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바마 티파티? 급진 사회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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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10월 14일 09:3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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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캠페인의 전개 과정과 양상 그리고 주요 언론의 보도 태도

    다시 시야를 돌려 애초의 화제인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으로 되돌아 가보자. 애초 이 캠페인은 주류 언론에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거대 미디어 기업에 독점적으로 소유되어 있는 주요 방송사가 이 캠페인을 취재할 리 만무했고, <뉴욕 타임즈>와 같은 소위 개혁적 성향의 자유주의적 신문조차도 이 캠페인을 소개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뉴욕에 위치해 있거나 뉴욕 소재 금융 기업들의 반응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신문들(주로 광고 수익 때문에)이 이 캠페인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캠페인 주도자들이 뉴욕 연준 지부 앞으로 가두 시위를 벌이고, 맨하탄 14번가에 위치해 있는 유니온 스퀘어 앞에서 거리 시위를 벌인 데 대해 경찰들이 이 시위 참가자들을 강경하게 몰아부치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시위 참가자들은 매번의 시위를 자신들이 운영하는 생방송 채널에 보도를 해왔는데, 이때 경찰들이 시위에 참가했던 여학생들을 시위 진압용 장막으로 둘러치고 얼굴에 휴대용 최루탄을 난사하는 장면들을 생생하게 보도한 바 있다.

    그리고 이 장면이 유투브와 각종 소셜 네트워크 채널을 통해 널리 전파되면서 경찰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이 사건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고, 주류 언론에서도 더 이상 이 사건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되었다.

    이렇게 사건이 확산되자 뉴욕시의 극우 성향의 신문들이 먼저 사설을 통해 이 캠페인 주동자들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한국으로 치면 지하철역 입구에서 무료로 나누어 주는 황색 신문에 해당되는 <뉴욕 포스트>와 <데일리 뉴스>가 그것들이다.

    가령, <데일리 뉴스>가 사설을 통해 월스트리트를 점거하자는 캠페인을 벌이는 시위자들을 "버르장머리 없는 불량 청소년"이라고 비난한 데 이어 <뉴욕 포스트>는 같은 시위 참가자들을 "쓸데없이 높은 교육을 받았으나 전혀 의욕적인 삶을 살지 못하는 여피" 집단에 불과하다며, 이런 "아메바 같은 사람들"을 재빨리 움직이게 만드는 데는 "최루탄이 최고로 효과적"이라고 뉴욕 경찰로 하여금 빨리 이 시위자들을 진압하여 버르장버리를 고쳐주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비슷한 태도를 취했다는 점에서는, 많은 사람들에게 개혁적 성향의 자유주의 신문이라고 알려진 <뉴욕 타임즈>도 결코 예외가 아니었다. 이 캠페인이 1주일간 지속되자 <뉴욕 타임즈>의 지니아 벨리판테 기자는 9월 24일자 기사에서 한국식으로 말하면 일종의 ‘취재 노트’와 같은 형식으로 간단히 이 캠페인에 대한 개인 단상을 늘어놓는 식으로 보도하였다.

    그러나 이 기자는 누가 왜 무엇을 요구하며 점거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지를 전혀 소개하지 않는 대신, 월스트리트의 주식 브로커의 말을 빌려 "저 시위자들이 지금 자기들이 사용하고 있는 아이패드와 맥북을 만든 애플사의 주가가 얼마에 거래되는지 알면서 저런 시위를 벌이겠느냐?"는 식으로 조롱섞인 기사를 내보냈다. 당연히 이 캠페인 참가자들의 비난을 받았던 것은 물론이다.

    그 날 그녀의 기사에 달린 127개 이상의 댓글 가운데 한 글이 시사하는 것처럼, "실패한 시스템에 저항하는 싸움을 벌이고 있는데, 애플사의 주식 가격이 어떻다는 둥의 헛소리는 무슨?"이라는 표현이 한 마디로 캠페인 참가자들의 정서를 대변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피켓에 다양한 요구사항을 들고 나온 시위 참여자들.  

