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몽구, 5천억 기부하며 비정규직 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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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12월 08일 04:2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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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5000억원을 저소득층 학생 8만4000명을 지원하겠다는 기사가 신문과 방송에 깔리던 12월 5일 울산에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비정규직 24명이 또 잘리게 생겼어요. 대법원에도 정규직이라고 했는데, 당장 쫓겨날 걱정을 해야 하니 정말 돌아버리겠어요.”

    이유는 현대차 신형 i30 때문이었다. 폴크스바겐 회장이 시승하고 난 후 “왜 우리는 이렇게 못 만드냐?”고 꾸중했다는 i30은 울산공장 3공장에서 만들고 있다. 유럽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신차가 생산되는데, 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쫓겨나야 할까?

    인기 신차 때문에 비정규직이 쫓겨난다?

    회사는 11월부터 신형 i30을 생산하면서 내년 4월 구형 i30이 단종되면 생산라인이 자동화되기 때문에 70명이 남는다고 주장했다. ‘여유 인원’을 다른 공장으로 보내겠다며 현대차노조 대의원과 협의를 시작했다. 회사는 지난 달 17일 교섭에서 ‘여유 인원’이 60명이라는 수정안을 제시하더니, 다음 날에는 40명, 21일에는 32명이 남는다고 했다. 나흘 만에 남는다는 인원이 30여명이나 줄어들었다.

    자동화가 되면 일손이 덜 들어가기도 하지만, 첨단사양이 부착되고 새로운 작업을 하게 돼 일이 힘들어진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노동강도를 높이는 것에 반대한다. 설령 일손이 남는다고 해도 수십 년 동안 뼈빠지게 일해 온 노동자들이 덜 힘들게 일하면 좋은 일이고, 품질도 나아진다.

    노조 대의원들은 11월 24일 자동화로 인해 16명 정도의 여유 인원이 발생하는 것을 인정하고, 이들에 대해 고용보장을 요구했으나, 회사가 끝내 거부해 교섭이 결렬됐다. 회사는 언론에 “수출 물량 생산을 유럽 체코 공장으로 돌리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흘려 조합원들을 협박했고, 보수언론들은 “신차 출시 효과 전무”, “예약 주문한 고객만 골탕” 등 제목을 단 기사를 쏟아냈다.

    그렇게 회사로부터 협박을 당한 노조 담당 대의원과 3공장 노조 사업부대표는 12월 1~2일 다른 대의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회사와 24명 여유인력 합의에 도장을 찍었다. 남는다고 합의한 24명은 누구일까? 물론 비정규직이 아니라 정규직이다. 반별로 인원을 추려 24명을 선정한다. 그리고 24명은 비정규직이 일하던 자리로 옮긴다. 그 자리에 있던 비정규직은 집으로 간다.

    어떤 정규직의 반성

    남는 사람은 정규직인데 ‘짤리는’ 사람은 비정규직이다. 쫓겨나는 사람은 비정규직인데, 당사자는 교섭은커녕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살처분’만을 기다린다. 그래서 일부 정규직 대의원들이 ‘여유 인원’에 대한 고용보장을 요구했던 것이다.

    3공장 정규직인 김형진, 허성관 대의원은 12월 5일 “참담한 심정으로 조합원들께 진실을 알립니다”는 제목의 대자보를 내 “직권조인을 한 만행을 막지 못해 대의원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대의원 임기가 끝나도 지속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2009년 경제위기로 인해 자동차 판매가 급감했을 때 현대차 2공장에서 정규직 전환배치로 비정규직 노동자 68명이 공장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정규직노조 대의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비정규직 68명의 임금과 고용보장에 합의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회사는 당시 합의했던 2공장장을 날렸고, 이후 회사는 신차가 만들어질 때마다 정규직 전환배치로 비정규직을 공장 밖으로 쫓아냈다.

    3공장에서 쫓겨날 비정규직 노동자 24명의 명단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하청업체 ‘바지’ 사장들에게 잘 보인 비조합원들은 살아남을 것이다. 노조 조합원만 쫓아냈다는 비난을 받지 않기 위해 조합원과 비조합원을 12명씩 ‘공평’하게 자를 가능성이 높다.

    아직 시간은 있다

    현대자동차를 위해, 정몽구 회장의 재산을 늘려주기 위해, 명품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10년 넘게 밤낮으로 일해 왔던 현대차 3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금 침울한 송년을 보내고 있다. 호출을 기다리는 사형수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내년 4월까지 시간이 남아 있다. 금속노조는 12월 5일 대의원대회에서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핵심 과제로 결정했고, 현대차지부 문용문 지부장은 “파견문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설 것”이라고 약속했다.

    지난 해 11월 15일부터 25일 동안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파업을 했던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배신감을 안겨줬던 금속노조와 현대차지부가 벼랑 끝에 서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손을 잡아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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