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워지는 지구, 재앙을 향한 한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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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12월 19일 09:2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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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11월 28일부터 12일간 개최될 예정이었던 제17차 유엔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가 36시간 동안 연장을 거듭하다 12월 11일 오전에 끝났다. 이로써 2007년 발리 총회 이후 4년 동안 공전하던 기후 협상이 일단락됐다.

    더반 총회의 4대 절망

    협상 결과를 액면 그대로 읊어보면 이렇다. 2013년부터 교토의정서 연장, 2020년부터 모든 국가들이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하는 새로운 기후체제(더반 플랫폼) 협상 개시,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연간 1,000억 달러의 녹색기후기금 운영. 이를 두고 만족할만한 성과인 양 호들갑을 떠는 전문가들과 언론들이 볼썽사납다. 성과가 아니라 절망에 가깝기 때문이다.

    첫째, 교토의정서는 더 이상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여전히 교토의정서를 인정하지 않고 있고, 일본, 캐나다, 러시아마저 2013년 이후 2차 의무감축을 거부했다. 심지어 남아공을 떠난 캐나다 대표단은 자국에 도착하자마자 교토의정서에서 탈퇴한다고 선언했다.

    현 보수정부가 줄곧 교토의정서에서 이탈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왔지만, 기후총회 직후의 전격 탈퇴는 더반을 두 번 죽이는 꼴이다. 2020년 이전에 선진국들의 의무감축이 제때 이뤄지지 않는다면, 평균 온도를 1.5~2도 상승으로 묶어둘 기회를 잃는 것은 물론이고 4도 이상으로 증가해 기후 재앙이 닥칠 것이다.

       
      ▲12월 6일, 오염 관광(Toxic Tour) 후 남아공 석유회사 엔젠(Engen) 공장 입구에서 공장 폐쇄를 주장하는 남아공 사회단체들과 주민들.

    둘째, 교토의정서 2차 연장 기간과 감축 목표에 대한 결정을 2012년 카타르 총회로 넘겨 의무감축이 불확실해진 것처럼, 더반 플랫폼 협상이 2015년까지 마무리될지 의문이다. ‘발리 로드맵’을 스스로 무력화시킨 전례를 떠올리면 이런 회의론은 정당할 것이다.

    무엇보다 새로운 기후체제가 의정서(protocol), 법적 수단(legal instrument) 또는 법적 강제력 있는 합의된 결과물(agreed outcome with legal force) 중 어떤 것이 될지 모른다. 협상 막판에 늘어난 문구 때문에 이후 해석투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자칫 2020년 이후의 감축방식을 국가의 자발성에 맡기면, 지금과 같이 감축 부족분을 채울 방법은 요원하게 된다.

    셋째, 공적개발원조(ODA)는 녹색기후기금(GCF)의 미래다. 선진국들은 2010~2012년 동안 ‘긴급지원 재정’으로 300억 달러를 조성해 개도국에게 지원하겠다는 약속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2013~2020년에 매년 1,000억 달러를 마련할 수 있을까. 더반 총회에서 국제 탄소세에 합의하지도 못했다. 선진국들이 공적 자금을 어떻게 얼마를 모을지 다음에 결정하자는 합의만 했다. 3년째 같은 말만 반복하고 있다.

    물론 서둘러 합의에 도달한 부분도 있다.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그린 필드(green field)’를 만들 구상이 그러하고, 유상원조 방식을 택해 기후 재정이 필요한 개도국과 빈국들을 좌지우지할 욕망이 그러하다.

    이외에도 위험한 기술과 새로운 시장 메커니즘을 확대하려는 시도는 끊이질 않았다. 화석연료 의존도를 결코 줄일 수 없는 탄소 포집 및 저장(CCS) 기술이 청정개발체제(CDM)에 공식 포함되었다. 탄소 유출에 대한 단서 조항을 달긴 했지만, 영국,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 핀란드, 호주, 미국 등에서 탄소 포집 및 저장 프로젝트가 줄줄이 취소되고 있는 현실을 무시한 결정이다.

    유럽연합은 역내의 탄소시장을 전 세계로 확장하자는 제안을 했고,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은 유엔 기후체제에 벗어난 탄소감축 방안을 주장했다. 이 모든 것이 기후변화와 탄소시장이라는 지옥의 문을 여는 열쇠이다.

       
      ▲12월 4일 기후변화 국제공동행동의 날, 더반 시내에서 남아공 눔(광부노조) 조합원들이 탈핵과 녹색일자리를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

    더반 총회의 희망, 정의로운 전환

    캐나다가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을 무릅쓰고 교토의정서를 탈퇴하기로 선언한 배경에는 오일 샌드(oil sand)라는 더러운 에너지원이 있다. 교토의정서에 의해 캐나다는 1990년 대비 2012년까지 6%를 감축해야 하는데, 오히려 30%나 증가했다고 한다. 오일 샌드에서 석유를 뽑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투입되어야 하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이다.

    남아공은 캐나다만큼이나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다. 정실자본주의와 ‘광물-에너지 복합체(minerals-energy complex)’는 남아공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용어들이다. 상대적으로 작은 경제 규모에도 고도로 산업화된 국가들의 탄소배출 수준과 나란히 한다.

    주로 에너지 집약적인 광산업과 석탄발전 때문인데, 전력생산에서 석탄 화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93%로 세계 1위이다. 남아공의 탄소 배출량은 아프리카 전체 배출량의 50%를 차지할 정도이고, 세계에서 12번째로 배출이 많은 나라로 알려져 있다.

    남아공은 에너지 불평등이 심하기로 유명하다. 산업분야에서 전력의 50% 이상을 소비하지만, 가정 소비는 20%에 못 미친다. 더욱이 2백만 빈곤 가구는 0.45%만 사용할 뿐이다. 반면 남아공 4%의 부유층이 80%의 빈곤층보다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이러니 남아공의 운동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남아공의 민중 진영이 더반 결정들을 막을 힘을 보여주진 못했지만, 기후정의를 위한 투쟁과 실천에 앞장섰다. 기후변화의 최전선에 있는 여성 농민들이 더반 곳곳에서 기후정의를 외쳤다.

    특히 남아공 노동조합의 입장과 실천은 한국에게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코사투(COSATU, 남아공노총)는 사회단체들과 함께 대대적으로 ‘백만 개의 기후 일자리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눔사(NUMSA, 금속노조)는 12월 4일 ‘기후변화와 계급투쟁’이라는 세미나를 개최해 탄소상쇄와 탄소거래라는 탄소시장을 반대하고 재생에너지 분야가 사회적으로 소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눔사 중앙위원회의 최종 성명서는 기후 투쟁과 반자본주의 투쟁이 결합되어야 하고, 민주적 계획과 사회적 소유 없는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은 자본주의의 ‘녹색경제’에 불과한 개념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눔(NUM, 광산노조) 역시 탈핵과 녹색 일자리로의 전환을 주장하며 코사투의 맨 앞에 섰다.

    전 세계적으로 1990년~2010년 사이에 온실가스가 29%나 증가했고, 2010년에는 배출 증가가 5.9%로 최고치를 갱신했다. 그 기간 동안 기후과학의 연구 성과는 쌓여만 갔고, 국제협상도 계속되었다. 지난 20년의 교훈이 있다면, 기후변화는 협상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2020년까지 의무감축 책임을 피하게 된 한국에서도 정의로운 전환 운동이 널리 퍼질 것으로 희망한다. 남아공 노동조합의 기후 투쟁이 한국 노동조합의 기후 투쟁과 만나는 날, 생태적 위기와 경제적 위기를 극복하는 체제 전환이 시작될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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