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동북아 분쟁 제물이 되다
By
    2011년 11월 28일 09:41 오전

Print Friendly

강정천 옆에 세워진 해군기지사업단 앞에는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조감도가 환하다. 전투함 20여척과 15만톤급 크루즈선 2척이 동시 정박할 수 있게 만드는 항만으로, 2014년 완공 예정이라는 내용이 전시되어있다. 알려진 대로 1조 300억원이 투입되는 이 공사를 수주 받은 회사는 삼성물산과 대림산업이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 관계가 있다. 알고 보니 이 기지는 ‘민군복합형 관광미항’도, 한국 해군만을 위한 기지도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증거는 다음과 같다.

① 2009년 국토해양부와 국방부, 제주도 간에 체결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협약서가 제주도지사 보관용은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으로 정부와 국방부 보관용은 ‘해군기지’로 쓰인 이중협약서임이 지난 9월 드러났다.

② 항만 설계도 분석 결과(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검증 TF팀) 선박 선회장 직경과 진입로 곡률 반경이 짧아 15만 톤급 크루즈선이 드나들 수 없게 되어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선회장 직경이 520m(690m 필요)에 불과하고, 항구로 진입할 때 필요한 곡률 반경이 340m(1350m 필요)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민군복합항이라는 이름은 눈가림이자 감언이설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③ 10만 톤급 미군 항공모함 2척 동시 접안 가능한 형태로 만들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그동안 공공연히 제기되어온 미 해군기지 활용이 예상된다. 상호방위조약과 주둔군지위협정(SOFA), 전략적 유연성 합의에 따라 미국은 제주해군기지를 사용할 수 있는 절대 권리를 갖고 있다. 한국은 미국의 요구를 상황에 따라, 우리 형편에 따라 거절할 수 없다.

   
  

위 결과들은 제주도가 구성한 해군기지 TF팀이나 국회 행정자치위에서도 동일하게 보고됐다. 최근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제주 해군기지는 군항 위주로 건설되며 동쪽으로 일본, 서쪽으로 중국, 동남아시아를 오가는 데 이상적인 위치”라고 쓰인 문건의 주체가 미국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제주해군기지는 대한민국 국방을 위한 시설이라기보다는 미국의 동북아 통제용이라는 주장이 보다 합리적이다.

제주해군기지가 건설되고 나면 우리는 미국에게 기지를 제공하지 않을 수 없고, 미국의 대중국 봉쇄 전략의 적극적 파트너 역할을 거부할 수 없게 된다. 이 경우 G2의 한 축으로 등극한 거대 중국과의 외교 정책을 어떻게 펼쳐나갈 수 있는지 그 전망은 불투명하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이구동성으로 거듭 강조한다.
“정치인들은 해군기지면 불가하고, 민군복합항이면 가하다는 주장을 내세우지만, 명백히 원점으로 돌아가 모든 계획을 백지화하는 것만이 주민들이 원하는 평화 생존권입니다.”

정부와 해군이 주장하는 해군기지 건설 이유를 아무리 분석해 보아도 설득력이 없다는 것 이 해군기지 백지화를 요구하는 이유 중 하나다. 다음 표가 그 내용이다. 반대 측 주장은 국내외 군사 전문가들이 언론에 발표한 내용에 근거한 것이다. 

 

 
제주해군기지 필요에 대한 해군 주장
반대 측 주장

1.국가안보 차원에서 북의 도발 억제

제주는 군사분계선과 가장 멀리 떨어져있다.
2.국가경제, 전략적 측면에서
남방 해역 해상 교통로 확보

* 남방해역 해상 교통로 확보 문제에 해군이 나서야 할 만한 위협을 찾기 어렵다.

(배타적경제수역에서 벌어지는 문제는 세계 어느 나라나 대부분 해경이 해결한다.)
* 해군이 가상하는 주변 강대국에 의한 해상봉쇄는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없다. 남방해역해상 교통로는 우리나라 외 수많은 교역 국가들의 이해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3.해적 소탕 시, 기존 기지들은 기동부대 전력 수용 부적합하여 추가 기지 불가피

해군이 주장하는,

해적으로부터 상선 보호 역시 말레이시아, 싱가폴 등 주변국이 안정됨으로써 아시아 지역 해적 발생 빈도가 현저히 감소했으며 해적이 발생한다 해도 일일이 해군력으로 제압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해군 출동으로 인한 심각한 외교적 문제만 야기할 뿐이다. 이는 해경 임무다.

4. 동, 서해 해역 함대 증강과 억제 전력 운용, 수출입 교통로 확보, 배타적 경제 수역 및 해저 자원 확보

 

해저 자원 확보 역시 국가 주권과 외교 역량이 좌우하는 문제이지 해군기지 존재 여부가 보장해주지 못한다. 안보 실현은커녕 오히려 군사적 긴장을 유발.

해경이 할 일을 왜 해군이?

강정 주민들은 화순항을 주목하라고 요청한다. 해군이 강력하게 주장하는 2, 3, 4번 문제 해결을 목표로 해경에서도 제주 화순항에 해경 전용부두를 건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2, 3번 사안은 지금까지 해경의 업무였고 앞으로도 변함이 없는 일이라면, 주민 피해와 환경 피해를 감수하면서 건설비 1조300억 원과 유지비 연200억 원을 과잉 중복 투자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더욱이나 해군이 주장하는 대로 4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지를 건설하는 것이라면 제주해군기지는 더욱이나 저지되어야 한다. 국가 주권이나 외교 역량으로 확보되지 못한 EEZ(배타적경제수역)이나 해저자원을 해군 군사력으로 확보하겠다는 말이 어불성설임은 상식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수긍한다.

