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쇠고기 추가 개방 압력… FTA 시즌 2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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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11월 24일 09:3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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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5당, 시민단체, 시민 1만여 명(주최측 추산, 경찰추산 5000명)이 서울 시청 광장에서 ‘한미 FTA 비준 무효· 비준안 철폐·정권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 집회를 열었다. 이틀째 경찰은 이들 시민들에게 이틀째 물대포를 발사했다.

    야당과 시민사회 단체는 공동대응을 위한 연석회의를 꾸리기로 했고, 오는 26일 서울광장 등 전국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기로 했다. 각하헌정방송 <나는 꼼수다> 정봉주 전 의원은 "오는 30일 10만 명이 모일 수 있는 곳에서 FTA를 비판하는 ‘나꼼수 콘서트’를 열겠다"고 시청광장 집회에서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은 “(FTA를) 계기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농업도 수출산업”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오는 29일 국무회의에서 협정서에 비준서명할 것으로 보인다.

       
      ▲24일자 경향신문 1면.

    다음은 24일자 전국단위 아침신문 머리기사다. 이날 가장 ‘파격’적인 1면 편집을 선보인 곳은 경향신문이었다. 조선일보는 1면에 유일하게 FTA 관련 기사를 싣지 않았다.

    경향신문 <한·미 FTA 비준안 찬성한 국회의원 151명>
    국민일보 <“통일기금 모금 범국민 운동 추진”>
    동아일보 <FTA 통과, 긍정 47% 부정 41% “최루탄 투척은 국회 모독” 69%>
    서울신문 <값내린 포드 타고 미옷값 싸졌지만 약값 오를까 걱정 축산농민은 암울>
    세계일보 <낯 두꺼운 국회>
    조선일보 <도의원 쌈짓돈 예산, 경남 1180억·전북 790억>
    중앙일보 <한·미 FTA 다음날, TPP 회의 소집한 노다>
    한겨레 <“FTA 특허조항 때문에 한국 IT·약값 오를 것”>
    한국일보 <칠레 인기 와인 ‘몬테스알파’ 관세 철폐후 되레 24%올라>

    한미 FTA 날치기 처리 이후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이에 대해 시민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 살펴볼 중요한 시점이다.

    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은 ‘한미 FTA,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한겨레 4면 칼럼 <한미 FTA 떠나간 기차 아니다 낭떠러지 치닫기 전 언제든 내려야>에서 "끝난 것은 ‘한미 FTA 시즌 1’이고 이제 ‘한미 FTA 시즌2’가 시작되었다“며 “한미 FTA가 발효된다고 하더라도 그 폐해를 최소화하고, 때를 기다려 낭떠러지로 향하는 기차에서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정태인 원장은 “우선 대통령이 비준 절차를 중단해야 한다”며 “왜 국민이 반대하는지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 원장은 “통과된 법률이 국민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확인해야 한다”며 “앞으로 어떤 법이 개폐될 것인지 조사하고 이를 막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정 원장은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자발적 민영화와 규제완화”라며 “지금 미래유보에 들어 있는 분야들, 예컨대 전기, 철도 가스, 우편 등 네트워크 산업과 건강보험을 재벌들의 바람대로 자발적으로 민영화하고 그 부분에 미국 투자자가 들어오면 그 다음부터는 거꾸로 돌아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신문은 1면 기사 <값 내린 포드 타고 미 옷값 싸졌지만 약값 오를까 걱정 축산농민은 암울>에서 한미 FTA 발표 이후 ‘한국인의 삶’ 변화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남편은 회식 주메뉴인 삼겹살 가격이 크게 내린다는 소식에 즐거웠지만 사실 관세가 10년간 천천히 인하돼 체감하기는 쉽지 않다.”, “사업을 하는 친구는 포드 토로스를 350만 원이나 저렴하게 샀다고 자랑하지만 월급쟁이 입장에서는 그림의 떡”, “부인은 그간 비싸서 못 마시던 유기농 포도즙(300ml)이 13만 5000원에서 9만3103원으로 4만원 내렸다는 소식에 한번 사본다”, “딸에게 입힐 캘빈클라인 스키니진은 8만9000원에서 7만 8761원으로 싸진다”, “미국 채널이 생기면서 아이들의 TV시청시간이 1시간에서 2시간으로 늘어나는 것을 불만거리다. 국산 의무방송비율이 영화는 25%에서 20%로, 애니메이션은 35%에서 30%로 감소하기 때문”

    일례로, 제주에서 양돈하는 50대 형님은 연매출이 3319만원에서 15년 후 2924만 원으로 감소하고 농축산업 피해로 식량 자급률이 악화될 전망이다. 무직인 80대 아버지는 허가특허연계제(3년 유예)로 복제약 판매가 어려워져 약값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한국은 1면 기사<칠레 인기 와인 ‘몬테스알파’ 관세 철폐후 되레 24%올라>에서 “정부는 한미 FTA로 소비자들이 실질적 혜택을 볼 것이라고 주장해 왔지만, 한-칠레 및 한-EU FTA에서 드러난 것처럼 ‘FTA=자동적 가격 인하’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라고 밝혔다.

