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세화와 박원순
By
    2011년 10월 27일 01:21 오전

Print Friendly

정치의 위기, 정당의 위기라고 한다. 안철수와 박원순의 등장 배경으로 회자되는 말이다. 박근혜도 한 입 보탰다. ‘안철수-박원순’ 현상을 정당의 위기, 정치의 위기로 규정하며, 이를 자신이 이번 재보궐선거 무대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이유로 설명한 것이다. 또한 ‘수첩 이벤트’에 이어 책임정치는 정당정치라는 말도 했다.

정당의 위기 또는 정당체제의 위기

‘안철수-박원순’ 현상이 정말 정당 위기의 신호인지, 아니면 정당체제, 즉 보수양당체제의 위기인지는 좀 더 깊이있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정당의 위기가 아니라 보수양당체제의 위기라면 이는 새로운 질서 재편의 신호탄이고 정당체제의 재편으로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현재 우리나라의 주요 정당들이 이유는 다르지만, ‘위기 상황’에 있다는 것이고 보수양당체제의 개편이라고 하더라도 진보신당을 비롯한 진보정당에게 결코 유리하게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후보를 내지 못한데 이어, 이번에도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못했다. 한나라당은 ‘불임정당’이라고 민주당을 비아냥거린다. 손학규 당 대표의 리더십도 민주당 위기에 거론되는 단골메뉴다.

또한 이런 와중에 당 대표는 ‘강령개정’을 언급하며 ‘비전’이라는 말로 현재의 위기를 미래의 약속으로 얼버무린다. 지금 민주당에게 필요한 것은 ‘비전’이 아니라, ‘태도’다. 벌써부터 한미FTA에 대해 민주당은 출구 전략에 골몰하는 눈치다. 한진중공업의 ‘김진숙’은 국회 상임위원회 권고를 끝으로 다시 망각 속에 빠져가고 있다.

한나라당은 상대적으로 나아 보인다. 하지만 얼마 전 조선일보 주필이었던 류근일은 경향신문 컬럼을 통해 안철수-박원순 현상은 정당 일반의 위기가 아니라, 보수정당 즉 한나라당의 위기라고 규정했다. 야권의 ‘빅텐트’ 혹은 연대만큼 우파의 빅텐트가 필요하다는 원로 보수의 바램인 것 같다.

한나라당의 콘텐츠 균열

나는 한나라당의 위기는 콘텐츠의 균열에 있다고 본다. ‘사회투자국가’(사회투자국가의 가장 큰 투자 대상은 ‘아동’과 인적 자본, 즉 ‘교육’이다)를 역설하는 대권주자가 있는 반면, 서울시장 후보는 ‘무상급식’에 반대한다. 책임정치 운운하면서도, 툭하면 아니면 말고식 신상폭로, 책임도 안 지는 색깔론을 걸고 넘어진다. 반값등록금 약속했다가, ‘사실상’ 반값등록금으로 말바꾸기가 일쑤다.

진보신당도 위기의 ‘정당 괴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홍세화 선생이 당 대표 출마의지를 굳혔다는 보도를 접했다. 전직 ‘빠리의 택시기사’ 홍세화는 분당 전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진보정당운동에 적극적이었다.

홍세화의 당 대표 출마 소식을 듣는 순간, 박원순의 서울시장 출마 장면이 오버랩되었다. 홍세화와 박원순. 한 사람은 진보 지식인으로, 또 한사람은 시민운동의 대부로 정치 일선과는 거리를 두었던 사회운동가였다. 누구 말마따나 ‘정치근육’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다.

서울시장에 당선된 박원순은 이번 선거의 승패를 떠나, 새로운 정치를 보여주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새로운 정치가 ‘시민을 호명’하고, ‘센터’를 만드는 것으로 담보되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 새롭다라고 말할 수 있는, 그가 말한 대로 보수와 진보를 넘어서려면, 그에 걸맞는 정치문법과 담론을 보여줘야 한다. ‘네거티브’라서 대응하지 않고, TV 토론도 거부하는 모습에서 우리에게 과연 어떤 새로운 정치를 보여주었냐고 반문하고 싶다.

홍세화는 진보와 보수를 넘어서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보의 재구성을 위해, 진보를 더욱 진보답게 만들기 위해 현실정치에 뛰어 들었다. 정치에서 진보와 보수를 뛰어넘는다는 것이 과연 가능하냐를 떠나서 올바른 것인지 의문이다. 최소한 한국정치는 보수와 진보가 제자리를 찾는 것이 순서다.

이런 의미에서 휘황찬란한 스포트라이트 속에 등장했던 박원순보다 소박하지만, 주류 정치의 변방에서 결의를 다지는 홍세화의 도전을 응원한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