    영국계 <파이낸셜 타임즈>의 경우 – 이름 그대로 영국 금융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신문이다 – 는 다른 사안과 달리 의외로 <뉴욕 타임즈>의 기사보다 훨씬 더 객관적인 시각에서 이 캠페인을 보도했다. 이 신문은 캠페인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브루클린 브리지를 건너가려고 하자 경찰이 이에 맞서 다리 전체를 봉쇄시키는 작전을 펼쳤는데, 바로 이 때문에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이 다리의 교통이 마비되었으며, 많은 사람들이 불평불만을 쏟아놓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주 수요일의 대규모 거리 시위가 끝난 뒤에 실린 기사에서 <파이낸셜 타임즈>의 한 논설위원은 시위 참가자들과의 인터뷰 내용을 전하며 점점 악화되는 빈부격차와 고소득층의 과도한 현시적 소비 그리고 그들의 오만한 행태가 이와 같은 시위를 발생시키게 된 주요 요인이라며, 오바마 행정부가 하루라도 빨리 공언한 조세 개혁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신문 매체를 제외한다면, 미국 내에서 이 사안에 관해서 가장 심도깊게 보도를 했던 미디어 집단은 아마 데모크라시 나우(Democracy Now)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에이미 굿맨이라는 여성 저널리스트가 마이크를 잡고 있는 이 급진 민주주의 미디어 그룹은 월스트리트 점거 캠페인과 관련된 특별 페이지를 만들고 일련의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하는 역할을 담당해 왔다. 

    데모크라시 나우는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캠페인 활동과 시위 참가자들의 주요 활동 등을 상주 기자의 웹포스팅을 통해서 계속해서 보도해왔고, 이 과정에서 한미FTA 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나 이라크 전쟁 참전 군인들의 시위 참여 소식 등도 집중 인터뷰를 통해 보도를 해오고 있다.

    물론 이 외에도 시위 참가자들이 스스로 발행하는 신문도 회람되고 있고, 공식 홈페이지와 온라인 포럼 등을 통해서 새로운 사업 제안과 아이디어 등이 속속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 허핑턴 포스트기자들이 개인 블로그를 통해서 갈무리한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 꼭 읽어야 할 소식"이라는 글들을 통해서도 비교적 객관적인 시각에서 관련 소식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5. 캠페인 참가자들의 요구와 주요 쟁점

    5-1 다양한 요구의 분출, 그런데 단일한 전선이 형성될까?

    이 캠페인에 참가하고 있는 주도 세력이 주관한 집회에서는 참으로 다양한 이슈와 현안들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어떤 사람은 보다 효율적인 의료보장 체제를 하루라도 빨리 도입할 것을 요구하고, 혹자는 글래스-스티걸 법안을 다시 도입해서 은행 산업과 비은행 금융 기업 간에 장벽을 쌓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극심한 빈부 격차와 점점 높아지는 빈곤율에 대해서 통탄해 하면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고, 대학생들의 경우 대학 재학 시절 학자금을 융자받아 학교를 다녔는데 졸업과 동시에 실업자가 되었다면서 정부가 나서서 대출금을 탕감해 주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주요 신문들과의 인터뷰에 응했던 어떤 젊은이들은 "오바마는 거대한 비전을 제시했지만,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말만 요란하게 떠벌렸을 뿐 제대로 한 게 없다."고 비난하면서 현 정부 하에서 지체되고 있는 사회 개혁 조치 등에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다. 소비자운동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한 사람은 거대 식품 제조업체들이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식품 안전을 위한 조치들을 취하지 않고, 거대 제약회사들이 지적재산권 보장을 빌미로 약값을 계속 올려받으며, 거대 정유회사들이 도처에서 기름을 유출하고 생태계를 재앙에 빠뜨리고 있는 데도 미국 정부는 거의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번 시위에 참가했던 재미 한국인들의 경우는 10월 11일자 인터뷰에서 한미FTA에 대한 의회 승인에 반대하는 독자적인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현지 시각으로 10월 12일 자정. 필자는 방금 전 미 의회를 통해 한미 FTA가 비준되었다는 우울한 소식을 접했다) 한마디로 사람들은 현재 미국과 국제 경제의 세계화가 양산하고 있는 수많은 문제점들을 집회에서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까지 거론된 여러 가지 요구 사항들을 놓고 볼 때 필자는 개인적으로 보다 급진적인 이슈를 내걸고 강경한 투쟁을 전개할 것을 기대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주코티 공원에 모여있는 시위대들. 

