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들을 쉬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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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11월 14일 09:3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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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나의 화두는 ‘휴식’이다. 개인적으로는 "청년들을 쉬게하라"라는 슬로건에 담고 싶은 고민이다. "왜 청년들에게 휴식이 필요한데?"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이 지면을 할애하지 않겠다.(혹은 ‘청년들만 휴식이 필요하냐?’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

    이와 관련해서는 이미 다른 매체에 기고한 바 있고, 여기서는 ‘운동’과 ‘정치’의 관점에서 보다 진전된 논의를 이어나가고 싶기 때문이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간다. 스크롤 압박은 죄송하다.

    휴식

    ‘하던 일을 멈추고 잠깐 쉼’ – 휴식의 사전적 의미이다.

    여기서 포인트는 ‘쉼’이 아니라 ‘하던 일을 멈추고’에 있다. 따라서 애당초 일, 즉 노동할 필요가 없는 재벌기업의 자제 분들에게 ‘휴식’이란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비디오 게임을 ‘빡세게’ 하다가 게임패드를 내려놓고 만화책을 본다고 해서 ‘휴식’을 취한다고 표현할 수는 없다.

    고로 여기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휴식이란, 고된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이들이 잠시 일을 내려놓고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또한 휴식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해당 기간 동안의 생활수준이 보호되어야 한다. 지금 서술한 ‘휴식’을 가능케 하는 현행 법제도는, 내가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선, 딱 두 가지이다. ‘연차 유급휴가’와 ‘구직급여’(통칭, 실업급여)이다.

    연차휴가에 대해서는 길게 서술할 내용이 없다. 우선 주 40시간 근무제가 도입 된 이후로 월차휴가의 개념이 사라졌다. 재직기간 1년을 채워야, 그 다음 해에 사용할 수 있는 15개의 연차휴가만이 보장되는 것이다.

    15세에서 39세에 해당하는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중 연차 유급휴가의 적용을 받고 있는 비율은 45.7%에 불과하다.(2010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근면성실’을 ‘국가경쟁력’으로 여기는 국내 정서상 있는 휴가도 제대로 못 쓰는 마당에, 애당초 휴가가 없는 셈이랄까. 연차휴가에 대한 이야기는 이 쯤으로 정리하고, 실업급여에 대한 노가리를 풀어본다.

    미션 임파서블? 미션 실업급여!

    ‘고용보험 사업의 일환으로 근로자가 실직했을 경우 일정 기간 동안 실직자와 그 가족의 생활안정 그리고 원활한 구직활동을 위하여’ 지급하는 것이 실업급여다. 2011년 기준으로, 한 달 수급액의 ‘미니멈’은 93만 원이고, ‘맥시멈’은 120만 원이다.

    이 금액을 고용보험 가입 기간과 연령에 따라 짧게는 3개월, 길게는 8개월까지 수령한다. 이 금액과 기간이 과연 적절한가에 대한 논쟁의 여지는 있지만, 일단은 넘어간다. 수령 액수와 기간의 적절성 여부를 떠나, 문제는 실업급여를 받는 조건이 상당히 까다롭다는 데에 있다.

    1. 실직 전 18개월(기준 기간) 동안에 고용보험이 적용되는 사업장에서 근무한 기간(피보험단위 기간)이 180일 이상일 것.

    청년 노동의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180일’이 아니라, ‘고용보험’이다.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중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비율은 48.9%에 불과하다.(2010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월 60시간 이상 근로하는 모든 이들을 ‘필수적 가입 대상’으로 삼는 사회보험의 가입률이 이토록 저조한 것이다.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으로부터 자라나는 미래 세대를 구원하기 위한 어버이들의 우국충정을 느낄 수 있다. 청년, 비정규 노동자의 사회보험 가입률을 높이기 위한 장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2.근로의 의사와 능력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할 것 -이건 패th.

    3.개인사정으로 퇴사하거나(자발적 퇴사) 본인의 중대한 잘못으로 해고되지 않았을 것.

    이게 끝판 왕이다. 대체, 이 조건을 피해서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계약이 만료 되거나 / 질병으로 일을 지속할 수 없거나 / 경미한 잘못으로(…) 해고 되거나 / 사업이 부도나거나 / etc … 해야 한다.

