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미국서 무슨 일이 있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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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10월 14일 08:4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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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 머리에

지난 9월 17일부터 ‘월스트리트를 점거하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20여 명 내외의 참가자들이 뉴욕 맨하탄 남쪽에 위치한 주코티 공원에서 노숙을 벌이며 각종 캠페인과 거리 시위를 벌이는 일이 시작된지 벌써 벌써 4주째로 접어들고 있다.

특히, 미국 현지 시간으로 지난 수요일(10월 5일)에 열린 집회에는 애초 캠페인을 주도했던 활동가들 이외에 뉴욕 소재 공공부문 노조들과 뉴욕 거주 대학생들이 가세하면서 시위 참가자들의 수가 처음으로 15,000명(경찰 추산 10,000명)으로 불어나는 등 점차 큰 규모의 사회운동으로 전개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금융자본의 탐욕을 정복하기 위해 나선 시위대들. 

뉴욕 타임즈와 파이낸셜 타임즈 등 현지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현재까지 700여명의 시위 참가자들이 경찰에 연행돼 조사를 받고 풀려나는 일을 겪었고, 보스톤과 시카고 등의 미국 주요 대도시에서도 이와 유사한 형태의 항의 시위가 번져 나가고 있다고 한다.

이 글에서는 국내외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월스트리트를 점거하자’는 캠페인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그 이면에 자리잡은 사회적 맥락이 무엇인지, 그리고 현재 드러나고 있는 주요 이슈와 쟁점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2. 캠페인의 촉발

모든 사회운동이 그런 것처럼, 이번 캠페인도 겉보기에는 우발적인 것처럼 보이는 요인 때문에 시작되었다. 애초 이 캠페인은 지난 8월 애드버스터(Adbusters)라는 반소비주의 시민운동 단체가 ‘월스리트를 점거하여 시민들의 저항감을 표출하자’는 제안에서 시작되었다.

이 단체가 운영하고 있는 블로그에 실린 당시의 글은, 미국 정부 예산 감축을 위한 대통령 직속 특별예산 위원회 사무국에서 일을 하고 있는 스탭진의 90% 이상이 과거 월스트리트의 거대 금융 기업들의 로비스트들로 채워져 있다고 고발했다.

또한 그 때문에 과연 제대로 된 예산 감축 방안도 나올 수 있을지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품고 있으며, 설사 그 방안이 도출된다고 해도 예산 편성의 방향은 소수(1%)의 이익을 위해 압도적인 다수(99%)의 이익을 희생하는 방식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의 시민들은 스스로 행동을 조직하고 어떤 형태로든 항의 시위를 벌여야 한다고 이 글은 호소했다.

이 글의 호소가 미친 반향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 이후 몇몇 활동가들이 맨하탄 남쪽에 위치한 주코티 공원에 몰려들기 시작했고, 최근의 형태와 같은 ‘노숙투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은 ‘아랍의 봄’이라고 불리는 중동 지역 민주화 운동, 남부 유럽 국가들에서 벌어지고 있는 재정 위기와 해당 정부의 공공 서비스 부분 예산 삭감에 항의하는 점거 시위 등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말하고 있다.

더불어, 올해 들어 미국 각지에서 벌어진 유사한 시위, 예를 들어, 위스콘신 주의 공화당 소속 주지사가 추진했던 공공 부문 노동조합의 가입 조건을 엄격하게 재조정하고 퇴직 연금의 수혜 상한선을 높히며 그 이외 일련의 예산을 삭감하는 조치에 항의하는 일련의 집회와 시위 등에 영향을 받은 것 같다.

물론 이번 시위가 뉴욕에서 본격적으로 벌어지기 이전부터 뉴욕 시청과 시 의회 앞에서는 올해 초에 통과된 긴축 예산안에 항의하는 노숙 투쟁 등이 벌어지기도 했다. 아마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의 참가자들은 이 모든 사태들의 전개 과정을 주의깊게 살펴보고 있었을 것이다.

   
  ▲시위 현장의 소식을 전세계적에 알리는 사람들. 

