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능 스스로 학습법
    By
        2011년 11월 10일 01:27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재능 스스로 학습법

    그렇다, 우리는 당신들에게 배웠다
    ‘올바른 교육환경’만 주어지면
    누구나 투사가 될 수 있음을
    당신들이 고용한 용역깡패들의 365일 끊이지 않던 폭력을 통해
    세간에 집달리들이 붙여두고 간 차압통지서 앞에서
    아주 절실하게 단단하게 배웠다
    어떻게 인간이 1400일동안
    짐승들처럼 거리에서 농성을 할 수 있는지를
    당신들의 전방위적인 탄압 속에서
    스스로 배워왔다

    이젠 우리가 당신들에게
    배운 것을 되돌려주려 한다
    당신들은 다시 교육 받아야 한다
    스스로 학습이 안되는 별종들이기에
    노동자민중의 매를 맞으면서 배워야 한다
    교육은 상품이 아님을, 돈벌이 수단이 아님을
    혹독한 벌을 서면서 배워야 한다
    진정한 인간의 미래를 위한 연대와 투쟁의
    매운 맛을 보아야 한다
    이 사회에서 영원히 쫒겨날 수 있다는
    공포를 배워야 한다

    우리는 1400일 동안의
    스스로 학습을 통해 배웠다
    교육은 더 이상 기업의 것이 아니라
    공공의 것이어야 함을
    교육을 통해 얻어야 할 것은
    남아야 할 것은
    이 삶과 자연과 관계에 대한 사랑과
    역사에 대한 겸허함이지
    이윤이 아님을
    재능이 아닌 인간됨임을

    [덧말]

    한진중공업 김진숙 씨가 85호크레인 고공농성 308일만에 오늘 내려온다고 한다. 날마다 내려가는 법을 잊어먹을까봐 계단을 걸어 내려가는 연습을 한다던 사람이다. 그를 구하고자 지난 몇 개월 수많은 사회적 양심들이, 사회적 아름다움들이 ‘희망의 버스’를 타고 부산으로 향했다.

    그때마다 우리의 출발지는 서울 시청광장 옆 재능교육 시청사옥 앞 재능교육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농성 천막 앞이었다. ‘희망의 버스’가 기획된 여러 곳 중 하나도 이곳의 농성장이었다. 다른 말로 하자면 재능교육 특수고용노동자들의 1300여일에 이르는 험난한 투쟁에 대한 분노였다. 수백만 명의 정리해고자들과 900만에 이르는 비정규직의 아픔과 설움에 대한 저항의 버스였다.

    어쩌다보니 출발지인 재능교육 문제로 상징되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행동이 충분치 않았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우리는 우리의 출발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인간적, 반사회적 야만의 상황을 잊어 본 적이 없다. 교육을 팔아 천문학적 이윤을 챙기고, 사설 용역깡패들이나 고용해 ‘선생’들을 짓밟는 재능교육과 같은 기업에게 우리 아이들의 신나는 미래를 맡길 수 없다.

    그런 재능교육 비정규직들이 투쟁 1400일을 맞아 1500일 전에는 문제 해결을 해보자고, 100일 결사투쟁에 들어갔다고 한다. 100인 릴레이 동조행동도 사회 각계에 요청드리고 있다고 한다.

    힘겨웠던 지난 몇 개월, 308일의 처참한 시간을 뒤로 하고 김진숙 씨가 이 평지로 내려오는 날, 오히려 이런 날 우리 함께 얘기해주자.

    이 땅의 수많은 김진숙, 수많은 소금꽃들, 열 여덟 분의 희생자가 난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비정규직 해고자들, 5년이 넘어가는 콜트콜텍 기타 만드는 노동자들, 대우자판과 유성기업과 전주버스와 그런 조직마저도 없어 모멸과 차별 속에서 살아가는 이 땅의 모든 소외받는 자들을 기억하자고.

    이제 다시 시작이라고, 1%의 특수한 계층들에 맞서는 99%의 투쟁이 이제 시작이라고, 착취와 독점의 소수에 맞서 평범한 다수가 승리하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고. 지난 봄여름가을은 참 아름다웠었다고, 우리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보자고.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