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생각, 폭넓은 용인이 필요할 때혁신과 통합, 민주말고 진보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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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11월 10일 09:5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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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ink different” 애플을 심지어 ‘위대한 기업’으로까지 올려 놓은 스티브 잡스의 모토였다. 다르게 생각하라? 대단한 모험이 따르는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또라이’ 소리를 듣거나, 조직적으로는 ‘변절자’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메피스토펠레스의 ‘간교한’ 속삭임이다.

    그러나 지금 진보는 다르게 생각하는 것을 폭넓게 용인하고, 그런 다른 생각과 시도들을 용광로 속에서 융합시켜야 할 때인 것 같아서 몇 가지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변명과 전망

    미리 말해두지만 이 글의 핵심적인 주제는 통합연대가 국민참여당을 배제한 진보통합을 고수하다가 지금 국민참여당까지 포함한 이른바 ‘원샷 통합’으로 돌아선 데 대한 ‘변명’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만약 그렇게 통합진보정당이 만들어진다면 어떻게 2012년을 돌파할 것인가에 관한 약간의 의견을 말해 보려는 것이다.

    진보정당운동의 선진국인 유럽의 경우 집권을 경험한 진보정당들은 자본주의 초기에는 선명한 정체성을 가진 프롤레타리아트 계급정당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예외 없이 계급연합정당으로 바뀌었고 온건해졌다. 물론 이렇게 바뀌면서 집권도 현실화되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급진분파들이 정체성 훼손을 비판하며 떨어져 나와 보다 선명한 기치를 내건 좌파당이나 혹은 녹색당, 해적당과 같은 새로운 당을 만들었다. 

    한국에서도 유럽 진보정당의 성장과 분화의 경로를 뒤따를 수 있을까? 만약 한국에서 1987년 6월 항쟁이라는 민주화와 7~9월 노동자 대투쟁이라는 노동운동의 폭발적인 확장 공간에서 진보정당이 성립되고 발전되었더라면 아마 지금 우리의 고민은 조금 달랐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노동운동의 대표성 위기가 현실화되어 있고, 진보정당의 생존 문제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사회당이 이미 몰락해 버렸다. 진보정당이라는 게 오래 버티면 집권에 이르는 게 아니라 아예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예도 많다. 우리의 경우도 보다 좌파적인 사회당이 10여년 버텨왔으나 그 존재감은 거의 제로에 수렴되지 않았던가?

    한국 좌파와 압축 성장

    나는 한국에서 현실주의적 좌파에게는 유럽 진보정당의 성장 과정을 보다 압축하는 선택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해 왔다.

    당장은 급진분파로부터 정체성이 흐릿하고, 뒤죽박죽이라고 비난받더라도 전통적인 진보정당인 사민주의세력과 국민참여당이라는 진보적 자유주의세력이 힘을 합쳐 진보개혁통합정당을 통해 곧바로 기존의 양당체제를 뒤흔드는 도전자로, 야성이 거세된 민주당의 대체재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치고 나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과거엔 비판적 지지라는 미명하에 보수적 자유주의세력에 대한 일방적 수혈이었으나 지금은 오히려 진보가 주류화되는 상황에서 진보의 영토를 확장하는 전혀 다른 선택이라고 감히 생각한 것이다.

    그 당의 지향과 정체성은? 스웨덴 사민당의 핵심 이론가 비그포르스 같은 이들이 말한 ‘잠정적 유토피아’ 정도로 설명할 수밖에 없는데, 진보개혁통합정당은 ‘노동이 존중되는 생태적 복지국가’와 같은 비전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우리 사회 양극화의 핵심 쟁점인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을 비롯해 보편복지와 경제의 민주화, 생태적 전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 우리 사회의 당면한 진보적 개혁의 청사진을 펼쳐 보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정도의 비전이 급진분파에게 만족스럽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수준의 사회경제적 대개혁이 진전되는 바탕 위에서 보다 다원화된 욕구가 본격적으로 의제로 부상하고 그것을 담아내는 급진적인 좌파당, 녹색당, 해적당 출현의 대중적 지반이 마련될 수 있지 않을까?