    실제로 몇몇 주 법원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통과시켰던 국민 의료 보장 법안이 위헌적이라고 판결하면서 오바마 행정부 들어서 최대의 업적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고 기대되었던 의료 보장 시스템의 개혁이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캠페인 참가자가 거론했던 보다 효율적인 의료 보장 체제의 도입에 관한 요구는 사실상 현재까지 연방정치 수준에서 논란이 빚어졌던 요소 가운데 하나를 거론한 것에 불과하다.

    글래스-스티걸 법안의 재도입도 사실상 민주당이 지배하고 있던 미국 의회에서 폴 볼커(Paul Volcker)의 금융 개혁 법안으로 이미 거론되었던 사안이다. 극심한 빈부 격차와 빈곤율 그리고 청년층의 실업 문제 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이미 1980년대부터 시작된 금융 주도 하의 경제 구조 재편성 과정에서 야기된 문제들이 누적된 결과일 뿐이다.

    식품 위생과 안전을 무시하는 거대 식품회사와 도처에서 기름을 유출하는 사고를 내면서도 거의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거대 정유회사의 탐욕과 전횡에 대한 분노 등도 전혀 새로운 이슈가 아니며, 따라서 오히려 왜 지금 그곳 월스트리트에서 그런 주장을 하는지를 되묻고 싶은 심정이다.

    이 모든 점을 고려할 때 월스트리트 점거 캠페인에서 거론되는 이슈들은 이념적 성격상 전혀 급진적이지 않고, 오히려 개혁적 성향의 민주당 의원과 오바마 행정부의 개혁 관료들이 이미 오래 전부터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던 사안들에 속한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말이다.

    바로 이 때문인지 수요일의 시위가 일종의 ‘정치적 사건’으로 불거지자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 내 주요 인사들은 즉각적인 입장을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월스트리트 점거 시위가 오늘날의 금융 위기를 불러일으킨 주범임에도 정작 이 금융 위기 국면에서 막대한 이익을 보고 있는 은행과 비은행 금융 기업의 최고 경영자들에 대한 보통 시민들의 분노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더 나아가 지난 노동절 기념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자신이 제안했던 조세 개혁 법안을 도입하여 연간 250,000달러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사람들에게 부유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민주당과 오바마 대통령의 제스처를 바라보면서 혹자는 그들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점거 운동을 적절한 수준에서 통제를 하려고 할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이와는 달리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에 부시 행정부 시절 급진적인 반전 운동을 전개했던 운동 단체들이 대거 참여할 것이라는 점을 들어서, 혹자는, 설사 민주당 계열을 정치인들이 마치 공화당 극우파들이 티파티 운동을 등에 업으려고 하는 것처럼 이번 점거 운동을 정치적 자원으로 활용하려고 하더라도,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이 점거 운동이 ‘순치’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현재로서는 이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상태라고 생각한다. 과연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이,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근래에 보기 드문 미국의 사회 운동이 어떠한 방식으로 전개될 것인지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5-2. 다양한 참여 세력과 이슈 조정의 과제

    아마도 이 점거 운동이 국내외의 언론을 통해 대서특필된 데에는 지난 주 수요일에 있었던 대규모 집회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지난 집회에서 나타난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뉴욕 소재 공공 부분 노조와 지역 운동 단체 지도자들(할렘 지역 거주자 단체와 뉴욕 전선 등등의 수많은 소규모 지역 단체들)이 대거 참가했다는 데 있다.

    이와 더불어 부시 행정부 하에서 반전 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쳤던 연합 단체들도 이번 캠페인에 지속적으로 동참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적어도 당분간은 보다 많은 사회 단체들이 이번 월스트리트 점거 캠페인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경우 예상되는 문제도 만만치 않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많은 단체들이 참가할 경우 월스트리트 점거 캠페인이 탄력을 받을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각 단체들이 추구해왔던 다양한 이슈들이 아무런 조정 없이 거론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월스트리트의 탐욕이야말로 대량살상무기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는 시위 참여자. 

