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 어디로 가야 하지?"
    By
        2011년 11월 22일 07:36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원샷’이다, ‘쓰리섬’이다 온갖 해괴한 말들이 나돌던 걸 보면 저들의 합궁이 분명 정상적인 것은 아니었나 보다. 아무튼 결국 그들은, 했다. 물론 다들, 그리 놀라는 눈치도 아니다. 누구나 예상하던 일이었으니까.

    하나둘 지쳐 쓰러진 후에

    비난과 상처를 직접 주고받으며 서른 즈음도 아닌데 매일 이별하며 살던 사람들. 그들을 옆에서 지켜보며 ‘난 어디로 가야 하지?’ 번민과 갈등만 매일 밥 말아먹다 체한 이들. 이들이 하나둘 지쳐 쓰러지며 독자파, 통합파 두 곳 모두에게서 돌아누울 때쯤, 그들은 아무튼 ‘진보소통합’이란 결실(?)을 이뤄냈다.

    세 사람이 손을 맞잡고 웃고 있다. 웃고 있는 그들을 보자니, 그동안 인터넷으로 보던 숱한 언론 기사들이 머릿속에서 자동 클릭된다.

       
      ▲사진=진보정치 정택용 기자.

    진보통합 문제로 독자파와 통합파가 갈라서고, 대중정치인 ‘노심조’가 진보신당을 탈당하고, 진보신당은 어쩌다 1% 특권층(?) 정당이 되고, 그 사이 청춘 멘토 안철수가 ‘한나라당 응징’이란 백신을 휘두르며 순식간에 민심을 접수하고, ‘아름다운 재단’ 박원순은 ‘아름다운 피부’를 누르고 서울시장에 당선되고…

    언론사 종신총수 김어준이 이끄는 ‘나꼼수’가 ‘나가수’를 능가하는 인기를 구가하고, 다시 안철수는 (쇼든 뭐든 간에) 1500억을 선뜻 내놓아 1500만 이상의 사람들에게 감동을 안겨주고…

    조국 현상이 안철수 현상 앞에서 꼬리를 내리고, 진중권이 김어준 좀 건드렸다가 대중들에게 몰매를 맞고, 국회의원 강용석이 개그맨 최효종보다 더 웃기는 인물로 떠오르며 세상을 희롱하는 와중에… 노회찬, 이정희, 유시민은 어쨌든 손을 맞잡고 활짝 웃고 있다.

    지금 청년들의 삶은 현재 진보정당의 상황만큼이나, 안쓰러울 정도로 참혹하다. 100여만 원의 한달 월급으로 40여만 원 가량의 고시원이나 반지하방 월세를 내고 나면 저축을 전혀 할 수 없어 한달 월급으로 한달을 겨우 살아내는 ‘한달살이’의 삶.

    청년들의 삶과 진보정당의 상황

    경제적 조건이 이 지경인데 연애, 결혼, 출산 같은 것 감히 꿈도 꿀 수 없다는 ‘삼포’의 일상. 내는 입사원서마다 ‘광탈’(빛의 속도로 탈락한다는 뜻의 신조어)을 당하고 자기소개서 쓰다 등단하겠다고 푸념하는 백만 문인, 아니 백만 취업준비생들의 현실. 이들에게 진보소통합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별다른 의미로 다가오지 못한다. 대다수의 젊은이들에게 이번 통합은 모르는 일이거나 관심 없는 일일 뿐이다. 물론 조금 진보적이거나 정치에 관심 있는 친구들에게는 절망스러운 일이었을 것 같다. 하지만 ‘나꼼수’를 통해 세상을 배우고 있다는 취업준비생 친구는 노회찬의 말을 인용, ‘소주(진보)랑 맥주(국참당)랑 섞여서 더 맛있어지겠구나’하고 생각할 뿐이다.(하지만 왜 민주당은 막걸리인데 국참당은 맥주씩이나 되는 걸까? 동동주쯤 되면 모를까.)

    이들은 박원순, 안철수, 박경철 등의 제3세력 혹은 멘토들을 보며 어쨌든 어렴풋한 기대를 건다. 김어준, 정봉주 등의 쫄지 않는 과감한 풍자와 해학에 잠시나마 속시원해 한다.

    하지만 그것은 기존정당에 대한 깊은 불신과 실망에 대한 반감, 그리고 깨끗하고 참신한 이미지에 대한 기대감일 뿐이다. 기대감을 갖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제3세력은 물론이고 진보소통합, 아니 ‘혁신과 통합’도 청년들의 취업난과 주거와 등록금 문제를 풀어갈 각론적인 해결책이나 눈에 띄는 전망을 내놓고 있지는 못한 실정이다.

    그저 나오고 있는 이야기는 기존정당들의, 내년 4월 총선에서 20대 비례대표 의원을 배출하겠다는 약속뿐이다. 이는 물론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젊은이들이 지금 이 순간도 매우 빠른 속도로 어딘가로 내몰리고 있고, 어디에선가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더 발 빠르게 응대해야 한다.

    이미지에서 안 되면 콘텐츠라도 확실하게

    그동안 ‘20대 개새끼’고 어쩌고 별 말들이 다 나왔었는데, 이제 2030세대는 반값등록금 투쟁이나 청년유니온의 커피전문점 주휴수당 투쟁, 이번 10.26 보궐 선거에서의 활약 등을 통해 어쨌든 세상을 향해 소리를 내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 약속으로 이러한 요구들에 일부나마 응답했다. 더 많은 응답과 약속들이 정치권에서 터져 나왔으면 한다.

    진보정당들도 어서 전열을 가다듬고, 취업이 안 되는 백수청년들, 취업은 했지만 월급이 너무 적어 미래를 그릴 수 없는 청년들, 취업과 해고를 반복하다 그 ‘사이’ 기간에 어쩔 수 없이 제2금융권에 손을 댈 수밖에 없는 청년들, 해서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워 신용불량자의 나락으로 다시 떨어지고 있는 청년들, ‘지옥고(지하, 옥탑, 고시원)’로 내몰려 겨우 피로에 젖은 몸을 모로 눕혀야하는 청년, ‘유권자’들에게 실제적인 도움과 비전을 제시해줬으면 좋겠다. 이미지에서 안 되면 콘텐츠라도 더 확실하고 분명하게 내놓아야 하지 않겠는가.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