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좌파 정당 건설 연석회의 열자"
    2011년 11월 28일 03:3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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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당 홍세화 신임대표는 "진보좌파 정당 건설을 위한 연석회의를 제안한다"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홍 대표는 28일 오전 11시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진보신당 신구대표단 이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홍 대표는 또 "한미FTA폐기가 총선 야권연대의 제1 전제 조건"이라고 말했다.

홍 대표가 이날 제안한 연석회의는 사회당과 녹색당 창준위와 함께 민주노동당, 새진보 통합연대, 국민참여당의 3자 통합에 동의하지 않는 노동계 내부의 새로운 정치세력화 움직임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기업국가에서 우리 모두를 공화국으로

홍 대표는 진보신당이 "한국사회의 새로운 진보정당의 건설에 앞장서자고 호소"한다며, 이는 "우리와 다른 쪽에서 진행되는 ‘3당 통합’에 대항하기 위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되어서는 결코 안된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는 이와 관련 새로운 진보정당은 "1%의 기업지배체제에 집중된 권력을 99%의 민중에게 되돌려주기 위해 다른 무엇보다 우선하여 삼성권력과 싸우는 정당, 자본주의적 합리성도 갖지 못한 한국의 재벌체제를 해체하고 노동자에게 경영권을 돌려주는 정당, 그리하여 기업국가를 다시 우리 모두를 위한 공화국으로 만들고 노동자와 시민의 자유를 쟁취하려는 목적과 의지를 지닌 정당"이라고 밝혔다. 

진보신당은 홍세화 대표가 제안한 연석회의를 구체화하기 위해 향후 관련 정당과 단체 그리고 주요 인사들을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홍 대표는 또 한미FTA에 대해 "(한미FTA가) 국익을 위한 결단이라 강변했던 것은 다름 아닌 ‘참여정부’"였다며 "김대중, 노무현 정권으로 이어졌던 ‘민주화 10년’의 역설은 바로 이 자유주의적 개혁정권 시기가 한국사회에 자본의 지배가 공고화된 시기와 일치"한다고 지적했다.

홍 대표는 이어 "다가오는 총선에서 우리의 연대와 연합의 원칙은 한미FTA 폐기가 야권연대의 제1전제조건’이라는 것"이라며 "이 원칙이 무시되거나 몰각되는 연대에 휘둘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는 이와 함께 ‘1만3천 당원들이 참여하는 강령운동을 제안하고, 강령운동의 결과를 내년 총선 전 ‘정책 당대회’로 모아낼 것을 제안했다. 다음은 취임사 전문.

                                                  * * *

희망은 희망이 부른다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우리는 무엇을 기대하는가?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는가? 많은 이들이 단지 혼란스럽게만 느끼고 있다…… 중요한 것은 희망을 배우는 것이다.
-에른스트 블로흐

저는 오늘 조심스럽게 지금 이 순간 진보신당은 새로운 미래를 향한 출발선에 다시 서있다고 말씀드리려 합니다. 그동안 우리는 충분히 혼란스러웠고, 충분히 외로웠으며, 더는 내려설 수 없는 차가운 바닥을 경험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우리가 목도하고 느껴야 했던 희망의 배신과 믿음의 상실은 참으로 쓰라린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냉소와 조소가 담긴 언설들에도 불구하고 우리 당은 지금 여기에 두 발을 딛고 서있습니다. 만일 진보신당의 당원들의 의지와 우리들의 힘겨운 분투에 대해 애정 어린 시선을 보내준 이들이 없었더라면 이는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당원동지들 모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절반의 지지 잊지 않겠습니다

저는 대표단 선거 기간 동안 만났던 당원 동지들이 제게 보내준 신뢰의 눈빛과 당부의 말들을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다음의 사실도 잊지 않을 것입니다. 당원 동지 여러분의 오늘의 지지는 실은 ‘절반의 지지’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여기에는 다름 아닌 ‘진보신당의 새로운 미래를 위해 그대들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준엄한 물음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를 비롯하여 당의 무거운 책임을 맡은 이들은 머지않은 시기에 여기에 대한 답을 제출하여야 한다는 사실도 분명히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당원 동지 여러분.

우리 모두가 비통한 마음을 가지고 목격하였지만, 우리 당이 미처 새로운 전열을 가다듬기도 전에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기어이 한미 FTA 협정 비준안을 국회에서 날치기 통과시켰습니다. 이와 동시에 우리는 “너희는 어디에 있었는가?”라는 통렬한 물음 앞에 곧장 서게 되었습니다. 의석 하나 없는 우리 당의 초라한 위상을 핑계 삼지 않겠습니다.

