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조-학생-시민 연대 확대 가능성계좌 이체, 학자금 융자 탕감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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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11월 21일 08:5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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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글머리에

    지난 2개월 동안 뉴욕 맨하탄 소재 주코티 공원에서 펼쳐진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이 미국 전역으로 번져 나가고 있다.

    특히 지난 10월 5일에 있었던 뉴욕 시내에서의 대규모 시위와 11월 15일 뉴욕시 경찰의 퇴거 조치가 있은 이후 이 점거 운동은 캘리포니아와 시카고, 보스턴 등지로 확산되는 것은 물론이고 도처에서 경찰의 강경 진압에 대항하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 글에서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의 새로운 양태와 지역별 전개 양상을 짚어보고자 한다.

    2. 점거 운동의 중심지 – 뉴욕에서의 주요 사건들

    11월 초부터 일군의 활동가들이 11월 5일을 기점으로 거대 은행의 계좌를 해지하고 중소규모 협동조합 은행에 새로운 계좌를 열자(Bank Transfer Day)는 캠페인을 펼치기 시작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제이피 모건 체이스, 시티뱅크 등의 뉴욕 소재 거대 은행에서 집단적으로 계좌를 해지하고, 노동조합이나 지역 단체들이 운영하는 신용 조합(credit union) 등에 계좌를 개설하자는 운동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의 캠페인이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널리 알려지자 한때 해당 거대 은행들은 뉴욕시 경찰을 불러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 과정에서 뉴욕 경찰은 이 캠페인 활동가들이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한 맨하탄 지점에 들어서자 그들을 강제로 연행하는 조치를 취했고, 그 전 과정이 담긴 비디오는 삽시간에 온라인 공간으로 퍼져나가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로스앤젤레스 지역에서도 계좌이체 운동이 벌어졌다. 경찰이 이를 막고 있다.  

    정확하게 집계된 자료는 없지만 현재까지 미국 전역에서 대략 10만여명의 동조자들이 거대 은행에 개설되어 있던 계좌를 해지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고, 이 가운데 압도적인 다수가 실제로 행동에 옮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사건이 벌어진 이후 한동안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은 소강 상태로 접어든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뉴욕 시장 마이클 블룸버그가 주코티 공원의 위생 상태를 빌미로 11월 15일 새벽 전격적으로 주코디 공원에서 노숙 투쟁을 벌이고 있던 시위대를 해산하고 공원에 설치되어 있던 텐트와 각종 시설물들을 강제로 철거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에 분노한 시위대와 동조자들은 이틀 후인 11월 17일을 기해 대대적인 거리 시위를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실제로 17일에는 뉴욕시의 다섯개 보로우(Boroughs; 맨하탄, 브루클린, 퀸즈, 스테튼 아일랜드와 브롱스; 서울시의 각 구에 해당)에서 노동조합과 지역 공동체 운동가들의 주도로 대대적인 집회와 거리 시위가 열렸다.

    시위대의 일부는 이른 아침부터 월스트리트에 모여 금융회사로 출근하던 금융 브로커들을 저지하고, 뉴욕 증권 거래소가 개장되지 못하도록 항의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오후 5시부터는 맨하탄 남쪽 폴리 스퀘어(Foley Square)에서 대략 3만여명 (뉴욕시 경찰 추산 2만 5천명)에 달하는 군중이 모여 블룸버그 시장의 조치를 맹비난하는 시위를 벌였다.

