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BS 하차 김용옥 "단군 이래 이런 모독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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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10월 26일 03:3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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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BS가 사전에 협의-상의한 것이 아니고 ‘당신 강의가 이 땅에서 들려서는 안 된다. 도올 김용옥이 죽으면 좋겠소’라는 것이다. 단군 이래 이런 모독은 없었을 것이다.…확실한 것은 EBS가 무리수를 둬서까지 스스로 좋은 프로그램을 중단한 것에 특별한 압력이 있을 것이다.”

    2006년 3월6일 새만금 사업에 반대해 1인 시위에 나섰던 도올 김용옥 선생이 5년여 만에 다시 피켓을 들었다. 26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다. 피켓에는 ‘인류 지혜의 강의 古典(고전)조차 강의 못하게 하는 사회, 이 땅의 깨인 사람들아! 모두 투표장으로 가시요!’라고 써 있었다.

    김용옥 선생이 1인 시위에 나선 것은 지난 25일 EBS로부터 ‘강제 하차’ 소식을 들은 것이 계기가 됐다. EBS는 지난 9월부터 월·화요일 저녁 10시40분에 <도올 김용옥의 중용, 인간의 맛> 프로그램에서 한신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도올 선생의 강의를 녹화 방송해 왔다. 이 방송은 전체 36회 방송 중 현재 16회까지 방영됐고, 애초 내년 1월3일까지 방송하기로 된 프로그램이었다.

    예정과 다른 하차에 대해선 최근 김 선생이 이번 교육방송 특강 내용을 묶어 출간한 ‘중용 인간의 맛’이란 책에서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을 강도 높게 비판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도올 김용옥 선생이 지난 2006년 이후 5년 여 만인 26일 오전 11시부터 1시까지 광화문에서 EBS로부터의 ‘강제 하차’에 항의하는 1인시위에 나섰다.(사진=미디어오늘 / 이치열 기자) 

    이에 대해 김용옥 선생은 광화문에서 수십여 명의 기자들과 만나 구체적인 ‘외압’ 정황을 공개했다. 김 선생은 “(방송 시작하며 곽덕훈 EBS)사장도 ‘어떻게든 완주하게 할테니 다른 것은 양보하면 좋겠다’고 나한테 의사를 전해왔다”면서 “EBS가 이것을 완주할 의사가 있었고 시청률이 높았고 광고도 많이 붙고 모든 사람들의 실제적 사랑을 받고 있는 중요한 강의”였다고 밝혀, 갑작스런 하차 통보임을 재확인했다.

    이어 김 선생은 ‘청와대나 이명박 대통령의 압박으로 추측되나’는 질문에 “(강의 중단에 대해)물었더니 (EBS측은)‘그동안 편지도 많이 쌓여있고, 전화도 많이 쌓여 있다. 여러 가지 쌓인 압력을 더 이상 버틸 수 없습니다’라고만 말했다”고 외압 정황을 전했다.

    특히 EBS측은 지난 9월 방송 시작부터 ‘외압’에 대한 우려가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선생은 “그때도 항상 외압이 두렵다고 했다”며 “PD나 이걸 시작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말했다”고 밝혔다. 또 당시 방송 시작 분위기에 대해 “마치 무슨 비밀작전을 한꺼번에 한 것처럼 시작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김용옥 선생은 “아주 옛날과 비해 (EBS가)힘들어 하고 몸을 사리고 눈치를 보고 나한테 어려운 조건을 제시하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며 “EBS에 그만두라고 명령하고 무리수를 둘 정도면 그 압력을 가할 사람이 이 사회에 누가 있나”고 말했다.

    김 선생은 EBS가 ‘특정 종교에 대한 편향적 발언’ 등을 강의 중단 사유로 밝힌 것에 대해서 “한국신학계 교계에서 내 강의에 대해 이의를 달지 않는다. 이의가 제기된 적도 없다”며 “(EBS가)엉뚱한 변명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번 강의는 환갑이 넘도록 공부한 사람으로서 고전에 대한 모든 사랑을 담아서 집약해 포괄적으로 한 강의”라며 “특별한 정권 비판은 관심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다만 김용옥 선생은 4대강 사업에 대해서는 “나의 상식이 허락하지 않는다”며 소신을 재확인했다. 그는 “나는 4대강 사업은 우리나라를 망치는 사업이라고 발언해왔다”며 “4대강을 짓는 돈이면 카네기처럼 공공도서관 3천개를 짓는다. 국민 여러분 판단해보시오”라고 말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11시 30분께 약 10분간 김 선생을 지지 방문해 “고전에서 삶의 지혜를 얻는 것인데 옹졸한 짓을 했다”며 “국회 차원에서 EBS에 진상 파악을 하겠다”고 밝혔다.(사진=미디어오늘 / 이치열 기자)

    그는 ‘투표 권유’ 팻말을 든 이유에 대해 “이 나라를 다스리려는 사람이 국민이 투표장에 오면 불리해진다고 하는 코미디가 어디 있나”며 “(내 피켓 표어는)누구에게 표를 던지든 모든 국민이라면 투표장에 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학생들에게 <김어준의 나는꼼수다>를 듣도록 권유한 것에 대해선 “(나꼼수에) 감동을 받았다”며 “(나꼼수는)우리 사회가 살아 있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한편,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11시 30분께 약 10분간 김 선생을 지지 방문해 “고전에서 삶의 지혜를 얻는 것인데 옹졸한 짓을 했다”며 “국회 차원에서 EBS에 진상 파악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외부 압력 때문이지 (EBS)심의위원들 스스로 그렇게 했겠나”라며 “(거리에서)노상 강의를 합시다”라고 제안했다. 그러자 김 교수는 “그렇게 해도 된다”며 “집회 허가만 받아달라”고 화답했다.