    실제로 이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실업급여로부터 멀어지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15~39세 청년 노동자 300명을 대상으로 한 비공식 통계에 따르면, 이들 중 실업급여 수혜 경험이 있는 비율은 단 13.5%에 불과하다.

       
      

    자발적 퇴사?

    나의 주장은 간결하다. 실업급여 수급 조건 중 ‘실업 사유’에 관한 3번 항목은 사라져야 한다. 해고가 되었든, 계약기간이 만료 되었든, 아프든, 여의치 않아 자발적으로 퇴직하였든 –모두가 실업급여의 수급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외국의 사례에 비추어 봐도 이는 훨씬 보편타당하다.

    ‘자발적 퇴사’ – 대단히 사무적이고 현실과 괴리 된 논리가 아닐 수 없다. 미래에 대한 전망이 없이, 저임금/고강도/장시간 노동에 시달린 끝에, 평균 16개월 미만의 근속기간을 채우고, 결국 퇴사하는 이들에게, ‘무능’과 ‘패배자’라는 낙인을 찍을 수 있겠는가?

    안정 된 고용과 미래에 대한 비전이 사회적으로 보장 될 수 없다면, 이들에게 ‘정당한 휴식의 기회’라도 제공해야 한다.

    논란의 여지

    자, 이제 쟁점은 ‘재정 건전성’으로 넘어간다.(가카의 호연지기가 반영된 이 프레임을 내가 끌어다 쓸 줄이야… ) 나의 주장이 ‘사회보험(고용보험) 가입률 확대’와 ‘실업급여 수급조건 완화’에 있기에, 당연한 귀결이다.

    실제로 2008년 세계 경제위기 이후, 실업급여의 근간이 되는 고용보험 기금의 ‘재정 건전성’은 대단히 악화 되고 있다.

    ‘경제 위기 → 실업 증가 → 실업급여 수급 증가 → 고용보험 적립금(금고) 건전성 악화’

    쉽게 요약하자면 위와 같은 상황이다. 한 해 동안의 실업급여 지출액이 100이라면, 약 200 정도의 돈이 금고에 들어 있어야 한다. 이는 고용보험 기금을 운영하는 매뉴얼에 근거한다. 하지만 현재는 20 정도의 금액만 금고에 남아있고, 이 추세로 2013년을 맞이하면 마이너스 통장으로 변신한다는 것이 정부 측 발표이다.

    오죽하면 ‘감세’에 영혼까지 팔아먹은 현 정권 하에서 고용보험 요율이 인상 되었을까. (2011.4.1 이후 적용 / 0.9% → 1.1%) 그것도 12년 만에! 하지만 이 정도 수준으로는 턱도 없어 보인다. 유감스럽게도, 고용보험 기금 악화에 대한 현 정권의 입장은 참으로 청순하다.

    “(고용보험에서 지출되는 급여들의) 수급 조건을 강화하여 불필요한 예산 낭비를 막겠다.”

    위의 인용은 2010년에 발표된 국가예산처의 입장이다. 고용보험 기금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자산운용팀을 신설하겠다는 ‘개드립’은 2009년 고용노동부의 발표이다. 이 따위 진통제 처방으로 ‘병’이 나을 리 만무하다.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올곧은 마음을 담아, 진통제보다는 그럴 듯한 처방을 제안한다.

    일자리 창출

    첫 번째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다. 눈 찌푸리지 마시라. 나이브하고 지겹더라도 계속 강조 되어야 한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관한 연구와 논의들은 어느 정도 진행 된 것으로 알고 있으니, 구구절절한 이야기는 생략한다.(필자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관련하여, 민경우가 지은 『대한민국은 안철수에게 무엇을 바라는가』의 문제의식에 공감한다.)

    다만 이 지면에서는 ‘예산’에 관해서만 언급하겠다. 2011년 기준으로 예산(일반회계/특별회계)과 기금(고용보험/산재보험 기금이 대표적이다)을 합친 고용노동부의 1년 재정은 약 20조 원 수준이다. 300조 원을 초과하는 한국의 공적재정 규모를 감안할 때, 대단히 소박한 금액이라 하겠다.

