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 흔드는 총선전략 안세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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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11월 06일 11:4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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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당대회 이후 많은 사람들이 진보신당의 위기를 말했다. 노회찬, 심상정, 조승수 등 대표 정치인들의 탈당과 통합연대 결성, 16개 광역시도당 중 13개 위원장의 사퇴 등 당의 기반과 조직은 마치 무너지는 듯했다.

하지만 진보신당은 지난 달 31일부터 시작된 4기 대표단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이 급속도로 안정과 활기를 되찾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대표 후보로 홍세화 전 한겨레 기획위원이 단독 출마하면서 당 내는 물론 당 밖에서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부대표 후보로는 심재옥, 김선아, 강상구, 김종철 당원 등 40대가 전면에 나서 젊은 당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선거운동을 시작한 지 1주일, 네 번째 유세 지역인 울산에 다녀왔다. 울산 유세는 지난 4일 울산교육수련원에서 진행됐다. 이날 유세장 참석자들의 숫자는 많은 편은 아니었으나,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홍세화 후보.

홍세화 "정체성 흔들리며 총선전략 세울 생각 없다"

홍세화 대표 후보는 말보다 글에 강하다. 스스로도 말, 특히 대중 연설에는 약하다는 걸 인정한다. 그는 충남 지역 유세에서 "글을 썼다가 고치면 되지만 말은 그렇지 못해 힘들다"며 대중 연설의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그는 이날 울산 유세에서도 "제가 정말 말을 못한다. 하지만 노력하겠다"는 말로 운을 뗐다. 

그는 "언론 노동자로서 한겨레 신문에서 일할 때 가장 나이 많은 조합원이었고, 르몽드 디플로마티에서도 언론노조 소속 조합원이었다"며 자신이 노동자로서 삶을 살아오고 있다는 점은 "자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홍 후보는 "한국에 귀국하면서 느꼈던 진보정당의 소중함이 정치 공학이나 몇몇 사람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동원되는 모습에 안타까웠다"며 명망을 누리는 몇몇 진보 정치인들을 정조준했다.

그는 "우리가 바라는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이루고, 노동자들의 계급적 인식과 녹색의 가치가 함께 결합된 진보신당의 정체성을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지켜나가기 위해, 당이 영향력이 몇몇 사람의 정치적 지향을 위해 동원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그런 사람들의 역량이 당으로 집중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출마 이유를 밝혔다.

홍 후보는 "우리 당 정체성까지 흔들어가며 총선 전략을 세울 생각은 전혀 없다"며 "지지율 3%는 충분히 해 볼만하다는 예상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공유하고 싶다"며 "그걸 위해 나름대로 생각하는 바도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홍세화 후보는 "우리가 가는 길이 어려운 게 아니라 어렵기 때문에 우리가 그 길을 가는 것"이라는 마무리 유세 내용에 참석한 청중들이 가장 크고 우렁찬 박수를 보냈다. 

강상구 "통합연대 국참당 통합 결정, 큰 오점 될 것"

이어진 부대표 후보 유세 첫 번째 주자로 나선 강상구 부대표 후보는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당이 빠른 속도로 부활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비록 명망가는 당을 떠났지만 우리 당원들은 하루 이틀 운동하신 분이 아니며 스스로 이미 다시 일어설 준비를 하고 있었다"며 그동안 유세의 소회를 밝혔다.

강 후보는 최근 통합연대의 국민참여당을 포함한 통합 추진 결정에 대해 "그동안 진보정당의 우경화를 막자면서 통합을 주장하고 탈당한 분들이 지금은 우경화를 촉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통합연대에 참여하고 있는 젊은 활동가들에게 "명망가들이 내년 총선에서 당선되기 위한 정치공학적 의미에서 통합논의를 이끌어 왔다더라도 젊은 활동가들의 진정성 믿어왔다"며 "하지만 이대로 가면 젊은 활동가들 진정성도 의심받을 거라 본다. 거기서 멈추고 방향을 돌리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 후보는 민주노총을 향해서도 "다음 주(11월 8일)에 중집회의를 열어 이에 대한 입장을 결정한다고 들었다"며 "노동자 독자적 정치세력화라는 우리의 양보할 수 없는 오래 된 원칙 저버리지 않고 답을 내릴 거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민참여당과 통합하기로 한 통합연대 결정에 대해 비판적인 평가와 (결정 취소) 권고를 포함한 내용이 들어있는 성명서를 후보들이 공동 연명으로 낼 것"을 제안했다.