    한상린 한국유통학회장(한양대 교수)는 “실질적 가격인하를 위해선 유통단계를 줄이고 기업들의 공정경쟁 노력이 전제되어야 한다”며 “FTA로 관세가 철폐되더라도 작은 소매 단계를 여러 번 거치면 거래비용이 늘면서 인하효과가 상쇄된다”고 밝혔다.

    한국은 6면 기사<관세 5년 후에야 없어져 수출 당장 크게 늘지 않아>에 따르면, 지식경제부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주최로 열린 ‘자동차산업 해외 동반진출 포럼’에서 오중산 숙명여대는 “관세 4%가 없어진다고 곧바로 수출이 늘어날 수는 없습니다. 안전과 내구성 등 품질을 확보하지 않고서는 관세 철폐도 큰 의미가 없는 것이죠”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일보는 “한미FTA 발표로 자동차 부품 분야가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장밋빛 예상을 경계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경향은 5면 기사<자동차, 국내 ‘고용 창출’ 효과 없고 미국엔 도움>에서 “FTA로 현대-기아차의 미국 내 판매가 늘어나도 한국의 최대 현안인 고용에는 별다른 도움이 안된다”며 “현대-기아차가 국내에 공장을 새로 지어 수출을 늘리기보다는 미국 현지 생산을 통해 해결할 예정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수출이 잘된다고 현재 2교대인 국내 공장의 근무체제를 3교대로 전환해 생산을 늘릴 가능성도 없다”며 “고용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FTA 시즌 2’는 무엇일까. 경향은 4면 기사<미국 다음 목표는 쇠고기…추가 개방 압력 불보듯>에서 “미국은 FTA 발표 이후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까지 수입을 확대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수차례 밝혀왔다”며 쇠고기 추가 개방 가능성을 전망했다.

       
      ▲24일자 경향신문 4면.

    론 커크 대표는 지난해 8월 상원 농림수산식량위원회 청문회에서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검역 기준에 부합하는 쇠고기가 제한 없이 수출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향은 “쇠고기 협상이 FTA와 무관하다는 한국 정부 설명과는 달리 미국에서도 쇠고기는 FTA의 핵심 쟁점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임에도 정부가 향후에 투자자-국가소송제(ISD) 등 ‘독소조항’을 얼마나 수정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겨레는 5면 기사<ISD 폐기, 미국은 ‘절레절레’…재협상해도 개정 그칠듯>에서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이 이명박 대통령의 ‘재협상’ 약속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힌 것을 두고 의문을 제기했다.

    한겨레는 청와대가 재협상의 전제 조건으로 ‘국회의 요청’을 꼽고 있어 다수 여당인 상황에서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현실적으로 절차적 투명성을 보완하는 개정 협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며 “예컨대 현행 단심제에 재심제를 추가하거나, 소송 대상을 축소하거나, 자동적으로 중애에 회부되는 조항을 삭제하는 방안 등을 협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그동안 한미FTA 처리를 촉구했던 조선-중앙-동아에서는 이 같은 우려를 담은 보도를 찾기 힘들었다.

    조선의 경우 한미 FTA에 대해 축소 보도를 하거나 한미 FTA 처리를 반대하는 세력을 겨냥해 비판하는 논조를 보였다. 조선은 1면에 이날 아침신문 중 유일하게 FTA 관련 기사를 싣지 않았다. 다만 조선은 1면 ‘팔면봉’ 코너에서 “일부 네티즌, 최루탄 터트린 김선동 의원 ‘윤봉길 의사’에 비유. 윤 의사가 통곡할 일”이라고 밝혔다.

    특히, 조선이 현재 FTA 관련 여론 지형을 바라보는 시선은 주목된다. 조선은 2면에 <UR-문화개방…“망한다”외쳤지만, 오히려 한국산이 세계를 지배>에서 “개방은 인기 없는 정책일 수밖에 없다. 이익을 보는 다수 집단은 침묵하고, 피해를 보는 소수 집단의 목소리만 드높기 때문”이라며 “결국 조직화된 피해집단의 목소리가 과도하게 여론으로 포장되는 비대칭성의 문제가 생기게 된다”고 밝혔다.

       
      ▲24일자 조선일보 4면.

