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새로운 정치방침 논의 돌입 진보 좌우파 고착, 노조 운동 소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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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12월 06일 11:4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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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세상을 꿈꾸는 자만이 새 세상의 주인이 된다
자유로운 민중의 나라 노동자 해방을 위해
오늘의 절망을 넘어 희망의 역사를 열어라
아 아 민주노동당이여 이제는 전진이다
인간이 인간답게 사회가 평등하게
노동이 아름답게 민중이 주인되게
평등과 통일의 길에 어떠한 고난도 마다않겠다
아 민주노동당이여 이제는 전진이다

민주노동당가 ‘평등, 통일의 새 세상을 향하여’의 노랫말이다. 한 구절 한 구절 부를 때마다 가슴 벅차올랐던 이 노래를 이제 그 누구와 함께 다시 부를 수 있을까? 이제 그 어떤 당과 더불어 노랫말 같은 드높은 이상을 향한 뜨거운 열망을 우리의 가슴 속에 품어볼 수 있을까?

                                                  * * *

들어가며

민주노총이 새로운 정치방침 수립을 위한 토론을 시작하였다. 민주노총이 2000년 대의원대회의 결의로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유일 거점 정당으로 건설한 민주노동당이 올해로 역사적 무대에서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 달 29일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이하 중집)는 새롭게 결정할 민주노총 정치방침 논의를 시작했다. 중집은 정치방침(배타적 지지)과 선거방침(4/11 총선)을 구분하여 정리하되 정치방침은 내년 1월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심의하여 의결하고 총선방침은 중집에서 논의하여 결정하기로 하였다.

중집은 정치방침 논의를 시작하면서 두 가지 대원칙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 ①정치방침으로 인해 조직이 분열되어서는 안 된다. ②진보정치통합과 노동자정치세력화는 중단 없이 추진되어야 한다.

아울러 중집은 정치사회적으로 큰 전환기에 접어든 정세의 중요성을 충분히 공유하면서 정치방침 때문에 대의원대회가 파행으로 흘러 2012년 사업을 책임 있게 논의하고 힘 있게 결의하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최선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데도 뜻을 함께 했다.

그 어느 때 보다 진보정치와 민주노조운동의 단결이 절실한 시기다. 하지만 민주노총이 지난 3년간 추진해온 진보정치대통합 사업이 실패로 끝난 가운데 진행되고 있는 진보정치 재편은 우리 민주노총에게 깊은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하지만 결코 주저앉을 수는 없지 않은가?

대의원은 물론 많은 현장의 활동가들과 일선 간부들의 진지하고 허심탄회한 토론이 활발하게 전개되어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올바른 길을 찾아나갈 수 있기를 희망하며 논의를 촉진하는 의미로 하나의 의견을 제출한다. 이 글은 민주노동당 평당원으로서 민주노조운동의 확대 발전과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전진을 간절히 염원해온 민주노총 간부의 한 사람으로서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임을 밝혀둔다.

1. 소위 ‘배타적지지’ 방침에 대하여

– 원래 ‘배타적 지지’라는 말은 없었다. 민주노동당을 통하여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추진한다는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이 언제부터인가 그렇게 불리기 시작했다. 조합원들을 정치적으로 결집시키는 결의 장치이기에 참 적절한 언명이다.

아울러 배타적 지지는 전태일 열사로부터 발원하여 87년 노동자대투쟁으로 역사의 무대에 전면적으로 등장한 민주노조운동을 토대로 하는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떠나서 성립할 수 없는 개념이다. 그런 점에서 배타적 지지는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의 가장 중요한 역사적 사회적 특성을 드러내고 동시에 민주노동당에 대한 민주노총의 관계가 다른 민중단체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름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실 배타적 지지는 민주노동당을 지켜왔던 절대적 힘이었다. 분열 이후 민주노총이 심혈을 기울여 진보정당 통합을 추진한 것도 바로 유명무실해진 배타적 지지 방침을 온전히 되살리고자 하는 노력이었다. 진보정치대통합과 되살아난 배타적 지지는 민주노동당이 노동자들이 중심이 되는 대중적 진보정당으로 발돋움할 있는 가장 강력한 방도이며 또 조합원들이 대대적으로 참여하는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한 대중적 출발점이 되었을 것이다.

– 하지만 2004년 총선을 통해 10석의 의석을 가진 대중적 진보정당으로 발돋움한 민주노동당은 제대로 된 노동자정치세력화를 도모해보지도 못한 채 정점에서 분열로 치닫고 말았다. ‘천하 3분지계’를 논하며 대중 지지 확장을 서두르는 가운데 권력투쟁이 격화되었다. 권력투쟁은 ‘진보의 재구성’과 ‘집권을 위한 연대’ 등 노선투쟁과 함께 진행되었다.

