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집트 혁명 깊이 들여다보기
        2011년 12월 18일 10:2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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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 

    지난 2월 이집트 민중이 혁명을 일으켜 독재자 무바라크를 쫓아내는 등 중동 전역에서 반란의 물결이 일어났을 때, 서방의 대다수 기성 언론은 이른바 ‘질서 있는 전환’이 이뤄질 수 있고 그래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중동에 대한 서방 제국주의의 지배와 자본주의 질서가 유지되는 수준의 변화만이 바람직하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사태는 기성 언론의 예상과 바람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아랍 혁명은 ‘진정’되기는커녕 우여곡절을 겪으며 계속 진행돼 왔다. 어떤 곳은 학살로 얼룩지고 어떤 곳은 서방의 개입으로 왜곡되기도 했지만, 반란은 멈추지 않았다.

    급기야 지금 이 순간 이집트에서 무바라크 퇴진 이후 최대 규모 시위가 일어나고 군부의 잔인한 유혈 진압으로 수많은 사람이 숨지고 있다. 그러자 기성 언론은 앞다퉈 "중동이 다시 혼란에 빠졌다"거나 "과거의 역사가 되풀이되고 있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튀니지만이 유일하고 바람직한 예외로 취급된다).

    "이슬람주의자들이 혁명을 가로챘다"면서 은연 중에 무슬림이 인구의 다수인 곳에서는 급진적 변화가 불가능하다고 암시하기도 한다. 서방 호사가들의 논조에서는 ‘거봐, 내가 뭐랬어’ 하며 기뻐하는 기색마저 느낄 수 있다.

    『혁명이 계속되다: 이집트 혁명과 중동의 민중 반란 2』(알렉스 캘리니코스 외 지음, 김하영 엮음, 책갈피, 12000원)는 이러한 기성 언론의 무관심과 의도적 왜곡에 가려진 진실을 파헤친다. 이 책은 지난 2월 무바라크 퇴진 직후 발간된 『이집트 혁명과 중동의 민중 반란』의 후속편인데, 이미 당시에 엮은이는 머리말에서 "사실, 중동의 반란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라고 썼다.

    지금 이집트의 유혈 사태는 사실상 무바라크 체제를 이어가려 하는 군부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1월 혁명 당시 군부를 혁명의 친구로 여겼던 이집트인들이 군부의 속셈을 어느 날 갑자기 꿰뚫어 보게 된 것은 아니다.

    독재자의 몰락과 함께 혁명의 제1막이 끝나고 제2막이라는 더 복잡한 과정에 들어서고부터 이집트 노동자와 민중은 구체제의 유산에 맞서 싸우면서, 노동자 파업 물결 속에서, 여전한 체포와 탄압을 받으며, 혁명의 염원을 이루려면 군부도 타도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책은 이 과정을 마치 파노라마처럼 보여 준다.

    또한 외부 관찰자는 파악하기 힘든 내부의 움직임, 혁명을 심화시키려는 노력을 이집트 혁명가들 자신의 목소리를 통해 조명하는 것이 이 책의 큰 장점이다. 노동자 파업 물결 속에서 독립노조를 건설하고, 지역마다 혁명수호민중위원회를 운영하고, 노동자들 자신의 정당인 민주노동자당을 창립하고, 군부의 반격에 맞서 혁명을 한 걸음 전진시키고자 투쟁하는 이집트 민중의 움직임은 큰 감동을 준다.

    이 책은 이집트 혁명의 전개를 심도 깊게 이해하는 데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예컨대, 이슬람주의자들은 누구이며 왜 부상하고 있는지, 그들은 혁명과 어떤 관련을 맺고 있으며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지 분석한다.

    또 이집트 혁명만이 아니라 리비아, 예멘,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팔레스타인의 투쟁도 다룬다. 특히 리비아 혁명은 한국의 진보진영에서도 지지할지 말지를 두고 논란이 분분했는데, 일각에서 카다피 정권의 성격을 반제국주의로 오해했기 때문이다.

    서방의 군사개입도 국내외 좌파 진영에서 논란을 일으켰다. 이 책은 이집트 혁명과 중동의 민중 반란이 서방 제국주의의 중동 지배 전략에 어떤 차질을 빚고 있는지 분석하고 이에 대응해 혁명의 편인 척하면서 혁명을 가로채거나 서서히 죽이려는 미국 오바마 정부 등 주요 열강들의 책략을 파헤친다.

    이 책은 주로 이집트 사회주의자들과, 그들과 연대하며 오랫동안 이집트와 중동 문제를 탐구하고 집필한 영국 사회주의자들이 영국의 혁명적 반자본주의 주간지 <소셜리스트 워커>, 월간지 《소셜리스트 리뷰》, 계간지 《인터내셔널 소셜리즘》 등에 기고한 것을 모아 엮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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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알렉스 캘리니코스 (Alex Callinicos)

    1950년 짐바브웨에서 태어난 세계적 석학이자 저명한 마르크스주의 이론가.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자본론의 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런던 대학교 킹스칼리지 유럽학 교수이며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 중앙위원이다. 

    저자 : 사메 나기브 (Sameh Naguib)

    이집트 혁명적사회주의자단체의 지도적 활동가이자 카이로아메리칸 대학교 사회학과 겸임교수.

    편자 : 김하영

    좌파 단체 ‘다함께’의 운영위원이며 계간지 《마르크스21》의 편집인. 지은 책으로 《국제주의 시각에서 본 한반도》(책벌레), 《한국 NGO의 사상과 실천》(책갈피)이 있고, 엮은 책으로 《이집트 혁명과 중동의 민중 반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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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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