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기후-교통정책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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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10월 30일 01:5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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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선거 정책토론에서 서울시 에너지기후정책에 관한 논의를 보고 싶었다. 하지만 ‘네거티브’ 공세가 심한 탓이었던지, 아니면 에너지기후정책이 다른 정책에 비해 우선 순위에서 밀렸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에 관한 관한 토론을 보지 못했다.

적어도 지난 2010년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각 후보진영 환경 관계자들이 나와 기후변화에 대한 서울시 정책에 대해 논의했던 것과 비교하면 그 차이를 느끼게 된다. 그래서 서울시장에 당선된 것을 축하드리면서, 늦게나마 서울시가 추진해야 할 에너지기후정책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지역의 희생 아래 세워진 서울

지난 3월 후쿠시마 핵사고와 최근 한국에서 발생한 대규모 정전 상태는 제대로 된 에너지기후정책이 시급하다는 것을 대변해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만약 영광, 울진, 영덕, 고리 등 핵발전소에서 사고가 난다면, 2005년 이후 2010년까지 전기 사용량 20% 증가, 전력 자립도는 2%대에 불과한 서울은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지역의 암묵적이고 무조건적인 희생으로 지금의 서울이 지탱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지역뿐만이 아니다. 서울시 에너지 빈곤계층은 30만 가구에 달한다. 저소득층의 경우 생활비 중 에너지 비용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극단적인 기후변화로 인해 독거노인층을 중심으로 조기사망자 숫자가 증가하고 있다.

박원순 시장은 오세훈 시장 시절 에너지기후정책에 대해서 알고 있을까? 지난 2009년 서울시는 ‘2030 서울형 저탄소 녹색성장 마스터플랜’을 발표했지만, 실효적인 정책과 구체적인 수단은 없었다. 제2차 C40 서울 세계도시 기후정상회의 개최 등 대외적인 이미지 구축에만 몰두했을 뿐이다.

또한 에너지기후변화 대응 업무체계 분산과 컨트롤타워 부재로 한계에 봉착한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오세훈 시장의 실정을 ‘심판’하려는 박원순 시장의 기후에너지정책은 무엇인가.

에너지 자립율 향상을 위한 에너지절감과 재생에너지 도입

시민후보 박원순의 환경 공약집에서 에너지기후정책과 관련한 내용들을 살펴봤다. 간략히 정리해 보면 이렇다. 에너지 수요관리를 통한 에너지 절감과 재생에너지를 통한 에너지 자립율 향상, 이를 시행하기 위한 사회적 기업 및 마을 기업 육성과 환경 거버넌스 구축이 큰 틀이다.

에너지절감을 위한 대책은 에너지절감 사업단 구성, 주택단열 개선사업, 공동주택(아파트) 난방에너지 효율화 사업, 공공시설 건물에너지 효율개선사업이다. 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한 대책은 서울형 시민발전소 추진, 서울형 발전차액 지원제도, 공공기관 재생에너지 비율 10% 달성이다.

재생에너지만으로 서울시의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고 매년 급격히 증가하는 서울시의 에너지 사용량을 감안할 때, 에너지 수요관리를 통한 에너지절감 대책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전체 에너지사용량에서 건물에너지 사용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건물에너지효율화 사업은 필수적이다.

오세훈 전 시장 시절 정책에도 이 부분에 대한 사업시행이 이뤄져 왔지만 에너지 절약을 추진하는 주체를 조직하지 못했고 실제로 추진 의지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다.

박원순 시장, 에너지기후정책 추진 의지 있나

박원순 시장에게도 같은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에너지절감 사업단 구성이나 주택단열 개선사업, 공동주택 난방에너지 효율화 사업 등은 기존 대형 건물 위주의 효율화 사업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인력과 시간, 예산이 필요하다. 먼저 시청 내에 관련 부서를 통합하고 인력을 확충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 각 구청 및 해당 주민들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

사회적 기업 형태로 추진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서울에는 이미 수많은 사회적 기업들이 있다. 이 중에 성공한 사례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몇 군데인지 궁금하다. 지속가능한 사회적 기업이 되려면 단순히 몇 년 동안 최저임금 수준의 인건비를 지원하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계획과 더불어 그에 따른 인력 구성, 그리고 서울시청 등 정부기관의 지속적인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는 희망제작소를 통해 수많은 지자체 사업들을 추진했던 박원순 시장이 더 잘 알 것이다.

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한 대책도 다르지 않다. 서울형 발전차액 지원제도를 도입하고 시민발전소를 만들기 위해서 거쳐야 할 과정들을 상상해보면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아 보인다 . 결국 중요한 것은 박원순 시장이 이 같은 에너기기후정책을 시행할 의지가 있는지 여부다.

서울시장 남은 임기는 2년 반 정도밖에 안된다. 업무를 파악하고 조직을 정비하고 시급한 사안들을 정리하고 나서 시행하려면 이미 늦는다. 하지만 시장을 연임하게 된다는 가정 아래 장기적인 정책 계획을 세운다면 가능하다. 시민후보 박원순 시장에게 에너지기후정책에 대한 ‘희망’을 걸 수 있을까.