민주노총의 간부들도 갈라져 구원투수와 전위대를 자처하며 이에 적극적으로 함께 했다. 그 결과 평당원과 조합원들은 급격하게 동원부대로 전락했다.(관료화) 앞서거니 뒤서거니 탈노동계급 노선으로의 전환도 이루어졌다.(탈계급) 3자 통합당은 그 완성품이다.

그러면 노선투쟁과 세력경쟁을 벌여왔던 지도급 인사들이 하나로 모였다고 진보정치 진영의 노선투쟁과 세력경쟁은 끝났는가? 아니다. 최근 최장집 선생이 3자 통합당을 ‘진보정치 우파’로 호명하고 홍세화 진보신당 대표가 ‘진보좌파 정당’을 제안하고 있는데서 보듯 진보정치는 오히려 분열고착 구도로 다시 이어지고 있다. 분열구도가 고착될수록 노동자들이 대중적으로 조직적으로 함께 하기 어렵게 된다. 민주노총의 진보정치대통합 실패의 귀결이다.

2. ‘3자 통합당’ 지지와 ‘배타적 지지’ 정치방침은 별개의 문제가 되었다.

– 많은 사람들이 유시민과 국민참여당을 거론하며 우경화를 이야기한다. 사실 그가 신자유주의 노동탄압에 전념했던 정권의 핵심 인사임을 고려할 때 함께 하기 어려운 사람이다. 어떤 이들은 그의 변화를 말하지만 자신의 진보통합을 야권대통합으로 가는 단계라고 공공연히 말하곤 하는 그를 진심으로 믿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민주노총 중집위원들은 국민참여당을 진보정당이 아니라는 판단에 대해 모두가 동의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지지하고 따랐던 조합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준 통합연대 인사들의 충동적이고 즉자적인 방향 전환 행보에 대해서는 더 말할 것도 없지만, 민주노동당도 결과적으로 ‘사회주의적 이상’ 삭제 등 강령을 개정하고 5.31 합의문을 무력화한 것은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위한 노선전환의 수순이었다.

치밀하고 적극적인 계획으로 우경화 노선을 밀어붙인 것이다. 민주노총 입장에서 더 심각한 것은 이 모든 과정에서 민주노동당이 ‘배타적 지지’ 축을 중심으로 역사적으로 맺어온 조직적 관계와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대의를 스스로 부정했다는 사실이다. 

–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민주노동당과의 역사적 관계나 진보정치 현실을 근거로 적지 않은 사람들이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 방침을 3자 통합당이 승계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한다. 웃자고 하는 소리겠지만 이를 위해 통합당의 이름을 민주노동당으로 할 수 없냐며 살며시 사정도 해봤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하지만 통합당의 이름을 민주노동당으로 한다거나 이전의 관계를 내세워 배타적 지지를 계속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물론 민주노총은 대의원대회에서 총선 승리를 위해 3자 통합당에 대한 지지를 다시 결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결정은 ‘배타적 지지’의 정수인 노동자 정치세력화 노선을 폐기하고 아울러 당에 대한 민주노총의 조직적 관계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달라진 현실을 수용할 때 가능한 일이다.

그것은 진보정치통합을 통해서 우리가 온전히 되살리고자 했던 배타적 지지가 아니라 선거 정세에 따른 일회적인 지지정당 선택일 뿐이다. 설사 통합에 나섰던 사람들의 주장대로 국민참여당의 세가 통합당 안에서 별 힘을 못 쓰게 되더라도 마찬가지다.

3. 민주노동당을 통한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실패했다. 무엇이 문제였던가?

– 무엇보다 권력투쟁 과잉으로 인한 당의 조직적 분열이 직접적 원인이다. 분열은 그동안 어렵게 쌓아왔던 정치적 힘과 조직적 신뢰를 급격히 무너뜨렸다. 노동 중심의 대중적 진보정당으로 본격적으로 뿌리내리기도 전에 찾아온 분열은 결국 진보정치의 후퇴와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실종으로 귀결되었다.

이러한 실패는 당이 자본주의 극복이라는 이념적 지향과 계급적 주체형성이라는 운동정당으로서의 의지를 굳건히 견지하지 못한 가운데 특히 2004년 이후 의회주의로 빠르게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진보정치 역사가 말해주듯이 의회주의 경도는 필연적으로 과잉 권력투쟁과 국민주의 지향을 강화하게 되어 있다.

