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권력 맞선 새로운 정치와 운동미 보통사람 생각, 근본적 변화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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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12월 12일 11:4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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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12월 17일은 몇몇 무정부주의적 성향의 청년들이 맨하탄 남쪽의 주코티 공원(자유 공원)을 점거하면서 시작된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Occupy Wall Street)이 3개월째를 맞는 날이다.

    그동안 이 점거 운동은 보스턴, 워싱턴 D.C, 시카고, 로스앤젤스 등의 주요 대도시로 확산되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주요 대학 캠퍼스 점거 운동으로 확대되었다. 그리고 그동안 사회 정의와 소수자들의 정치적 사회경제적 권리를 확대하고 옹호하기 위해 노력해 왔던 노동 운동 및 사회 운동도 이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과 다양한 연계를 맺으면서 새로운 사회 운동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형태로 확산되고 있는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을 우리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이 그처럼 짧은 시간 안에 사회 전체의 주목을 받으며, 미국 연방 정치의 의제를 바꾸어 놓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이 운동은 기존의 학생, 노동 및 사회 운동을 한단계 끌어 올릴 수 있는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과연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은 거대 독점 금융 기업들이 지배하고 있는 미국식 금융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을까? 그리고 더 나아가 민주-공화 보수 양당이 지배하는, 그리고 거대 금융 및 비금융 독점 기업들이 각종 로비와 선거 운동 자금 공여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해온 미국의 낡은 보수주의적 정치 체제를 실질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까?

    이와 같은 의문에 대해 지난 11월 10일 뉴욕의 뉴스쿨 대학(The New School)과 자유주의적 성향의 잡지 <네이션>(Nation)이 공동으로 주관한 긴급 토론회, “모든 곳을 점거하라 – 기업 권력에 대항하는 새로운 정치와 운동의 가능성에 대하여”(Occupy Everywhere – On the New Politics and Possibilities of the Movement Against Corporate Power)는 흥미로운 시사점을 제공해 준다.

    이 토론회에 발표자로 나선 마이클 무어(Michael Moore)와 나오미 클라인(Naomi Klein) 등 미국의 자유주의 또는 급진 민주주의 성향의 주요 사회운동가와 저널리스트들은 지금까지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이 성공을 거둔 비결, 이 운동을 접하는 대다수 미국인들의 태도, 그리고 이 운동을 한 차원 더 발전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과제들이 무엇인가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이 글에서는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한국의 독자들을 위해 이 토론회에서 나온 중요한 발언들을 발췌해서 소개한다. 대략 2시간 동안 지속된 토론회 전 과정은 “모든 곳을 점거하라: 기업 권력에 대항하는 운동”(Occupy Everywhere: The Movement Against Corporate Power | The New School)에서 볼 수 있다.

    또 <데모크라시 나우>(Democracy Now)가 약 1시간 가량 분량으로 편집해서 녹취록과 함께 소개한 내용은 “모든 곳을 점거하라: 마이클 무어와 나오미 클라인이 말하는 기업 권력에 대항하는 운동의 전진”(Occupy Everywhere: Michael Moore, Naomi Klein on Next Steps for the Movement Against Corporate Power)에서 다시 볼 수 있다. – 역자 주

       
      ▲토론회 모습. 

    “들불처럼 번지는” 점거 운동과 사회적 의제의 변화

    마이클 무어(독립 다큐멘터리 감독) :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은 내가 살아오면서 지금까지 봤던 운동들 가운데 가장 괄목할 만한 운동입니다. 이 점거 운동은 전통적인 의미의 사회운동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지요. 나는 이 점거 운동이 ‘조직화’라는 측면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사회운동의 낡은 방식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동시에 이 점거 운동은 지난 수십 년 동안 – 특히 레이건이 집권한 이후 미국은 물론이려니와 전세계 경제가 파괴되고 쇠락하는 현대판 재앙이 시작된 30년 동안 – 많은 사람들이 도모한 모든 훌륭한 운동들에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내가 직접 경험하고 지켜본 바로는,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으로, 마치 들불처럼 각지로 번져나간 운동입니다. 각계 각층의 수많은 미국인들이 점거 운동에 참여하려는 건, 보기에도 대단히 고무적이고 감동적인 일이었어요.

    게다가 그 사람들은 점거 운동에 참가하기 위해서, 가령 최고 책임자(central command)에게 허락을 구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점거 운동을 하기 위해 돈을 낼 필요도 없구요. 허락을 받기 위해 만나야 하는 지도자도 없고, 무슨무슨 실행위원회나 모임 같은 것도 없습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이 모든 것들을 사람들이 스스로 해나갑니다. 아칸소 주의 파예트빌(Fayetteville)에서처럼 문자 그대로 간단합니다. 그냥 몇몇 사람들이 ‘파야트빌 점거’ 운동을 하자고 결정하고 이 소식을 전하면, 조만간 400여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점거 장소에 나타나는 겁니다.

