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라TV가 음악 방송을 한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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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12월 06일 05:5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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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라TV가 무슨 일을 질렀단다. 그것도 음악이란 걸 갖고. 안 그래도 하는 일 많아서 가끔 보면 안쓰러울 때가 많은 칼라TV인데, 무슨 힘이 남아서 또 일을 벌였을까 궁금했다. 제목은 이렇다. ‘나도원의 빨간 우체통.’ 제목만 보고는 뭔지 잘 모르겠더라. 토크쇼인지, 콘서트인지, 방송인지.

   
  ▲왼쪽부터 나도원, 지민주, 연영석(사진=칼라TV)

첫 출연자가 지민주, 연영석 부부란다. 누구 말처럼 장동건, 고소영 커플을 뛰어넘는 세기의 커플이라서가 아니라, 내가 무척 좋아하고 아끼는 민중가수이자 문화노동자인 두 사람이 나온다고 하니, 뭔지는 몰라도 꼭 가 봐야 할 것만 같다. 게다가 ‘살롱 바다비’에서 열리는 그 무엇이란다. 전에도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곳. 이래저래 뭔지 잘 모르겠는 행사가 내 스케줄에 들어와 버렸다.

지민주, 연영석 부부

그런데 하마터면 못 갈 뻔도 했다. 왜냐고? 전날 새벽 세 시까지 술을 아주 잔뜩 먹었거든. 그것도 막걸리로만 죽! 당일인 11월 15일, 아침부터 속이 부글부글 난리가 났다. 출근은 간신히 했으나 속을 부여잡고 꾸역꾸역 일을 하다 보니 내심 결정을 해 버릴 수밖에 없었다. 이 몸으론 안 되겠다, 바다비 가는 일정 접자.

그런데 오후에 띠리릭 문자가 왔다. 칼라TV 스탭 가운데 한 분이 ‘오늘 꼭 오실 거죠. 사람이 너무 적을 거 같고 어쩌고…….’ 진보신당 당원으로 살면서, 온갖 궂은 일(하지만 너무너무 중요한 일)을 도맡아 하는 칼라TV에 늘 고마운 마음, 미안한 마음 가득 안고 사는 나로선 저 문자를 도저히 외면할 수가 없었다. 안 가야지 했던 마음을 다시 접었다. 혼자 가긴 뭐해서 때마침 집에 와 있는 여동생을 가까스로 포섭(?)하고는 칼 퇴근해서 바다비로 갔다.

이래저래 많이 알려진 곳 살롱 바다비. 난 당연히 술도 파는 클럽인 줄로만 알았는데 술은 없고 정말로 ‘공연’만 하는 소박하고 예쁜 공연장이었다. 우와 이런 데가 다 있다니, 하고 놀라기도 잠깐. 세상에나 공연장에 관객들이 없어서 더 놀랐다. 나랑 여동생 말고는, 출연진과 스텝 말고는 정말 아. 무. 도. 없었다.

내 공연은 아니어도 공연장에 사람이 없으면 꼭 내 일처럼 속이 상하는지라 걱정이 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프로그램이 녹화방송 성격이라는 걸 몰랐음) 걱정은 걱정이고, 먼저 쓰린 속을 조금이라도 달래야겠기에 가방 속에 싸들고 온 컵라면부터 후루룩 먹었다. 대기실 비슷한 데서 컵라면을 먹고 있는데 그 사이에 공연은 시작해 버렸다.

국물까지 싹 비우고 나서(그제야 속이 좀 풀린다) 얼른 내 자리로 돌아갔는데, 관객 자리는 달라진 게 없다. 에라 모르겠다, 나만 즐기면 되지 뭐. 이제부터 자리 걱정은 스탭들 몫으로!

