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 한나라당에 '한미FTA' 돌격 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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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11월 08일 08:5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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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에서 한미FTA 강행처리 돌격명령이 떨어졌다. 김효재 정무수석이 전면에 나섰다. 이에 발맞춰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상임위 전체회의를 제3의 장소에서 할 수 있다”며 기습처리 가능성을 시사했다. 8~9일 상임위 처리와 10일 본회의 통과가 한미FTA 처리의 유력한 시나리오다.

    검찰과 경찰 등 공안기관들은 한미FTA관련 유언비어와 불법 반대시위에 대해 엄정 대처키로 했다. 청와대-한나라당-공안기관 대 야권-시민사회의 전면전이 불가피하게 됐다. 하지만 검경이 SNS를 통한 개인적 의견표명까지 처벌대상으로 규정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규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면 박원순 서울시장은 한미FTA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박 시장은 “한미FTA의 핵심조항인 투자자-국가소송제(ISD) 조항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그동안 한미FTA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은 박 시장으로서는 사실상 반대입장 표명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박 시장은 이날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의 집중포화를 받았다.

    다음은 8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들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청 “FTA가 반미 선동 도구로”…검 “유언비어 구속수사”>
    국민일보 <여 “한미FTA 10일 강행처리>
    동아일보 <인터넷쇼핑몰, 2040남자의 눈물을 팝니다>
    서울신문 <청 “야서 반미 선동” 야 “온 몸으로 저지” 검 “괴담 구속수사” 박 “ISD 재검토해야>
    세계일보 <환자 정보 멋대로 열람 ‘윤리 불감증’>
    조선일보 <주부 정보력보다 못한 보건·환경 당국>
    중앙일보 <신용등급 전망 한국만 올랐다>
    한겨레 <‘늙은 민주당’…2030 젊은동력 바닥>
    한국일보 <최태원 선물투자에 회사돈 500억 유용>

    김효재 정무수석은 한나라당 의원 전원에 편지를 보내 “한미FTA가 반미선동의 도구가 되고 있다”며 “투자자-국가 소송제(ISD)는 한나라당 정체성과도 직결되는 문제로, 가치는 타협으로 변형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싸워 획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몸싸움을 하더라도 강행처리에 나서라는 강력한 주문이다.

    아울러 “문을 걸어 닫은 김일성의 선택과 문을 활짝 연 박정희 대통령의 선택이 오늘날 남과 북의 차이를 만든 결정적 요인”이라고 말하는 등 한미FTA를 이념적으로 양분하고 반대세력에 대해 낡은 색깔론까지 입혔다. 정무수석의 이 같은 발언은 대통령의 의중과 무관할 수 없다.

    청와대가 바라던 10월 내 처리는 물거품이 되었고, 그럼에도 한나라당이 여론의 눈치를 살피면서 쉽게 강행처리에 나서지 못하자, 보다 못한 청와대가 직접 팔을 걷고 나선 모양새다. 이는 또한 최근 여권 쇄신파 의원들이 청와대를 향해 비판의 화살을 쏘아대는 것에 대한 청와대의 답변이기도 하다.

       
      ▲경향신문 11월 8일자 1면.

    경향신문은 3면 <청와대, 이념·흑백 논리로 ‘FTA전쟁’ 선포>라는 기사에서 “한미FTA를 ‘반미·친북세력 대 정통 우파’간 대결구도로 짜고 한나라당 의원들에게는 행동에 나서라고 촉구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의 현 정국에 대한 답답함과 불편한 심기가 반영되어 있다”고 해석했다.

    서울신문은 3면 <김효재 서한, 사실상 설득포기 선언>제하의 기사에서 “김효재 정무수석의 서한은 반대진영에 대한 ‘설득 포기’ 선언으로 읽힐 만큼 격했다”며 “김 수석의 메시지는 ‘이제 협상은 어려우니 한나라당 단독으로라도 꼭 처리하자’는 주문이다”라고 해석했다.

    한나라당 지도부 역시 단독처리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한미FTA는 국익이 걸린 중차대한 문제로 더는 미루기 어렵다”고 말했다. 남경필 외통위 위원장도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내일(8일) 오전 예산안심사를 마치면 상임위 전체회의를 열어 한미FTA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대검찰청 공안부, 경찰청, 외교통상부, 방송통신위원회 등이 참여한 공안대책회의에서 한미FTA 반대세력에 대한 강경대응을 선언하고 나섰다. 특히 불법 집단행동(반대집회)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허위사실 유포에 적극 대응키로 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약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민일보 3면 <괴담 도 넘었다…‘광우병 촛불집회’ 재연 차단>제하의 기사에서 한상희 건국대 법대 교수는 이에 대해 “한미FTA에 대한 찬반 여론이 공론화 과정을 통해 수렴돼야 하는 상황에서 수사기관이 형사처벌을 앞세우는 것은 비판 여론을 통제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청와대의 압박과 지도부의 결단에도 불구, 여권은 여전히 혼란 속이다. 한겨레는 4면 <‘다 바꿔야, 나만 빼고’…계파다툼 날새는 한나라당 쇄신> 제하의 기사에서 “7일 홍준표 대표가 준비해온 쇄신안이 최고위원회에서 무참히 공격당했다”고 전했다.

