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대해진 도시 속, 왜소해진 인간
        2011년 11월 05일 02:3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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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는 거대해졌고 인간은 왜소해졌다. 인공 공간은 찬란한 빛을 발하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점점 주눅 들고 있다. 광화문 광장을 비롯하여 도처에 ‘구경거리’가 늘어나지만 하나같이 키치적인 ‘관상용’으로 조잡하게 배열될 뿐이며 그 사이로 한낮의 소일거리를 찾아 나선 인간은, 풍경이 영혼 깊숙이 드리워지는 본질적인 위로를 얻지 못한 채, 그저 인증샷을 찍고 돌아선다.

    경관이 해체되고 풍경이 사라지고 그 속에서 애틋하게 이뤄졌던 사람살이의 인연마저 마치 시트콤의 한 장면처럼 말끔히 정제되고 마는 거대 도시의 인공 공간! 우리에게 과연 인간적 삶이란 가능한가?” -〈서문〉중에서

       
      ▲책 표지. 

    거대한 도시 공간에서 살아가는 오늘날의 우리에게 일상의 풍경은 자연의 것이기보다는 인공의 구조물인 경우가 많다. 줄지어 선 빌딩 사이를 거닐고, 인공의 공간 안에서 사람을 만나고 일하고 노는 도시인들, 심지어 떠나고 도착하는 터미널도 인공의 공간으로 귀결된다.

    이렇듯 언젠가부터 우리의 삶은 우리가 만든 공간을 중심으로 펼쳐졌고, 대부분의 기억과 추억도 공간이 품게 되었다. 그리고 그러한 공간 역시 세월과 함께 나이를 먹고 사라지고 다시 태어나며, 자신만의 생사고락을 써나가고 있다. 도시는 그렇게 공간의 역사를 품은 거대한 이야기책이 되었다.

    문화평론가 정윤수는 이러한 현대 도시 공간의 모습을 ‘인공 낙원’이라 칭하며, 같은 제목의 책을 펴냈다. 도시 공간은 우리의 모습을 오롯이 담고 있는 동시에, 벗어나고 싶다가도 속하고 싶은 아이러니한 낙원의 모습으로 우리를 감싼다고 그는 말한다.

    저자는 『인공 낙원: 현대 도시 문화와 삶에 대한 성찰』(궁리, 18000원)을 통해 광장, 극장, 모델하우스, 모텔, 카지노 등 우리의 삶이 퇴적되어온 현대의 유적, 도시의 인공 공간을 직접 발로 뛰며 탐사한 성찰의 기록을 담았다.

    그동안 건축과 공간에 대한 다양한 책이 나왔지만, 저자는 한국인만이 느낄 수 있는 우리만의 도시 공간과 그 안에 닮긴 삶의 궤적을 담고자 하였다. 이 책에는 건축물을 그럴싸하게 담아낸 포스터 같은 사진이 없다. 그가 직접 찾아가 인간의 눈높이에서 살아 있는 순간을 포착한 것들이 전부다. 그 안에는 사람들이 있고 일상의 풍경이 시큼할 정도로 꾸밈없이 담겨 있다.

    이 책을 위해 근 10년 동안 꾸준히 취재하고 사진을 찍은 만큼, 그동안 미묘하게 변화된 도시의 인공 공간과 그 안의 사람들 모습이 잘 포착되어 있다. 20세기를 마치고 21세기에 접어들어 거침없이 그리고 정신없이 달려오던 우리의 삶과 표정이 담긴 책이다. 

                                                      * * *

    저자 : 정윤수

    1967년 1월, 경북 영주시 순흥면에서 태어났다. 1994년 문화비평지 《계간 리뷰》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한 이후 지금까지 현대적 삶과 그 문화에 대해 공부하고 글을 써왔다. 현대의 일상문화 표층 위로 나타난 다양한 현상들을 두루 살펴서 그 수면 아래에 어떤 본질적인 원인과 심층적인 연관이 뒤엉켜 있는지 궁구해왔다.

    2003년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의 논설위원 및 문화스포츠 담당 편집위원을 지냈으며, 2005년 인문예술단체 풀로엮은집의 사무국장을 지냈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을 계기로 축구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면서 『축구장을 보호하라』를 썼으며, 클래식을 포함한 근현대 문화예술에 대한 강의를 바탕으로 『클래식, 시대를 듣다』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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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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