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통합, 모두 함께 할 수 있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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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10월 31일 02:3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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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다시 이곳에 글을 쓰게 됩니다. 사실 저는 9.4 당 대회가 끝나고 나서 강남역에 한 어학원에 등록을 해버렸습니다. 그냥, “이제 취업준비나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내심 지치기도 했습니다.

    이 동네에 있는 사람들의 인간관계에 대한 정의는 오로지 3부류, 동지/민중/적으로 나뉘는 것만 같았거든요. 거기에 자신의 이상과 같은지 다른지를 상관않고 인간으로서 좋은 친구라는 개념은 없는 것 같았습니다.

    탈당 후 어학원에 등록하다

    내가 가진 정견에 의해 누군가와는 동지가 되고, 누군가와는 너무나 자연스레 적대적 관계가 되는 것에 지쳤던 나머지 “아, 내가 아무 것도 안하면 난 이제 모두의 ‘민중’이 되어서 적어도 모두에게 미움당하지도 않을 꺼고, 뒷담화도 안 당할 꺼야.”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노회찬, 심상정의 탈당 이후에 저도 함께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탈당을 했고, 전 다시 2008년 2월 3일에 탈당한 이후로 꼭 3년여 만에 무당적이 되었습니다.

    9월 25일의 민주노동당 당 대회 결과는 저에게는 그나마 불행 중 다행한 일이었고, 이후에 함께 탈당한 학생당원 친구들과, 청년유니온 활동을 주로 하는 민주노동당 당원, 어쩌다 알게 된 자본주의 연구회 – 다함께 출신 11학번 친구 등 30여 명의 청년 학생들과 함께 통합연대에 회원으로 가입을 했습니다.

    하지만 9월 25일 민주노동당 당 대회 결과 이후로, 저로서는 잘 이해가 가지 않지만 진보 대통합의 과정은 그리 원활하게 돌아가는 것 같지만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제 개인이 이제 어떻게든 살 길을 도모하고 취업을 준비하는 것과는 별도로, 함께 통합의 길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달라고 해서 보태준 친구들에게 책임감이랄까요, 어쩌면 죄책감이랄 수도 있는 감정이 들게 되었습니다.

    최악의 경우에는

    곧 통합정당이 결국엔 뜰 것이라고 이야기를 해놨는데, 그럴 기미는 안 보이니까요. 설상가상으로, 당 대회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민주노동당 당권파는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이 전제되지 않으면 기존 새통추조차 부정할 기세인 듯합니다.

    비국민참여 진보대통합을 그렇게 부르짖었는데, 이를 관철시키기는 그리 녹록치 않아 보입니다. 그래서 참, 토익 공부 열심히 해야 함에도 이것저것 신경이 쓰이더군요. 그러다가 마침 민주노동당 당 게시판에 정성희 위원장이 남긴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http://kdlp.org/3243794)

    이 글은 국민참여당과는 선거연합당, 민주노동당과 새통추와는 1단계 직접 통합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비참여당’ 노선과 비민주 대중적 진보정당 노선에서의 나름의 타협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만, 제가 보기에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 방안입니다.

    이렇게 되면 숫자가 부족한 통합연대와 진보대통합 지지 세력들은 민노당 당권파 + 국참당 세력에게 결국 완전한 합당의 길을 추인해 줄 확률이 상당히 높기 때문입니다. (저는 진보대통합이라는 큰 길을 위해서는 매우 큰 쪽팔림을 무릅쓰고 정말 최악의 경우엔 이렇게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같이 잘 모르는 햇병아리 통합연대 회원이 무엇을 알겠습니까만, 그래도 비참여, 진보-자유주의자들의 연합이 아닌 진보대통합 정당 노선을 관철시키기 위해, 그리고 비록 갈라졌지만 함께 했고, 앞으로도 함께 하고 싶은 진보신당의 수많은 동지들과 다시 만나기 위해서는 더 좋은 방법이 분명히 있지 않을까 한번 생각해보았습니다. (물론 저만 이런 생각을 한 건 아닐 수도 있지요) 이 글은 그에 관한 글입니다.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길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은, 노회찬 대표가 지난 3월 한 토론회에서 “선거연합 가설정당”을 이야기하셨던 것을 기억하고 계신 지 모르겠습니다. 당시, 노회찬 대표는 “무지개 연합당은 아름답지만 오래가지 못한다.”라고 말씀하시면서 선거연대를 위한 한시적 가설정당을 만들자고 하셨습니다.