    한편, 이 집회가 있기 전 맨하탄 14번가에 위치한 유니온 스퀘어(Union Square)에서는 인근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이 연합 집회를 벌였으며, 이들 가운데 일부가 현재 뉴스쿨 대학의 학생 자치 공간으로 사용되는 건물로 진입하여 이를 점거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점거에 참가한 학생들은 17일과 18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블룸버그 시장이) 공공의 안전과 위생이라는 이름으로 (월스트리 점거 운동을) 탄압하려고 하지만, 우리 점거 운동가들이야말로 참가자들의 안전과 복리에 가장 많이 신경을 쓰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또 “뉴욕시의 공립 및 사립 대학 학생들은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가들은 물론 미국의 정치경제 시스템 하에서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는 노동자와 시민들과 연대하여 대학 공간을 점거하고 투쟁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들이 발표한 성명서에 따르면, 이 건물의 실제 소유주는 금융 위기 당시 뱅크 오브 아메리카나 제이피 모건 체이스 은행과 함께 각종 전횡과 약탈적 대출 행위를 일삼았던 웰스 파고(Wells Fargo)라고 한다. 더 나아가 뉴욕 지역 학생들은 11월 21일 월요일부터 뉴욕시 전체 대학생들을 포괄하는 학생 대표자 회의(General Assembly)를 개최하고, 뉴욕 시립대학(City University of New York; CUNY) 학생들이 주도하고 있는 대학 등록금 부채(student loans) 탕감 운동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했다.

       
      ▲시위대가 점거한 뉴욕의 뉴스쿨 대학 학생 자치공간이 들어있는 건물.

    3. 캘리포니아 주 오클랜드

    최근 오클랜드에서는 어쩌면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이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되는 분기점이 될지도 모르는 중요한 일이 일어났다. 지난 10월 25일 새벽, 오클랜드 경찰은 오클랜드 점거 운동 참가자들이 숙소로 이용하고 있던 프랭크 오가와 광장(Frank Ogawa Plaza)을 강제로 진압하고, 이 조치에 저항하던 90여명의 참가자들을 전원 연행했다.

    이에 분노한 오클랜드 시민들은 밤늦게까지 경찰의 진압에 항의하는 집회와 시위를 벌였다. 그런데 경찰이 최루탄과 고무탄을 발사하면서 이 항의 시위를 진압하려고 하면서 사태가 더욱 악화되기 시작했다. 전직 이라크 전 참전 군인인 스캇 올슨(Scott Olsen)이 경찰이 쏜 고무탄과 폭발성 최루탄에 맞아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뒤이어 그의 두개골이 심하게 함몰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검거 운동 참가자들은 다시 검거를 시작하겠다고 선언하고, 오클랜드 지역 교사 및 의료노조 등은 경찰의 강경 진압에 항의하는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11월 3일 마침내 오클랜드 점거 운동 참가자들이 1946년 이후 처음으로 오클랜드 전역에서 대대적인 총파업이 벌였다.

    오클랜드 전역의 공립 학교, 공공 시설 그리고 주요 항구의 항만 시설 등이 총파업으로 인해 휴교되거나 일시 폐쇄되었고, 수십만 명의 파업 참가자들이 오클랜드 전역에서 가두 시위를 벌였다.

    4.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그리고 보스턴

    로스앤젤레스에서는 대략 700여 명의 점거 운동 참가자들이 시청 앞에서 캠프를 설치하고 점거 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10월 19일부터는 플레처 보우론 스퀘어(Fletcher Bowron Square)에 별도의 캠프를 설치하여 점거 운동을 확산시키고 있다.

    아직까지 시 정부와의 큰 충돌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로스앤젤레스 경찰총장은 로스앤젤레스 타임즈(LA Times) 기자와의 한 인터뷰에서 시위자들이 “협력적이고” “(세심하게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10월 12일을 기해 로스앤젤레스 시 의회는 만장일치로 점거 운동을 지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하기까지 했다는 점이다. 지난 11월 15일 뉴욕시 경찰이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 거점인 주코티 공원을 강제로 진압하자, 로스앤젤레스에서 점거 운동을 벌이던 참가자들이 이에 저항하는 연대 시위를 벌였다.

    로스앤젤레스 경찰과는 달리, 시카고 경찰은 점거 운동에 대해 처음부터 강경한 대응을 펼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10월 23일 시카고 경찰은 미 연준 시카고 지부 건물 옆의 그랜트 공원(Grant Park)에 캠프를 설치했던 점거 운동 참가자들 130여 명을 전원 연행했다.

