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기는 계속된다, 형태만 바꾼 채
        2011년 11월 20일 11:4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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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의 위기를 촉발시킨 악성 은행 채무는 결코 사라진 게 아니다. 다만 그 악성 채무가 정부의 공공 부채로 이전된 것뿐이다. 사적인 채무가 공적인 채무로 형태만 바꾼 셈이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탈바꿈의 부작용이 2010년 초반의 그리스에서처럼 더 분명히 드러남에 따라, 은행권 위기는 주권국가의 채무 위기로 그 형태가 변화된다. 다른 말로, 2008~2009년의 경제위기는 실제로 아직 끝난 게 아니다. 그 위기는 형태만 변화되었을 뿐이다. – 본문 중에서

       
      ▲책 표지. 

    “We are 99%.” 2011년 가을, 세계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이 간결한 구호 속에서는 두 가지 거대한 변화의 흐름이 감지된다. 첫째,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익숙하던 ‘80대20’이라는 숫자가 (무려) ‘99대1’로 바뀌이졌으며, 둘째, 선택받은 소수를 꿈꾸었던 이들 스스로가 ‘99%’를 자처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 세계적 경기침체는 이 숫자쌍을 지식인들의 레토릭에서 집회장의 구호로 바꾸어 냈다. 사람들은 어려운 이론이 아니라 자기 삶의 구체적인 불만들을 가지고 스스로를 깨우쳐 가기 시작했다.

    주류 경제학이 2008년 세계를 휩쓴 금융 공황에 대처한 방식은 이전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허리띠를 졸라맬 것을 주문하고, 수많은 이들의 희생을 볼모로 경기지표가 나아지면 위기의 종료를 선언하는 것,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장밋빛 미래를 노래하는 것.

    하지만 “회복되는 경제통계와 후퇴하는 인간의 삶” 사이의 심화되는 괴리는 사람들로 하여금 지배층의 낡은 전략에 의문을 품게 만들었다. 이 위기는 정말로 일시적인 것일까? 내가 무언가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대다수의 사람들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이런 경제가 스스로 잘 굴러갈 수 있을까?

    『글로벌 슬럼프』(데이비드 맥낼리 지음, 강수돌 등 옮김, 그린비, 17000원)의 저자는 이러한 질문들에 단호히 ‘No’라고 대답한다. 토론토 요크대학교 정치학과 교수인 저자에 따르면, 현재의 경제위기는 단순한 주기적 불황도 아니고 체제의 일시적 일탈도 아니다.

    그것은 만성화된 전 지구적 경기침체, 즉 그가 만들어 낸 표현으로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글로벌 슬럼프’이다. 포드주의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신자유주의도 이제 ‘약발’이 다하고, 그 모태인 자본주의의 본질적 문제, 즉 과잉 축적과 이윤율 저하에 다시금 대면하게 되었다. 월스트리트로부터 전 세계로 퍼지고 있는 점령 운동과 그리스의 구제금융을 둘러싼 논란은 모두 이 만성화된 위기에 대한 반작용의 형식들이다.

    맥낼리는 우리에게 이 슬럼프의 본질을 꿰뚫어 볼 것을, 그리고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를 숙고하고 행동에 나설 것을 주문한다. 이 책은 출구가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고통받는 민중들을 위한 경제위기 교과서이자 실천의 지침을 담은 팸플릿이다.

    IMF 구제금융 시기에 『세계화의 덫』을 번역·소개함으로써 독자들이 당시의 경제 현실을 범지구적 시각에서 통찰하는 데 도움을 주었던 강수돌 교수가 2011년에 소개하는 새로운 정치경제학 도서로서, ‘신자유주의 시대 위기와 저항’의 동학을 파악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좋은 지침서가 될 책이다. 권말에는 옮긴이들이 직접 진행한 저자와의 인터뷰를 덧붙여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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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데이비드 맥낼리 (McNally, David)

    캐나다 토론토의 요크대학교 정치학 교수이자 사회운동가. 민주주의의 이론과 실제, 현대 사회운동, 맑스주의와 여성주의, 반인종주의 등을 연구하고 있으며, 지은 책으로 『시장에 저항한다』(Against the Market, 1993), 『또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Another World is Possible, 2001, 개정판 2006) 등이 있다. 홈페이지: http://davidmcnally.org/

    역자 : 강수돌

    고려대 경영학부 교수. 서울대 경영학과를 거쳐 독일 브레멘대학교에서 노사관계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은 책으로 『경제와 사회의 녹색혁명』, 『내가 만일 대통령이라면』, 『살림의 경제학』, 『자본을 넘어, 노동을 넘어』, 『강수돌 교수의 ‘나부터’ 교육혁명』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세계화의 덫』, 『노동사회에서 벗어나기』 등이 있다.

    역자 : 김낙중

    서울대 철학과와 경제학과 대학원에서 현대 독일 사회비판이론과 맑스 정치경제학을 전공했으며, 캐나다 요크대학교 정치학과에서 데이비드 맥낼리와 함께 정치이론, 맑스와 헤겔의 정치철학, 금융 공황 등을 연구하고 있다. 실천적 관심사는 사회복지 국가별 정책 비교, 참여행정과 도시 공간 정치, 축구감독과 정치지도자 리더십 비교연구, 미디어 정치활동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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