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시아 민중 위해서도 폐기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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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11월 25일 08:4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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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FTA가 날치기 되고 국내 정치가 혼란하다. 지난주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태평양 지역을 돌며 동아시아 정치를 흔들어 놓았다. 환태평양 파트너십(TPP)이라는 태평양 국가들의 복수간 FTA 추진, 미 해병대의 호주 주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개입이라는 동아시아에서 가장 아픈 아킬레스건을 줄줄이 건들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그것도 아주 세게. 안팎으로 아수라장이다.

    오바마, 동아시아 정치 흔들다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미국의 ‘아시아 복귀’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경제전쟁, 신냉전, 패권전쟁이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대체로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외교는 미국에 의존하고,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는 한국이 어찌해야 할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오바마의 아시아 복귀 선언에는 힘과 자신감이 실려 있다. 쇠퇴하는 패권국가의 후기 증상인 것 같지만은 않다. 그 배경에는 한미FTA가 있다. 한미FTA로 동아시아를 포함한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식 정치경제체제 지도가 실체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오바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NAFTA의 태평양 버전인 환태평양 파드너십의 성공 가능성이 질적으로 전환되었고, 이에 따라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도 이제 논의의 차원을 넘어선 것 같다.

    그 흐름을 살펴보자. 미국 정부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를 성사시킨 뒤에 전미자유무역협정(FTAA) 추진하며 NAFTA 체제의 남진에 중점을 두었다. 그러나 남미 국가의 반발로 2000년대 초반에 협상이 중단되자, 중남미 개별국가와 FTA를 추진하는 각개 격파로 전략을 방향을 전환하였다.

    파나마와 콜럼비아와의 FTA가 올해 미 의회를 통과함으로써 NAFTA 체제는 이제 중남미를 지나 대륙의 남쪽 끝까지 뻗치기에 이르렀다. 비록 태평양 연안의 중남미 국가에 한정되기는 하더라도 모양은 완결되었다.

    이따라 미국의 관심은 환태평양 지역으로 돌아섰다. 호주, 싱가포르와 FTA를 체결하고 뒤이어 한국, 말레이시아, 태국과 FTA 협상을 시작한다. 이미 2005년 경 부터 APEC FTA가 APEC 회담에서 거론되기 시작했고, 비록 국가들마다 속내는 달랐지만 작년 APEC 정상회담에서는 환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를 실현하기로 하는 합의까지 다다랐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적 매개 중 하나가 환태평양 파트너십이다.

    한미FTA 비준이 만들어준 대세

    원래 싱가포르, 뉴질랜드, 칠레, 부르나이가 회원국인 TPP(2006년에 발효)는 당초 미국에게 정치경제적으로 의미 없는 FTA 협정이었다. 그런데 2009년 오바마 정부의 출범을 전후하여 미국은 TPP의 가능성에 눈을 돌린다.

    그리고 2009년에 호주, 페루, 베트남이 협상 참여를 결정하고 2010년에는 말레이시아가 참여를 결정함으로써 환태평양 FTA를 향한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한다. 오바마가 시작한 유일한 FTA 협상인 점에서도 태평양에서 국제정치적 의미뿐만 아니라 국내적으로도 중요성이 높아 졌다.

    그러나 TPP 참여국은 경제 규모가 작거나 미국과 FTA를 이미 체결한 국가들로 구성되어서 의미는 크지 않았다. 의미가 있다면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와 같은 아시아 국가의 참여 정도였다. 그래도 이것만으로는 ‘그림’이 되질 않았다.

    태평양을 넘나드는(trans-pacific) 협정이 되기 위해서는 태평양 동서 양측을 넘나드는 의미있고 균형잡힌 참여가 필요한데 이 두 국가의 참여만으로는 한참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그동안 TPP가 태평양 지역에서 ‘대세’가 되기에는 너무 부족했다.

