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가 ‘안철수 신당’ 목말라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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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11월 11일 11:3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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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신당 뽑겠다” 36% “현역 안뽑겠다 36%”

    동아일보가 11월 11일자 1면에 내보낸 전국단위 여론조사 결과이다. 동아일보는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4~8일 전국 성인남녀 4000명을 대상으로 집전화(RDD)+휴대전화 여론조사(표본오차 ±1.5%포인트)를 벌였다.

    집전화와 휴대전화를 결합한 여론조사는 다른 여론조사에 비해 신뢰도가 높다는 점이 지난 10·26 재보선에서 다시 한 번 입증됐다. 동아일보가 ‘KT 등재’ 집 전화 여론조사를 발표하던 때와 비교하면 진일보한 방식이다.

    여론조사 규모도 4000명으로 다른 여론조사(1000명 안팎)보다 더 많이 조사했고, 표본오차도 ±1.5%포인트로 줄였다. 여론조사 방법 자체만 놓고 본다면 상대적으로 신뢰할만한 조사로 보인다. 그렇다면 동아일보는 왜 <“안철수 신당 뽑겠다” 36% “현역 안뽑겠다 36%”>를 1면 머리기사로 뽑았을까.

    언론은 가장 의미부여를 하고 싶은 내용을 1면 머리기사 제목으로 뽑기 마련이다. 동아일보의 이번 여론조사에는 주목할 다른 ‘포인트’가 눈에 띄는데 동아일보는 ‘안철수 신당’ ‘현역 안뽑겠다’라는 부분을 부각시켰다.

       
      ▲동아일보 11월11일자 1면

    여론조사에 공을 들여놓고 다소 엉뚱한 또는 곁가지 제목을 뽑은 이유가 궁금한 대목이다. 동아일보 여론조사에서 눈에 띄는 결과는 ‘내년 대선에서 누구에게 투표하겠습니까’라는 물음에 안철수 47.7%, 박근혜 38.3%의 지지율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오차범위를 훌쩍 넘는 차이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눌렀다는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하지만 동아일보는 이 부분을 메인 기사제목으로 뽑지는 않았다. 또 하나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 내년 총선에서 야권과 한나라당 후보 중 누구를 뽑을 것이냐는 질문에 야권 44.5%, 한나라당 25.3%로 거의 두배 수준의 지지율 차이를 보였다.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내년 총선에서 궤멸적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내용 역시 동아일보는 메인 기사제목으로 뽑지 않았다.

    동아일보가 메인 기사제목으로 뽑은 것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안철수 신당’이다. 그것도 내년 총선 전에 안철수 신당을 창당하는 것을 전제로 총선 지지율을 물었고, 안철수 신당 36.2%, 야권 16%, 한나라당 23.4% 등의 결과가 나왔다.

    동아일보는 이 내용을 기사제목으로 뽑았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한나라당 지지율은 범야 권과의 대결 대 25.3%, 안철수 신당을 포함한 3자대결 때 23.4% 등으로 큰 차이가 없다. 반면 야권은 안철수 신당이 창당할 경우 44.5%에서 16%로 지지율이 급감했다.

    동아일보는 안철수 신당의 파괴력을 보여주고 싶었는지 모르지만, 과연 안철수 신당이 총선 이전에 탄생할 것인지가 중요한 전제 조건이다. 있지도 않은 안철수 신당을 띄우는 까닭은 무엇일까.

    동아일보의 속내는 3면 기사에서 드러난다. 3면 기사제목은 <박세일, 13일 이전 ‘신당 창당’ 깃발 올린다>라는 제목이다. 그렇다면 동아일보가 전한 박세일 신당과 안철수 신당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기사 내용을 보자.

       
      ▲동아일보 11월11일자 3면

    동아일보는 “박세일 신당의 성공 가능성은 파괴력 있는 인사들이 얼마나 합류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라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기존 정당에 대한 불만, 불신이 극에 달해 있기 때문에 정쟁 종식과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안철수 원장 등이 참여하는 신당이 출범하면 수도권 한나라당 의원 중에도 합류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서울의 한 친이계 초선의원 얘기를 전했다.

    동아일보 주장은 무엇인가. 안철수 원장이 한나라당 친이명박계 의원들과 함께 새로운 정당을 창당하기라도 한다는 말일까. 가능성이 있는 주장인가, 희망사항인가. 동아일보도 자신의 주장이 엉뚱하다고 판단했을까. 이번에는 안철수 원장과 함께 ‘청춘콘서트’를 이끌어온 법륜 스님 관련 내용을 3면 기사에 전했다.

    기사 제목은 <‘안철수의 멘토’ 법륜 “안, 기성정당 들어가면 똑같아져”>라는 제목이다. 무슨 얘기일까. 동아일보는 “안 원장이 기성 정치권에 들어가면 똑같아지는 것 아니냐”는 말을 했다는 한 참석자의 얘기를 전했다.

    그 한 참석자가 누구인지도 모르겠고, 그 주장이 맞는지도 의문이다. 설사 그런 주장이 맞다고 해도 법륜 스님이 주장한 기성정당이 어디를 말하는지, 그것이 제3정당설의 근거가 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그러나 동아일보의 1면 기사, 3면 기사를 함께 읽다보면 그림이 그려진다. 동아일보는 1면에서 <“안철수 신당 뽑겠다” 36%>라는 제목을 뽑았고 3면에는 <박세일, 13일 이전 ‘신당 창당’ 깃발 올린다> <‘안철수의 멘토’ 법륜 “안, 기성정당 들어가면 똑같아져”>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동아일보의 지면 편집은 분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동아일보가 안철수 신당을 은근히 부추기는 까닭은 무엇일까. 여론의 흐름을 그쪽으로 몰아가려는 까닭은 무엇일까. 답은 동아일보가 내놓은 여론조사에도 나와 있다.

    내년 총선에서 야권 지지율이 44.5% 한나라당 지지율이 25.3%라는 결과가 그것이다. 만약 안철수 원장이 신당 창당이 아닌 야권의 대통합 흐름에 동참한다면 야권과 한나라당 지지율 격차는 더 커질 것이다. 한나라당은 상상하기도 실은 ‘악몽의 시나리오’다.

    한나라당 입장에서 이를 막으려면 야권은 분열해야 한다. 안철수 신당이 탄생하건 야권 대통합이 실패하건 그런 결과가 나와야만 한나라당이 그나마 희망을 걸 수 있게 된다.

    가만히 있는 안철수 원장에게 신당 창당을 부추기는, 그것도 수도권의 친이명박계 의원들이 안철수 원장과 함께 할 수도 있는 것처럼 ‘희망사항’에 가까운 주장을 펼치는 모습에서 내년 총선에 대한 동아일보의 조바심 그리고 두려움이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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