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의 예정과 인간의 자유
        2011년 12월 18일 11:3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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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 

    17세기 유럽은 자연을 과학적으로 인식하고 기계적 운동으로 파악하는 기계론 철학이 근대를 여는 새로운 사유 체계로 자리하고 있었다. 라이프니츠는 이러한 근대적 경향과 더불어 고대 철학, 스콜라 철학을 함께 수용하면서 서양 근대가 갈등을 빚고 있던 신앙과 학문, 종교와 과학의 조화를 시도했다.

    『자유와 운명에 관한 대화 외』(라이프니츠 지음, 이상명 옮김, 책세상, 6900원)는 라이프니츠의 진리 이론과 자유 개념에 관한 12편의 단편을 선별해 번역한 것으로, 모두 국내에 처음 번역되는 저작들이다. 라이프니츠의 진리 이론은 현대 논리학에 기초를 제공했고, 일반적으로 ‘비판적 사고’라 불리는 교양 과목의 내용 대부분이 라이프니츠의 진리 이론에서 유래한다.

    또 라이프니츠의 자유 이론은 결정론과 양립 가능한 자유 개념을 토대로 서양 철학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라이프니츠는 우연성과 가능성에 기초한 자유, 그리고 필연적 진리와 우연적 진리의 구분이라는 진리 이론을 기반으로 특유의 형이상학적 자유 이론을 전개한다. 이 책은 진리와 자유 개념 이해는 물론 라이프니츠 철학 이해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것이다.

    라이프니츠 철학 체계를 구축하는 하나의 큰 축으로, 라이프니츠는 전 생애에 걸쳐 자유 문제를 해명하려 했다. 그는 당대의 철학, 신학, 종교적 혼란 속에서 신의 예정과 인간의 자유가 대립하는 문제를 해결하면서 이들의 조화를 추구한 것이다.

    라이프니츠에 따르면 이 세계는 신이 결정한 최선의 세계다. 최선이란 다른 가능성을 전제하는 것으로, 현존하는 이 세계는 무한한 가능성 중에서 우연적으로 선택된 세계다. 라이프니츠는 이 가능성과 우연성에 뿌리를 둔 자유를 탐구하면서 자유가 어떻게 결정론과 양립할 수 있는지를 증명하고 자유로운 주체로서의 인간을 발견한다.

    오늘날 자유라 하면 일반적으로 정치·사회적 자유를 떠올리지만 라이프니츠의 자유는 그보다 본질적인 자유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우주와 신, 신과 인간의 조화를 추구한 라이프니츠의 사유는 우리에게 정치·사회적 자유 개념 너머의 좀 더 근본적인 자유 개념을 고찰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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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라이프니츠 (G. W. Leibniz)

    1646년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태어났다. 1653년부터 작센 주의 유명한 라틴어 학교인 니콜라이 학교를 다녔고, 1661년 라이프치히 대학에 입학해 철학과 법학을 공부했다. 1663년〈개체의 원리에 관한 형이상학적 논쟁〉이라는 논문으로 철학 학부를 마치고, 1665년 조건 판단에 관한 연구로 법학 학부 과정을 마쳤다.

    1666년《조합법에 관한 논고》를 출간하고, 1667년 알트도르프 대학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뉘른베르크 연금술회에서 일했으며, 1668년부터 마인츠에서 법률과 외교 분야의 일을 하면서〈무신론자에 대한 자연의 고백〉을 시작으로 1669년까지 ‘가톨릭 논증’이라 불리는 일련의 글을 완성했다.

    1671년까지는 물리학과 홉스의 철학을 연구했고, 1672년에서 1676년까지 외교 사절로 파리에 체류하면서 아르노, 회이건스, 말브랑슈 등의 학자들과 교류했다. 런던 왕립학술원에 자신이 고안한 계산기를 증명해 보이며 회원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파리 체류 시기에 미분계산법을 발견했을 뿐만 아니라《최상의 것에 관하여》라는 형이상적 사유를 담은 저작을 남겼다. 1676년부터 생을 마칠 때까지 하노버에 살면서 백과사전 연구, 신구교의 통합, 광산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고 일했으며, 독일 남부와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지로 여행하면서 많은 학자들을 만나고 수많은 서신 왕래를 했다.

    역자 : 이상명

    한림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한 뒤 한양대학교 대학원 철학과에서 스피노자에 관한 논문으로 석사 학위를 받고 독일 뮌스터 대학과 베를린 자유 대학에서 라틴어와 프랑스어, 철학을 공부했다. 베를린 공과대학에서〈라이프니츠의 물체의 형이상학〉이라는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림대, 한양대, 강원대, 중앙대에서 강의했으며 현재는 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 HK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양근대철학회에서 총무이사로 활동하면서 라이프니츠 철학에 관한 몇 편의 논문을 발표했고 학회의 공저 작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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