   
  ▲조촐한 관객.(사진=칼라TV) 

집회 현장과 조그만 공연장의 노래

진보신당 게시판에서 또는 이런저런 음악 관련 글에서만 봐왔던 음악 평론가 나도원 씨가 무대 위에 앉아 있다. 이날 얼굴을 처음 봤는데, 젊어서 좀 놀랐다. 그동안 글로만 봤을 땐 나이가 좀 있을 거라고 혼자 생각했음. 게다가 본인 말마따나 잘생기기도 했다. 이래저래 좋지 뭐. 젊고, 잘생기고, 말도 잘하고, 게다가 진보신당 당원이기까지 한 음악평론가. 물론 맨 뒤에 게 나한텐 가장 중요하긴 했다. 그동안 나도원 씨가 어떤 분인지 참 궁금했던 건, ‘진보신당’ 당원인 음악평론가였기 때문이니까.

나도원 씨가 이런저런 말하는 걸 들으면서 알았다. 이날 자리는 칼라TV에서 기획, 제작하는 ‘방송용’으로 준비된 거라는 사실. 그러니까 내 몫은 관객이 아니라 ‘방청객’이었던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나니 빈자리 가득한 공간이 그제야 좀 안심이 된다. 물론 방청객도 많아야 좋은 거지만, 이 자리는 ‘녹화’가 되어서 인터넷 방송으로 여기저기 뿌려질 터이니, 오늘 이 시간은 사라지는 게 아니지 않는가. 그제야 제대로 방송을 즐길 마음이 생긴다.

첫 출연자는 연영석 씨. 나도원 씨랑은 잘 아는 사이인 듯, 이야기가 꼭 술자리 토크마냥 술술 이어진다. 연영석 씨는 전부터 관심이 많은 가수인지라, 그이가 나온 기사든 글이든 대체로 봐온지라, 이날 자리에서 주고받는 이야기가 낯설지는 않다.

하지만 ‘글’로 만났던 내용을 생생한 목소리로 듣는 건 분명 달랐다. 노래도 그렇다. 내가 연영석 씨 노래를 들었던 건 앨범 말고는 거의가 집회 현장 같은 곳이었다. 그런데 조그만 공연장에서 들으니 느낌이 남다르다. 노래도 바깥에서 들을 때보다 훨씬 잘하는 것 같고. 몇 년 전 갑자기 다 싫어져서 시골로 내려가서 지낼 때 만들었다는 노래도 들었다. 아마도 신곡일 텐데, 그동안 연영석 씨 앨범에서 들었던 노래랑 조금 다른 듯하다.

연영석 씨가 말하기를 시골에 내려가 지내던 어느 날, 마루에 앉아서 하루 종일 햇볕을 쬐고 있는데 그게 그렇게 좋았단다. 행복이 이런 건가 싶었다나. 그때 만든 노래라는데 제목은 아직 못 정했다고. 내가 하나 추천해 주고 싶은데, 바로 ‘왕왕왕.’ 노래에서 ‘우왕~우왕~우왕’ 하는 비슷한 후렴구가 계속 나오기에 혼자 생각해 봤음.

연영석 씨 다음으로는 연영석 씨 부인이자, 노동자가 사랑하고 또 내가 사랑하는 노동가수 지민주 씨 차례다. 사실 미리부터 가장 기대했던 건, 지민주 씨 노래를 많이 들어 볼 수 있을까 하는 거였다. 지민주 씨는 개인 콘서트를 한 번 치르기는 했지만, 클럽 같은 곳에서 공연해 본 적 아마 없을 거라서, 요렇게 아기자기하고 예쁜 무대에서 부르는 노래는 또 어떤 맛일지 참으로 궁금했거든. 한데 아쉽게도 노래는 달랑 두 곡 들었다. ‘파업전야’랑 ‘눈물.’ 목소리가 워낙 커서 그나마 조용한 노래로 고른 거라나.

