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예술인의 노동 그리고 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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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12월 19일 05:1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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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일, 한미 FTA 반대 집회가 한창인 날. 아니 어쩌면 팟 캐스트 세계 1위에 빛나는 가카 헌정방송 ‘나꼼수’가 국민헌정 공개방송을 하는 날. 홍대의 한 작은 카페에서는 예술가들이 모여 이 시대의 밥과 예술에 대해 토론회를 가졌다. 더 정확히는 예술가들의 밥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자리. ‘밥 먹고 예술 합시다’ 집담회. 진보신당 문화예술위(준)와 문화연대 그리고 칼라TV가 주관하는 자리였다.

    집담회라니. 모여서 예술가들의 먹고사는 일들에 대해 떠드는 자리라고 내 맘대로 가볍게 생각하고 일군의 예술가들 사이에 끼었다. 사실 오래 전부터 문화예술인이라 불리는 이들의 노동과 보수에 대한 문제를 고민해온 편이라 할 얘기가 많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그와 관련한 이야기들을 생각하고 정리하려다보니 내가 그동안 ‘생활’하느라 잠시 잊고 지냈다는 걸 깨달았다.

       
      ▲집담회 모습.(사진=진보신당) 

    그래서 당일에는 가볍게 만화창작노동자로 살아오면서 겪었던 처절한 에피소드들을 중심으로 몇 마디 거들었다. 그런 처절한 이야기들은 어쩌면 잠깐 재미있을 수 있지만 오래 의미 있는 도움이 되기는 어렵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되는데?’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이 되지 못하기 일쑤기 때문이다. 물론 그 자리가 그런 문제들을 살피고 대안을 모색해 보기 위한 첫 발을 내딛는 자리이니 그런대로 선방하고 마무리 했다.

    그런데 찝찝하다. 아쉽다. 쑥스럽다. 복잡 미묘한 감정이 되었다. 그래서 정리를 해봤다. 물론 이 글도 아직 시작 단계이다.

    만화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정리해보자. 무엇보다, 만화가는 예술가인가? 예술이란 무엇인가? 예술은 어떤 기능을 하는가? 예술의 공공성이란 무엇인가? 여기에 대해 답을 내야 한다. 한계가 있지만 어떤 식으로든 정리가 되어야 한다.

    예술의 사전적 정의
    예술에 대한 나의 정의
    예술의 기능
    예술의 공공성
    예술가의 범주
    만화란
    만화가란

    이런 문제들에 대해 고민하고 공부하고 정리를 해내야 한다. 만만치 않다. 그러나 밥 먹고 예술을 하기 위해서 이 정도는 감내할 수 있어야 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고, 세상은 이른바 정글이다. 자본만의 자유가 넘쳐나는 신자본제국주의 신자유주의 시대가 아닌가? 다행히 요즘엔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가 곁에 있다. 검색과 몇 마디 던지는 것으로도 대충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도 있다.

    하나의 고개를 넘었다고 끝이 아니다. 또 하나는 만화창작자로서 만화가의 정체성을 위해 또 고민하고 공부하고 정리를 해내야 한다. 만화란 예술인가? 만화의 생산과 제작, 유통구조는 어떻게 되는가? 만화 고료는 얼마나 되고 그것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자, 이제 칠부능선쯤 왔다. 이제 만화와 예술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정책, 법들에 대해 살펴보아야 한다.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는 법들… 예술진흥법, 문화산업진흥법, 저작권법, 출판인쇄진흥법, 영상진흥 관련법들, 그리고 관련 지원재단들(이들이 왜 있는지 알고 나면 실망할 수도 있지만)….

    또 간접적으로 관계가 있는 법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법들이다. 헌법, 민법, 상법…. 뭘 이런 걸 다 알아야 하냐고? 기업들이 당신을 상대할 때 아무 생각 없이 상대하는 줄 아는가? 저런 법들을 촘촘히 다 읽고 진행한다. 물론 당신 앞에서는 모른 척 할 거다. 그러니 대강이라도 훑어보고 나와 관계있는 것들에 대해 파악을 하고 있어야 내가 예술행위-창작노동을 하는데 있어 쓸데없는 피해를 입지 않고, 그나마 시간을 아낄 수 있다.