3. 지난 몇년간 미국에서는 무슨 일들이 일어났나?

이번 시위와 같은 전례없는 사회운동의 복잡성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 사회운동의 주도 세력과 이슈뿐만 아니라 이면에 뿌리깊게 잠재되 있는 사회적 맥락을 동시에 고려하는 것이 꼭 필요한 것 같다. 이와 관련하여 필자는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했던 서브 프라임 모기지로 촉발된 금융 위기와 그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정책적 대응, 그리고 현재의 경제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무엇보다도 미국 부동산 시장의 버블과 그 버블의 붕괴에는 미국의 상업은행과 비은행 금융 기업이 만들어 냈던 주택담보부 채권의 부실화가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애초 주택 담보부 채권은 보다 많은 유동 자본을 주택 시장에 투입하여 보다 많은 가계가 자가 주택을 소유하게끔 한다는 취지로 미 연방 주택청 산하 준정부 기관들에 의해서 활용되었다.

파니매나 프레디맥 등은 민간 은행들이 보다 많은 가계에 주택 융자금을 빌려주게끔 유도하고, 이를 위해 주택 구입자가 매달 내는 주택 융자금을 담보로 채권을 만들어 팔고 다시 이 수익금을 주택 시장에 환류시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주택 융자금을 빌릴 수 있게 조치를 취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자산 유동화 과정에 민간 은행은 물론 비은행 금융 기업들이 참가하면서 부실 주택담보부 채권의 비중이 급격하게 늘어나게 되었고, 주택 가격의 상승에 힘입어 투기적 수요가 증가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민간 은행이나 주택 담보 대출을 전문으로 하는 금융 기업들은 법적으로 존재하는 주택 융자 심사 조건을 마음대로 조작하고 융자금을 되갚을 능력이 없거나 재정적으로 취약한 상황에 내몰려 있는 사람들에게도 돈을 빌려주기 시작했다(미국의 금융 소비자 운동 단체들은 이와 같은 관행들을 소위 ‘약탈적 대출 행위’라고 부르며 이것을 법적으로 규제할 것을 이미 오래전부터 요구해왔다).

금융기업들의 약탈적 대출행위

그리고 이렇게 빌려준 융자금의 상환을 전제해 놓고 주택 담보부 채권을 발행한 다음 이것을 다시 개인 및 기관 투자자들에게 판매하는 방식으로 다시 자금을 환류하시 시작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미국 소재 3대 신용 평가 기관들(S&P, Moody’s 등)이 어떠한 역할을 수행했는지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들은 주택 담보부 채권의 기초가 되는 서브 프라임 모기지 대출자들의 신용 상태나 잠재적으로 있을 수 있는 채무 불이행의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안정성과 자산 가치가 가장 높은 채권(트리플 A: AAA)으로 이 주택담보부 채권의 등급을 매겼다.

그들의 높은 신용 평가 덕분에 처음부터 부실화될 위험성이 높았던 주택 담보부 채권들은 미국은 물론 유럽과 일본 등지로 팔려나갔고, 나중에 미국발 금융 위기가 불거지자마자 이것이 동시다발적인 전세계의 금융 위기로 번져나가게 된 원인이 되기도 했다.

알랜 그린스펀하의 미 연준은 이와 같은 문제들의 심각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고, 금융 시장 참가자들이야말로 잠재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금융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서 가장 합리적으로 금융자산에 대한 투자를 다변화할 것이라고 믿으며, 그 어떠한 규제 조치에도 반대했다.

그러다가 2007~08년 국제 원유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골드만 삭스 등의 투기 등 때문에 기초 식량 가격이 앙등하는 등의 수많은 문제들이 발생하자(한국의 언론에서는 널리 보도되지 않았지만, 수만 명의 저개발국 시민들이 아사했고, 도처에서 높은 식량 가격에 항의하는 시위와 폭동이 발생했다.), 미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선제적으로 제어한다는 미명하에 급격하게 정책 금리의 이자율을 높히는 정책을 취하기 시작했다.