김종철 "무궁무진한 잠재력, 상상 이상 대중 지지 모일 것"

이어 등장한 김종철 부대표 후보는 박원순 무소속 후보가 당선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분석하면서, 진보신당의 역할을 강조했다. 

김 후보는 "다른 야당들은 이명박이 싫으니 박원순을 찍으라고 했지만, 그게 박원순 후보를 찍어야 할 이유는 되지 못했다"며 "저는 서울시 공공 부문에서부터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해야 우리 누이 딸 아들이 정규직화될 수 있다고 연설해 큰 호응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또 "서울시와 계약하는 모든 업체의 경우 고용안정을 잘 하고 있는 기업에 대해 우대제를 시행하겠다, 그래야 민간 부문도 정규직화할 수 있다고 했고 이 연설의 반응도 굉장히 좋았다"며 "방금 얘기한 내용들은 우리 당이 박원순 캠프에 관철시킨 내용"이라는 점을 밝혔다. 

김 후보는 "우리가 무상급식을 10년 전부터 외쳐왔던 것처럼 우리에겐 무궁무진한 잠재력 있다"며 "지금 잠시 이 내용을 실어나를 선장들이 내려앉은 상태지만, 진보신당이라는 배의 힘찬 항해를 위해 부대표에 출마했고 각 지역에서 방향을 제시하고 사람들이 모이고 있다"고 전했다. 김 후보는 "이것만 잘해낸다면 내년에 우리 당이 상상 이상으로, 계획 이상으로 훨씬 많은 대중의 지지가 모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대표 후보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강상구, 김종철, 김선아, 심재옥. 

심재옥 "지역정치 발전기금으로 청년, 문화, 지역사업 만들 것"

심재옥 후보는 "어제까지 유세 다니며 우리가 맞은 위기가 무엇 때문이었나를 느낄 수 있었다"며 "창당 3년 동안 실제 우리가 했어야 했던 일들 제대로 하지 못하고 기초체력을 다지지 못하면서 정치적 성과만 기대해왔던 마음이 위기를 부른 원인"이라고 평가했다. 

심 후보는 "노동자정치가 10만 당원 확대, 세액 공제, 집단 입당으로 이야기될 수 있나"라며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한 제대로된 논의와 실천이 없었던 점을 지적했다. 

그는 "조직된 노동운동이 풀지 못했던 비정규직 문제나 노동운동의 위기를 진보정치 재편으로 모두 풀 수는 없다"며 "애초 꿈꿨던 노동기본권 확보, 노동시간 단축 등의 주요 과제를 정치화하고, 지역 활동 같은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찾아나가는 과정이 우리가 하고자 하는 정치"라고 강조했다.

심 후보는 "기본적 교육을 통해 소양을 높이고 소통 구조를 만드는 일을 이제부터 해야 한다"이라며 "명망가들이 아니라 지역에서 진보정치의 꿈을 안고 살았던 동지들이 이를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정규기금 걷듯 지역정치 발전기금도 걷고 그런 자원 모아서 청년, 문화, 지역사업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김선아 "희망버스 주목, 당은 그 흐름 가장 잘 탈 수 있다"

김 후보는 "민주노총이 이제껏 배타적 지지를 철회하지 않고 대통합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진보신당의 노동과 관련된 당의 노력이 폄훼당해 (지역에서 진보정당 운동을 하는 데) 힘드셨을 거 같다"며 "많은 외부 사람들이 당 통합을 원하는 듯 보였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당이 진보정당운동의 뿌리를 간직했으면 좋겠다는 동지들께서는 뿌리를 간직해주는 정당에 남아 있어야 한다, (진보대통합이)민주대연합으로 가는 현실에서 우리의 원칙과 노동자 민중의 정치세력화라는 꿈, 이걸 대중정치운동 영역에서 보듬어갈 기본적 세력이 남아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희망버스 사업에 주목하고, "갇혀 있었던 한진, 정리해고라는 큰 화두, 나아가지 못 했던 노조의 싸움이 김진숙 지도라는 상징적 인물의 지난한 투쟁과 스머프라 불리는 조합원들 노력이 희망버스를 통해 확장됐다"며 "우리 당은 그 흐름을 가장 잘 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우리 당원들은 명망가 나가도 꿈쩍하지 않는다"며 "1,5000명의 당원들의 당원들이 노회찬, 심상정 같은 현재 탈당하신 분들이 좋아서 입당했는데도 안 나가는 이유는 우리 당이 목표와 이상을 실현할 공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세 후 한 자리에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대표단 후보들. 

