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백원 횡령으로 해고? 이유 알고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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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12월 15일 02:5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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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008년 회사 돈 693억 원을 횡령하고, 1034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기소된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 받고 풀려났다. 재판부는 "범행에 관여한 정도가 약하고 피해액을 대부분 회복한 점 등에 비춰 원심의 양형이 지나치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였다“고 선고이유를 밝혔다. 

    # 경남지방경찰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뇌물수수, 횡령배임, 직무유기 등으로 검거된 공무원 64명 가운데 1명만 구속되고 나머지 63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지난해에는 검거된 공무원 195명 가운데 5명만 구속되고 190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 지난 5월 법원은 국가에서 지원받은 연구보조금 844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인천 모 대학 교수와 대학원생에게 선고를 유예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관행적으로 이뤄진 일에 대해 피고인들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기 어렵고 명예를 중시하는 학자인 대학교수가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이미 가혹한 처벌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선고 유예의 배경을 설명했다. 

    # 지난 7일 운전기사 김학의 씨는 버스 요금 800원을 횡령했다는 혐의로 해고됐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실제 해고 사유는 전혀 다르다.

       
      

    누리꾼들 "유전무죄 무전유죄"

    지난 7일 행정법원(부장판사 오석준)은 자신이 운행하던 버스 승객에게 받은 요금 800원을 횡령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운전기사 김학의 씨에 대해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버스요금 횡령이 적발되면 금액이 많고 적음을 떠나서 해고 사유로 정해 놓은 점, 횡령 행위를 단순히 일회성으로 보기도 어려운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해고가 적법하다고 봤다.

    “분명 잘못한건 맞지만…재벌 정치인들의 처벌에 비하면 과한 처벌 아닌가? 한 가정의 생계가 걸린 문제인데… 그리고 과연 이 버스 회사 사장은 깨끗할까?“ – podolove
    “회사돈 500억원 유용한 SK최씨 형제들은? 이 나라 이 땅에 법이라는게 있긴 있냐?” – 의열단원 

    800원을 횡령한 버스기사의 해고가 정당하다는 사법부의 판결이 알려지자 관련 기사에는 하룻동안 순식간에 1177개의 댓글이 달렸다. 추천수 베스트에 오른 글은 대부분 ‘법 적용이 모든 시민에게 공평하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판결에 불만을 토로하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유전무죄 무전유죄인가보다(폭탄맞은공주님)’라는 댓글은 가장 많은 629건의 추천을 받았다.

    800원이라는 잔돈 몇 푼으로 인해 해고에까지 이르게 된 운전기사 김학의 씨.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서는 이를 부당해고로 판정했으며, 그는 이후 5개월 넘게 일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나 7일 법원이 노동위의 결정을 뒤집으면서 ‘횡령범’이라는 불명예와 더불어 또 다시 직장을 잃게 될 처지에 놓이게 됐다. 13일 김학의 씨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잔돈으로 커피 한잔씩 마시라더니…

    “그런 일이 관행처럼 숱하게 있었어요. 그런데 회사에서 한번도 문제 삼은 적은 없었어요.” 김학의 씨는 횡령 혐의로 해고되기 전까지 이 회사에서 7년6개월 동안 일을 했다. 그동안 간혹 승차권 외에 동전으로 들어오는 차비 중 일부를 가지고 커피를 뽑아 마셨다. 

    “처음 입사할 때 안전교육을 받는데 그러더라구요. 졸릴 때 잔돈으로 커피 한 잔씩 마시고 그러라구요.” 그래도 그러면 안될 것 같아서, 처음에 두세 달 정도는 들어오는 요금 중 잔돈도 모두 회사에 가져다 줬다. 그러다가 다른 기사들이 잔돈을 안 넣고 있다는 소리를 듣게 된 김씨도 그렇게 했다. 

    “뭐 매번 그런 건 아니구요. 한 달에 대여섯 차례 정도요. 돈으로는 이삼천 원 정도될 꺼예요.” 김 씨가 운행하는 구간의 버스를 이용하는 승객들은 주로 승차권을 끊어 버스를 이용하지만 터미널을 지나쳐서 타는 경우 차비를 받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이때 동전으로 몇천 원 정도가 푼돈으로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구간 별 버스요금에 보통 다 몇백원이 붙어요. 곡성-남원 간 요금이 2,100원이고 남원-전주 간 요금이 6,400원, 곡성-전주 간이 8,500원. 이런 식으로요.” 이 돈 가운데 잔돈 일부를 기사들이 주로 커피 값으로 쓰고 있다고 했다.

