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장 선거평가와 향후 정치연합의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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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11월 02일 02:3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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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경험해본 선거가 두 번의 승리를 거치며 끝났다. 이전 선거의 경우 선거 과정과 결과를 두고 외부자로서 평가를 해본 경험은 왕왕 있었으나, 이렇게 선거운동의 한가운데 있으면서 평가와 전망을 논해보기는 처음이다.

    대개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게 된 이유로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대한 심판, 우여곡절이 있기는 했지만 야권단일후보의 민주적 선출과 승복, ‘연합군’이라 불렸던 야권 전체의 공동 선거대응체제, 안철수 현상이라 거론되었던 기존 정치구도에 대한 불신, 소셜미디어를 통한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꼽을 수 있다는 점에 특별한 이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선거본부 내부를 들여다보면 과연 이길 만한 상황이었는지 의문이다. 필자 자신을 포함해 선거 자체를 처음 경험하는 시민단체 출신들의 미숙함은 많은 이에게 걱정거리였다. 경선과 본선 과정 모두에서 그랬지만, 상대의 공격에 노련하게 대응하지 못하거나 일사분란하지 못한 선본 운영, 연합군이라는 성격이 갖는 복잡함 등 통상적인 선거에서라면 이기기 어려운 여러 요소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두 번 모두 승리로 귀결되었다.

    시민후보 승리로 드러난 한국정치의 현재

    말하자면 이번 선거의 승리는 선본의 빛나는 전략과 일사분란한 집행능력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쓰나미에 떠밀리듯 밀려갔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해야 할 것이다. 넘쳐나는 자원봉사자를 캠프 어디에도 머물게 할 수가 없어서 돌려보내는 탓에 오히려 욕을 먹는 기묘한 상황이 이어졌고, 본부장인 필자는 자리가 없어서 서서 일해야 했을 정도로 시민의 자발적 참여가 이어졌다.

    돈도 조직도 없는 그야말로 시민후보가 그것도 정치권에 나온 지 불과 50일 된 후보가 30일 만에 경선을 통해 거대 야당을, 나머지 20일 만에 본선을 거치며 집권여당을 이겨버린 것이다. 그것도 두 번 모두 5%포인트 이상의 격차로 승리함으로써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운 분명한 승리를 거두었다.

    안철수와 박원순으로 상징되는 새로운, 이전과는 다른 정치에 대한 갈급함이 그 모든 모자람을 뒤덮고도 남은 것이다. 따라서 박원순의 승리는 진정으로 그의 승리가 아니다. 누구도 어찌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 그 흐름을 타고가는 시민들이 그를 밀어올린 것이다. 그래서 진정 시민의 승리다. 이 흐름 앞에서 어떤 곳이든 낡은 질서와 조직과 행태를 고집한다면 어느새 뒤처진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상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들은 세대적으로 50~60대의 정당이었고, 구(舊)미디어에 의존한 정당이었으며, 개인보다 집단에 의존한 정당이었다. 이들 정당의 연이은 패배는, 87년체제에 기반하고 성장한 정당이 새로운 변화 앞에 현재의 자신을 고집한다면 맥을 못 추고 몰락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20대와 30대, 40대가 박원순에게 70%를 넘나드는 지지를 보내준 투표 결과가 그것을 말해주고 있고, 소셜미디어를 통한 공론의 형성은 그 어떤 의도적인 폭로와 흑색선전도 소용없음을 보여주었다. 과거의 선거과정과 정치행태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변화가 현실화되었음을 분명히 보여준 것이다. 따라서 기존 정당들이 이러한 유권자들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게 될 경우 정당의 존립 자체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

    미룰 수 없는 연합정치의 진화

    그러므로 이제 지난 몇 년간 우리 사회의 변화와 관련해 중요하게 제기되었던 연합정치는 그 진화를 더는 미룰 수 없게 되었다. 이미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전에 이남주는는 연합정치의 진화를 제안하며 그 경로로 통합적 수권정당이라는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연합정치의 진화로 2012년을 준비하자」, 『창작과비평』 2011년 여름호).

    그러나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거치며 이 또한 한번 더 진화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통합적 수권정당이란 말에는 기존 정치세력의 통합과 연대라는 개념이 여전히 강하게 내포되어 있는데, 이번 선거는 그런 방식으로는 시민의 동의를 얻기 어려움을 보여주었다. 무소속 후보가 중심이 된 서울 이외의 지역에서는 설사 연합이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선거에서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울의 경우, 기존 정당들과 시민사회의 연대를 두고 연합군이라는 표현이 사용되었듯이 박원순 선거운동본부가 통합된 정치세력임과 동시에 변화의 내용도 담고 있다는, ‘통합된 새로운 세력’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일정하게 성공한 경우였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서울시장 선거 이전의 수준을 뛰어넘어 연합정치가 진화되어야 함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필자는 경선이 끝난 시점에서 박원순 시장의 민주당 입당 여부가 논란이 되자, 민주당 입당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정치를 담을 수 있도록 민주당을 혁신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한 적이 있다. 민주당뿐 아니라 현재의 정치세력 모두 시민의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자기혁신 없이는 변화의 통합적 틀을 만들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비록 선거 끝까지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실제 선거과정에서도 경청투어나 타운홀미팅(정책결정권자 또는 선거입후보자가 지역 주민들을 초대하여 주요정책에 대하여 설명하고 의견을 듣는 비공식적 공개 회의) 등 기존 선거에서 보지 못했던 선거운동 방식이 나타났고, 몰표를 던진 20대와 30대, 40대의 바람은 기존의 신자유주의적인 요구를 훌쩍 넘는 것이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박원순의 공약은 기존의 토건국가와 대규모 개발 방식을 거부하고 시민의 삶을 중심에 놓는 것이었다. 안철수의 부상은 상식과 합리를 바탕으로 이명박 정부의 질서를 거부하고자 하는 시민의 의사를 분명히 보여주었다.

    통합적 수권정당에서 한발 더 나아가자

    따라서 연합정치는 통합적 수권정당이라는 개념에서 한발 더 나아가 시민의 요구를 더 정치하게 담아낼 ‘새로운 무엇’으로 진화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마침 백낙청이 2013체제라는 개념으로 그 방향을 제안한 바 있다.

    이 새로운 체제를 이끌어갈 주체를 형성하는 일은 기존 정당들의 통합이라는 방식으로는 명백한 한계가 있음을 이번 선거는 확인해주었다. 단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전과 다른 한국사회를 만들어내기 위한 수단으로서 더욱 현대적이고 진보적인 정당의 구축을 위해 기존 정당들이 통합하고 연대해야 한다는 목표를 가져야 하는 것이다.

    내년 총선까지 짧은 시간 동안 이런 큰 과제가 일거에 해결되기는 어렵기 때문에, 거쳐가야 할 하나의 과정으로서 통합적 수권정당은 유효할 것이다. 따라서 2013체제를 짊어질 새로운 주체의 형성이라는 목표로 가기 위한 ‘과정’으로서의 통합적 수권정당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때다. 최종적으로 그 ‘새로운 무엇’ 없이는 내년 대선에서의 승리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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