   
  ▲사진=칼라TV

빨간 우체통의 용도

관객도 몇 명 없고(시간이 지나니까 몇 분이 들어오기는 했다) 참 작은 공간인데 지민주 씨는 많이 떨린단다. 늘 엄청 많은 사람들 앞에서만 노래하다가 몇 명 눈을 마주하고 노래하자니 그게 더 떨린다나. 그이 노래도 집회 현장에서 들을 때랑 남달랐다. 노래 부르는 마음만큼 노래 부르는 소리도 아름답다고 내가 자부하는 지민주 씨인지라, 작은 공간에서 울려 퍼지는 노래 소리가 어느 때보다 마음에 들었다. 그러니까 더 아쉬웠지. 시스템 좀 괜찮은 데서 몇 곡 더 들었음 얼마나 좋았겠나 말이다.

이렇게 노래는 연영석 씨도 지민주 씨도 짧게 불렀고, 이 방송 제목처럼 ‘말도 많은’ 이야기들이 이어졌다. 아무래도 두 사람이 부부인지라 부부 생활 이야기가 많았다. 때론 짓궂게 때론 깔깔 재미나게. 두 사람이 결혼한 걸 아직도 신기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던데(이유는 가지각색인 것으로 알고 있음), 이렇게 두 사람 결혼 생활 이야기를 생생하고 신랄하게 들을 수 있는 기회는 이 방송 말고는 더 없지 않을까. 결혼하자마자 후다닥 아이까지 낳은 두 사람이어서 아이 키우는 이야기까지 더해진 사는 이야기가 아주 쏠쏠했다.

문화노동자 쪽에서도 사귀는 걸 잘 몰랐다고 할 만큼 나름 ‘깜짝 결혼’을 한 두 사람이 어찌 사는지, 육아는 어찌 하는지, 돈은 누가 벌어먹고 사는지 궁금한 사람은 이 방송을 꼭 보기 바람. 특히, 두 사람이 정말로 사랑해서 결혼한 게 맞는지 궁금한 사람은 꼭 보면 좋겠다. 사실 나도 그게 좀 궁금했는데, 방청객으로서 생생하게 두 사람이 주고받는 이야기를 보면서, 들으면서 그 궁금증을 풀었으니까.^^

이렇게 말하니까, 가수 불러다 놓고 노래 이야기는 안 했나 누가 물을까 봐서 하는 말인데, 두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노래하고 있고, 또 어떤 때 노래하기가 힘들었고, 앞으로는 어떻게 노래하면서 살고 싶은지, 같은 당연히 나와야 할 것 같은 이야기들도 당연히 나오니 걱정 마시길.

‘나도원의 빨간 우체통’이라는 방송에 걸맞게(?) 무대에는 빨간 우체통이 진짜 있었다. 방청객들이 그때그때 두 사람에 대해 궁금한 점을 그 우체통에 넣어 놓으면 방송 맨 끝에 나도원 씨가 그 가운데 몇 개 골라서 바로 묻는 식이다.

나쁜 음악방송

지민주 씨도, 연영석 씨도 처음 보는 내 동생, 방송 보면서 뭐가 그리 궁금한 게 많은지 열 개도 넘게 질문을 적어댄다. 언니따라 엉겁결에 이 자리에 함께한 동생도 방송 보면서 계속 웃고, 게다가 질문까지 마구 생산하는 걸 보니 이 방송, 그 정도면 첫 회 치고는 성공한 거 아닌가 싶더라.

하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무엇보다 방청객을 섭외해야 할 거 같은 이 상황을 어찌할 건가. 물론 첫 회만 보고 미리 걱정할 일은 아닐 수도 있다. 온갖 복잡한 당 내 상황들 다 기록하느라 바쁘고 또 바쁜 칼라TV에서 이번 방송은 ‘홍보’할 시간이 너무 없었다고 하니깐, 다음 회부턴 좀 믿어 보자. 칼라TV를, 그리고 칼라TV가 섭외할 만큼 괜찮은 가수분들 팬들도. 그리고 무엇보다 칼라TV한테 빚진 거 많은 진보신당 당원들까지도.