오늘 신발끈을 다시 묶는 이 순간 이후부터 우리는 한미 FTA 협정 무효화운동의 최전선에 서기 위한 태세를 서둘러 마련하겠습니다. 이는 이 나라 전체 민중의 삶에 가져올 고통의 크기를 가늠하는 중차대한 과제이므로 공을 다투지 않는 헌신적인 자세와 앞으로 전개될 민중거부운동의 근거와 전망을 정확히 제시하는 진보정당다운 면모를 갖추어 가도록 하겠습니다.

긴 싸움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미 FTA 협정은 단지 국가 간 무역협정 중 하나로 절반의 손실을 보면 절반의 이익을 보는 그런 상호적인 것이 아닙니다.

한마디로 이것은 미국의 일개 기업이 한국 사회의 공공 정책을 마음대로 뒤바꾸고 자신들의 이해에 어긋나면 국가를 상대로 제소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유례없는 불평등협정일 뿐 아니라, 이에 대한 한국사회의 자율적 대응과 자립적 기초를 내부로부터 와해시킴으로써 대다수 민중의 삶은 지금보다 훨씬 더 가파른 비탈에 서게 될 것입니다.

아마도 재앙의 크기는 일반적인 예측을 뛰어넘을 것입니다. 어떤 이는 초국적 금융자본이 주도하는 세계화가 불러온 오늘의 위기를 가리켜 ‘새로운 세계대전’이 시작된 것이라고 말합니다. 과거의 어떤 전쟁과도 다른 이 새로운 전쟁의 한편에는 정부와 의회를 매수하고 국고와 생태계를 약탈하는 글로벌한 ‘기업지배체제’가 있고, 그 반대편에는 이에 맞서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국적과 종교 등을 넘어 인간다운 삶과 평화, 경제정의와 지속가능한 미래를 요구하며 저항하는 민중들이 있습니다.

‘월가를 점령하라’는 구호가 시작된 미국사회만 보더라도, 이 새로운 싸움은 대기업의 수호자들과 자유주의자들에게 장악된 그 나라 의회의 울타리를 넘어 진행되고 있습니다. 반금융자본 시위에 참여했다가 뉴욕 남부 맨해튼 거리에서 체포되기도 했던 미국의 사회비평가 나오미 울프의 증언에 따르면, 미국의 대기업들은 경찰에 돈을 직접 기부하고 국토안보부는 소규모 지방경찰에까지 군대 수준의 무기체계를 지원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경찰의 강경진압도 본원적 인간성에 기초한 시민들의 저항을 멈추게 하지 못할 것이라고 그녀는 단언합니다.

그녀의 글에서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저항은 그 저항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사회를 닮아야 한다”는 말이었습니다. 남부 맨해튼의 주코티 공원에 세워진 시위대의 야영지에는 도서관과 부엌이 있고, 어린이들이 하룻밤 자고 갈 수도 있으며, 토론회가 열립니다.

부패한 도시 안에 세워진 이 ‘새로운 도시’는 바로 미래의 새로운 제도와 관계를 암시해 준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엄동설한에 차가운 물대포를 맞으며 싸우는 한국의 민중들에게 우리 진보주의자들은, 진보정당은 어떤 내일의 전망과 만남의 내용을 이야기하며 말을 걸기 시작해야 할까요?

한미FTA폐기는 총선 야권연대의 제1전제조건

동지 여러분.

우리는 지난 노무현 정권에서 시작된 한미 FTA 협정이 한나라당이 지배하는 국회에서 어떻게 처리되는지 목격했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으로 이어졌던 ‘민주화 10년’의 역설은 바로 이 자유주의적 개혁정권 시기가 한국사회에 자본의 지배가 공고화된 시기와 일치한다는 데 있습니다. 어쩌면 국민의 저항 때문에 보수정권이라면 쉽게 엄두를 못 내었을 한미 FTA 협정을 국익을 위한 결단이라 강변했던 것은 다름 아닌 ‘참여정부’였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오늘의 사태 이면에 진보정당의 거대한 착각이 도사리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정직하게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언제부턴가 너나 할 것 없이 ‘진보의 위기’란 말을 입에 올리게 되었지만, 그것이 진보정당이 의석수가 적은 데서 비롯된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올바르지도 정직하지도 않은 말입니다.