    노동이 존중되는 생태적 복지국가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난 1년간 진보대통합 논의 과정에서 명분과 동력, 리더십이 크게 훼손되었다. 통합을 위한 명분을 확장하고 대중적 동의와 감동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기보다 통합 상대의 약점을 공격하고 분리정립의 명분을 키워가는 방식으로 논의가 진행되어 온 것이다.

    돌이켜 보면 진보신당 내부의 역학으로 볼 때 대통합 논의를 감당하기 힘들었던 것 같다. 6.2 지방선거의 내상으로 노회찬 대표는 통합 논의를 주도하기 어려워 장기간 묵언수행을 해야 했고, 통합 논의를 주도할 수 있었던 심상정 전 대표의 경우 입도 뻥긋하지 말라는 당 내 ‘사법적’ 공격의 대상이 되었었다. 뿐만 아니라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은 아예 금단의 영역처럼 치부되어 논의가 차단되었으니 첫 단추부터 꿰기가 쉽지 않았다.

    이런 과정에서 ‘독자파’라는 흐름이 강하게 세력을 형성하면서 통합파는 독자파를 설득하기 위해 ‘비국참’을 거듭 선언해야 했다. 결과적으로는 독자파의 동의를 구하지 못해 당 대회에서 부결됨으로써 통합파는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어버린 꼴이 되었다.

    진보신당의 부결 이후 민주노동당 당 대회에서 국민참여당을 포함한 통합안을 비판하는 민주노동당 비주류에게 힘을 실어줌으로써 통합연대는 ‘비국참’의 덫에 완전히 갇혀버렸다. 통합연대는 민주노동당의 ‘국참 포함 부결’ 결정이 ‘선 진보통합’이라는 프로세스로 이어질 것을 기대했으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2%가 부족한 부결은 민주노동당 당권파에게 뼈아픈 후퇴를 강요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진보신당을 탈당한 소수의 통합파와의 통합 추진도 모양새가 나지 않는 것이었다. 말 그대로 ‘도로 민노당’ 아닌가? 다시 공은 통합연대로 넘어왔다.

    통합연대의 고민과 선택

    통합을 주도할 수도 없는 통합연대는 ‘비국참’을 고수하면서 뿔뿔이 흩어질 것인가? 아니면 국민참여당을 포함한 통합을 과감하게 받아들일 것인가의 선택 밖에 남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 통합연대가 국민참여당을 포함한 원샷 통합 방침을 밝힌 것은 그것을 ‘선택’한 것이라기 보다 ‘양해’한 것으로 봐야 한다. 아무런 선택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흔쾌한 통합이 아니라 마지못한 선택이라는 것이 너무 표나게 드러나는 상황이어서 보기에도 안쓰러웠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선택하는 것이 정치라고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지만 굳이 ‘변절’이라고 한다면 어쩔 수 없다. 지금은 그 짐을 무겁게 질 수밖에, 다만 이후의 결과물로 자신을 증명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걱정스러운 것은 과연 이렇게 진을 다 빼고난 통합진보정당이 과연 ‘얼마나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인가’이다. 사실 진보통합이 지리멸렬해진 진공상태를 안철수, 박원순이 치고 들어오면서 진보정당은 완전히 주변화된 것처럼 보인다. 이런 상태에서 과연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양당 구도를 흔들고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는 정도의 성과를 얻을 수 있을까?

    전혀 불가능한 건 아닐 것이다. 비록 행위자들의 동력은 떨어졌지만 비민주 진보개혁통합정당이라는 한 축이 ‘구조’로 형성될 것이기 때문이다. 구조와 프레임의 힘이 살아날 것을 기대한다. 그러나 통합진보정당은 여전히 키 플레이어가 되기 어렵다.

    혁신과 통합 또는 새로운 촉매

    새로운 촉매가 필요한데 나는 엉뚱하게도 그 촉매를 ‘혁신과 통합’으로 상상한다. 민주당을 포함한 범진보민주진영의 단일정당을 만들자고 하는 ‘혁신과 통합’의 선택을 주목한다. 전제는 통합진보정당은 민주당을 연대의 대상 이상으로 보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고 그럴 경우 ‘혁신과 통합’이 바라마지 않는 야권단일정당은 성립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혁신과 통합은? 대체로 많은 이들이 예상하듯 혁신과 통합이 민주당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그 결과 통합진보정당의 영향력을 제한하게 된다면 총선에서 민주당 중심의 단일화에 저항하는 불협화음이 곳곳에서 불거질 것이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길이지만 그래서 가장 ‘뻔한 길’이다.