    저는, 진보의 대통합이 현재 난망해진 상황에서 국민참여당을 포함한 통합이 추진되는 것을 바라보기 전에, 지난 시기 이야기된 이 제안을 다시 한번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제안은 연대의 필요성을 충족시키면서도 각 당의 정체성은 훼손하지 않습니다. 야권 전체의 국민참여경선과, 소수당에게 적절한 양보(주로 비례대표 순번에서)가 있다면 – 이 상황은 10.26 재보궐 선거에서 민주노동당 후보들의 선전을 통하여 양보를 강제할 수 있는 토대가 이미 형성되었다고 보입니다 – 전체 선거구에서 내년에 한나라당과 1대1 구도로 치루게 될 것이고, 이 상황에서 각 당의 파이는 커질 것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무조건 한나라당을 찍지는 않는 전체 유권자 대비 4분의 3의 대중들에게 바람직한 환경을 만든다는 면에서, 진보진영이 대중들의 여망에 부흥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혹자는 이를, “법을 치사하게 악용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후보 단일화의 압박에 고전하다가 지리멸렬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선택이며, 무엇보다도 규제가 지나치게 한국 선거법의 맹점에 스스로 눈을 가린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나의 가설정당 아래에서 선거를 치르게 된다면, 선거운동을 제외한다면 각자의 정서와 이념에 따라 가까운 사람과 정당들끼리 긴밀한 교류를 가지게 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혁신과 통합’에 합류한 과거 진보신당의 복지파들과, 통합연대, 진보신당에 남아있는 사람들 모두가 다시 하나로 뭉칠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함께 같은 당을 해보았기 때문이고, 가설 정당의 구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혁신과 통합 측의 진보신당 복지파들은 말할 것도 없고, 통합연대나 통합파의 경우는 노회찬 대표의 이전 발언으로 인한 구상이니 당연히 동의가 될 것입니다.

    무지개연합의 경험

    그리고 진보신당에 남아계신 분들 또한, 예를 들어 현재 부대표에 출마하신 김종철 위원장은 일전에 진보 대통합에 대해서도 “두 당의 조직을 당분간 분리 존속 시키는 것을 조건으로” 동의하자는 입장이 레디앙에 실렸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러한 독자파들의 입장을 최대한 존중한 8.28합의문에서, 당 내 동의를 얻기 위한 마지노선 격이 되어서 관철이 되기도 했었지요. 당분간 분리 존속을 조건으로 통합을 찬성하실 수 있다고 한 분이니, 한시적인 가설정당을 찬성하지 않으실 리 없으리라 보여집니다. 즉 모두가 잠시, 진보의 화학적 융합에 대한 가부를 따지지 말고 함께 쉬어가는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10.26 재보궐 선거때 우리는 한나라당에 대항한 ‘무지개연합’의 경험을 이미 축적했으며 – 비록 많은 씁쓸함이 있었지만 – 선거 이후에는 박원순/안철수 열풍을 토대로 야권대통합의 바람은 다시금 점점 더 거세질 것입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진보신당은 야권 통합의 바람에 저항하다가 –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말하자면, 전 당을 지켰다는 측면에서 노회찬 대표의 완주를 여전히 옳았다고 생각합니다 – 거센 원성을 들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들의 판단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나, 그러한 대중들이 많았으며, 그들과 일일이 다 논쟁하고 싸우면서 그들의 뜻을 대의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 가설 정당은 야권 통합의 거센 바람을 잠시 피해가면서도 우리의 실리를 챙길 수 있는 2012년 국면의 ‘출구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야권대통합 국면의 이니셔티브

    또한, 이러한 이야기들은 박원순/안철수 등의 민주당 중심의 야권 대통합을 바라지 않는 세력에게도 꽤 매력적으로 들릴 것입니다. 우리가 이러한 방법론을 가지고 야권대통합 국면의 이니셔티브를 갖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앞서의 1단계 민주노동당 재창당, 2단계 국참당과의 선거연합당 논의의 대안입니다. 지금처럼 통합이 지리멸렬한 채로 시일이 흐른다면, 통합연대의 정치인들은 그 정치생명이 위태롭게 되거나, 민주노동당에 개별 입당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탈당을 했거나, 당비 이체 정지를 시킨 적잖은 당원들은 그대로 정치에서 관심을 끊을 것입니다. 그리고 민주노동당 중심의 진보통합, 즉 비국참 진보대통합 노선의 재검토로 흘러간다면 이는 탈당한 진보신당 당원들과 현재 남은 진보신당 당원들에게 당분간은 돌이킬 수 없는 강으로 작용하게 될 것입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민주노동당 중심의 통합 진보정당에서는 민노당 당권파 + 참여당 세력에 의해, 비교적 소수인 진보신당 탈당파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현상이 일정 기간 지속될 것입니다.

    그래서 사실 이 글은, 통합에 대한 이야기라 해서 “내가 몸담고 있는 통합연대가 앞으로 이러이러 했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글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 글은 진보신당 동지들에게 청하는 글입니다. 진보신당의 사람들이 어떻게든 다시 하나로 되는 데 도와달라는 것입니다.

    흔들어라, 안철수 독주 구도를

    지난 10.26 재보궐 선거는 안철수의 선거였습니다. 이대로 가면, 통합연대는 통합연대대로 낙동강 오리알이 되고, 진보신당은 사회당 시즌2가 될 것이며, 민노당은 참여당과 함께하는 우경화 속에서 노동을 의제화시키지 못하고 반 한나라당 구도에 매몰될 것입니다.