거슬러 올라가 민노당 분당사태를 되돌아보더라도, 저는 소위 ‘종북’이나 ‘패권주의’가 분단의 본질적인 이유였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공동의 적’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자본권력을 해체하려는 뚜렷한 목적의식과 자본의 지배를 넘어선 사회를 전망하고 그를 실현하려는 공동의 의지를 상실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는 한미 FTA로 대표되는 역사적 사회적 반역에 반대하고 저항하려는 제 정당과 단체, 그리고 자발적 시민들과 기꺼이 협력하고 연대할 것입니다. 다가오는 총선에서 우리의 연대와 연합의 원칙은 한미FTA폐기가 야권연대의 제1전제조건’이라는 것입니다. 한미 FTA로 본격화될 자본의 지배와 역사적 반동을 막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주저도 망설임도 없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것이며 반대로 이 원칙이 무시되거나 몰각되는 연대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단언컨대, 진보의 위기는 근원적으로 꿈의 상실과 전망의 부재에서 온 것입니다. 꿈과 희망을 가진 사람은 기다릴 줄 압니다. 기다림을 포기한다는 것은 기다리는 일 말고 어떤 일이라도 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진보의 위기는 바로 여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복지와 민생과 관련된 법안을 선도했다는 것으로 진보정당의 소임을 다했다고 자족하면서 이른바 ‘복지국가연대’에 입각하여 한국사회에 FTA를 불러들인 전 정권의 계승자들과 통합하는 것을 가리켜 ‘진보대통합’이라 부르는 것, 바로 이것이 우리가 지금 목격하는 진보의 비극인 것입니다.

언어의 유희와 거듭되는 식언, 당원 민주주의 원리에 대한 무시와 같은 3당 통합의 도덕성 문제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과연 이들을 하나의 당으로 묶는 공동의 목표와 무엇인지, 정치적 지분확보 외에 다른 목적이 있기나 한 것인지 알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복지연대? 과문한 탓인지, 저는 한나라당의 대선주자 박근혜 의원의 ‘선별적 복지’와 민주당이나 곧 만들어질 3당의 통합당이 말하는 ‘보편적 복지’가 실제에 있어 얼마나 다른 차이를 지니는 것인지 잘 파악이 되지 않습니다.

그것이 성장주의와 생산력에 중심을 두는 같은 뿌리를 지니는 것이라면 그것은 자본주의 극복의 대안이 아니라 자본의 지배의 보완재 역할을 할 수 있을 뿐입니다. 예컨대 금융자본주의의 위기가 심화되면서 본격화되는 대량실업과 빈곤을 해결하는 데 한계를 노정하는 ‘관리사회’적인 유럽 복지제도를 흉내 내면서 정작 미국식 주주자본주의의 조열한 모사품인 한국의 재벌체제를 해체할 대안도 의지도 없는 정당들의 묶음을 ‘진보통합’이라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진보좌파 정당건설을 위한 연석회의’를 제안합니다

당원 동지 여러분

이제 저는 진보신당의 우리들이 한국사회의 새로운 진보정당의 건설에 앞장서자고 호소하려 합니다. 이 새로운 진보정당은 우리와 다른 쪽에서 진행되는 ‘3당 통합’에 대항하기 위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되어서는 결코 안 됩니다.

1%의 기업지배체제에 집중된 권력을 99%의 민중에게 되돌려주기 위해 다른 무엇보다 우선하여 삼성권력과 싸우는 정당, 자본주의적 합리성도 갖지 못한 한국의 재벌체제를 해체하고 노동자에게 경영권을 돌려주는 정당, 그리하여 기업국가를 다시 우리 모두를 위한 공화국으로 만들고 노동자와 시민의 자유를 쟁취하려는 목적과 의지를 지닌 새로운 진보정당을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는 결코 진보신당이 진보적 가치를 독점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새로운 진보정당을 만드는 과정에서 진보진영 전체의 힘을 모으는 도구와 그릇이 될 수 있도록 겸손과 성실한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한국사회의 총체적 위기를 인식하고 대응하는 지난한 과정을 통해 진보의 미성숙을 극복해 가야 합니다.