미국발 국제금융 위기의 시작

이 여파로 미국 부동산 시장이 급속하게 냉각되고 서브 프라임 모기지 대출자들의 채무 불이행 비율이 점차 높아지는 일이 발생하게 되었다. 그러자 다시 이것을 기초로 만들어진 금융 파생 상품 가운데 하나인 주택담보부 채권 가격이 급락하기 시작했다. 미국발 국제 금융 위기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이 때 사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었던 것은 복잡하게 얼키고설킨 금융 거래의 이면에 과연 어떤 기업이 얼마만큼 이 불량 채권에 노출되어 있는지를 거래 당사자들이 전혀 파악할 길이 없었다는 데 있다.

골드만 삭스 등과 같은 투자 은행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거대 민간 상업 은행, 그리고 AIG와 같은 보험 회사 등도 별도의 펀드(special purpose vehicles)를 조성하여 수익률이 높은 금융 자산에 투자하고 있었고, 더군다나 이렇게 운용되는 펀드는 해당 모기업의 공식 회계 장부 이외의 다른 곳에서 기록되고 있었으며, 그것도 거래 기록이 남는 공식 채널이 아니라 장외 거래(over-the-counter)를 통해서 금융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누구도 금융 거래 당사자의 정확한 채무 관계를 알 수 없는, 따라서 그 누구와도 금융 거래를 할 수 없는 혼돈의 상태가 한동안 지속되었다(이것을 당시의 젠체하는 경제학자들은 소위 거래 당사자 위험 ‘counterparty risk’라고 불렀다).

그 직접적인 결과는 은행간, 그리고 은행과 비은행 금융 기업 사이의 단기 자금 시장이 급속하게 얼어붙는 것이었고, 이것이 다시 비금융 기업의 단기 자본 조달 시장으로 파급되면서 미국과 유럽의 금융 시스템이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에 내몰리게 되었다.

   
  ▲미국의 실질실업률은 20%대를 육박하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의 두 가지 대책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 미 연방 정부가 취했던 대응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이사회, 이하 ‘연준’)과 재무부를 통해 막대한 액수의 구제 금융 지원금을 거의 공짜로 거대 민간 은행들에게 빌려주고, 파산 위험이 높은 주요 은행과 보험 회사에 대한 지급 보증을 해주었던 것이다.

다른 하나는 미국 재건 및 재투자법(American Recovery and Reinvestment Act; ARRA)이나 각종 긴급 법안을 편성해서 확대 재정 정책을 실시하는 일이었다. 미 재무부가 금융 시장을 안정화시킨다는 미명하에 거대 금융 기업에 부실 자산을 처리하라는 명목으로 지원한 액수만도 9,000억 달러(948조 원)에 상당한다.

이와는 별도로 오바마 행정부가 전미 부흥 및 재건 사업을 위해서 2009년부터 쓴 비용만 해도 다시 이에 육박하며, 이와는 별도로 미 의회를 통해서 이루어진 긴급 실업 수당 연장 조치, 미국 자동차 산업 부분에 대한 보조금 혜택 등등의 사안에 사용된 금액 등을 합하면 가히 천문학적인 수준에 이른다.

어디 이뿐인가. 미 연준이 금융 정책에 관한 통념을 깨고 2009~10년 사이 긴급 유동성 지원을 위한 각종 금융 프로그램 (미 연준의 정책가들은 당시 그 조치들을 긴급 유동성 장치Emergency Funding Facilities라고 불렀다)을 실시하고 거대 금융 회사들에게 일시적으로 빌려주었던 돈의 액수만도 당시 미국 일년 국내총생산의 세 배가 넘는다.

놀라지 마시라. 이 액수는 나중에 소위 2차에 걸친 ‘양적 완화(quantitative easing)’이라고 불리는 또 다른 형태의 유동성 투입 정책 – 미 재무무 발행 국채와 연방 주택청 산하 준정부 기관들이 발행한 채권과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매입하여 해당 채권 이자율을 인위적으로 낮추고 이와 동시에 달러화를 미국 금융 시장을 통해 환류하는 것 – 에 소요된 액수는 제외한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지난 달 하순 미 연준은 조만간 소위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peration twist)’라는 기괴한 이름의 금융 정책 – 미 연준이 보유하고 있는 재무부 발행 채권의 만기일을 조정하여 장기 국채 이자율을 낮추는 정책 – 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상황이다.

