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세화 vs 김영훈, 논쟁하다
        2011년 12월 15일 08:3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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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신당 홍세화 대표는 14일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 방침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보수정권 심판과 사업장 현장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 특정 진보정당에 대한 민주노총의 비판적 지지는 지속될 것"이라고 응답해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 의사를 간접적으로 밝히며, 홍 대표의 요구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주요 사안마다 이견

    홍 대표 등은 또 자유주의 정당인 국민참여당과 진보정당이 통합해서 출범시킨 통합진보당에 대한 민주노총의 비판적 입장 표명, 진보좌파 통합을 위한 연석회의와 관련된 민주노총과 토론회 개최 등을 요청했으나,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날 만남은 지난 28일 공식 취임한 진보신당 홍세화 대표와 심재옥 부대표, 김종철 부대표 등 4기 대표단이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을 예방하는 자리로 마련되었으며, 1시간 가까이 진행된 참석자들의 대화는 긴장감 속에 때로는 논쟁적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

       
      ▲왼쪽부터 김영훈 위원장, 홍세화 대표, 심재옥 부대표.(사진=고영철) 

    이날 양쪽의 대화는 △진보정당 통합 문제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 방침 재론 여부 △노동자 주체 진보정당 건설 등이 주요 주제가 되면서 진행됐다.

    홍 대표는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 정치방침에 대해 "진보정당이 분당과 통합 과정을 거쳐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으로 재편된 만큼 과거 민주노총의 구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하여 김영훈 위원장은 "진보신당이 당 대회에서 내린 결정은 충분히 존중"하지만 "파쇼정권하에서 조직률 5%에 불과한 민주노총이 특정 진보정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를 철회할 경우 한나라당과 민주당으로 대표되는 보수 여당과 야당의 좌클릭 정책에 일반 조합원들이 경도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말해 진보신당의 재고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주노총은 13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정치 방침에 대해 장시간 논의를 가진 바 있다.

    현장에서 보기에 민노-진보신당 차이 모른다

    이날 대화에서는 통합진보당에 대한 시각 차도 드러났다. 홍 대표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통합 과정에서 진보신당에 대한 책임론이 큰 것에 비하여 민주노동당이 자유주의 세력인 국민참여당과 통합한 것에 대해서는 민주노총이 문서를 통해 논평하지 않고 있다"고 말해 통합진보당의 ‘비진보적 성격’에 대한 민주노총의 비판적 언급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통합이 무산되는 과정에서 진보신당 당 대회가 먼저 치러져 책임론이 (진보신당 쪽으로) 제기되는 것 같다"며 "하지만 지금에 와서 누가 더 잘못했고를 따지는 것은 유익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민주노총은 진보신당은 물론 민주노동당이 당대회를 걸쳐 내린 결정사항에 대해서 옮고 그름을 따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 노동자들에게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간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며 "굳이 차이점이 있다면 ‘북한에 대한 입장 차이’ 정도인데 이는 큰 문제가 아니며, 결국 상층부끼리의 신뢰가 없다는 것이 통합 실패의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홍 대표가 민주노동당의 우경화에 비판적 입장을 강조했다면, 김 위원장은 진보정당 간의 통합에 실패한 민노-진보신당의 지도부에 대한 책임 문제를 더 중요한 문제로 지적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와 함께 진보좌파의 통합과 관련 이날 함께한 심재옥 부대표는 "진보신당이 사회당, 녹색당 창당준비위원회 등과 함께 좌파정당 연석회의를 준비하고 있다."며 "추후에 민주노총과 ‘노동자 정치의 구현’ 등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양측 입장 차이 확인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김 위원장은 "척박한 현실에서 진보정당 간에 차별성을 찾는 것은 도토리 키재기라고 생각한다"며 거듭 진보정당 통합을 강조하고 "우리가 총을 들고 변혁적 진보정당을 건설할 것이 아니라면 대중의 눈에 맞춘 진보정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진보신당은 진보신당의 방식으로 많은 지지를 받기 바란다"고 말해 진보신당이 추진하고 있는 연석회의에 함께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밝혔다. 

    이날 만남에서는 진보신당과 민주노총이 노동정치와 진보정치의 주요 현안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과 판단이 서로 다르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진보신당이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민주노총에 대해 비판적이며, 민주노총은 진보신당을 ‘현장의 요구’인 진보정당 통합에 함께 하지 않은 정파로 보고 정치적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입장이 강하게 존재한다. 진보신당과 민주노총의 이날 만남은 이를 확인시켜준 자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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