    월스트리트 소재 금융 기업의 전횡과 탐욕에 대한 비판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고, 다양한 정치 군사적 이슈는 물론 소비자 운동 이슈, 환경 관련 이슈들도 두서없이 거론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게다가 혹자는 지금이야말로 이주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높혀서 오바마 현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화두로 꺼냈지만 단 한번도 진지하게 논의하지 않았던 이민법 개혁 법안을 통과시켜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히고 있는 상황이다.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의 참가자들이 말하는 (숫자로 환산하면 채 일만 여명도 되지 않는 단 1%의 초부자들에 대비되는) "바로 우리가 99%다"라는 구호 안에 그 어떠한 정치적 사회적 권리 행사 기회도 박탈당한 채 삶의 존재 기반을 고용주의 아량에 의지하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불법 이주 노동자들’이 포함되어 있는지를 하루라도 빨리 판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은 미국 사회의 중요한 균열 구조의 한 축인 이주 노동자들을 배제한 가운데 진행되는 사소한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 것이라는 진단이다.

    과연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의 초기 주창자들과 새롭게 힘을 보태고 있는 미국의 사회 단체들은 이와 같은 복잡한 이슈와 내부의 잠재적인 갈등을 넘어설 수 있을까?

    지금까지 소셜 네트워크와 온라인 미디어를 통해 효과적으로 초기 캠페인을 추진해 왔던 주도 세력들이 이처럼 복잡하게 얼키고설킨 다양한 이슈들을 어떻게 조정하고 새로운 의사 결정 구조를 만들 지에 이번 사회운동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6. 앞으로 어떻게 될까?

    마지막으로 이 운동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를 잠시 생각해 보고 싶다. 물론, 그 누구도 이 운동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를 예측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이번 사태의 향방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몇 가지 상황들을 고려해 볼 수는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먼저 거론해야 할 사항은 전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미국의 경제 상황이다. 이번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의 이면에 자리 잡고 있는 객관적인 경제 구조가 변하지 않는다면, 운동의 참여자들도 그렇게 쉽게 자신의 목소리를 철회하지 않을 것이다. 남부 유럽발 재정 위기와 유럽 연합의 장래도 이번 점거 운동과 연관된 사회적 이슈를 파급시키는 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지난 몇 년간 추진해 왔던 금융 시스템 개혁에 관한 논의가 어떻게 진척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 참여자들이 지금까지 요구했던 이슈들은 그렇게 새로운 것이 아니고 부분적으로는 ‘월스트리트 개혁과 금융 안정법'(소위 프랭크 도드 법안)으로 입법화되어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법안의 내용이 매우 추상적이고, 미국 법제의 특수성 때문에 연방 정부의 관할 부처가 이 법안의 내용에 걸맞는 시행령을 별로도 준비하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이 법안이 지난 해에 상하 양원에서 논란 끝에 법안으로 통과된 이후 지금까지도 관할 정부 부서는 제대로 된 시행령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바로 이 때문에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이 생겨났다고 말할 수 있을런지 모른다. 따라서 이번 운동이 이처럼 지체되고 있는 금융 시장 개혁을 촉진하는 또 다른 원동력이 될 수 있을지 몹시 궁금하다.

    거대 금융 기업들의 보너스 지급 문제와 이와 관련된 비리와 전횡 등은 별도의 법안이 아니라 미 연준의 자의적인 권고안으로 통해 조정되어 왔다. 그렇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거대 금융 기업들이 보여준 모습은 지금까지의 관행을 전혀 바꿀 의도가 없다는 것이었다.

    미 연준과 연방 정부의 관할 부처들이 미국의 많은 보통 시민들이 공분하는 거대 금융 기업들의 비리와 전횡에 지금부터라도 고삐를 당길 것인가 여부도 이번 시위의 성공 또는 지속 가능성 여부를 판별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와 같은 법 제도 차원의 개혁이 촉진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와는 별개로, 모든 사회 운동이 그러하듯이, 이번 점거 운동도 시간이 갈수록 점차 진화하고 있다. 시위 참가자들의 인적 구성이 어떻게 변화할지, 변화하는 상황에 어떻게 이 주체들이 적응하면서 움직일지도 이번 운동의 진로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보다 급진적인 방향으로 사회 운동을 전개할 것인가, 아니면 그저 오바마 행정부의 ‘티파티’로 만족할 것인가? 현재로서는 그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수밖에 없을 듯 하다. 