정책 실패와 더블딥

이와 같은 전례없는 금융 및 재정 정책 덕분에 미국 경제는 다시 본래의 성장 궤도에 올라섰는가? 한마디로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오히려 미국 경제가 극심한 불경기의 상황으로 다시 빠져드는 상황(더블딥)이 우려될 정도로 미국 경제의 체질은 매우 악화되어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실시했던 확대 재정 정책은 미국발 금융 위기가 1930년대 발생했던 대공황(Geat Depression)과 같은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제어하는 데 일정한 역할을 담당했던 것 같다. 그러나 그 정책의 규모가 너무나 작아서 미국 경제를 성장 궤도에 올려 놓는 데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이 분명해 지고 있다.

다른 한편, 미 연준의 초저리 이자율 정책과 긴급 유동성 투입 조치, 그리고 2차에 걸친 양적 완화 조치들은 위험 자산의 가격과 각종 원자재 가격을 앙등시켰을 뿐 은행이 자본 건전성을 높히거나 비금융 실물 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리는 데 거의 아무런 긍정적인 영향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이다.

한마디로 미국의 금융 기업들은 미 연준에서 거의 공짜로 빌린 돈을 가지고 식량과 원자재에, 그리고 라틴 아메리카와 아시아의 고수익 금융 자산에 대한 투기 행각에만 몰입했을 뿐, 극심한 불경기 속에서 기업을 운영해 나가는 중소 기업에 또는 장기 실업이나 대폭 삭감된 실질 임금의 불충분성 때문에 고통받고 있던 가계에 대출을 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 결과 은행을 포함한 금융 기업이 각종 금융 자산 거래와 기업 인수 합병 그리고 비금융 기업의 채권 발행에 이서(underwriting)를 하면서 전례없는 이윤을 재창출하고, 최고 경영자들에게 금융 위기 이전에 맞먹는 수준의 보너스와 스톡 옵션을 제공하고 있는 바로 상황에서도, 미국의 산업 활동 지수와 소비자 기대 지수는 전혀 호전되지 않고 있다.

실질실업률 20%대에 육박

또한 전미 평균 공식 실업률은 9.1%대에 머물고 있으며, 가까운 장래에 일자리를 구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서 구직 활동을 포기하고(구직 단념자와 한계 노동자), 전일(full-time) 노동을 보장하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서 불가피하게 파트 타임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을 포함할 경우 전미 평균 미국의 ‘실질 실업률(real unemployment rate)은 20%대에 육박한다.

다시 말해 전체 민간 경제활동인구 가운데 10명 중의 2명은 자신이 원하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서 고통받고 있다는 말이다. 이 수치를 다시 인종별, 학력별, 연령별로 세분해서 살펴보면, 이번 금융 위기 국면에서 가장 심각한 피해를 본 집단은 흑인 여성 노동자(공식 실업률 20%)와 20대 초반의 신규 노동 시장 참가자(대학 졸업자)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심지어 이미 나이가 들어 경제활동에서 은퇴를 했던 65세 이상의 계층에서도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다시 일자리를 찾아 노동 시장으로 진입하는 사람들의 비중이 크게 늘고 있다. 게다가 54주 이상의 장기 실업자의 비중도 전체 실업자들 가운데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필자는 오히려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과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는 게 더욱 이상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이번과 같은 점거 운동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한때 미국 외교 안보 전략의 최고 브레인이라고 불렸던 브레진스키가 한 어느 TV인터뷰에서 우려했던 것과 같은 ‘무정부주의적인 폭동’이 조만간 발생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계속)

* 이 글의 필자 신희용은 뉴욕 뉴스쿨대학원 경제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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