    “지폐와 승차권은 같이 보관하는데, 동전은 돈통이 따로 없어요. 그래서 저 같은 경우는 물병을 잘라서 돈통을 만들었는데, 여기에 손님에게 내줄 거스름돈도 함께 넣다보니 섞이기도 하고 그러죠.” 김씨는 “큰돈이 아니고 회사에서도 푼돈까지 맞추라고는 하지 않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쓰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혹시 좀 요금이 안 맞을 것 같으면 수납직원한테 말해두죠. 계산해서 모자라면 얘기해 달라구요.” 그렇지만 수납직원이 지금까지 현금이 안 맞는다고 얘기한 적은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회사는 왜 갑자기 몇 년 동안 문제 삼지 않던 일을 이유로 해고 한 것일까? 그는 “노조 활동 때문에 회사 눈 밖에 난 것 아닌가 싶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가 설명한 내용은 이렇다.

    회사가 김 씨의 800원 횡령을 문제 삼은 지난해 9월말 경으로 부터 한 달 전쯤 버스기사들이 분노한 사건이 발생했다. 

    대놓고 민주노총 가입원서 돌렸더니

    전주와 전북지역 19개 주요 버스 사업장 노사가 체결한 임금 및 단체협약 때문이었다. 노조 간부들이 전주지역 버스노동자들의 3년치 체불임금 1,000만원 대신 위로금 100만원만 받는 것으로 합의해 준 것이다. 게다가 이 임단협을 체결한 노조 간부들은 따로 임금 협상 벌여 한달 월급으로 70만원을 인상하기도 했다.

    한국노총 자동차연맹 소속 노조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자 버스 노동자들은 "이런 어용노조에서는 더 이상 못살겠다"며 탈퇴하고 민주노총에 대거 가입한다. 이때 회사와 어용노조의 행태에 분노한 김 씨가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섰다고 한다.

    김 씨의 동료이자 그를 위해 증언에 나섰던 공윤식씨가 당시 상황을 설명해줬다. “비밀리에 민주노총 가입원서 쓰고 그랬는데, 겁먹어서 대놓고 나서진 못했어요. 혹시 불이익을 받을수도 있으니까요. 근데 김학의 씨가 대놓고 가입원서를 받으러 다녔어요. 한국노총 탈퇴 투표할 때 투표함도 들고 다녔구요.” 공윤식 씨는 “민주노총 조끼를 입고 일했으니 회사가 좋게 봤을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부터 얼마 후 회사 관리자가 김 씨에게 CCTV 판독 결과를 가지고 김 씨를 불러 "요금 횡령한 거 다 찍혔다"고 하면서 자진 퇴사를 종용했다고 한다.

    “이때 민주노총 가입원서를 썼던 사람들이 탈퇴하고 다시 한국노총으로 많이 갔어요. 저한테처럼 CCTV화면 가지고 회사에서 뭐라고 한 모양이예요.” 김학의 씨의 말이다.

    이번 판결에 대해 공공운수노조 법률원의 권두섭 변호사는 “노동자의 해고는 한 개인과 가족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일인 만큼 신중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법원은 수천억을 횡령한 재벌총수들에게는 경제에 이바지했다면서 관대한 처벌을 내리고, 노동자에게는 가혹한 판결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 씨가 속해 있는 노조인 호남고속지회는 이번 판결에 불복해 항소에 나설 계획이다. 김진원 지회장은 “이번 판결을 어떻게 납득할 수 있겠는가”라며 “조합원들이 십시일반해서 재판 비용을 마련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씨가 일하는 호남고속의 운전기사들은 새벽 6시부터 밤 10시까지 16시간을 일한다. 이렇게 한달에 21일을 일해서 받는 임금이 18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이들은 지난해 민주노조에 가입하고 올해 140여일의 파업을 통해 회사로부터 노조인정을 받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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