이영도 울산시당 노동위원장 "한마디로 괴롭다"

“힘들진 않다, 한마디로 괴롭다” 탈당을 준비하고 있는 이영도 당원의 말이다. 지난 2009년 엄동설한 30일간 현대미포조선 굴뚝농성의 주인공이자 울산시당 노동위원장인 그는 탈당 이후 복당을 계획하고 있었다. 이유는 다름 아닌 노옥희 전 울산시당 위원장의 총선 지원 때문.

그는 "2006년 교육위원 잘하고 있는 노옥희 선생님을 정치판에 끌어들인 책임자 중에 한 명이 바로 나"라며 "지역노동자들이 가장 많은 일체감을 느낄 수 있는 그 분을 대중정치인으로 끌어들여 고생만 시킨다는 비판도 많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통합연대에 동의하진 않지만 현재 탈당하고 통합연대와 함께하고 있는 노옥희 전 위원장의 울산동구 출마에 대한 지원은 정치적 예의"라고 생각해 함께할 것을 계획하고 있지만, 시당 내에서 당적을 유지하며 ‘다른 당’ 후보를 지원하는 것은 맞지 않다라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왼쪽부터 이영도, 김용화, 김성민. 

그는 고민 끝에 탈당과 복당이라는 수순을 생각하고 있다. 그의 말이다. "노옥희 위원장 지원을 위해 탈당하려고 한다. 그리고 나중에 받아주면 복당해야지"

이영도의 생각에 대해 김용화 울산시당 정책위원장은 "용인이 가능하다하지만 당내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고 전한다. 김 위원장은 "노옥희 위원장은 2010년 당의 지침으로 울산시장 완주를 해 그동안 울산에서 쌓아온 소위 ‘운동권 대모’ 이미지도 많이 잃을 정도로 진보신당을 위해 희생해 오신 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통합연대의 행보가 일관적이지 않다는 지역비판이 있다"고 지적했다.

"진보신당 당원이라 피해 많았지만, 그래도 희망은 여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해고자 김성민 당원. 그는 고영호 전 울산시당 위원장과 함께 ‘비정규직 철폐, 진보정당 하나로’를 기치로 울산서 서울까지 도보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김성민 당원은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투쟁 중 다른 조직들이 투쟁 실패의 원인을 야5당의 중재로 몰아갔다"며 "나는 진보신당 당원이라는 이유로 비판 받으며 가장 많은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비정규직지회 투쟁 패배의 원인으로 꼽은 것은 지도부의 실책과 안이함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신당을 지키는 이유를 묻자 그는 "노동조합으로 다 할 수 없는 것을 정치활동에서 할 수 있다는 신념을 어떻게 저버릴 수 있냐"고 되물으며 "앞으로 동의되는 세력을 규합해서 새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통합연대의 결정에 대해 "국민참여당은 민주당의 후신이며 기간제법을 개악과 맥을 같이 하는 곳"이라며 "그런 곳과 같이 한다면 정치활동을 안 하는 게 낫다는 게 현장 정서"라고 전했다.

   
  ▲유세 후 참석자들과 함께.

홍세화 취중진담(?) "조승수 의원 꼭 만나고 싶다"

홍세화 대표 후보는 유세가 끝난 후 가진 뒷풀이 자리에서 당원들에게 솔직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참 많은 정치인들께서 후원회장으로 저를 세워주셨는데, 이분들이 고별 인사도 없이 떠나시는 걸 보면서 참으로 착잡하고 슬펐다"고 토로했다.

그는 "당원들이 후원만 하는 것이 진보정치의 문화가 아닐 텐데 제가 당 대표로 있는 한 이런 문화를 불식시킬 것"이라며 취중진담(?)을 덧붙였다. "다른 분들은 몰라도 조승수 의원은 꼭 만나보고 싶다"고.

울산의 경우 9.4 당대회 전엔 530여명이던 당원이 430여명으로 줄었다. 아직도 탈당을 고민하고 있는 당원들도 이날 유세 현장에 참석했다. 노동정치 1번지라는 수식어가 말뿐이 아니려면,  진보신당의 앞으로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진보신당 대표단 선거는 앞으로 2주 남았다. 대표단 후보들은 이 기간 동안 더 많은 당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고민을 공유할 것이다. 선거이면서 평가 기간이자 전망을 함께 세워나가는 이 시기는 진보신당 역사에 중요한 의미로 남을 것이다. 앞으로 남은 유세는 8일 경기, 9일 광주전남, 10일 강원, 11일 인천, 12일 제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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