    조선은 4면 기사 <욕설 난무한 반FTA 집회…나꼼수 “찬성한 의원 이름외우기 경연”>에서 “한미 FTA 비준 동의안이 국회에서 처리되자 좌파 인터넷 방송인 ‘나는 꼼수다(나꼼수)’가 비준안 통과 무효화를 주장하며 대규모 선동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24일자 조선일보 4면. 

    조선은 지난 23일 오후 8시30분께 서울시청앞에서 정봉주 전 의원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심판의 칼을 뽑자. 오는 30일 10만 명이 모일 수 있는 곳에서 FTA를 비판하는 ‘나꼼수 콘서트’를 열겠다”, 김용민 평론가가 “한미 FTA는 국익이 아니라 사익이고 사기다”라고 밝힌 것 , ‘나꼼수’ 콘서트 기획자인 탁현민 성공회대 겸임교수가 ‘FTA 매국송1’를 만들어 트위터에 배포한 것, 김어준 총수가 한미 FTA를 통과시킨 의원 이름으로 (낙선 관련)노래를 만들겠다고 한 것 등을 소개했다.

    이어 조선은 “좌파 매체인 오마이뉴스는 한미 FTA에 찬성한 국회의원 151명의 사진과 지역구, 트위터 계정 혹은 홈페이지 주소를 올려놓고 클릭만 하면 바로 항의글을 남겨놓을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조선은 4면 기사<“약값 3배 폭등, 건강보험 붕괴” 또 트위터 괴담>에서 “한미 FTA 비준안이 통과된 뒤 온라인에서 또다시 ‘FTA 괴담’이 돌고있다”고 밝혔다. 조선은 “약값이 오르면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형편없는 수준이 되고, 중산층부터 이탈해 결국 건강보험이 붕괴될 것”이라는 트위터 글을 소개하며 “한미 FTA 체결로 손해 보는 업종으로 제약업계가 주로 거론되자 이를 ‘약값 폭등 후 건강보험 붕괴’로까지 부풀린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은 5면 기사에서 피겨 스케이팅 선수 김연아를 내세워 FTA 효과를 강조하고 나섰다. 중앙은 5면 기사 <경쟁이 김연아 키웠듯…경제 한류 보여줄 기회>에서 향후에 “이명박 정부의 요즘 국정 기조인 공생발전 상생에 대한 요구, 나아가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갈증도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은 “경쟁을 바라보는 우리 DNA의 이중성도 문제”라며 “나는 가수다, 슈퍼스타 K 등 타인의 경쟁을 바라보면서 쾌감과 재미를 느끼면서 정작 자신이 경쟁에 노출되는 것은 싫어한다”고 밝혔다.

       
      ▲24일자 중앙일보 5면.

    동아는 1면 <FTA 통과, 긍정 47% 부정 41% “최루탄 투척은 국회 모독” 69%>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이 22일 국회를 통과한 데 대해 긍정 평가(47.2%)가 부정 평가(41.0%)보다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22일~23일 전국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컴퓨터를 이용한 일반 전화 임의번호걸기(RDD) 방식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전했다.

    동아는 김선동 의원의 행위에 대해선 ‘국회를 모독한 부적절한 행동’이라는 비판이 68.9%, ‘한나라당의 단독 처리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응답이 22.9%, 한미 FTA 비준에 찬성한 의원들을 겨냥해 낙선운동을 펼치겠다는 시민단체의 움직임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60.4%, ‘낙선운동은 정당하다’ 응답은 29.6%라고 전했다.

    동아는 사설에서 <반의회주의 폭력정당 민노당을 용인할 건가>에서 김선동 의원의 최루탄 투척에 대해 “반의회주의적 테러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동아는 “야권 통합에 민노당을 포함시키는 것은 헌법질서를 교란하는 재앙을 끌어들이는 꼴”이라고 한미 FTA 관련 사안에 내년 선거와 관련한 ‘야권 통합’ 이슈를 끌어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24일자 동아일보 사설.

    한겨레는 사설<국민의 힘으로 ‘FTA 날치기’ 무효화시켜야>에서 “여당과 보수언론들이 날치기 통과 와중에 터진 최루탄에 일제히 비판의 화살을 집중하며 국민의 관심을 돌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며 “하지만 최루탄은 결코 이번 사태의 본질이 아니다”라고 논평했다.

    한겨레는 “최루가스로 흘린 눈물은 한순간의 가짜 눈물이지만 앞으로 농어민, 축산업자, 소상공인 등의 눈에서는 진짜 피눈물이 흘러나올 형편”이라며 “이명박 정권이 그토록 걱정하는 거대한 촛불로 진화할 조짐마저 엿보인다. 경찰이 계속 물리력을 동원한 강경 진압에 나설 경우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24일자 한겨레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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