민주노동당의 분열과 진보정치의 우경화 책임을 오로지 당내 인사들에게만 돌리는 것은 3자 통합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승계 불가의 이유를 유시민과 그의 당에만 돌리는 것만큼이나 올바르지 못한 태도다. 사실 민주노동당의 분열과 우경화는 민주노총 운동과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간부와 활동가들이 정파적 세력 대결로 당의 분열에 앞장섰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의 최고 간부와 활동가들은 소모적이고 적대적인 대립으로 현장을 심각한 내홍으로 몰아넣었고 그 결과 당과 민주노총에 대한 조합원들의 신뢰는 크게 무너져 내렸다.

– 한편 노동자 당원이 가장 많았을 때조차 전체 민주노총 조합원 수의 5%에 머물렀고, 선거 때 돈대고 몸 대는 일만 했다는 비판적 성찰에서 알 수 있듯이 노동정치의 내용과 형식을 제대로 개척하고 강화하지 못함으로써 노동자들을 대중적 주체로 세워내지 못한 점이다.

의회 진출을 위한 후보전술과 투표전술 중심으로 실리주의적 당원 확대와 조합원 동원에 치중한 나머지 민주노조운동 확대 강화의 정치적 거점이자 당 안팎의 노동정치 활성화의 거점으로서 현장분회의 지속적 강화와 같은 전략적 노력은 포기하였다.

크게 볼 때 민주노동당의 우경화는 민주노조운동의 실리주의 전환과 함께 발전해왔다. 사실 자본과 정권의 탄압에 지속적으로 밀리는 가운데 민주노조운동이 전투성과 계급성을 상실하고 빠르게 실리주의에 물들어왔다. 계급적 연대투쟁은 갈수록 축소되었고 문제를 의원들의 역할에 기대어 해결하려는 경향이 급속하게 확대되었다. 진보정치운동의 의회주의와 노동조합운동의 실리주의는 동전의 양면이다.

결국 대의를 내세우며 권력 중심의 소모적 갈등과 적대적 대립에 몰입한 노동운동 분파들이 이끌었던 현장의 분열과 개량화(실리주의화)가 노동배제 진보정치의 토대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역사적 아이러니이다.

4. 다시 시작해야 할 노동자정치세력화, 미국식 양당제와 일본식 진보정치를 경계해야 한다.

– 우리는 미국식 양당제도가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비판해왔다. 이에 따라 우리는 민주노동당 정치로 보수양당제도를 넘어서는 민중진영의 독자정치세력화를 도모했다. 3자 통합당과 그들의 민주-진보 연합정권 전략은 보수 양당과 다른 민중의 독자정치 승리를 위한 전략이 될 것인가?

그렇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는 것은 무엇보다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강력한 뒷받침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 3자 통합당이 민주당과의 대통합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통합 실패로 현장으로부터 노동자 정치세력화 의지와 기운을 크게 소진한 데다 활동가와 간부들이 여전히 계급적 단결을 이루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합으로 가든 그렇지 않든 민주-진보 연합정권은 지역주의에 기초한 지금의 보수양당 제도를 혁신한다는 점에서 폄하할 수만 없는 역사적 진보이고 발전이다. 바로 미국식 양당제도이다. 비록 살아서 이루지는 못했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사실 그것을 위해서 정치를 했다. 지역주의 보수양당체제는 지배질서 유지에 더 이상 도움이 되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노무현 대통령은 죽어서 자신의 정치를 완성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열린우리당의 적자를 자임하는 세력이 노동자 민중이 일궈온 진보정치를 끌어들여 그 일을 완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미국식 양당제도는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봉쇄당한 정치다.

– 한편 우리는 조합원들에게 실패한 일본 노동운동의 전철을 밟지 말자고 이야기해왔다. 사회당과 공산당이 분리 정립한 가운데 사회당은 집권을 추구하며 우경화와 소멸의 길을, 공산당은 풀뿌리 사회운동을 주창하며 집권 의지가 영구적으로 상실되는 길을 걸었다.

그 바탕에 노동운동의 분열과 우경화,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좌절이 놓여있다. 서구에서와 같이 진보정치의 분화에 따른 노조운동의 분리 정립은 황민체제와 반공체제를 극복하지 못한 일본과 한국에서는 맞지 않는 길이다.

한국의 진보좌파, 진보우파 분열 고착은 일본노동운동 실패를 답습하기 쉽다. 일부 동지들의 진보정치 분리 정립 관점은 극복되어야 한다. 적어도 민주노총 입장에서 복수 진보정당 지지는 통합의 전망 속에서만 의미가 있다.

진보정치 분리 정립은 민주노총의 분열과 민주노조운동의 역사적 소멸로 귀결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진보정치 우파당-좌파당 프레임에 갇히는 순간 민주노조운동을 바탕으로 하는 대중적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불가능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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