그러므로 저는 새로이 진보신당 대표직을 당원들로부터 부여받은 사람으로서, 먼저 진보신당 밖의 진보적 정당과 제 단체, 그리고 시민과 민중들에게 호소합니다. 진보신당은 새로운 진보정당 구축과 진보진영의 연대를 위해 어떤 형식의 논의 테이블에도 열린 자세로 적극 참여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선 ‘진보좌파 정당건설을 위한 연석회의’ 구성을 제안드립니다. 이 연석회의에는 참된 진보를 고민하고 실천하는 노동계, 학계, 문화계, 청년계 등의 조직과 인사들이 망라되어야 할 것입니다.

먼저 저는 짧지 않은 시간을 진보정당의 꿈을 지키며 분투해온 사회당 동지들을 찾아가 함께 새로운 진보정당을 구성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 과정에서 우리가 지닌 꿈과 전망보다 더 깊고 앞선 내용에 대해 기꺼이 배우고 수용할 것이며, 우리보다 훌륭한 사람들이 새로운 진보정당운동에 참여하는 길을 열기 위해 우선 제가 지닌 기득권부터 서슴없이 내려놓을 각오가 되어 있음을 밝힙니다.

또한, 저는 창당을 준비하는 녹색당 창준위 구성원들께도 요청합니다. 어려운 창당의 길에 나선 여러분께 통합을 제안하는 것은 몰역사적인 태도이며, 정치도의상으로도 맞지 않은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녹색당 창준위 동지들과 단순한 선거연대를 넘어선 깊고 장기적인 연대를 요청하는 것은 근대 자본주의에 대한 근원적 성찰과 오늘의 자멸적이고 불평등한 세계를 넘어서려는 여러분의 꿈과 우리의 이상이 지금보다 더 넓고 더 구체적인 맥락에서 만날 것임을 믿기 때문입니다.

현실적으로도 녹색당과 진보신당이 추구하는 정당운동의 목적과 방향이 의회진출에 국한되지 않고 중앙과 지역, 그리고 일상적 삶의 영역을 연결하려는 것이기에 더욱 그러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두 당이 힘과 지혜를 합쳐 세상을 아름답게 바꾸어봅시다. 우선 한미 FTA 무효화운동과 민중적 자치운동에서의 연대를 시작으로 여러분과 함께 한국사회의 현실을 바꾸어가는 일이라면 우리가 먼저 굳은 일을 자청하며 다가가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노동계에도 호소합니다. 이 땅의 진보정당운동은 무엇보다도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열망에서 출발했습니다. 지금 진보정당운동의 정체성이 그 근간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것은 다름 아니라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멈출 수 없는 장정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노동 진영이 이렇게 두고 보고 있을 일이 아닙니다. “노동자 스스로 정치의 주인으로 나선다”는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참 뜻을 다시금 절실히 새기고 실천의 전면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 더군다나 전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가, 아니 자본주의 문명 자체가 대전환기를 맞는 상황에서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후퇴는 우리 역사 전체의 비극적인 후퇴를 낳을 것입니다. 그래서 노동운동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우리 함께 진보정당운동을 제대로 다시 세웁시다.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의 주역으로 나서 주십시오. 진보신당은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새로운 장정을 시작하기 위해 자신을 비우고 새 진보정당 건설에 한 알의 밀알이 될 것을 다짐합니다.

덧붙여 저는 이 한 가지 사실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다른 이들이 하루아침에 떠나버린 당을 우리가 지키고 있는 것은 오로지 한 가지 이유에서입니다. 바로 이곳이 진보정당의 역사적 뿌리를 지키려는 1만3천 당원들의 소중한 염원이 숨 쉬고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진보신당을 지키고 강화하려는 노력과 새로운 진보정당을 건설하는 일은 모순된 일이 아니라고 믿고 있기에 저는 새로운 진보좌파정당의 기틀이 잡히기 전에라도 진보신당의 문을 활짝 열어 같은 꿈을 지닌 분들을 초대하려 합니다. 아니, 단지 제안하고 초대하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진보신당이 먼저 연대의 인사와 함께 여러분을 찾아가겠습니다.

사랑하는 진보신당 당원 동지 여러분.

새로운 진보의 미래를 위해 우리가 먼저 변화합시다. 보수정당은 말할 것도 없고, 지금까지 진보정당 역시 참된 의미에서 공동의 철학과 이념에 따라 결속한 공동체가 아니라 몇몇 명망가에게 기대어 존립하는 붕당에 지나지 않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었습니다.

진보신당 역시 예외가 아니었던 것은 지금까지 우리 당의 겪어온 파행적 상황이 증명해 줍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진보신당을 명망가의 팬클럽이 아니라 뜻과 이념에 따라 결속한 당원들의 공동체로서의 진정한 진보정당으로 만드는 것, 바로 이것입니다.