    상상은 자유이니까 나는 반대로도 상상할 것을 권하고 싶다. 문재인이 손학규와 손을 잡는 것이 아니라 강기갑, 권영길, 노회찬, 심상정, 유시민, 이정희와 손을 잡는 길이다. 노무현이 멈춰선 그 자리에서 새로운 ‘진보의 미래’를 전망한다면 그럴 수도 있다고 또 감히 상상해 본다.

    그 힘으로 민주당을 강하게 압박하는 길이다. 내년 총선에서 통합진보정당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한다면 이변이 속출할 수도 있다. 민주당과 대등하게 겨룰 수 있는 힘을 가질 때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과정과 같이 단일화의 역동성도 살아나지 않을까?

    통합진보정당의 힘이 강화된다는 것은 민주당의 대체재를 바라는 민심에도 부합하는 길이다. 5% 지지율의 박원순 후보가 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대등하게 경쟁해서 여론조사 지지율에서도 박영선 후보를 이길 수 있었던 것은 낡은 민주당이 아니라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민심이 투영된 것이다.

    낡은 민주당 말고 새로운 정치로

    안철수가 정확히 가치 투자를 했듯이 ‘저평가된 우량주’에 투자함으로써 우리 정치의 동맥경화를 해소하고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감도 높이고 2040세대의 투표율도 크게 높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새로운 정치인의 등용문을 활짝 열 수도 있지 않을까?

    한미FTA에서 보여준 민주당의 동요, KBS 수신료 인상에서 보여준 기회주의적 태도, 한-EU FTA에서 보여준 무책임한 태도 등 민주당은 여전히 덩치만 믿고 있을 뿐 발본하는 쇄신의 모습과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 외부의 충격이 필요하다.

    안철수, 박원순이 지지를 받는 것은 새로운 정치세력에 대한 기대감을 표현한 것이다. 어떤 정치를 할 정치세력인가? 시장만능과 경쟁지상주의로 인해 ‘루저’가 된 99%의 갈증을 풀어주는 정치를 하라는 것 아닌가?

    무상급식과 같은 보편복지 의제, 희망버스로 대표되는 노동개혁 의제, 그리고 신자유주의 체제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99%의 저항은 그간 진보정당이 줄기차게 제기해 왔던 의제들이다. 지금 이것이 전면에 부상하고 있는데 진보정당의 미숙함으로 그것을 선두에서 이끌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안철수가 박원순에게 기를 불어 넣듯 힘을 보태면 어떨까?

    정당정치를 부정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그 정당의 선택이 도로 민주당이 아니라면 그것은 사회경제적 대개혁, 밥 먹여주는 민주주의를 추구해 온 통합진보정당일 수 있다. 통합진보정당을 내년 총선에 키운다는 것은 지역주의에 터 잡은 보수 양당 체제를 해체하고 제대로 된 진보와 보수의 정책정당체제로 전환시키는 동력을 얻는다는 뜻이다.

    힘 있어야 단일화-연립정부 협상 가능

       
      ▲필자.

    통합진보정당 돌풍은 한국 정치의 새로운 재편 구심이 될 수 있다. 이때 비로소 낡은 민주당은 기득권을 내려놓고 진검승부로 대선 후보 단일화와 연립정부 협상에 나설 것이다. 단순한 정권교체를 넘어서 사회혁명적 변화를 실지로 이루어낼 권력을 창출하는 길이다.

    그러나 ‘혁신과 통합’이 이런 역동적 비전을 갖지 못한 채 민주당 중심의 재편에 협력하게 된다면 그것은 낡은 지역주의 정당체제를 연장시키는 것이며, 정권교체를 위한 역동적 정치의 길을 지레 포기하는 것일 수도 있다.

    상상은 자유니까 이런 상상도 해 본 것이다. 어쨌든 통합진보정당이 상황을 주도할 수 있다면 좋겠으나 그럴 여지는 지난 통합논의 과정에서 거의 소진했으니 이제 게임 메이커는 ‘혁신과 통합’이라는 얘기다. 다시 오지 않을 소중한 기회가 우리 앞에 있다. 그러니 진보개혁 정치세력들이여, 행복해지는 걸 두려워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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