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꼼수 들을수록 불편한 이유
    By
        2011년 11월 14일 04:57 오후

    Print Friendly

    "나는 꼼수다"(나꼼수)가 시사 미디어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 팟캐스트 방송을 만들고 진행하는 네 사람(김어준, 정봉주, 김용민, 주진우)의 ‘이빨’은 금도와 경계를 허문다. 그러면서도 무겁지 않다. 하하 깔깔 유쾌하고 수다스럽다. ‘무거운 주제를 이처럼 즐겁고 신나게 진행하는 시사 프로그램은 일찍이 없었다’는 도올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나꼼수는 무조건 재미가 있다.

    금도와 경계를 허문 ‘이빨들’

    나꼼수는 여론을 선도하는 힘도 대단하다.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나꼼수의 위력은 충분히 입증됐다. 사립학교법과 나경원의 관계, 나경원 1억 피부관리설 등은 20~30대 유권자들를 대거 투표장으로 이끌었다. "쫄지 마" 한 마디로 압축되는 나꼼수는 그동안 억눌려 있던 민중의 분노를 끌어내 투표로 폭발시켰다.

    나꼼수는 현재 권력의 ‘꼼수’를 집요하게 파고들고, 그 이면을 굉장히 설득력 있게 대중에게 어필한다. 나 역시 지난 4월 28일 나간 첫 방송 ‘BBK 총정리’를 듣고서야 지난 대선 때 이명박 후보를 따라다녔던 의혹의 실체가 무엇이었는지 비로소 제대로 알 수 있었다. 모르긴 해도 꽤 많은 국민들은 이명박 대통령 도곡동 사저의 진실을 기존 미디어가 아닌 나꼼수를 통해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을 거다.

    나는 그러나 나꼼수를 들으면서도 한편으로 가슴이 묵직하다. 솔직히 말하자면 걱정스럽다. 진중권씨가 씹었던 "한껏 들떠서 막장까지 갔다"는 류의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좀 더 근본적인 문제를 걱정하기 때문이다. 그건 나꼼수가 좌파이거나 최소한 좌파를 지향하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미안하지만 내가 듣고 있는 지금의 나꼼수는 좌파가 아니고, 최소한 좌파의 친구나 이웃도 아니다.

    나꼼수의 순기능을 폄하하는 건 아니지만 적을 아군으로 착각하고 있는지, 아니면 나꼼수 역시 예수 시대의 바리사이파 중 하나인지 헷갈리기 때문이다. 이명박과 이명박 정권을 욕하는 건 지금 누구나 하는 당연한 것.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곧 사멸할 권력들이다. 지금 우리가 똑바로 바라봐야 하는 건 나라를 분탕질치고 있는 이명박 정권이 아니라 그 외곽에서 공생하고 있는 바리사이들이다.

    나꼼수가 이명박 정권을 절대 악이라고 집요하게 공격하면 할수록 다음 총선에서 다시 ‘비판적 지지’라는 악령이 되살아난다. 좋게 봐줘도 합리적 보수주의자라고 밖에는 볼 수 없는 안철수가 차기 유력 대권후보로 뜨고 있는 것 또한 ‘비판적 지지’에 다름 아니다.

    나꼼수의 ‘가카 헌정’과 비판적 지지

    지금 우리 국회에 제대로 된 좌파 진보정당이 하나라도 있나. 신자유주의 노선을 버리지 않고 있는 국민참여당과 합당을 이야기 하고 있는 민주노동당을 여전히 진보정당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나꼼수가 한편으로는 고맙기도 하지만 들을수록 불편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솔직히 지금 같은 형태로 나꼼수의 인기가 지속된다면 좌파 진보정당이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질 것 같아서 그렇다. 그래서 바라 건대 나꼼수는 적을 정조준해 주시라. 나꼼수가 최소한 좌파의 친구라면.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