방송 맨 처음에 나도원 씨가 이런 말을 했다. “이 방송은 온갖 음악 방송들에서 볼 수 있는 가장 나쁜 점들만 모아서 만들 겁니다.” 이 말에 따르면 첫 회 방송은 무조건 그 취지에 합격했다고 봐도 좋겠다. 왜냐고? 음악 방송에서는 지민주, 연영석처럼 멋진 가수를 절대로 안 불러왔고 앞으로도 안 불러 줄 테니까. 그러니까, 지상 어느 음악 방송에서도 못 해낸 일을 칼라TV가 해낸 거지.

그런데, 한 가지는 좀 고민이 된다. 이야기가 노래보다 많은 거. 요건 다른 음악 방송에서 꼭 나쁜 점을 따 온 거 같진 않은데. ‘라디오스타’ 같은 데선 노래는 완전 뒷전이고 농담 따 먹기만 거의 하잖아. 더구나 나는 ‘음악’이 많은 음악 방송을 좋아하거든. 그래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텔레비전 음악 방송은 ‘7080콘서트’이고(아이돌 가수들이 판치는 음악 방송은 가끔 보긴 하지만 음악 방송이라고 하기가 좀 뭐함) 라디오 방송은 디제이 말은 거의 없이 음악 위주로 틀어 주는 CBS에서 나오는 거지.

뭐 그래도 참말로 말도 많았던 첫 회 방송, 많이 웃으면서 참말로 재밌게 봤으니까, 내 취향은 좀 접고 칼라TV가 하자는 대로 한번 따라가 볼 마음이다. 앞으로도 요런 재미와 깊이만 가져가 준다면 말이지. 그러고 보니 가수들만 불러서, 그 사람들하고 두 시간 넘게 노래와 이야기 나누는 거, 다른 음악 방송에서 볼 수 없는 거였네? 요거만으로도 다른 음악 방송에서 못하고 안 하는 ‘독창성’ 획득에 성공했다는 거 뒤늦게 인정!

‘아마도이자람밴드’ 어떻게 안될까요?

‘나도원의 빨간 우체통’은 한 달에 두 번이나 한단다. 두 번째는 홍대 쪽에서 아주 잘 알려진 팀이 온다고 하던데, 과연 내가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직장인한테 한 달에 두 번 고정 일정 잡는 건 무리임) 그래도 한 달에 한 번은 꼭 챙겨 보려고. 벌써부터 기대가 되니까. 내가 몰랐던 어떤 가수들을 만나게 될지. 칼라TV랑 나도원 씨가 함께 섭외한 사람이라면 일단 무조건 믿고 만나도 될 거 같기도 하고.

그나저나 전날 술로 망가진 내 속은 방송 마치고 어찌 됐을꼬? 방송 끝나고 기분이 헬렐레 좋아져서는 스탭들이랑 뒤풀이까지 가서 맥주를 또 마셨다는 말로 대신하련다. 음악과 이야기가 마구 뒤섞인 이 공연이 그렇게 내 안에 행복한 기운을 잔뜩 불어넣어 주었다는 말씀. 쓰린 속 싹 날려준, 음악이 있는 숙취 해소제 같은 방송이었다고나 할까.

칼라TV는 물론이고 자기가 하고 싶은 노래하면서(그러면서도 최대한 자본에 덜 휘둘리면서) 살고 있을 모든 가수들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나도원의 빨간 우체통’이 꼭 흥행에 성공하기를, 그래서 이 세상이 ‘음악’으로 조금 더 밝아지게 하는 데 밑거름이 될 수 있기를. 방청 끝나고 나서 혼자 해 본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첫 회 방청객으로서 혹시라도 이 방송에서 만나고 싶은 사람 추천권을 하나 주신다면 꼭 만나 보고 싶은 팀이 있다. 바로 ‘아마도이자람밴드.’ 요팀 출연을 성사시켜 주기만 하면 칼라TV에 거하게 한 턱 쏠 생각 아주 많이 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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