    이 점거 운동의 대변인 조슈아 카우너(Joshua Kaunert)는 전미 공영 라디오(NPR)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이번 점거 운동 참가자들은 평화적으로 시위를 벌였고, 그 어떠한 폭력도 행사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시카고 경찰의 과잉 진압을 비판했다. 뉴욕에서 11월 17일 대규모 거리 시위가 발생하자, 시카고 점거 운동 참가자들은 “일어나라 시카고, 점거하라 시카고”라는 기치를 내걸고 연대 시위를 전개했다.

    한편, 보스턴에서의 점거 시위는 9월 27일부터 시작되었다. 10월 11일 보스턴 경찰은 점거 운동가들이 머물고 있던 로스 피츠제랄드 케네디 공원(Rose Fitzgerald Kennedy Greenway)과 듀이 스퀘어(Dewey Square)에서 퇴거하라는 최후 통첩을 보냈다.

    이에 저항하던 점거 운동가들 가운데 1백여명이 경찰에 연행되어 조사를 받았다. 다른 지역의 점거 운동가들과 마찬가지로, 보스턴 점거 운동가들도 명사들을 초대해 강의를 듣거나 캠프에 도서관을 설치해 관련된 책을 대여하고 읽는 활동을 벌여왔다.

    뉴욕 주코티 공원에 마이클 무어, 나오미 클라인 그리고 슬라보예 지젝 등의 명사들이 나타나 연설을 했던 것처럼, 보스턴 듀이 스퀘어에도 리차드 울프나 폴 르블랑 등의 저명한 경제학자들이 지지 연설을 했다. 11월 15일과 17일에는 뉴욕 주코티 공원에 대한 뉴욕시 경찰의 강제 진압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5. 맺음말

    이처럼 애초 뉴욕 맨하탄의 주코디 공원에서 소수의 사람들이 참가한 채 진행된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은 미국 전역으로 문자 그대로 ‘들불처럼’ 번져 나가고 있다. 미국 대도시의 학생들은 물론이고 노동조합과 지역 공동체 운동가들의 지지와 연대 표명이 이어졌고, 해당 지역 시 의회 의원들은 물론이고 각계의 명사와 지식인들도 연이어서 지지 의사를 표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10월 25일 오클랜드에서 벌어진, 흡사 군사 작전을 방불케 하는 경찰의 강제 진압과 11월 15일 주코티 공원에 대한 뉴욕시 경찰의 강제 침탈은 잠잠하던 이 점거 운동을 다시 전국적인 이슈로 부각시키는 역할을 담당했으며, 마치 불이 난 곳에 기름을 부은 격으로 미 전역의 점거 운동 참가자들과 동조자들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뉴욕시 대학생들이 뉴스쿨 대학 건물을 점거하고 "점거 운동은 마치 바이러스처럼 전세계로 확산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은 어쩌면 시 당국자들과 경찰들의 안이한 대응이 그 의도와는 전혀 달리 점거 운동을 정치적으로 급진화시키고 있다는 것을 반증해 준다.

                                                      * * *

    주요 참고 자료

    1. 계좌 전환 운동에 관한 보다 자세한 설명은 허핑턴 포스트의 해당 기사와 위키 사전의 페이지, 그리고 크리스쳔 사이언스 모니터의 기사 등을 참조.

    2. 뉴욕시 대학생들의 뉴스쿨 대학 건물 진입과 점거에 관한 보다 자세한 보도는 뉴욕 타임즈와 고담 신문의 해당 기사를 참조. 그리고 이 점거를 실행에 옮긴 뉴욕시 학생들이 개설한 홈페이지에 게재된 성명서 “All-City Student Occupation @ 90 5th Avenue – Inaugural Statement”과 “A Statement From the 90 5th Avenue Occupation” 참조.

    3. 이 글에서 언급한 주요 대도시의 점거 운동은 아래의 지역별 점거 운동 홈페이지를 참조:
    오클랜드(http://www.occupyoakland.org/)
    시카고 (http://occupychi.org/)
    보스턴(http://www.occupyboston.org/)
    로스 엔젤레스에서 벌어진 뉴욕 점거 운동에 대한 연대 시위에 관한 보다 자세한 보도는 타임즈의 기사(http://www.time.com/time/nation/article/0,8599,2099885,00.html?xid=gonewsedit)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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