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에 실려간 우리들의 청춘
    2011년 10월 22일 03:4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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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 

부마항쟁과 1980년 부산의 학생운동을 본격적으로 다룬 장편소설 『1980』(노재열 지음, 산지니, 13000원)이 그 운동의 당사자였던 저자에 의해 처음으로 출간되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1980년 5월을 전후한 1년여 동안 이야기로 격랑의 시간에 대한 소묘이자 폭력과 굴종 속에서 고뇌하는 한 청춘의 여정에 대한 기록을 소설로 풀어내고 있다. 

5·18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저자 노재열은 전두환군사정권 8년 동안 3차례 구속 수감되며 20대 청춘을 다 보냈다. 누구보다 그 시대를 뼛속 깊이 체험했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1979년 10월 부마항쟁으로 인한 도피생활을 시작으로 1980년 계엄포고령위반, 1981년 국가보안법 구속(일명 부림사건), 1987년 노태우 반대시위 구속 등으로 20대 청춘을 도피, 구속, 수감의 생활로 다 보내었다.

저자의 체험에 바탕을 둔 이 소설은 그 시대의 아픔에 누구보다 깊이 발을 담근 한 청춘의 눈으로 바라본 시대에 대한 기록이자 고뇌하는 청춘에 대한 이야기다.

이 소설은 1980년 5월이 5·18의 광주라는 한 지역에 국한될 수 없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1980』의 성취는 5·18을 부마항쟁과 그 이후 전국적인 학생운동의 흐름 속에서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이는 1980년 당시의 운동사적 맥락을 그 핵심적인 당사자에 의해 문학적으로 복원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 소설은 증언과 기록의 차원에서도 소중한 의미를 갖는다.

1980년 오월의 봄은 처참하였다. 평온한 미래의 시간을 꿈꾸고 사랑에 몸 달았던 평범한 젊은이들은 자주통일, 독재타도와 같은 대의 앞에서 절망하고 분노하고 증오하면서 결국은 부끄러워해야만 했다. 당연한 욕망을 타락한 탐욕으로 추궁받아야 했던 그 시절은 지금이라면 믿기 힘든 암흑의 시간이었다.

이제 폭도라 불리던 사람들은 민주화의 주역이 되었고 통곡의 그날은 국가의 기념일이 되었다. 유인물 한 장을 쓰기 위해서도 목숨을 걸어야 했던 공포의 시대였다. 세속적 욕망들을 포기하면서까지 민주화라는 대의를 위해 자기를 기꺼이 희생하며 1980년대를 보낸 그들 청춘의 이야기는 오늘날의 우리와 시대정신을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구체성과 사실성이 생생하게 묘사

소설은 정우(주인공)가 수감된 15P 영창의 폭력적인 일상으로 시작된다. 1979년 10월의 부마항쟁과 박정희 저격 사망으로부터 시작된 비상계엄은 1980년 5월 17일을 기점으로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으로 확대되었고, 이 같은 정국 속에서 부산 양정의 15P 헌병대는 계엄군에 의해 붙잡혀 들어온 수감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여기에 수감된 정우는 부산지구 계엄합동수사단이 설치된 망미동의 삼일공사를 오가며 견디기 힘든 고문으로 취조당하고 있었다. 저자의 체험에 기반을 둔 감방의 구조라든가 내부의 자체 규율, 고문에 대한 자세한 묘사는 그 체험의 구체성과 사실성을 생생하게 드러내고 있다.

소설은 이야기 속 시간으로는 가장 앞선 1979년 10월 16일을 이 소설의 결말로써 제시하며 이야기의 시간을 극적으로 배분한다. 절망과 도피, 저항과 극복이라는 뜨거운 정념의 시간들을 사유와 성찰의 시간으로 엮으며 고난의 순례를 서사화한다.

세상의 모든 청춘은 저마다의 사연으로 자기만의 알 속에서 부화를 기다린다. 불온한 역사는 미숙한 청춘을 고행 속에서 성숙하게 만든다. 정우는 책으로는 알 수 없었던 것들을 고행의 길에서 배운다. 대학을 나와 적당히 먹고살 수 있던 특권의 시절에는 이념이 그들의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오늘의 젊은이들에게 보장된 미래 따위는 없고, 다만 그들은 고용과 실업 사이에서 비정규직의 불안한 삶을 살아갈 따름이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처세의 기술이 공생에 대한 진지한 사유를 압도할 때 예민한 청춘의 감성은 타락한다. 여전히 가혹한 시련 속에서 우리들의 청춘은 오늘도 아프게 앓는 중이다. 여기 시대의 아픔에 누구보다 진지했던 한 청춘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 * *

저자 : 노재열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다. 진주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부산에서 대학을 나온 후 30년 넘게 부산시민으로 착하게 살고자 애쓰고 있는 사람이다. 전두환 군사정권 8년 동안 3차례 구속 수감되며 20대 청춘을 다 보냈다.

감옥을 들락거리며 노동운동에 매달리다 세월을 뒤돌아 볼 틈도 없이 시간을 보내다가 잠시 잊혔던 옛일을 떠올리며 글들을 모아 본 것이 책으로 만들어졌다. 이 글은 그의 첫 소설책이다. 2011년 현재는 부산 강서구 녹산공단에서 노동 상담소 소장 일을 하고 있고 부인과 딸을 곁에 두고 오순도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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