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수 1233명 "대학시장화 반대, 이주호 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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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12월 05일 09:1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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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한국 대학은 위기에 처해 있다. 1233명이라는 많은 교수들이 대학의 시장화에 반대하고 그 책임을 물어 이주호 장관의 퇴진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에 동참한 것은 이 같은 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이들은 지난 2일 오후 1시 서울대 문화관 앞에서 “대학 시장화 반대 이주호 교과부 장관 퇴진 촉구 전국대학교수 1천인 선언문”을 발표했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한양대, 중앙대 등 수도권 대학은 물론, 충남대, 부산대, 목포대 등 전국의 대학이 총망라된 서명 참여 교수들은 지금 한국 대학이 상품화, 계량화, 경쟁화, 서열화, 종속화하는 교육 시장주의에 뼛속까지 물들어 ‘시장을 섬기는 신전’, ‘취업이 지상목표인 기업연수원’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이에 제동을 걸고 ‘진리 실천의 도량’,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이끄는 지식의 생산과 소통의 장’, ‘양심과 비판지성의 보루’로서 대학 본연의 이념과 목적에 부합하는 대학을 되찾을 것을 천명하였다.

       
      ▲지난 12월 2일 서울대 문화관 앞에서 있었던 전국대학교수 1천인 선언 장면.(사진=김보경)

    이미 교수4단체(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전국교수노조·학술단체협의회·한국비정규교수노조)는 ‘한국 대학의 위기와 대안’이라는 주제로 10월 30부터 11월 16일까지 11차례에서 걸쳐 <경향신문>에 릴레이기고를 한 바 있다.

    이들은 또한 대학의 시장화를 반대하는 농성을 지난 11월 7일부터 11일까지 교과부 앞에서 5일간 진행햇으며, 11일에는 ‘대학의 시장화를 반대하고 이주호 교과부 장관 퇴진을 촉구하는 전국 대학교수 시국선언 및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어 14일부터 민교협 주도로 대학의 시장화를 반대하는 교수 1천인 선언을 위한 서명 작업에 돌입하으며, 단 2주 만에 1233여명의 교수들이 이 운동에 참여했다. 

    소위 ‘철밥통’, 대학교수들이 1천인 이상이 나서서 민주화나 인권, 통일이 아니라 대학 자체의 문제를 거론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서명을 주도한 이들은 교수사회의 이같은 적극적 반응은 "그만큼 한국 대학이 위기에 있다는 예증"이라고 강조했다. 

    대학교육 농단하는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책임지고 사퇴해야

    십수 년간 누적된 대학 모순이 최근의 대학생 반값 등록금 문제나, 서울대 법인화 문제, 국공립대 선진화 문제, 사립대 사분위 문제, 시간강자 문제 등이 계기가 되어 총체적으로 폭발된 것이다.

    지난 11월 3일에 전국국공립대학 교수회연합회가 교육과학기술부가 작년부터 시작하고 있는 국공립대 법인화, 선진화 방안 등에 반대하여 ‘국립대학 죽이는 MB정부 교육정책 규탄 전국국공립대학 교수궐기대회’를 개최한 후 거리로 나왔다.

    지난 9월, 교과부는 학자금 대출제한(17개)과 재정지원 신청 제한(43개) 대학을 선정․발표했다. 11월 7일에는 명신대와 성화대에 대해 폐교조치를 내렸다. 국내 대학 퇴출은 2000년 광주예술대, 2008년 아시아대에 이어 3년만이다.

    1995년 김영삼 정부 하에서 시행된 대학정원 자율화와 설립 자유화 조치로 대학의 규모나 대학 수는 별다른 기준이 없이 비합리적으로 확장되었다. 그러나 1997년 이래로 신자유주의적 기업의 구조조정과 노동유연화 정책에 따라 정규직 신규 일자리는 급감했고 ‘20대80의 사회’는 대학생을 ‘스펙쌓기’로 내몰았다.

    등록금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대학당국의 재정정책과 인플레이션에 따라 대학등록금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그 결과 ‘88만원세대’, 꿈을 잃어버린 세대라는 불명예를 안은 대학생들은 등록금 압박에 아르바이트에 내몰리며 학업을 수행하는 데 많은 장애를 겪고 있다.

    국가는 이를 개선하기는커녕 대학을 기업연수원처럼 만들라고 구조조정을 강요하였다. 교수들은 연구나 교육 시간을 할애하여 대학생들의 구직을 위해 발 벗고 나서야 하고, 많은 대학 당국은 취직 부풀리기에 혈안이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이명박 정부 출범 이래로 ‘비리 제왕의 귀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른바 사학비리 문제로 축출된 대학재단 설립자들이 다시 설립자 자리로 승전군처럼 돌아왔다. 민주화과정에서 사학비리가 발생했던 대학이 60여개 되었다. 임시이사를 거쳤던 대학 37개교가 중 23개교가 2011년까지 정이사 체제로 전환했다.

    특히 2007년말에 출발한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사학비리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사학비리를 공공연히 옹호하고 사학비리집단에 면죄부를 발급해주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외려 사학비리 창궐을 부추기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상지대, 조선대 등과 같은 8개 대학의 악명을 떨친 재단설립자들의 귀환이 순조롭게 이뤄졌다.

    대학의 총체적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교수를 포함한 모든 대학 구성원이 고통을 겪고 있지만, 최대의 피해자는 대학생일 수밖에 없다. 또한 20년간 어렵게 이뤄낸 대학의 자치, 학문의 자유의 근간이 완전히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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