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보험 체계 이렇게 붕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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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12월 01일 12:3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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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FTA가 건강보험제도를 무너뜨리고 의료민영화를 촉발할 것이라는 주장을 괴담으로 취급하고픈 한나라당도 화들짝 놀랐나 보다. 한미 FTA가 영리병원과 의료수가와는 관련이 없음을 다시 확인하게 위해 한나라당 황우여 대표가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문제를 끄집어 냈다.

    황우여가 화들짝 놀란 사연

    하지만, 의사출신인 안홍준 정책위 부의장은 FTA가 건보체계와는 관계가 없다면서도 외국인 영리병원이 유치되면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의미로 발언을 하였다. 왜냐하면 외국인 영리병원은 현행 경제자유구역법상 건강보험의 당연지정제가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역차별 논란이 벌어질 것이고, 국내 병원들도 영리병원을 허용해달라고 요구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이런 논란이 불거지자 황우여 대표가 화들짝 놀라 논의를 정리했다고 한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 대표가 누구인가. 그는 현행 경제자유구역법상에서 외국인 영리병원이 허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영리병원이 도입되지 않자, 유치를 위해 더 많은 특혜를 주는 ‘경제자유구역의 외국의료기관 등 설립 운영에 관한 특별법’을 대표 발의한 사람이다. 그가 특별법을 청부입법하지 않고, 직접 준비하였다면 경제자유구역에서의 외국인 영리병원이 국내 의료체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충분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한나라당은 한미 FTA에서 건강보험의 경우, 적용이 배제되었기 때문에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FTA 협정문 속에는 의약품과 의료기기, 신금융서비스,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가 분명히 언급되어 있다. 이들은 서로 긴밀한 연관을 맺고 있다. 의약품의 경우, 건강보험 재정 지출의 30%에 해당한다. FTA로 인해 약값이 상승하리라는 것은 이미 충분히 논의되었으로, 여기서는 생략한다.

    나는 FTA가 우리의 공적 의료제도를 파열시키는 지점은 경제자유구역이라 본다. 경제자유구역 및 제주도 내 의료기관은 한국의 자유로운 규제를 시행할 수 있는 미래유보에서 제외되어 있다. 경제자유구역은 외국 투자자본이 국내자본과 합작하여 영리병원 설립이 허용되어 있다. 물론 아직 들어선 병원은 없다.

    제주도의 경우에는 한발 더 나아가 내국인도 영리병원 설립을 허용하려 하고 있다. 여기에 영리병원이 들어선 후에는 다시 정책적으로 되돌리기가 불가능해졌다. 이것은 FTA 때문에 그렇다. FTA는 족쇄와 같다. 여는 것은 되지만, 다시 닫는 것은 안되는.

    영리병원 허용의 파급 효과

    영리병원의 허용이 가지는 파급 효과는 의외로 커다란 결과를 가져온다. 경제자유구역의 외국인 영리병원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제주도는 내국인도 영리병원 설립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국민들의 반발을 우려하여 당연지정제를 시행할 것이라 한다.

    그런데 영리병원에 투자한 투자자 입장에서 이윤을 목적으로하는 기업에 당연지정제라하여 의료수가를 통제하는 것은 있을 수가 없다고 여길 것이다. 그럴 경우, 헌법소원이 들어간다. 이미 한차례 헌법소원에서 당연지정제가 합법적이라고 판단하였지만, 그것은 영리병원이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판결이다. 하지만 영리병원이 허용된 상태에서는 다른 판단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결국 영리병원은 우리의 공적 의료제도를 붕괴시키는 지렛대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영리병원이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에 제한적으로라도 영리병원이 들어서게 되면, 그와 함께 새로운 민간의료보험 상품이 출시될 수밖에 없다. 경제자유구역에 설립될 영리병원은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으므로 병원비가 비싸다.

    한때 인천 송도에 미국 NYP 병원이 MOU까지 체결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에 진료수가를 국내의 3~5배로 책정하고, 병상은 모두 1인실로 설립할 계획이었었다. 이렇게 비싸다보니 이 영리병원을 이용할 수요 창출이 쉽지는 않다. NYP 병원이 MOU까지 체결하였으나, 실제 투자로까지 이어지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 민간의료보험 상품을 결합되면 얘기는 달라진다. 외국 민영보험회사들은 내국인을 대상으로 값비싼 외국인 영리병원을 이용할 수 있는 전용 민간의료보험을 출시한다. 보험은 의료 이용 시 가격을 낮추어 수요를 창출하는 효과를 가진다.

    정권 바뀌어도 되돌리기 어려워

    외국 민영보험회사들이 영리병원 전용 상품을 출시하면 국내 민영보험회사들도 경쟁적으로 마케팅에 나설 것이다. 근데 영리병원을 이용할 수 있는 민간의료보험 상품은 현행법상 불법이다. 법적 근거가 없다. 하지만, FTA가 발효된 후에는 국내에 허용법안이 없더라도 가능하다.

    왜냐하면 이것은 기존의 민간의료보험과는 다른 신금융서비스에 해당되고, 법적 근거가 없더라도 허용하도록 되어있기 때문이다. 한미 FTA는 신금융서비스에 대해서는 국내법에 규정이 없더라도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상품(국내의 입장에서는 신금융서비스)이라고 하면 규제없이 허용해주도록 하고 있다.

    영리병원의 등장은 새로운 형태의 민간의료보험의 등장을 가져온다. 이 신형 민간의료보험은 다시 영리병원의 수요를 창출할 것이고, 더 많은 영리병원이 들어서게 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민간의료보험 회사가 가장 반기고 있는 지점이 바로 여기이다.

    영리병원을 이용할 수 있는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한 가입자는 당연히 건강보험료를 내는 것에 대해 반대할 것이고, 건강보험제도를 탈퇴하겠다는 요구가 이어질 것이며, 헌법소원들어 갈 것이다. 결국에 가서는 전국민건강보험제도가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자유구역내 영리병원 허용은 물론 미국의 요구가 아니라 국내 자본과 이명박 정부의 요구이다. 만일 정권이 바뀌어 현 정부의 정책이 틀렸다고 판단한다면 얼마든지 현재의 정책을 되돌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이 불가능해져 버렸다. 바로 한미 FTA 때문이다. 한미 FTA는 한국사회가 신자유주의라는 일방통행길만을 허용하는 편도티켓과 같다. 한미 FTA는 최대한 빨리 폐기시키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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