    다음은 김용옥 선생과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주요 내용이다.

    – 어떤 이유 때문에 강의를 못하게 됐나.

    “EBS쪽이 어제 오후 3시에 처음으로 통보했다. 그 전에는 나한테 일체 기색도 없었다. 물론 항상 부분적으로 강의 내용을 가위질 하는 권한은 EBS에 있었기 때문에 계속 가위질을 해왔다. 계속 수용해왔고 아무 이의 제기를 안 했다. 처음에 EBS는 ‘국민들이 강의를 사랑하니까 완주하자’고 했다.

    (곽덕훈 EBS)사장도 ‘어떻게든 완주하게 할테니 다른 것은 양보하면 좋겠다‘고 나한테 의사를 전해왔다. EBS가 이것을 완주할 의사가 있었고 시청률이 높았고 광고도 많이 붙고 모든 사람들의 실제적 사랑을 받고 있는 중요한 강의였다.

    그런데 어제 갑자기 와서 ‘심의실의 돌이킬 수 없는 결정이라면 내주 월화로 끝입니다’라고 했다. 상의한 것도 아닌 일방적 통보였다. ‘심의실이 그런 권한이 있다’고 했다. 나한테 와서 한 사람은 ‘조직 일원으로 와서 명령을 전하는 것’이라고 했다.

    화가 났다. XX 놈들이다. 최종 통보라고 했다. 소크라테스가 아테나 시민들을 위해서 변론하고 있는데, 아테네에서 죽으라는 얘기와 똑같다. 사전에 협의-상의한 것이 아니고 ‘당신 강의가 이 땅에서 들려서는 안 된다. 도올 김용옥이 죽으면 좋겠소’라는 것이다. 단군 이래 이런 모독은 없었을 것이다.”

    – 책에 4대강 사업을 비판하는 서문 쓴 것 때문에 하차 됐다는 말이 있다.

    “(정부에서)날 좋아하겠나. 4대강 팡파르를 울려야 하는데 (내가 비판하니까). 나는 4대강 사업은 우리나라를 망치는 사업이라고 발언해왔다. 국민의 세금을 4대강 사업보다 효율적 써야 하는 시대적 환경이라는 것이다. 애먼 데 쓰고 있다. 거기에 대해서는 나의 상식이 허락하지 않는다.”

    – EBS는 김 교수가 ‘특정 종교에 편향된 발언을 했고, 거친 발언을 해 중단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4대강 사업에 대한 비판 때문에 중단됐다는 말도 나온다.

    “이 강의는 종교에 대해선 아무 문제가 없었다. 이 강의는 신학대학으로 출발한 한신대에서 그야말로 신학자들의 공증을 받은 것이다. 내 강의실에도 무수한 신학자들이 들었다. 한국신학계 교계에서 내 강의에 대해 이의를 달지 않는다. 이의가 제기된 적도 없다. 엉뚱한 변명을 하고 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지성인으로서 비판적 지성이 아니면 지성이 아니다. 나는 이 사회 모든 문제에 대해 기록해 우리 사회의 도덕적 해이가 심하고 젊은이들의 방황할 수밖에 없고 뭐가 선인지 끊임없이 비판적 시각 가져왔던 사람이다.

    4대강뿐만이 아니다. 4대강은 왜 하나. 4대강을 짓는 돈이면 카네기처럼 공공도서관 3천개를 짓는다. 국민 여러분 판단해보시오. 4대강이 좋겠소. 방방곡곡에 도서관 3천개 짓는 게 좋겠소. EBS는 그만두라고 명령하고 무리수를 둘 정도면 그 압력을 가할 사람이 이 사회에 누가 있나. 나도 몰라. 알아서 해석하라.”

    – 청와대나 이명박 대통령의 압박으로 추측되나.

    “그 사람들 말이 이렇다. 정확히 말씀드리면 (강의 중단에 대해)물었더니 ‘그동안 편지도 많이 쌓여 있고, 전화도 많이 쌓여 있다. 여러 가지 쌓인 압력을 더 이상 버틸 수 없습니다’라고만 말했다. ‘구체적으로 나한테 얘기해줄 수 있느냐’고 하니 ‘말해줄 수 없다’고 했다. 그 얘기를 한 것은 외주 담당 부장이다.”

    – 신빙성 있는 말인가?