    이 점거 운동의 깊이와 범위를 한두 마디 말로 설명하는 게 거의 불가능합니다. 이 점거 운동은 가장 광범위한 대중 운동입니다. 매주마다 점거 운동의 거점이 만들어지고 있고, 모든 이들이 그 운동의 지도자가 되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의 조직 형태

    이 점거 운동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합니다. ‘운동이 제대로 되려면 좀 더 조직되어야 한다’는 둥, ‘운동의 의제와 요구 사항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둥,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지 전망을 가져야 한다’는 둥의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그러나 내 생각에는 지금 현재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이 점거 운동은 이미 중요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이 나라에 퍼져 있는 절망감과 냉소를 없애고, 우리도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운동은 우리들의 일상의 대화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불과 3개월 전만 해도 우리는 매스 미디어를 통해 연방 정부 부채 한도(debt ceiling) 조정과 재정 적자 위기 등에 관해서만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누구도 이와 같은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이제 다수의 미국인들이 직면하고 있는 아주 실제적인 문제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합니다.

    예를 들어, 일자리가 사라지는 문제,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이 모기지와 주택 담보 대출금을 갚지 못하고 있는 문제, 5백만 명 이상의 미국인들이 의료보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4천9백만 명의 미국인들이 빈곤선 아래에서 허덕이며, 4백만 명의 성인 미국인들이 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문제 등이 바로 그것이지요. 바로 대기업과 월스트리트가 만들어 놓은 미국식 시스템의 결과입니다.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의 배후는 골드만 삭스”

    “도대체 누가 이 점거 운동을 조직했냐?”고 누군가 나에게 묻는다면, 나는 “골드만 삭스가 그랬다”고 대답합니다. “골드만 삭스가 이 점거 운동의 배후이며, 시티뱅크가 배후이고 정유회사들(British Petroleum; BP)이 이 운동을 조직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들이야말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의 배후 조종자이자 조직자입니다.

    그리고 리버티 공원에 노숙 투쟁 캠프가 설치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처음에 조롱을 했고, 나중에는 공격을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다시 점거 운동가들을 꾀어내려고 했습니다. 우리의 점거 운동가들은 그 꼬임에 넘어가지 않고 든든히 버텨주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이 운동을 지탱해 준 건 리버티 공원에서 캠핑을 하고 있었던 몇몇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매겨야 한다고 말했던 72%의 미국인들이었습니다.

    미국인들의 이와 같은 태도 변화는 전례가 없는 겁니다. 또한 이 운동을 지탱해준 사람들은 체이스은행(JPMorgan Chase), 시티뱅크(Citibank) 그리고 웰스 파고(Wells Fargo)에서 돈을 빼내 신용조합에 계좌를 연 사람들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점거 운동은 매우 다양한 형태로 전개되었고, 그 누구도 이것을 막을 수 없을 겁니다.

    나는 단일한 지도자가 없는 현재와 같은 무정형의 운동을 지지합니다. 어떤 단일한 대오를 갖추게 되면 그 운동은 더이상 자유롭고 열린 상태를 유지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젊은이들이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며 지금까지 매우 잘 해왔습니다. 나도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영감을 받았구요. 내가 지금까지 살아남아 이 운동이 전개되는 것을 보게 된 점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WS 점거 운동, 중동 민주화, 남유럽 반신자유주의 투쟁서 영감"

    패트릭 브루너 (Patrick Bruner: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 조직가 및 실행위원) : 이 점거 운동이 지금처럼 성공적이었던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점거 운동 이면에는 위대한 사회운동의 역사가 있었습니다.

    이집트의 타히르 광장(Tahrir Square), 스페인의 ‘분노한 사람들’(Los Indignados : 지난 5월 15일부터 스페인 마드리드의 태양의 광장에서 스페인 정부의 긴축정책과 신자유주의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인 풀뿌리 운동조직으로, 유럽 각국으로 번져 나감-역주) 등은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과 매우 유사합니다.

    이 운동들은 직접 민주주의를 추구하고 상호간의 의견과 가치를 평등하게 존중한다는 점에서 같은 조직 방식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점이 이 모든 운동의 중심적인 요소이며, 우리의 운동을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만든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그 점이 우리의 전술이고 가치이며 목표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것은 우리가 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대한 어떤 근본적인 변화가 있었다는 사실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2011년에 졸업한 대학생들 가운데 85% 정도가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부모가 살고 있는 집으로 되돌아 갔습니다. 전에는 이런 일이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젊은이들의 다수가 자신들의 미래를 도둑맞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 사실에 동의합니다. 우리 젊은이들의 삶은 도둑 맞았습니다. 우리 젊은 세대는 엄청난 빚더미에 있습니다. 그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서 뭔가를 하지 않으면, 어쩌면 우리는 평생 동안 그 빚을 갚으며 살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WS 점거 운동은 “새로운 논의 공간” 만드는 운동

    (앞으로 각 지역에서 점거 운동을 펼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전하고 싶은 충고는, 이 점거 운동이 무언가 새로운 것, 그렇지만 이와 동시에 이 낡고 부패한 시스템에 저항해 왔던, 그리고 온갖 형태의 억압에 저항해 왔던 아주 오래된 사회운동 전통의 일부라는 점을 깨달으란 겁니다.