    더욱이 이들과 관계없이 또 특별히 봐야 할 법이 있다. 그렇다. 세법이다. 특히 소득세법과 부가가치세법. 숫자는 더욱 골치 아프다고? 하긴 가난하게 살아가는 걸 감수하겠다면 안 봐도 된다. 국세청이나 세무서에서 신경을 쓰지 않을 테니. 출판사에서 원천징수한 세금을 걍 국고에 헌납하겠다면 안 봐도 된다.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을 테니.

    물론 저런 고리타분하고(?) 골치 아픈 법들을 읽느니 창작에 몰두하는 게 더 나을지 모른다. 고도의 창작활동을 통해 운 좋게 다중의 공감을 얻고 ‘대박’을 이뤘다면 그때 가서 사람들에게 위임을 해도 된다. 그러나 돈이 넘쳐날 정도가 아니라면 위임을 하더라도 뭘 알아야 위임을 할 수 있으니 어쨌든 틈틈이 읽어두는 게 좋다.

    옛날옛날 얘기지만 임의로 출판사에서 돈을 떼어간다고 분노하던 이들도 있었다. 그게 얼마인지도 모르고, 왜 떼어가는 지도 모르면서 분노하던 이들. 세상에 자기 돈을 그냥 가져가는데 아무소리 않고 있을 수 있는 호연지기는 어디서 나오는 건가? 아니, 나중에 그걸 가지고 분노하는 용기는 어디서 나오는 건가? 되돌려 받을 수 있는 돈을 그냥 버리는 호사는 어디서 나오는 건가?

    마지막으로 스스로의 창작노동 결과물에 대해 어느 정도 수준의 대가를 받아야 할지 정해야 한다. 물론 그것은 대체로 그때그때 다른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고고한 예술작품에 돈을 논하는 것이 넘사스럽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그 허상, 고고한 예술의 포로가 돼서 스스로의 창작노동의 가치를 도둑맞지 않으려면.

    간단하게 마무리하자. 계약서는 어떤 근거로 법적 근거를 갖는가? 그걸 왜 지켜야 하는가? 계약서의 내용들은 헌법-민법-상법-저작권법-진흥관련법-세법…, 다 얽혀서 나의 창작노동을 규제하거나 간섭하거나 관여한다. 그래서 그걸 어기는 쪽은 징벌적인 피해를 입게 된다. 그 틀은 내가 만족하건 안하건 나를 규제하고 간섭한다.

    물론 이런 것들을 알아도 이야기 나눌 때 ‘기름칠’하고 ‘마사지’를 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제발 나는 몰랐다는 말로 면피하려고 하지 말자. 누군가 알려주기를 바라지 말자. 스스로 하지 않으면, 스스로 함께하고자 하지 않으면 누구도 함께 하지 않는다.

    그러고 나서 꿈을 꾸자, 꿈을 만들고 실천하자.
    그게 밥 먹고 예술을 할 수 있는 기본적인 길이라고 믿는다.

    추신1) 위의 질문들, 읽어야 할 법들은 사실 더 많을 수 있다. 고민하고 정리하고 만나자. 만나서 이야기하고 실천하자.

    추신2) 집담회 참가 부탁을 받고 최근에 들어온 작업에 대해 상대에게 일부러 가격 이야기를 함께 해봤다. 저작권과 재사용에 대한 내 요구를 슬쩍 했다. 한 결과는 노조니까 관례적으로 여기저기 쓴다고 한다. 그거 나쁜 관례고 잘못된 관례라고 말해줬다. 물론 그냥 그쪽의 의견을 수용했다. 내 활동이라고 생각하기에, 그리고 일을 안 하는 것보다는 낫기에 감수하기로 했다.

    그렇게 결정되고 나면 열심히 작업하는 게 최선이다. 또 하나는 다른 이미지들을 갖고 있어서 그냥 내 그림을 안 쓰기로 했단다. 사전에 이야기할 때는 없던 말이지만 뭐 좋다. 그럴 수 있지. 그런데 부디 내 그림을 도용하거나 막 쓰지 않기를 바랄 뿐.

    추신3) 나의 노동이 귀하듯 남의 노동도 귀하다. 특히 중간에, 안 보이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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