    그런데 한미FTA 비준으로 NAFTA의 태평양 확산에 ‘대세’가 만들어졌다. 한미FTA가 미국이 태평양 서쪽에 있는 국가와 체결한 유일한(도시국가인 싱가포르를 제외하고) FTA일뿐만이 아니라, 한미FTA 비준이 조만간 한국의 TPP 협상 참여를 예고하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 TPP 참여 거부 쉽지 않아

    그간 우리 관료들이 미국의 환태평양 구상에 맞추어 FTA 협상의 상대국을 결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어서, 한국은 지금 TPP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국가 대부분의 국가와 FTA를 체결하였거나 협상 중에 있다. 또 현 정부가 TPP 협상 참여에 미국 정부와 수차례 논의를 진행한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내년에 만일 정권이 바뀌더라도 안보문제가 걸려 있는 한국 정부로서는 TPP 참여를 거부하기 쉽지도 않다.

               TPP 협상 참여국과 참여 가능 국가*

       
      ▲자료: CRS Report, “The Trans-Pacific Partnership Agreement”, January 10, 2011 – R40502. * 2011년 11월에 일본, 케나다, 멕시코가 협상참여를 선언했다. 

    한국이 TPP에 참여하면 TPP의 경제적 위상이 완결되고 NAFTA 지도가 북미를 출발해 남미와 남태평양을 돌아 동북아시아로 이어지는 그림이 완성된다. 그래서 한미FTA는 NAFTA 체제의 환태평양 확대에 있어 화룡점정이다.

    일본,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다른 아시아 국가와 TPP협상은 보증되지 않은 수표이나, 한미FTA 비준으로 중미-남미-호주-한국으로 이어지는 이미 완결된 FTA는 보증된 수표이기에 더욱 그렇다. 이제 눈이 그려졌으니 날개와 발톱을 달고 휘저으면 된다. 이것이 오바마 행정부의 자신감의 배경이다.

    혹자는 이에 관해 중국과 미국의 자유무역체제 주도권 경쟁(예를 들어 TPP 대 아세안+3 FTA), 중국을 배제한 자유무역체제 구축이라는 등 중국과 미국의 ‘경쟁’을 말한다. 그러나 지금 구도는 경쟁이기보다는, 칼 끝이 중국으로 향하고 있기는 하지만, 동아시아 국가와 국민에 대한 일방적인 공격이다.

    동아시아 국가, 국민에 대한 일방적 공격

    보다 쉬운 동아시아 소국에게 NAFTA 체제를 전파하고, 호주의 미해병대 주둔이나 남중국해 분쟁 개입과 같은 압박으로 중국에게도 이를 받아들이라고 협박할 것이다. 우리에게 그러하였듯이 금융과 산업에 넓게 자리잡고 있는 규제를 철패하고 미국식 사회경제 시스템을 수용하라고. 중국은 그럭저럭 대처할 수 있겠지만, 이제 아시아 민중들은 더욱 시달릴 것이다.

    또, 시장이 덜 ‘자유화’된 중국이 아세안+3 FTA라는 덜 ‘자유화’된 무기를 만들어 NAFTA+@ 버전인 TPP에 대항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아래로 향한 질주’라는 말이 있듯이 자유무역주의 체제에서 자유화 경쟁은 더 ‘자유화’된 체제로 수렴될 수밖에 없고, 한미FTA로 인해 NAFTA는 아시아 지역에 너무 깊게 파고 들어와 버렸다.

       
      ▲필자.

    동아시아 각국 자본은 상대적 불이익에 처하지 않으려고 더욱 준동할 것이다. 일본의 민주당 정부가 실익이 적고 도중에 협상에서 빠져나와야 할 가능성이 큰 TPP 협상에 떠밀리는 것도 이러한 흐름 속에 있기 때문이다.

    한미FTA로 환태평양 NAFTA의 서막이 열렸다.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지고 한국 정부가 중국과 FTA협상을 시작한다면 우리 관료들은 ISD를 그리고 NAFTA 협정문을 중국에게 들이밀며 동아시아에서 NAFTA 전파의 선봉장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할 것 같다.

    한미FTA의 폐기는 우리와 우리 후세대를 위한 것만이 아니다. 아시아 민중을 위한 과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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