    이 점거 운동은 다른 운동들처럼 관성화된 운동이 아닙니다. 이 점거 운동은 단순히 저항하자는 게 아니지요. 이것은 새로운 공간(space)을 만드는 한 방식입니다. 우리는 리버티 공원을 점거하고 그 공원의 이름을 바꿨습니다. 그리고 그 공원에서 우리가 더 좋은 모델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새롭게 구축했습니다.

    어쩌면 완벽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완벽한 그 어떤 것을 추구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최소한 그 공간에서 무언가 실제로 중요한 토론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일상 생활을 고통스럽게 하고 그 이전에는 단 한 번도 논의되지 않았던 무언가에 관해서 말이지요.

    마이클 무어 씨가 지적했던 것처럼, 우리 사회를 지배했던 토론은 103번째로 부채 한도를 높일 건가 말건가에 관한 것이었습니다(현재 103번째를 맞고 있는 미국 의회 회기를 빚대어 조롱한 말. 미국에서는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의회 회기마다 연방 정부 부채 한도를 상향 조정해왔다-역주).

    우리는 이와 같은 토론을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는 부의 불평등 문제에 관해서 토론을 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월스트리트 금융 기업들의 탐욕(greed)에 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구글 검색 트렌드에서 ‘소득 불평등’과 ‘기업가들의 탐욕’과 관련된 용어가 빈번하게 검색되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용어들을 사용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들을 보면서 우리는 소소한 즐거움을 찾습니다.

    바로 이런 것들이 보통 사람들의 멘탈리티에 어떤 근본적인 변화가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들이기 때문이지요. 월스트리트 기업들이 우리에게 했던 것들 때문에 대중들의 머리 속에서는 심리적 단절(psychic break)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요.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과 다른 사회 운동의 관계

    린쿠 센(Rinku Sen: 응용연구센터 소장, 인종주의 문제 전문 온라인 저널 ColorLines 설립자 발행인) : 여러분들은 한 가족 안에서 얼만큼 서로 사랑하냐고 말하면서 취하는 포즈가 어떤 건지 잘 알지요? "난 당신을 이만큼 사랑해"라고 말하면서 대체로 두 팔을 최대한 넓게 벌리지요?

    내 친구 가운데 한 사람은 조금 다르게 그 사랑의 크기를 표현합니다. 자기가 보호하고 있는 한 아이에게 "이만큼 사랑해"라고 말하면서, 그녀는 양 팔을 넓게 펼치는 대신에 두 손의 손가락을 갖다 붙입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하지요. "난 널 이만큼 사랑해, 왜냐하면 너와 나 사이에는 그 어떤 것도 들어올 수 없으니까."

    모순적이게도, 나는 이 두 가지 방식 모두가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과 이미 존재해 온 사회운동이 맺어야 할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과 기존의 사회운동은 지금 서로를 약간의 거리를 두고 사랑하고 있지만 조만간 이 두 운동 사이에 그 어떤 것도 들어올 수 없을 정도로 바짝 붙어서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가들이 처음부터 특정한 요구 조건을 내걸지 않았던 건 매우 현명한 처사였다고 생각합니다. 점거 운동은 캠페인이 아니었지요. 그래서 기존의 사회운동 조직이 캠페인을 조직할 수 있었고, 점거 운동은 무언가 다른 것을 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점거 운동가들은 대중의 의지(public will)를 변화시켰습니다. 점거 운동은 계속해서 대중의 의지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능력을 보유할 수 있었고, 대중들의 심리적 단절(psychic break)을 야기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이미 오랫동안 사회운동을 이끌어 왔던 사람들 – 노동자들, 노동조합, 홈리스들, 세입자들 그리고 이민자들 – 이 새롭게 부각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점거 운동가들이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자율성을 유지한 가운데 지금까지와 같은 방식으로 운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그 어떤 것도 점거 운동과 기존의 사회운동을 비집고 들어오지 못하도록 밀착해야 하구요.

    * 이 글을 우리말로 발췌 번역한 신희영은 신사회과학원 (The New School for Social Research) 경제학과를 졸업하고(경제학 박사), 뉴욕시 소재 재정정책연구소(Fiscal Policy Institute)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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