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확실한 전망 제시하는 리더십 보여달라당 생존과 통합 국면 돌파방안 마련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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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10월 25일 09:2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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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세화 선생님, 저 강상구입니다. <한겨레> 기획위원이실 때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편집인이실 때도 언제나 선생님께는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참 잘 어울리셨습니다.

    최근 선생님께서 진보신당 당대표 출마를 고민하신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선생님을 만나 뵈었습니다. 생각을 같이 하고 있는 활동가들과 함께 주제넘지만 당대표 출마를 준비하고 있던 저로서는 선생님의 당 대표 출마 소식이 기쁘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

    제대로 된 리더십을 기대합니다

    저는 전국에 계신 꽤 많은 당원들과 통화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선생님에 대한 그들의 큰 기대를 확인했습니다. 대부분의 당원들은 이구동성으로 홍세화 선생님께서 대표로 나오시는 것을 크게 기뻐하고 있었고, 저에게는 부대표 출마를 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해주셨습니다. 수긍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 제가 만나본 당원들 가운데는 여러 가지 걱정과 우려를 표하시는 분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지식인이자 언론인, 진보진영의 어른인 선생님을 당 대표로 모셔서 진보신당을 수습하는 역할을 맡기는 것은 너무 가혹하지 않느냐"고 하셨습니다. 심하게 말씀하시는 분은 "정치인으로서의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고 하십니다. 또 어떤 분들은 "당을 책임져야 하는 젊은 정치인들이 또 다시 명망가의 뒤에 숨는 것 아니냐"고도 하십니다.

    선생님 스스로 결정한 일에 ‘가혹하다’는 식으로 반응하는 것은, 제 눈엔 오히려 선생님에 대한 결례로 비칩니다. 하지만 그렇다하더라도 당 수습은 그만큼 어려운 일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당 대표를 결의하신 마당에 정치인으로서의 능력 검증이 필요하다는 얘기는 잘못된 게 아닙니다. 행여 젊은 정치인들이 또 다시 명망가 뒤에 숨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건 젊은 정치인들 스스로가 자신을 되돌아봐야 할 일입니다.

    처음부터 정치인인 사람은 없지만, 선생님께서 당 대표로 나서신다면 제대로 된 지도력과 리더십을 발휘하셔야 합니다. ‘당을 위한 희생’ 정도로는 현재 당의 상황을 수습할 수 없을 뿐더러, 선생님 개인의 미래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 아니라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당 대표가 되신다면 누구보다 강한 정치력과 리더십으로 당의 중심으로 우뚝 서셔야 합니다.

    선생님을 뵌 자리에서 저는 "총선에서 반드시 살아남아야 한다." "지역정치에 올인 해야 한다."는 두 가지 말씀을 드렸습니다. 선생님이 저를 보자마자 누구누구는 “하방을 몰라. 하방을”이라고 하신 말씀 속에서 지역정치에 관한 한 생각의 차이가 거의 없음을 짐작했습니다.

    다만 몇 가지 못 드린 말씀을 마저 드려야겠습니다.

    모든 총선 시나리오 편견 없이 검토돼야

    첫째, 보수-진보 정치권 전체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계획이 필요합니다. 당은 모든 총선 시나리오를 편견 없이 검토할 수 있어야 합니다.

    11월 25일 대표단 선거일은 10월 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끝나고 한 달 후입니다. 그때 쯤 되면, ‘안철수 현상’ 및 서울시장 선거 결과로 촉발된 ‘정계 개편’과 ‘야권선거연합’ 움직임이 구체적으로 진행 중일 것입니다. 진보신당은 가만히 있어도 입지가 더 줄어들 수 있습니다. 물론 그 반대가 될 수도 있겠지만요.

    진보신당은, 이 와중에 대중적 좌파정당을 지향하는 세력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방향을 제시해야 합니다. 진보적 대중운동은 무엇을 해야 하고, 진보적 정치운동은 어떻게 변모해야 하는지, 그 전반의 기획 속에 진보신당이 할 일도 정해질 것입니다.

    저는 선생님께서 이러한 문제 전반에 대한 구상을 준비하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총선까지 6개월 동안 치밀하게 계획된 전술적 실천, 이를 통한 진보신당의 부활이 없다면 선생님과 제가 강조하는 ‘민중의 집’ 계획도 현실화될 수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총선에서의 생존을 위해 저는 그 동안 당내에서 논의되었던 온갖 주장들을 모두 모아 놓고 면밀하게 그리고 객관적으로 검토하여 우리의 방침을 힘 있게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진보신당의 생존을 위해서는 그동안 진보정당이 구사했던 ‘지역구 후보의 뒷받침을 바탕으로 한 비례의원 획득’이라는 오래된 전술을 넘어선 더 많은 구상이 필요합니다. 최대한 유연한 대응이 필요합니다.

    가설정당부터 총선독자 완주, 야권연대 불발 시 총선 무대응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진보신당 대오를 유지하기 위한 시나리오를 점검해야 합니다. 내년 총선 무대응시 정당법상 진보신당은 해산되지 않고 존속될 수 있습니다. 홍세화 대표 체제의 역량은 모든 총선 시나리오를 편견 없이 검토할 수 있는가 하는 점에서 그 첫 번째 시험대에 설 것입니다.