                                                      * * *

    참고자료

    Ginia Bellfante, "Gunning for Wall Street, With Faulty Aim," New York Times, September 24, 2011
    Ezra Klein, "Occupy Wall Street, a primier," Huppington Post. October 03, 2011
    Shahien Nasiripour and Robin Harding, "Fed up and curious swell anti-Wall St ranks," Financial Times, October 03, 2011
    John Gapper, "In praise of Wall Street protesters," Financial Times, October 05, 2011
    Deepti Hajela and Verna Dobnik, "TT Unions, students join Wall Street protesters," The Associated Press
    Shannon Bond and Matt Kennard, "Wall Street protest gathers pace," Financial Times, October 06, 2011
    Richard McGregor and James Politi. "Obama steps up Wall St attack," Financial Times, October 07, 2011
    Richard McGregor, "White House feeds off anger," Financial Times, October 08, 2011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 공식 포럼 홈페이지 (http://occupywallst.org/forum/first-official-release-from-occupy-wall-street/)

    주요 사건 일지

    9월 17일 : 10여 명의 캠페인 활동가들 뉴욕 맨하탄 남쪽 주코티 공원에 침낭과 매트리스 등을 들고 등장.
    9월 19일 : "월스트리트를 점거하자"는 구호와 팻말을 들고 캠페인 참가자들이 처음으로 맨하탄 남쪽 주요 금융 기업들이 몰려 있는 월스트리트를 걸으며 시위를 벌임.

    9월 26일 : 캠페인 참가자들의 일부와 지지자들이 맨하탄 14번가 유니온 스퀘어 공원 인근에서 평화 시위를 벌임, 이 과정에서 경찰이 강경한 진압 작전을 펼치고, 이 모습이 생생하게 보도됨. 이 사건을 계기로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을 주류 언론에서도 소개하기 시작함.

    9월 28일 : 1000여명의 시위 참가자들이 주코티 공원에서 인근 맨하탄 남쪽 폴리 스퀘어로 가두 행진을 벌임, 주코티 공원에서 함께 ‘노숙 투쟁’을 벌이겠다는 참가자들이 일시적으로 늘어남.
    9월 말~10월 초 : 슬라보예 지젝이 주코티 공원에서 연설을 함, 나오미 클라인, 마이클 무어, 슈잔 서랜든 등의 문화예술인들이 지지 의사를 표명하고, 10월 5일 대규모 집회에 적극 참여할 것을 독려함

    10월 2일 : 캠페인 참가자들과 지지자들이 주코피 공원에서 행진을 시작하여 브루클린 다리를 건너려고 하자 뉴욕 시 경찰이 강경하게 진압을 하고, 이 과정에서 700여 명이 경찰에 이끌려 호송되어 감
    10월 5일 : 캠페인 주도자들이 대규모 집회를 주관하고 대략 15000여 명의 참가자들이 다양한 이슈를 내걸고 시위를 벌임. 그 이후 뉴욕 점거 운동과 유사한 형태의 점거 시위가 미국 주요 도시(필라델피아, 애틀란타, 시카고, 신시내티, 인디애나폴리스, 샌프란시스코, 오클랜드 등지)로 확산

    10월 10일 : 아이오아 주 시위 참가자 중 32명이 경찰에 연행됨. 극우 단체 회원이 이 시위에 은밀히 ‘침투’하려다가 발각되는 사태가 발생함
    10월 11일 : "월스트리트를 점거하자"는 캠페인에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워싱턴 D.C 소재 미 의회 건물에 진입하여 "우리가 바로 99퍼센트다"라고 구호를 외치다가 경찰에 연행됨.

    10월 12일 : 인원을 정확히 알 수 없는 시위 참가자들이 월스트리트 금융 기업의 브로커나 최고 경영자들이 몰려 사는 맨하탄 56가 인근으로 몰려가 거리 행진을 벌임
    10월 13일 : 오는 10월15일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반월스트리트’로 상징되는 금융 세계화에 대한 반대, 소수 금융 귀족들에 대한 반대 등의 슬로건을 내건 공동 행동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힘.

    * 이 글의 필자 신희용은 뉴욕 뉴스쿨대학원 경제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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