    "흔들어라, 한나라당 독주 구도를" 이것은 홍세화 선생님의 2010년 한겨레 신문 칼럼 제목입니다. 글 말미의 구절을 떠올려 보겠습니다.

    …하지만 오늘과 같은 한나라당 독주 구도에서는 작은 차이도 중요하다고 답해야 한다. 비판적 지지의 망령이 다시 찾아왔다고 말한다면, 한나라당 독주 구도에서 비판적 지지가 올바른 지지의 형태라고 말해야 한다. 뭉침의 열매를 민주주의와 거리가 먼 민주당 세력이 차지하고 진보에 돌아올 몫이 없다고 말한다면, 그것이 애당초 지킬 기득권이 없는 진보의 몫이라고 답해야 한다.

    독주 세력이 가장 꺼리는 게 무엇일까. 우리는 흔들어야 한다. 부동(不動)의 땅은 동토에 머물 것이며 흔들어야 기포가 생긴다.

    저 글에 완전히 동의하기는 힘들지만, 어쨌든 작금의 현실은 한미 FTA에 대한 한나라당 단독 처리 등의 국회에서의 그들의 독주를 막기에 매우 버거운 것이 현실입니다. 이를 막기 위해 진보정치가 2012년의 선거에서 그 시민권을 얻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진보정치는 유연한 선거 대응이 필수적입니다.

    곧 진보신당 대표가 되실 홍세화 선생님은 누구보다도 이를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정당의 통합과 선거에서의 유연한 대응은 결이 다르며, 진보정치의 생존을 위해 어떤 대응이 필요한 지 고민하실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만약 가설정당을 통하여 통합연대와 진보신당, 과거의 복지파가 다시 힘을 합치는 계기가 만들어지고, 총선에서 일정한 힘을 가질 수 있게 된다면, 과연 그것으로 끝나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다시 과거의 진보신당으로 하나 되기 위한 계기가 있어야 할 것이고, 이러한 계기로 홍세화 대표의 가설정당에서의 대선 경선 출마, 혹은 심상정 전 대표의 경선 출마 등이 이야기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두 분 모두, 혹은 두 분 중 어느 한 분이 안철수와 맞붙게 된다면,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의 의제를 충분히 알리고 확산시킨다면 우리는 현재의 안철수로 대표되는 ‘우익 온정주의’의 독주 구도를 흔들 수 있을 것입니다.

    대표가 되신다면, 부디 이러한 구도를 주도적으로 구상해주시고, 추진해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진보신당이 진보진영의 물을 흐리는 국민참여당의 시도에 대한 방파제가 되어주십시오. 그렇게 되면 통합연대 또한 진보신당의 시도에 힘을 보태고, 자연히 다시 함께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시간은 가진 자들의 것입니다.” – 우리에게는 시간이 없습니다.

    혹자는 진보의 통합과 2012년 선거에 대한 이야기를,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시간을 길게 봐야 한다.”라고 합니다만, 한미 FTA의 비준은 결코 몇 년을 기다려주지 않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진보세력이 뭉치지 않으면서 수권능력을 얻지 못하고, 그로 인해 진행되는 법의 개악, 그 시간동안 고통받는 민중들에게는 그저 하루하루의 시간이 좋아지길 바랄 뿐, 장기적 시간의 플랜은 좀처럼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늘 생각합니다. 용산참사의 그날에 진보진영의 국회의원이 10명이 있고 20명이 있었다면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혹은, 앞으로 그런 날이 만약 또 들이닥치면, 우리는 ‘우리의 시간’이 도래하기 전에는 막을 수 있을까?

    <장자>를 보면, 월나라 임금에게 가는 장자에게 한 물고기가 다가와 “물이 없어서 곧 말라 죽을 것 같으니 물로 몸을 좀 축여주시오.”라고 하니, 장자가 “알았다. 곧 물을 주마. 단 지금은 물이 없으니 내가 임금께 부탁하여 회수와 동해의 물을 끌어오겠다.” 라고 하니, 물고기가 “당장 죽을 것 같다는데 회수니 동해니 하는 물이 무슨 소용이오? 내일 건어물 가게에서 날 찾구랴.” 했다는 고사가 나옵니다.

    진보신당이 다시 하나로 되기 위한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입니다. 진보신당에서 이와 같은 경로로 노력해준다면, 통합연대 등의 세력도 비국참의 노선을 견지하면서도, 총선과 대선 이후에 정말로 긴 시야에서의 진보대통합을 고민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오직 선거공학 때문에 통합하려 한다는 터무니없는 음해가 진짜인지 아닌지도 판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그 한시적인 기간 동안 민주 – 국참, 민노-진보신당-통합연대 등의 긴밀한 교류 및 정책, 이념에 따른 전선의 생성은 결국 진보진영과 자유주의자들의 확연한 차이를 확인시킬 것입니다.

    카이스트 교수면서 카이스트 학생들의 자살에 침묵했고, 서울대 교수면서 서울대 법인화에 침묵한 안철수가 우리와 같은 이념을 가지고 있을 리는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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