서울시 교통문제에 대한 해법은?

서울시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0%(전국 평균보다 9%포인트 가량 높다)를 차지하는 수송(교통) 부문도 빼놓을 수는 없다. 박원순 시장은 서울교통 문제를 에너지기후정책보다는 안전, 이동권, 편리성 등을 중심으로 제시했다.

물론 이러한 접근도 중요하지만 교통 문제에 대한 에너지기후적인 접근이 없다면 이는 문제가 있다. 특히 서울시의 경우 자동차 등록대수 3백만 대 시대에 살고 있고, ‘나홀로 차량’이 86.3%에 이르고 있다. 개인 승용차 이용이 지속되는 한 연평균 7% 이상의 온실가스 배출이 예상되고 있다.

이를 억제하기 위한 대책으로 오세훈 시장 시절 혼잡통행료 징수, 대중교통 활성화, 자전거 이용 활성화 등이 제시되었지만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박원순 시장의 해법을 듣고 싶다.

당인리 발전소와 SH공사 집단에너지 사업단

서울시 에너지기후정책과 관련해서 시급한 사안들도 있다. 당인리발전소(서울화력발전소) 이전 문제와 SH공사 집단에너지 사업단 위탁 운영 논란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 마포구 당인동의 당인리발전소를 옮긴 뒤 그 자리에 문화창작발전소를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깨고 최근 발전소를 지하화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지역 주민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1930년 세워진 당인리발전소는 발전기 5기로 1980년대까지 38만7500㎾의 전기를 생산했다. 무연탄을 사용하는 1~3호가 철거된 뒤에는 액화천연가스(LNG)를 때는 열병합 방식의 4·5호기가 마포, 여의도 등 6만 가구에 난방열을 공급하고 있다.

또한 서울 북부지역의 긴급 전기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발전소를 아예 없앨 수도 없는 상황이다. 박원순 시장이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힐지 궁금하다. 이 문제는 비단 관할 부서인 지식경제부와 관할 지역인 마포구만의 일은 아니지 않은가.

SH공사 집단에너지사업단 위탁 운영 공개 입찰 문제는 에너지를 바라보는 근본적인 관점과 관련돼 있다. 집단에너지사업단노조(이하 노조)는 서울시의 위탁 운영 공개 입찰에 대해 에너지는 공공재이기 때문에 공익성을 우선해야 하는데, 서울시는 사업단을 단지 수익성 없는 골칫거리로 보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사업단은 목동, 강서, 노원지구 약 23만 가구에 지역냉난방을 공급하고 있으며 서울시 전체 임대아파트 중 40%에 달하는 5만9000세대에 열을 공급 중이다. 민간사업자가 위탁 운영을 하게 되면 열요금 인상과 부실 운영의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다. 공공재로서의 에너지, 그리고 에너지복지와 연관된 중요한 사안이다. 현재 보류 중인 이 사안에 대한 박원순 시장의 견해를 듣고 싶다.

켄 리빙스턴과 함께 서울을 넘어

박원순 후보의 시장 당선 소식을 접하자 ‘빨갱이 켄’으로 유명한 켄 리빙스턴 전 런던시장이 떠올랐다. 켄 리빙스턴 전 시장은 ‘복지국가’와의 전쟁을 선포한 대처 수상의 보수당이 쥐고 있던 1980년대 런던 시정부를 이끌었고 노동당 안에서도 좌파에 속했던 사람이다.

리빙스턴은 런던은 대중교통요금을 대폭 내려 자가용을 줄이는 정책을 폈고,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민간 기업을 인수하여 공기업이나 노동자 협동조합을 만들었으며, 시청 담당자와 지역주민이 함께 도시개발계획을 새로 짰다.

켄 리빙스턴은 이후 대처 정부의 사악한 게리맨더링으로 추방당했지만 2000년 런던 시정부가 복구되자 런던시민은 그를 직선 시장으로 다시 선택했다. 박원순 시장을 ‘좌파 빨갱이’로 인식하는 일부 보수주의자들이 있긴 하지만, 박원순을 사회주의자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을 듯하다.

이념적인 판단은 잠시 접어두기로 하고, 박원순 시장을 바라보며 리빙스턴이 떠올랐던 건 그의 정책 추진 원칙 때문이다. 리빙스턴의 런던은 “장기적인 계획, 신기술의 적용, 대중의 참여”라는 원칙을 통해 대처 정부에 저항했고, 관료들이 아니라 지역에서의 ‘필요’에 관련된 이해당사자인 시민들이 협의할 수 있는 공간을 열었다.

시민후보 박원순 시장의 원칙도 그의 삶의 궤적을 살펴볼 때, 이와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에너지복지’와 ‘에너지자치’를 목표로 그의 원칙이 지켜지기를, 그동안 버려졌던 ‘희망’을 다시 한 번 꺼내 들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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