    자세하게 분석하면 상황은 심각해진다. 20조 원 중, ‘기금’에 해당하는 금액의 비율은 93%. 약 18조 5천 억에 달한다. 이 기금은 ‘세출항목’이 정해져 있다. 실업급여 운용, 산업재해 보상, 적립금 보전, 고용안정 사업 등이다.

    결국 고용노동부는 전체 재정의 7%에 해당하는 약 1조5천억 원 규모의 예산으로 ‘일자리 창출’이라는 시대적 과업을 이뤄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일자리 창출에만 이 돈을 쓸 수도 없는 노릇이니. 아련하다, 고용노동부.)

    상황이 이러하니, 이 분들이 내놓는 정책이라는 것들이 참으로 앙증맞다. 청년인턴, 글로벌 인재 양성 프로젝트, 청년 직장 체험 프로그램, 청년 취업 아카데미… 이것저것 쓸모 없는 사업들 투성이지만, ‘글로벌 인재양성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한 마디 사족을 달아야겠다. 이는 없는 살림의 고용노동부가 ‘나름’ 야심차게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다.

    하지만 (나름) 천문학적인 재정(2011년 기준, 약 300억)이 투입된 이 사업은, 천문학적인 예산 낭비를 거듭하고 있다. 해외연수를 받기 위해 국가가 소개해 준 학원을 찾아 갔더니 1개월 동안 자습을 한다든지, 외국 IT업체에 취직한 것으로 처리된 청년이 실제로는 PC방 카운터에서 근무한 것으로 확인 된 사례가 대표적이다.(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실 발표)

    고용노동부는 ‘일자리 창출’이라는 과제에 무능하기에 앞서, 돈이 없다. 1조 원 남짓의 금액으로는 청년 실업이라는 중대한 문제에 대적할 수 없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전략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의 재정이 투입되어야 한다. 고용노동부의 일반회계 예산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다.(고용노동부에서 일하는 공무원 분들은 저에게 식사 대접이라도 한 번. 응?)

    저임금/불안정 청년 노동자, 혹은 실업자, 소위 잉여들. 이들을 안정된 고용시장으로 편입시켜 고용보험 기금의 지지기반으로 삼아야 한다. 고용보험의 재정건전성과 국가의 미래가 달린 과제랄까.

    사회보험료 인상

       
      ▲필자.

    이건 간단하다. 사회보험의 소득재분배 효과와 진보성은 이미 입증된 바 있다. 그렇다면 전략적으로, 공세적으로 요율 인상을 주도하는 것이 ‘재정건전성’과 ‘사회안전망 확충’이라는 측면에서 여러모로 유리하다. 물론 험난한 길이 예상 되지만, 어쩌랴. 묵묵히 갈 길 가야지.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의 기억을 더듬어보자.

    불안과 공포로 설명되는 오늘날의 노동 현실을 고려할 때, 고용보험의 중요성은 지속적으로 강조될 것이다. 하지만 ‘3무1반’과 ‘복지국가’라는 거대한 담론을 내놓는 야권이지만, 정작 ‘고용 안정’에 대한 고민은 부족해 보인다.

    고용 안정을 통한 구매력 확보는 ‘복지 국가’의 최전선을 지탱하는 힘이 아니던가. 범야권이 이 지점을 놓치지 않고, 대중성과 현실감각이 넘치는 집권세력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휴식의 관한 이야기로 시작했는데, 끄적이다보니 어설픈 보고서가 되어 버렸다. 지금까지의 스크롤 압박을 견디시다니… 박수. -어쨌든. 국가 예산과, 재정건전성, 일자리 창출과 복지국가까지 들먹이며, 내가 내리고 싶은 결론은 단 한 줄이다.

    "청년들을 쉬게 하라."

    단군 이래 최대의 스펙을 쌓고, 사회적 불신과 냉소를 감수하며, 어쨌든 먹고는 살아야 하니 시간당 4320원에 자신의 노동을 판매하지만, 더 나은 내일에 대한 ‘상상력’을 ‘상실’해 가는 이들에게는,

    휴식이 필요하다.

                                                        * * *

    * ‘진보, 야!’ 필진에 새로 합류한 이 글의 필자는 20대 초반으로 현재 청년유니온 조합원이자 노동상담팀 팀장을 맡고 있다. 그는 최근 자신이 일했던 카페베네가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발을 함으로써, 주휴수당 되돌려받기 운동에 불을 붙인 청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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