접근하는 기본소득제는 유럽과 달리 복지국가 체험 자체가 없는데다 여전히 노동에 대한 정당한 소득을 위해 싸우고 있는 한국의 노동자계급에겐 대단히 비현실적인 주장에 불과하다.

    반면, 민주당의 ‘3무 1반’과 같은 몇몇 복지정책의 도입은 재벌체제와 노동체제에 대한 개혁과 유리된 채 제시되었다. 당면 요구인 복지에 대해선 업그레이드된 대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되, 재벌체제 및 노동체제에 대한 구조 개혁과의 접점을 모색해야 한다.
     
    실천해야 할 당면과제들
     
    통합진보당은 성찰하는 진보세력과 진보적 가치를 수용한 자유주의세력의 연합으로 탄생한 정당이다. 이 두 세력이 합의할 수 있는 공통분모는 ‘사회연대와 자유’가 아닐까 한다. 우리는 국가권력의 어떠한 간섭으로부터도 자유로운 시민의 이상을 꿈꾸고 있고, 우리는 위로 경쟁하는 세상이 아닌 아래로 연대하는 사회연대의 이상을 함께 꿈꾸고 있다.

    이 같은 공동의 꿈이 통합진보당이라는 정당을 만드는데 원동력이었다고 생각한다. 상호간의 역사와 문화를 존중하면서도, 스스로 성찰해가면서 새로운 진보정당의 문화를 만드는 데 모두가 협력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세 가지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첫째, 내부통합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 과거 자주가 우선이냐 평등이 우선이냐 문제를 놓고 자주파와 평등파로 나눠져 패권과 분파의 문제를 낳았는데 이제 다시는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존중, 소통, 조화 등을 당의 중요한 내부 가치로 삼고 서로 넘나드는 화학적 결합을 이뤄 나가야 한다. 심상정, 이정희, 유시민 3인 공동대표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나가면서 3인 공동대표의 결정과 합의를 중심으로 내부통합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 

    둘째, 국민의 지지를 지속적으로 높여가야 한다. 현재 우리 당은 10% 내외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현 지지율을 20%대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국민들에 새로운 희망을 확고히 제시해야 한다. 이것이 총선 승리 여부와 야권연대 수준을 결정지을 것이기 때문에, 왜 통합진보당인지 통합진보당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를 ‘포지티브’하게 전당적으로 국민에게 알려 나가야 한다.

    그리고 중앙당 창당대회도, 시도당 개편대회도, 비례대표 선출도, 특히 개방형 비례대표는 철저히 이에 복무해야 한다. 2030세대와 통할 수 있는 인물, 촛불시민과 함께 할 수 있는 인물, 사회운동의 새로운 리더 등과 같이 통합진보당의 혁신을 보여줄 정치가들이 의회에 진출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당면 총선을 위해 당의 총의를 모아야 한다. 기존의 양당을 대체할 만한 ‘대안정당’을 목표로 안정적인 원내교섭단체를 이뤄내야 한다. 당의 목표를 지지율 15%, 원내교섭단체 20석 이런 식으로 방어적으로 제시해서는 안 된다. 통합진보당의 지향을 명확히 제시하여 양당에 밀리는 소수당 이미지를 탈피해야 한다. 조기에 총선선대위 체제로 전환해 타이밍과 이슈를 선점하고 총선후보를 중심으로 전당적인 선거운동을 벌여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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