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대도 경찰도 민영화시키다
        2011년 11월 05일 03:0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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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 버카일의 깊이 있고 면밀한 논고에서는 군대, 교도소, 치안, 국내 안보의 민영화 배후에 있는 핵심 사실들을 한데 모으고서, 정부의 ‘제4부’로 떠오르고 있는 민간 용역 국가를 제대로 이해하게 해주는 정치적?법적 분석의 렌즈를 제공한다. 민주주의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 발빠른 책에서 제기하는 정보와 질문들을 알 필요가 있다. – 마사 미노 (하버드 법대 교수)

       
      ▲책 표지. 

    민주공화제 국가에서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 민주공화제 국가의 국민은 주권자로서 국가공동체의 유지, 관리, 보수(다시 말해 국가안보, 치안, 행정) 등에 대한 권리와 책임을 가지며, 헌법에 따라 이들 권리와 책임을 정부에 위임한다. 그리고 국민이 위임한 기능을 정부가 어떻게 수행하는지 감시하고 때로는 심판한다.

    그런데 최근 수십 년 사이 정부의 규모가 축소되면서 정부 기능이 민간에 위임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국민이 정부에 위임한 기능을 정부가 다시 민간 사기업(이윤을 추구하는 개인)에 맡기는 것이다. 정부가 서비스하는 영역을 민간에 넘기는 것, 곧 민영화란 정부가 위임받은 주권을 일부 시민에게 넘기는 것이다.

    『정부를 팝니다-무책임한 정부는 모든 것을 민영화한다』(폴 버카일 지음, 김영배 옮김, 시대의 창 18000원)의 원제 ‘Outsourcing Sovereignty(주권 아웃소싱)’는 언뜻 이해가 되지 않지만, 이런 의미에서 성립될 수 있는 용어이기도 하다.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수도, 전기, 철도 등 공공시설의 민영화에 이어 국방, 교도소, 치안 등 그야말로 정부 고유의 기능까지 민간 기업에 넘겨지고 있다. 이라크전쟁 당시 미국이 이라크 최고행정관으로 파견한 폴 브레머를 호위한 것은 미국 군대가 아니라 ‘블랙워터’라는 회사였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남동부를 강타했을 때 뉴올리언스의 치안을 담당한 것도 미국경찰이 아니라 블랙워터였다. ‘민간 군인’이라는 모순 어구도 성립된 것이다.

    CCA(Corrections Corporation of America)는 미국 전역에서 63개 교도소를 운영하며 6만 9000명을 수감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 전체 민간 교도소 수용 인원의 50퍼센트가 넘는다. 그러나 ‘교도소 시장’의 규모는 아직 작은 편이다. 민간 교도소가 수용하는 인원은 전체 수감자의 약 5퍼센트에 불과하다. 반대로 민간 경찰은 연방정부와 각 주정부에 속한 경찰보다 많다.

    2007년 현재 미국에서는 80만 곳이 넘는 민간 계약자가 1만 1000개 정부기관으로부터 안보 관련 기밀사항 취급 허가권을 얻었다고 한다. 정부기관의 직무를 감찰·감독하는 기구는 정부 각 기관이 일을 맡긴 민간 계약자의 업무 수행이나 계약 위반 여부에 대한 평가를 다시 민간기관에 의뢰한다. 여기서 지은이는 묻는다. “정부가 스스로 해야 할 일을 민간에게 넘겨줬을 때 이들은 정부를 위해 무엇을 하는가.”

    공법학자인 지은이는 미국의 상황에서 역사적 맥락과 법적인 관점과 원칙, 쟁점을 검토하면서 민영화의 의미를 묻는다. 정부는 주권을 아웃소싱할 권한이 있는가? 그 판단은 ‘국민의 허락을 받은’ 헌법에 근거해야 한다는 것이 지은이의 생각이다.

    지은이는 사적인 기업에 위임될 수 없는, 혹은 위임되어서는 안 되는 영역이 있으며, 그러한 공적 영역이 민영화되면 민주주의적인 통제가 불가능해진다는 점을 지적하고, 효율성이라는 가치보다 헌법과 시민 주권의 가치가 더 우위에 있음을 강조한다.

                                                     * * *

    저자 : 폴 버카일 (Paul Robert Verkuil)

    뉴욕 예시바대학Yeshiva University 법대Cardozo School of Law의 교수로 학장을 역임했고, 공립 연구대학인 버지니아 주 윌리엄스버그의 윌리엄메리대학College of William & Mary 명예총장이며, 법무법인 보이스 실러 플렉스너Boies, Schiller & Flexner의 고문이다. 루이지애나의 툴레인대학Tulane University 법대 학장을 겸임한 적도 있다. 행정?규제법 분야에서 손꼽히는 법학자다.

    역자 : 김영배

    한동대학교 언론정보문화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과 국제정치학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숙명여자대학교 대학원 음악교육학과 전담 번역을 맡았었고, 고려대학교 일민국제관계연구소, 한국능률협회 경영자교육본부를 거쳐 현재는 한국여성경제인협회에서 국제컨퍼런스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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