    진보대통합 국면 아직 끝나지 않아

    두 번째, 끝나지 않은 ‘진보대연합’ 구상, 우리의 확실한 계획이 필요합니다. 국민참여당-진보정당 통합 국면 이후를 발 빠르게 준비해야 합니다.

    9.4 당 대회 부결로 ‘진보대연합’ 구상이 끝난 것은 결코 아닙니다. 국민들이 보기에 조승수-노회찬-심상정-이정희-강기갑-권영길 등으로 이어지는 명망 정치인들의 결집은 여전히 그럴 듯합니다. 비현실적인 상상이겠지만 여기에 유시민 대표의 국민참여당에 ‘박원순 서울시장’까지를 포함시켜 일거에 ‘비민주 통합진보야당’이 정국의 핵으로 떠오르게 하려는 구상을 하는 동지들도 있을 법합니다.

    결국 지난 1년여를 끌어온 진보대통합 국면은 최소한 내년 초까지는 계속될 것입니다. 더불어 진보신당의 역할은 다시 중요해질 것입니다. 국민참여당과 진보정당 간 통합 여부에 따라 민주노총도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이 국면을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뿐만 아닙니다. 사회당, 녹색당 흐름 등에 대한 입장과 계획도 필요합니다. 최근 심심치 않게 거론되는 해적당, 새세대 희망당 같은 흐름에 대해서 역시 최소한의 입장은 있어야 할 것입니다. 대표로서 이 문제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은 당 내외부와 신뢰를 회복 혹은 구축하고, 진정성 있는 소통의 창구와 분위기를 만들어 놓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대표단의 대부분이 독자파 동지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제가 대표를 하려 했던 것은 이런 이유에서 당을 위해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 때문이었고, ‘홍세화 대표’는 저보다야 훨씬 적격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경우 저는 부대표가 될 경우 부대표단의 일원으로서 정확한 역할 분담과 일사불란한 협력이 동반되도록 노력하면 될 일입니다.

    당의 혁신적 재편이 진보 재구성 전제

    세 번째, 당을 혁신적으로 개편해야 합니다. 이것이 진보의 재구성을 위한 전제 조건입니다. 진보신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관련하여 저의 구상은 이렇습니다.

    진보신당은 진보정치 우경화에 맞서 진정한 좌파 정당이 되어야 합니다. 지역 중심의 노동정치 혁신으로 노동운동과 진보정당 운동의 위기를 극복하는 정당이자, 지역 풀뿌리사회의 좌파적 재편으로 현실적 집권 전략을 추구하는 정당이 되어야 합니다.

    의회활동은 대중운동의 강화와 성장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초점이 맞춰져야 하며, 대중으로부터의 검증을 통해 급진적 좌파정책의 현실화와 대중화를 꾀하는 정당으로서 진보신당은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중앙당은 전면적으로 개편하고, 지역조직은 완전히 새롭게 건설되어야 합니다. 진보신당 자원의 50%는 사람 키우고, 조직 키우는 데 써야 합니다. 이런 조직만이 미래가 있습니다.

    지역노동자 생활거점 수립을 연차별 계획에 따라 추진하고, 동시에 활동가를 육성해야 합니다. 활동가는 기존 운동권의 모습에서 대중들과 공감하는 사람, 대중들 간의 소통의 매개자로서의 모습으로 환골탈태해야 합니다.

    중앙당은 ‘실’과 ‘팀’이 공존하는 구조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통상의 ‘실’ 체계에 현안대응팀, 인터넷 대응팀, 당원참여 사업단, 시민창안 사업단 등의 팀 체계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나중에 보다 자세히 설명 드리겠습니다.

    의원단은 당의 결정에 충실하고, 의원 간 협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젊고 새로운 리더그룹 중심으로 구성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특히 비례후보 선출과 관련하여 이러한 움직임이 가시화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명망성 위주의 비례후보 선출이 가져온 그 동안의 결과로부터 얻은 교훈입니다.

    지역-중앙의 체계 재편을 전제로 진보신당 발전 4년 계획, 10년 전망이 나와야 합니다. 자본주의 위기는 더욱 확산되고 있고, 한미FTA로 아마도 전 세계적 자본주의의 취약함에 보다 더 확실하게 속박될 한국에서 제도․비제도 정치 세력의 백가쟁명의 시대에 우리의 살 길을 여기에 담아야 합니다.

       
      ▲필자.

    확실한 전망을 제시해주십시오

    마지막으로 저는 선생님께서 제가 앞서 말씀드렸던 부분들에 관한 확실한 전망을 제시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러한 전망을 당이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믿음을 당원들에게 주셨으면 합니다.

    선생님께서 당의 미래와 관련하여 분명한 전망을 제시해주실 때 대표를 결의했던 젊은 활동가는 다른 역할을 기쁘게 선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사를 온 몸과 마음으로 견뎌 오신 선생님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너무 많아 무례했습니다. 너그러이 용서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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