   
  

해군이 가장 중요한 이슈로 들고 나와 국민 여론을 호도하는 ‘해군 기동 함대를 배치하여 이어도 초계활동을 강화’ 하는 문제 역시 여기에 해당하는데, 해군의 이어도 초계활동 주장은 불가능에 가까운 요망사항이라는 것에 대다수 군사전문가들은 동의한다. 한중간 합의되지 않은 수역에 한국 군함이 초계 활동을 한다는 것은 상대국에 대한 심각한 도발 행위이기 때문이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라. 한일 미합의 수역에 해경도 아닌 일본 해상자위대 군함이 출몰한다면 우리는 마땅히 외교적 항의나 군사적 맞대응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런 식으로 도발을 하는 국가는 드물겠지만 혹시 있다면 국제적인 위협 제공 국가로서 그 신임도가 저하될 뿐 아니라 배타적경제수역에 대한 협상력 역시 크게 저하된다.

우리에게 10만 톤급 항공모함 열 대가 더 생긴다 해도 우리 마음대로 태평양을 향해 진군하는 대양해군의 꿈은 이루기 어렵다는 말이다. 살펴본 바와 같이 대북 기지는 물론 아니고, 기타 용도로도 크게 유효하지 않은 해군기지를 현재 대양해군을 가진 나라는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4개국에 불과하다.

긁어 부스럼 해군기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해군기지가 무리하게 강행되고,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해군 전략에 우리가 말려들게 되면, 미국의 글로벌 해양파트너십 동맹국이자 대표적 MD(미사일방어체계) 협력국인 한국은 미중 갈등 시 중국에 대한 직접 위해국가로 분류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대중국 군사기지를 가진 제주도가 미중 패권 다툼의 제물로 던져질 것이라는 예상 또한 어렵지 않다.

한국이 거대 중국을 우호적 협력국으로 삼는 외교력을 갖추지 못한 채 미국의 대중국 전진기지 노릇에만 충실할 경우 가장 먼저 감수해야 할 불이익은 물론 경제적 손실이다. 중국의 경제 보복은 제주의 경우 가장 큰 소비자인 중국 관광객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제주해군기지 문제와 관련하여 중국은 민간언론사 칼럼에 이어 관영 언론 <환구시보>에서까지 한국에 대한 무역 축소와 제주도 관광 금지를 요구하는 기사를 게재한 바 있다.

제주해군기지 반대 측에 서있는 군축 전문가들을 중국 사대주의자라고 비판할 때가 아니라는 것은 중국해군 전력과 우리 전력을 비교하는 노력을 조금만 해보아도 알게 된다.

해군 측은 남방 해상교통로에서 우리 측 선박을 보호하고 적의 군함이나 선박에 먼저 타격을 가하기 위해 제해권을 장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런 일이 가능한 것인지 궁금하다. 가령, 우리 군함이 제해권 장악을 목적으로 2006년에 이미 외교적으로 영토 문제에 합의를 본 이어도 부근이나 EEZ에 출동하여 중국 선박들을 제압하고 여차저차 중국 군함과 군사적 충돌을 야기했다고 할 때 순전히 전투에서 우리가 중국을 이길 수 있는가하는 궁금증이다.

중국 3개 함대 중 1개 함대가 소유한 전력이 우리 해군 7기동전단의 3배라는 보고가 있다. 우리가 따라갈 수 없는 잠수함 전력을 소유했고 공격형 원자력핵잠수함까지 구비한 중국 해군을 상대로 도발을 해보겠다는 용기의 근거가 무엇인지 참으로 궁금하다.

미국을 등에 업고 중국과 맞붙어보겠다는 종미사대정신에 매몰되지 않고서는 가히 상상하기 어려운 ‘긁어 부스럼 해군기지’ 건설이 위태로울 뿐이다. 한국 해군의 국방 전략에 제주해군기지가 미칠 긍정적 요인을 찾아내기가 해군기지를 백지화하는 일보다 어렵게 보인다.

   
  

제주해군기지가 건설됨으로써 야기할 재앙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SNS를 통해 무작위로 질문해 보았다.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답을 들을 수 있었다. 평범한 발언 이면에 무서운 경고가  담겨있음을 정부와 해군은 통찰해야하지 않을까.

"한중일미 네 나라의 힘과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분쟁지역이 된다는 점이겠지요. 절세가인과 다름없는 아름다운 탐라는 더 이상 탐나지 않는 군사도시로 전락한다는 점도 아쉽습니다. 그리하여, 제주에 가서 살려했던 저의 노년 구상이 백지화된다는 점은 그 중 가장 작은 재앙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오*훈 / SH통신 대표>

“전 세계 군사기지 중 오염되지 않은 곳은 단 한군데도 없습니다. 일차적으로 생태계 파괴로 제주가 제주답지 않게 될 것입니다. 세계문화유산 등재와 전혀 어울리지 않게 됩니다. 또한 미국과 중국의 세력 각축이 벌어질 군사적 대결의 상징이 되어 평화의 섬이라는 이미지에 커다란 오점을 남기게 되겠지요.” <박평수 /경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군사적, 외교적 긴장 등 굵직한 문제들도 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제주의 타락이 걱정됩니다. 미군 기지나 다름없는 강정해군기지가 불러올 정신적, 물질적 타락은 불을 보듯 훤합니다.” <강도현/ 복음과상황 이사>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