변화는 당 혁신에서부터 시작될 것입니다. 권력 쟁취와 의회진입이라는 목적에 진보정당의 명운이 걸릴 때 당과 당원이 도구화되고, 당의 다른 약속과 소중한 가치들이 유보되는 것은 필연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그런 정당의 문화가 수평적이 아니라 수직적으로 형성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저는 이것이 오늘의 상황을 가져온 잘못된 시작이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것입니다. 이 수직적 당의 구조와 문화를 바꾸지 않는 한 우리에게 미래는 없습니다. 늠름한 민중의 표상이 되는 ‘다른 정당’만이 ‘다른 세상’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정당은 그 자체로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관계의 본보기가 되어야 합니다. 진보정당을 아름다운 정치공동체로 만들고 그곳으로 대중을 초대하는 것, 정당운동을 의회정치 실험을 넘어 일상적 삶의 영역으로 확장하는 것, 그리하여 정당운동 자체가 세상을 바꾸는 운동이 되게 하는 것, 주의 깊게 돌아보면 그것은 아주 먼 미래의 일도 아닙니다.

바로 남부 맨해튼의 주코티 공원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저항의 공동체, 이미 이 땅의 곳곳에 만들어지고 있는 ‘민중의 집’들과 나눔 공동체들이 오히려 미래의 정당의 모습을 선취해 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우선 여의도 의사당만 쳐다보고 있는 우리 당의 거처부터 옮기고 그곳을 ‘민중의 집’으로 바꾸는 일을 오래 망설여야 할 까닭이 어디 있겠습니까?

당원 동지 여러분.

진보신당의 문을 외부를 향해 활짝 열기 위해서도, 오늘 시급한 당원배가운동을 성취하기 위해서도 우리는 먼저 상처 입은 마음을 추스르고 내부의 분열을 극복하는 일부터 당장 시작해야 합니다. 부디 청하건대 당 내부에서 서로를 겨냥하던 날카로운 칼들은 오늘 이 시간 이후부터 거두어 주십시오.

비슷한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의 공간에서 만남으로 인해 적대가 발생하는 일상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다른 이들을 이 당으로 초대하는 건 그 자체로 어불성설인 까닭입니다. 이것은 그 자체로 진보의 미성숙의 직접적인 반영입니다. 분열의 상처를 딛고 당 내부의 역량들이 화합의 맥락 속에서 합쳐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또한 평당원들에게 진보신당으로 찾아오는 문이 열린 문이 아니라 벽이라면, 그리고 이 벽들이 당 안의 곳곳에 존재한다면 이 벽들을 철거해 나갑시다. ‘희망버스’ 대중 속의 평당원, ‘촛불의 대중’ 속의 평당원의 자발성과 창의성을 중앙당이 오히려 따라잡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면 중앙당 당직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당의 체질과 구조에 대한 과감한 변화를 지속적으로 시도하여 평당원의 창의성이 살아있는 당으로 변화시켜 가겠습니다. 그를 위해 필요하다면 부대표단 동지들과 함께 당헌과 당규의 개정 문제를 검토할 것이며, 대표에게 과도하게 권력이 집중되어 있는 요소들이 발견되면 그 법적 규정들의 개정까지 공론화해 나가겠습니다.

강령운동으로 시작하여 정책당대회로!

동지 여러분.

저는 누군가에게 진보신당에 가입하기를 권할 때 먼저 우리 당의 ‘강령’을 읽어보라고 권합니다. 우리 당에 어떤 정치인이 있는가를 말하기에 앞서 우리 당이 어떤 정당인지를 먼저 살펴달라고 말입니다. 우리가 누구인지를, 우리의 꿈이 다른 누구와 어떻게 다른지를 먼저 우리들의 언어로 탄생한 ‘강령’으로 확인해 달라고 말입니다.

안타까움으로 점철된 지난 통합논의 과정을 지켜보며 진실로 슬펐던 것 가운데 하나는 강령이 아무렇지도 않게 무시되는 것을 목격한 것입니다. 정신과 정신이, 철학과 철학이 부딪히지 않는 통합이 진정 무엇을 가져다 줄 것인가 시종 회의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저는 새로이 ‘강령운동’을 시작하자는 제안을 하고 싶습니다. 이 ‘강령운동’은 우리의 꿈과 정신을 다시 확인하는 운동이자, 그것을 ‘다시 쓰는(가다듬는)’ 운동이고, 나아가 그것을 우리들 자신의 일상적 삶과 당 내부로부터 실현하는 운동입니다.