    당내 소장파들은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잘못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연판장을 돌리고 있고 청와대와 친이계는 강한 불쾌감을 표하고 있다. 연판장을 주도하는 김성식 한나라당 의원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 정부의 정책기조가 ‘부자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결과가 됐다’는 잘못을 시인한 다음, 그 위에서 변화된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압박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당 쇄신을 요구하고 나섰다. 김 지사는 7일 서울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미래한국국민연합 특강에서 “당 외부 인사와 당내 인사가 절반씩 참여하는 ‘비상국민회의’를 구성해 내년 총선과 대선 전략을 짜야 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지도부에 대한 퇴진 요구다. 김 지사는 다가오는 총선의 공천권까지 비상국민회의에 맡기자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오는 9일 쇄신 의원총회를 열 예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여권 의원들이 청와대의 돌격명령이 달가울리 없다. 경향신문은 4면 <야당 “청와대발 날치기 돌격명령”…여당도 당혹> 기사에서 “(여당)지도부 일각에서는 ‘이 기회에 해보자’는 목소리가 나왔고, 중간지대에 있던 이들은 ‘당의 운신의 폭이 더 줄었다’고 우려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권영진 한나라당 의원도 보도자료를 통해 “11월 10일이나 11월 24일을 D-데이로 정해놓고 군사작전 하듯이 밀어붙이는 것은 국민의 바람이 결코 아닐 것”이라며 “몸싸움하는 국회에 참여하지 않고, 참여할 경우 19대 국회에 불출마하기로 한 국민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한미FTA ISD조항을 재검토 해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외교부 등 중앙정부에 보냈다. 지방정부가 한미FTA에 대해 공식적 이의를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시는 의견서 전달 배경에 대해 “FTA는 중앙정부가 결정할 일이지만 그 영향은 지자체 주민, 시민들에게 크게 미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사실상 FTA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시장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조선일보 중앙일보는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조선일보는 1면 <박원순 서울시장 “FTA 반대”발표> 기사에서 “박 시장이 이 문제에 관한 입장을 굳이 밝혀야 할 법적 의무가 있거나, 정부의 요구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며 “그런데도 박 시장이 ‘서울시 입장’이란 이름을 빌려 사실상 한미FTA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을 두고 본격적으로 정치발언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고 비판했다.

    중앙일보 역시 4면 <박원순 “ISD패소 땐 서울재정 부담” 법무부 “ISD제소 남용 가능성 적다”기사에서 “(의견서는)형식 면에서는 서울시장이 제출하는 모양을 갖췄다. 하지만 내용은 시민운동가 박원순의 생각 그대로”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11월 8일자 4면

    특히 중앙일보는 같은 면 <민주당 입당 거부 박원순은 ‘혁신과 통합’ 추진위원> 기사에서 “혁통(혁신과 통합) 추진위원인 박 시장이 이날 FTA 반대입장을 표명함에 따라 혁통은 범야권의 새로운 ‘사령부’로 떠오르게 됐다”며 “이미 모든 야권을 묶는 ‘대통합’ 운동에 뛰어든 혁통이 ‘반FTA 전선’서도 중심역할을 맡게 된 형국”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사설 <朴 서울시장, 市 일도 바쁠 텐데 FTA에 한눈팔 여유 있나>에서 “말이 서로 통하는 정권이 FTA를 시작할 땐 원론적으로만 반대하다가 미국 의회가 FTA 비준안을 통과시키고 나서야 이미 출발한 기차를 향해 느닷없이 정지 신호를 보내는 건 우습다”며 “일의 사리가 이렇게 앞뒤가 어그러지니 박 시장이 정치적 고향인 좌파 시민단체의 공치사를 받으려 공연히 반대 시늉을 하는 거라는 오해를 부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서울시민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한미FTA에 대해 서울시장이 의견을 밝힌 것을 두고 ‘한눈 판다’라고 표현한 것도 부적절하지만, 한미FTA를 여야 단순 대립구도로 바라보는 점과 이를 반대할 경우 ‘좌파’라고 단순화 시켜버리는 논리도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이후 2040세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정치권에서도 경쟁적으로 2040세대 포섭에 나서는 가운데 제1야당인 민주당에는 정작 2~30대 비율이 19.4%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겨레가 민주당 서울시당 당원명부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당원 31만8000여명 가운데 30대가 13.3%에 그쳤고 20대는 6.1%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5~60대 민주당 당원의 자녀인 경우가 많다. 한겨레는 1면 <‘늙은 민주당’…2030 젊은동력 바닥> 제하의 기사에서 “민주당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자체 후보조차 내지 못하고 유권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위기상황에 빠진 데는 젊은층을 흡수하지 못한 늙은 당원구조가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분석했다.

    혁신과 통합에서 야권 통합을 도모하고 있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7일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기 시작했다. 문 이사장은 7일 민주당 출입기자들을 불러모아 “정권교체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문 이사장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국민일보 11월 8일자 4면

    문 이사장은 “안 원장의 현재 지지도가 계속되면 내년 대선에서 우리 진영 대표선수가 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우리가 돕고 지원할 수 있다”며 “안 원장 혼자 할 수는 없고 세력의 뒷받침이 있어야 하는 만큼 내년 총선 이전에 우리와 함께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한 문 이사장은 “통합정당에 참여할 생각”이라며 “그때부터 본격적인 정치인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필리핀에서 한국인이 피랍되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7일 필리핀 현지 경찰은 50대 한국인 광산업자 3명이 지난달 21일 무장 괴한들에게 납치돼 억류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현재 납치범들과 석방협상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밝혔으며 현재 이들은 민다나오의 라나호 호수 인근 지역에 억류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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