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개봉관 전쟁 희생양 된 영화
    2011년 11월 19일 04:1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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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포스터.

무려 22개라는 사상 초유의 기록을 세우며 11월의 영화들이 극장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작은 영화사들과 배급사들의 개봉관 잡기는 하늘의 별 따기보다도 더 어려운 상황에서 숨은 명작들이 ‘조기 종영’의 위기에 처해 있다. 

극장 개봉 전부터 국제영화제와 시사회를 통해 많은 관심과 호평을 받아 약 100개관의 개봉을 기대했던 <사물의 비밀>의 경우 서울에는 단지 12개 극장밖에 확보하지 못했다. 게다가 가까스로 확보한 극장에서는 상영 시간을 심야로 배정해 관객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조차 제대로 주어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사물의 비밀> 제작사 측에서는 이 영화와 유사한 내용을 가진 특정 영화가 자신들의 확보할 극장을 사실상 빼앗아갔다는 의혹을 숨기지 않고 있다.

제작사의 한 관계자는 "연상의 여성과 연하 남성의 연애라는 이야기 구조가 비슷한 이 영화가 의도성을 가지고 개봉관을 확보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영화를 만든 이영미 감독은 "CGV 등 대형 극장체인에 문제 제기를 했으며, 극장 측에서는 주말과 휴일을 보고 상영관 수를 늘리는 것을 검토해보자고 했으나, 관객의 접근 자체를 어렵게 만든 조건에서 관객 수를 보고 판단하자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이러한 현실과 관련하여 자신의 트윗에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오늘도 영화사에 전화가 계속 온다. ‘도대체 이 영화 어디서 볼 수 있냐?’고. ‘왜 강남에는 개봉관이 이리 없냐?’ ‘시간배정은 왜 이렇냐?’고.. 보고싶어도 볼 수가 없다는 얘기다. 그런 얘기를 듣는 내 가슴은 찢어진다. 관객들과 만나고 싶다.”

이러한 상황들에 답답해하는 것은 단지 영화 관계자만이 아니다. 소셜네트워크에 올려진 한 관객의 이야기에는 <사물의 비밀>의 개봉 현실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영미 감독이 만든 영화 <사물의 비밀> 오늘 개봉합니다. 연상녀 연하남의 사랑영화, 교수와 학생의 연애 얘기, 하지만 뻔해버릴 듯한 내용을 사물의 시각에서 풀다보면 아주 색다른 연애와 사람 이야기가 됩니다. 궁금하지요? 영화를 보세요. 오늘 17일 개봉합니다.

근데, 이 영화 가능한 오늘(목)과 내일(금)에 보러 가주세요. 요 며칠 새 22편의 영화가 개봉되면서 갑자기 영화관에서 2~3일 정도의 시간표밖에 배정이 안되어 있네요. 바로 내릴 수 있다는 건데, 이건 말이 안되지요.

영화를 만드는 대자본이 또 극장 배급망을 꽉 쥐고 있으니 이런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결국 자기가 만든 영화 자기 영화관에 올리는 셈이지요. 이리되면 독립자본의 상업영화, 대기업 소속이 아닌 영화사들은 살아남지 못합니다. 게다가 한미 FTA의 선결 조건으로 한국영화의 스크린쿼터가 축소되면서 문제는 더욱 심각합니다. …"

영화평론가 이안씨는 이에 대해 "이런 일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사물의 비밀>은 상업영화이지만 대형 자본이 참여하지 않은 독립영화인데 대형 배급사에서 당초 약속을 어기고 흥행성이 있을 거 같은 영화로 대체하는 것은 영화를 만드는 사람에게 무례한 일일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타격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평가는 관객의 몫이지만,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기회조차 제공받지 못하는 채 존폐의 위기에 놓인 작은 영화들의 ‘요절’을 강요하는 현 상황은 반드시 해결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물의 비밀>은 올해 4월 전주국제영화제, 모스크바, 몬트리올 국제영화제에 공식초청 되었으며 LA Times, Chicago Tribune 등에서 호평받은 바 있다. (영화평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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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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