우리는 다시 만나서 서로를 사랑하기 시작해야 합니다. 서로의 닮은 얼굴을 확인하고 또 차이가 무엇인지 열린 마음으로 부딪히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래야 철학과 당이 분리되고, 정치인과 당원이 분리되는 불행한 사태를 막아낼 수 있습니다. 그래야 다시 거센 바람이 불어 닥치고, 설혹 정치 대결의 장에서 실패를 거듭한다 하더라도, 우리의 미래세대에게 진보정당의 뿌리 하나만큼은 물려줄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저는 내년 총선 이전까지 우선 당의 정책부서와 연구소를 추슬러 ‘정책 당대회’를 개최할 것을 제안할 것입니다. 이 치열한 정책토론을 통해 우리 당이 한국사회에 새롭게 제기할 사회적 의제들을 정교하고 구체적으로 가다듬을 것이며, 다가올 선거들에서 선보일 우리 당의 정책들과 말의 무기들을 준비할 것입니다.

이 토론의 공간은 당 안팎에 걸쳐 구축되어야 하며, 고정적 공간이 아니라 인터넷을 포함한 다면적 공간에서 이루어지도록 준비할 것입니다. 나아가 이를 계기로 당의 공식, 비공식 매체들을 정비하고 새로 만들어 소통하고 공부하는 공간들이 넓혀져 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비례대표 2년 순환제 등 창의적인 실험을!

당원 동지 여러분.

의회공간에 어떤 교두보도 없는 상황에서 곧 다가올 총선에서 당의 존립을 지켜내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짧은 시간에 우리의 남아 있는 역량과 지혜를 최대한 발휘하려 노력하겠지만, 지금 존재하는 우리의 힘만으로 헤쳐가기에 벅찬 것이 또한 현실입니다. 우리는 기꺼이 우리 자신의 자리를 비우고 ‘비례대표 2년 순환제’ 등 새롭고 창의적인 방안을 제시하며 훌륭한 분들을 찾아 나설 것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러한 노력 역시 우리가 한국사회에 어떤 의제들을 제시하고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 어떻게 노력하는지에 따라 그 성과가 결정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우리 당이 자신의 존망을 위해서가 아니라 진심을 다해 1%의 지배 권력과 싸우는 정당으로 변모한다면 민중은 진보신당을 외면하지 않을 것,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에 대한 믿음입니다.

당원 동지 여러분.

우리는 다시 꿈을 꾸어야 합니다. 제가 이 글의 첫머리에 인용한 ‘희망의 철학자’ 에른스트 블로흐의 묘비에 적힌 말은 “사고는 초월하는 것이다”입니다. 현실을 변화시키겠다는 진보주의자들이 현실에 갇혀 실현가능성이나 타진하고 거기에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걸고 있을 때, 민중은 오히려 절망의 끝에 매달린 영도조선소 크레인을 향해 달려가는 버스를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명명한 것, 여기에 이 시대의 역설이 있습니다.

희망은 주어진 현실을 초월하고자 하는 욕망입니다. 우리가 진보신당의 현실이 변하기를 간절히 희구한다면, 우리는 무엇보다 지금과는 다른 미래를 꿈꾸고 그것을 선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 희망이 다른 희망들을 불러 우리를 다른 현실로 안내해갈 것입니다.

“우리는 아직 희망이라는 불치의 병을 앓고 있습니다.” 점령지 팔레스타인의 위대한 시인 마흐무드 다르위시가 쓴 어느 글의 제목입니다. 저는 이 시인의 말에서 인간 정신의 경이로움을 느꼈습니다. 오늘 한국에서의 진보의 인간적 깊이는 이 희망의 질병을 공유하는 것에서 나올 것입니다.

당원 동지 여러분. 이제 새롭게 써나갈 <진보신당>의 희망이야기를 저는 동지 여러분과 함께 써나갈 것입니다. 부디 여러분이 지혜로운 눈으로 삶과 활동의 공간에서 찾아낸 희망의 근거들을 제게 선물해 주십시오. 다시 한 번 동지 여러분의 애정과 관심, 참여를 당부 드립니다. 아니 우리는 함께 이 힘겨운 일들을, 기쁘게 해내야 합니다.

필자소개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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