    “그렇다. EBS는 (교육방송)공사가 된 이후로 체질적으로 감사에 몸을 사리는 것이 옛날과 비할 수 없이 강해졌다. 이렇게 공사가 된 과정에서 나도 기여를 한 사람이지만 공사가 되면 EBS가 편하게 국민 교육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쓸데없는 감사 때문에 신경을 많이 쓴다.

    그 과정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많은 세부적 충돌이 많았다. 사실 EBS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 EBS가 훌륭한 것이 어느 방송사도 나와 프로그램을 같이 할 생각 없는 상황에서 프로를 같이 하자는 것은 EBS 내부에 건전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이 시대에 선생님 보이스(voice)가 들려야 한다고 해서 거의 비밀리에 얘기했다. 9월 초에 강의 나가기 직전에 비로소 사회적으로 공표했다. 마치 무슨 비밀작전을 한꺼번에 한 것처럼 시작했다. 그때도 항상 외압이 두렵다고 했다.

    PD나 이걸 시작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했다. 조심스럽게 시작하는 게 낫다고 해서 그렇게 시작했다. 그렇기 때문에 될 수 있는 대로 내가 많은 부분을 양보한다고 하더라도 36회 방송으로 내년 1월3일까지 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방송이 나간 뒤 내가 길거리를 걷다보면 많은 사람들이 곧바로 와서 중용 강의를 잘 듣는다고 했다.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없다. 정말 많이 듣더라. 이번 강의는 환갑이 넘도록 공부한 사람으로서 고전에 대한 모든 사랑을 담아서 집약해 포괄적으로 한 강의다. 특별한 정권 비판은 관심이 없었다. 진리만을 얘기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고전에 담긴 진리가 무서웠던 것이다.”

    – 예전에도 EBS에서 강의를 했다. 지난 정권과 현 정권의 EBS 차이는?

    “EBS가 정말 불쌍할 정도로 외재적인 어떤 감사나 조건이라든가 눈치라든가 외부에서 뭐라고 하는 것에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한다. 현 정권이 PD수첩부터 시작해 방송사에서 바른 말을 못하게 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EBS는 그래도 시청률이 과하게 나가지도 않고 그래도 온건하게 양심적으로 차분하게 좋은 말을 하고 국민에게 교육 방송의 자세가 있는 방송이다. 그런데 아주 옛날과 비해 힘들어 하고 몸을 사리고 눈치를 보고 나한테 어려운 조건을 제시하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

    – EBS가 가위질을 했다고 했는데 실제로 어떤 사례가 있는가.

    “정책적인 것이고 현실적 문제는 처음부터 내가 가위질을 했다. 내가 강의해도 학생들하고만 얘기했지 방송에 안 내보냈다. 일례로 칸트 철학을 공부하자고 한다면 우리나라 철학계에도 칸트 철학이 있다며 순수이성비판 번역서부터 최근 것까지 소개해야 할 것 아닌가. 책 이름을 얘기하니 특정 상품을 얘기했다고 했다. 그 책 저자 분들은 돌아가신 분들이다. 수십 명이다. 잘라도 7분을 잘랐다. 그래도 군말을 못했다.”

    – 하차 얘기 듣고 나서 EBS측에 어떤 의사를 전했나.

    “심의 위원 전원이 그동안 내려온 강의를 총체적으로 검토했다고 했다. 최종 통보라고 하니까 나도 (EBS측에)최종 통보를 하겠다고 얘기했다. 나도 내 생각을 사회에 대해 얘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 왜 투표장으로 오라는 표어를 썼나.

    “상식적으로 판단할 때 이 나라를 다스리려는 사람이 국민이 투표장에 오면 불리해진다고 하는 코미디가 어디 있나. 어느 시절에 어떤 이념을 가져도 국민이 투표장에 오는 것을 환영해야 한다.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투표 때만 오면 될 수 있는 대로 국민이 투표장에 안 가면 할렐루야 만세를 부르는 쪽이 있다. 크게 잘못된 사회다. (내 피켓 표어는)누구에게 표를 던지든 모든 국민이라면 투표장에 가야 한다는 것이다.”

    – 교수님이 EBS에서 겪으신 일과 투표 권유가 관련 있나.

    “오늘이 투표 날이다. 그런 것보다 국민이라면 서울 시민이라면 투표를 해야 한다. 시민이라면.”

    – 학생들에게 ‘나는 꼼수다’를 듣도록 제안했다고 들었다. 이유는.

    “(나꼼수에) 감동을 받았다. 우리 사회가 살아 있다는 증거다. 내 강의를 들으면 나꼼수도 들으라고 권유한 것이다. 그 얘기를 한 것이 서울 살면 그런 얘기를 안 한다. 지방대에서 강의를 하다보니 지방대 학생들이 나꼼수를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지방에서 정보에 격절되지 말고 들라는 취지에서 권유한 것이다.”

    – 향후 대응은.

    “대응이라고 할 게 뭐 있겠나. 강의 못하게 하면 내 공부만 하는 것이다.”

    – 또 1인 시위 계획 있나.

    “상황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내가 스케줄이 있는 사람이 아니다.”

    – 강의 다시 재개를 희망하나.

    “난 모른다. 지금 이 순간도 나는 강의하고 있다. 언제고 나는 강의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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