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정당 실패가 안철수 불러들여"
        2011년 10월 31일 08:1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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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현상은 진보정치의 실패가 나은 것이다.”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정치학 박사)는 안철수 돌풍이 진보정당의 역량 부족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박 대표는 지난 27일 문화다양성 포럼, 새언론 포럼, 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이 공동 주최한 ‘사랑방 좌담회’에서 이같이 밝히고 “진보정당이 있는 민주주의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진보정당 있는 민주주의는 노동자 정치세력화’라고 설명했다.

    진보정당 있는 민주주의=노동자 정치세력화

       
      ▲박상훈 박사(사진=정상근 기자) 

    그는 하지만 “안철수와 박원순의 정치적 지향에 빠져 있는 것은 노동문제에 대한 인식”이라며 “그럼에도 진보진영이 박원순 후보를 지지할 수밖에 없는 매우 곤혹스러운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상황이 나타나는 것에 대해 “우리나라 유권자의 20%가량이 진보정당을 바라고 있음에도 사실상 진보정당의 역할이 부재하고 있다는 것이 결정적인 이유”라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안철수 현상은 진보의 정치적 실패, 정치적 위기와 동전의 양면”이라며 “그 전 까지만 해도 진보진영 인사들이 토론회에서도 돋보였고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일상에서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어 “진보정당이 지금보다 더 잘 하면 대안으로 부상할 수 있다”며 “유권자 성향은 어느 나라보다 진보적이지만 대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안철수 현상의 등장에 대해 “유권자 대다수가 한나라당을 정권교체 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가장 크다.”며 “그런데 민주당과 개혁세력을 다 합해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만큼 표가 안 나오기 때문에 적극적 유권자 층에서 스스로 후보를 만들겠다는 정서가 형성되었고 그렇게 출연한 사람이 안철수”라고 설명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노동 의제 주변화

    박 대표는 이날 좌담에서 “민주화 이후 어떤 민주주의냐가 부상한 상황에서 수많은 통계를 짚어보면 진보정당이 강하거나 노동조합이 강한 국가가 평등지표, 자유지표가 좋은 더 건강하고 평화로운 국가가 되었다”며 “곧 진보정당이 작동하는 민주주의, 노동의 가치와 권리가 큰 나라일수록 살만하고 건강하고 평등하고 자유롭다”고 말해 평소의 지론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87년 민주화 이후 2004년까지는 진보정당이 없는 민주주의 체제였으며, 그 체제 하에서 권력은 민주주의를 회복했으나 노동운동에 대해서는 깊이 고민하지 않았다”며 고 말했다.

    그는 민주화 이전까지 의회에서 야당 대표자 연설문에는 “노동자, 농민……”을 호명하는 경우가 많았고, 민주화만 되면 노동법도 개혁하고 분배도 개선하는 등 노력하겠다는 약속도 많이 했으나, 민주화가 되면서 이런 표현과 의제들이 점차 감소한 연구 결과(박찬표, 『한국의 1948년 체제』)를 사례로 인용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실제로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 들어서 이 같은 경향은 계속되었으며, 급기야 노무현 정부에서 열린우리당, 민주당이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는 ‘노동’이라는 단어조차 언급되지 않는 일이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경향은 지난 2004년 진보정당이 원내 진출 이후 크게 바뀐다. 박 대표는 “진보정당이 무상의제를 계속 얘기하면서 국회 내 의제의 우선순위가 바뀌고, 결국은 한나라당이나 조선일보도 양극화를 얘기 하게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서울에서 무상급식 투표가 부결되고 보궐선거를 하게 된 것도 작지만 큰 진보정당의 힘이 작용했다.”이라고 말했다.

    다시 등장한 민주대연합론

    그는 이어 “그런데 최근 노동의 정치세력화 혹은 진보정당이 있는 민주주의의 길은 멀어져가고 그 자리를 대신 차고 들어온 것은 ‘민주대연합론’”이라며 “지난 10년 민주정부 이후 민주주의의 과제는 진보정당 있는 민주주의에 초점이 있었는데 갑자기 대연합이라는 주장이 등장하고 이것이 진보정당 하는 사람들에게도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한나라당 정권을 바꾸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민주대연합을 주장하는 진보파가 어떤 미래구상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실용적 논리도 필요하지만 그 미래는 미국식 민주주의로 귀결될 가능성이 커지고, 진보정당 없는 미국의 민주주의, 일본의 민주주의, 이탈리아의 민주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며 결과에 대해 비판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민주대연합이 아닌 논리 중 진보대연합론과 독자노선이 있는데, 진보대연합은 범진보가 힘을 합쳐 내년 총대선을 잘 대응해가자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것이 모호한 측면이 많다”며 “이 같은 주장은 시간이 지나면 민주대연합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보이고, 진보연합이 이뤄지더라도 초기에는 집단지도체제를 해야 할텐데 그렇게 되면 전략적 유연성을 갖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독자노선은 성공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단순다수제의 선거제도를 비례성 높게 바꿔야 한다”며 “물론 독자노선에 윤리적 정당성이 있기 때문에 지속될 수 있지만 수동적인 노선을 갖게 된다면 정치적으로 주변화되는 길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 대표는 이명박 정권 아래 실시된 지방선거와 각급 보궐선거를 통해 민주당의 승리와 진보정당의 존재감 상실을 겪었다며 “민주대연합론은 더 강해져왔고 진보대연합 시도는 실패한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진보대연합은 민주대연합에 대해 정치적 승패 이전에 정신적으로 굴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상황을 냉정히 볼 때 한국이 진보정당 있는 민주주의로 갈 수 있을지 회의적일 수 밖에 없다”며 “그리고 그 이유는 진보 안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내부로부터 비관주의와 냉소주의가 지배하고 있으며, 누구도 책임있는 지도부의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어떤 입장이든 실천적인 대안을 제시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치 리더들의 책임을 강조하고 동시에 그들의 침묵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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