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후에서 외친다 "그들을 석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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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12월 07일 08:3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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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이 왔다. 바람이 차다. 추위에 옷깃을 여미다 걸음을 멈춘다. 문득 농성장에서 겨울을 보내는 사람들 생각이 나서다. 이 날씨에 길바닥 잠은 얼마나 추울까. 걱정이 든다. 재능교육, 금호고속, 경산 삼성병원, 대전 계룡대 등 수많은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집을 떠나 거리로 나왔다. 어떤 곳은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받았고, 어떤 곳은 회사가 위장폐업을 해 직장을 잃었다. 징계를 당하고, 해고가 되고, 그리고 거리에 나왔다.

    연대는 소풍처럼

    생활에 치여 살다가도 불현듯 그 사람들 생각이 난다. 고생하는 사람들이 걱정되고, 돈으로 굴러가는 세상에 화가 나고, 그들을 잊고 사는 내가 미안해진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일 뿐, 다시 걸음을 재촉한다. 그들을 잊고, 먹고 사는 일로 돌아간다.

    희망버스가 출발하기 전인 지난 6월도 그랬다. 사람이 몇십 미터 높이의 크레인에 올라 몇 개월을 보내고 있다는데, 대량 해고를 막기 위해서 혈혈단신으로 올라갔다는데, 주주들은 몇백 억의 이득을 챙겨가는 회사가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노동자들을 대량해고 했다는데, 나는 그저 이따금 소식을 듣고 이따금 그들을 떠올리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걱정되고 미안하고 화가 났다. 그러나 늘 그렇듯, 잊고 살았다

    그러던 한 날, 누군가 소풍을 가자고 했다. 나들이 장소는 한진중공업이었다. 해고된 노동자들과 85호 크레인에 오른 김진숙이 있는 곳이었다. 내게는 미안함이고 부담인 그 공간에 놀러가자고 했다. 우리가 가는 것만으로 희망이라고 했다. 우리가 85호 크레인을, 그 위의 사람을, 해고된 이들을 잊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희망이라고 했다. 버스를 타고, 아이나 친구 손을 잡고, 소풍처럼 가자고 했다.

    그렇게 버스를 탔다. 그날 나는 자신의 일터를 지키려는 노동자들을 만났고, 우리에게 손을 흔드는 김진숙을 보았다. 그리고 나처럼 김진숙을 떠올리면 미안하고 마음 아프고 화가 나던 사람들을 만났다. 나와 같은 사람들이 꽤 많다는 것을, 85호 크레인 앞에서 확인했다.

    희망버스는 그 후로도 계속됐다. 나도 그 버스에 계속 올랐다.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은 물론, 부당함에 맞서 자신의 삶터를 지키려는 사람들을 만났다. 돌아와서는 여전히 일상에 치여 살지만, 나는 예전보다 자주 그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부담보다는 공감을, 미안함보다는 추억을 떠올리는 일이 많아졌다. 희망버스 때문이었다.

    부담보다 공감, 미안함보다 추억

    그러나 희망버스가 즐겁지 않은 이들도 있었나 보다. 정부는 희망버스라면 치를 떨었다. 정부는 부당함에 맞서는 사람들이 싫고, 그들과 시민들이 친하게 지내는 것이 싫었나 보다. 먹고 사는 일에 묶인 개개인이 그저 그렇게 살기를 바랐나 보다. 그래서 경찰은 희망버스 앞에 차벽을 세우고, 사람들을 막고, 물대포를 뿌리고, 배후자를 잡아가두겠다고 했다. 배후세력이라며 몇몇 사람을 지명하고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그 결과 송경동 시인과 정진우 진보신당 비정규노동실장이 갇혔다.

    배후라니. 정부는 이해하지 못한다. 사람들은 부당함을 싫어한다는 것을. 돈을 앞세워 사람을 내쫓고, 건강을 잃게 하고, 가족을 무너뜨리는 일을 부당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이들이 모여 우리가 되고, 희망버스가 되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니 ‘희망’이라는 이름 앞에 ‘배후세력’이라는 말을 붙인 것이다. 배후세력(?)을 붙잡아 놓았으니 이제 사람들이 얌전하겠지, 집단행동 따윈 하지 않겠지 안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희망버스가 계속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스스로 희망버스를 탔다고 말한다. 당신이 있는 가장 가까운 투쟁 사업장, 그곳에 달려가는 일이 희망버스라고 말한다. 이 말들은 돌고 돈다. 많은 이들이 이 말을 전하고, 이 말에 동의한다. 그러니까 우리 모두가 희망버스의 배후였던 것이다. 희망버스의 배후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송경동, 정진우를 석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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