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갑 넘긴 해고노동자들 왜 싸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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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10월 13일 02:4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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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역회사는 밤 11시부터 새벽 5시까지를 취침 시간으로 정했다. 24시간 맞교대로 일하는 그들에게 낮 시간에는 4시간마다 한 시간씩 휴게 시간도 줬다. 그 대상은 하루 7~8명의 중증 노인환자들을 돌보는 간병노동자다. 노동자들의 건강을 생각해서? 아니다. 오로지 이유는 하나. 그 시간 동안 임금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환자 죽을까 걱정마라, 생명보험 들었다"

    “실제 잠을 잘 수 있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으면 그는 치매 같은 병에 걸린 부모님이나 친척을 간호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는 사람이다. 용역업체 (주)하영테크는 “자라고 했는데 왜 안 잤냐? 환자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를 왜 걱정하냐? 생명보험 들어놓았다.”라고 말한다. 자본이 가진 탐욕을 바닥까지 보여준다. 결국 체불임금 소송까지 갔다. 노동부는 체불임금임을 인정했다.

    “단 한사람이라도 민주노총에 남아있는 한 끝까지 투쟁하겠다.” 유성기업이나 한진중공업 노동자의 말이 아니다. 운영을 맡고 있는 하영테크 팀장의 말이다. 그 말대로 노조에 가입한 것을 이유로 해고가 시작되었다. 해고되지 않으려면 내용 증명으로 노조 탈퇴서를 보내야 했다. 1년 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에 순차적으로 해고된 사람이 5명이다.

       
      ▲간병노동자들 투쟁 모습.(사진=이근원) 

    회사 측은 “노동조합에 가입한 것은 상식밖의 일이다. 40%는 같이 할 수 없는 사람이고, 회사는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들과는 끝까지 함께 가겠지만 노조에 가입한 사람들은 민주노총에서 알아서 데리고 갈 것이다. 노조 가입자는 다른 요양병원에 취업도 못한다.”라고도 했다. 지방노동위원회는 ‘노동조합 탈퇴를 유도하고, 운영에 개입했다’ ‘조합원에 대한 차별적 행위가 있었다’ 는 점을 인정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느닷없이 천막농성장을 방문한 한범덕 청주시장의 말이다. 청주시 노인 전문병원은 청주시가 무려 157억원을 들여 지은 노인 전문병원이다. 그걸 무료로 정산의료재단 효성병원에 주었다. 운영을 맡은 효성병원은 이를 생산라인 도급업으로 등재되어 있는 (주)하영테크에 재위탁했다. 현재 청주시에 있는 대부분의 병원은 간병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여 운영한다. 누가 봐도 상식 밖의 일이다.

    현재 청주시장은 민주당이다. 민주당은 향후 전체 임금노동자의 50%인 비정규직을 30%까지 낮추고, 정규직의 절반 수준의 비정규직 임금을 80%까지 올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책위원회 입장을 밝혔었다. 서울에서는 10월 26일 시장 선거를 앞두고 박원순 후보를 밀고 있기도 하다. 뭔가 모순이다.

    회사 "끝까지 투쟁하겠다"

    충청북도와 흥덕보건소의 특별지도 점검에서 유통기한이 50일 이상 지난 정맥주사제가 적발되고, 환자의 인권을 무시한 비닐 기저귀를 채워서 물의를 일으키고, 수많은 부당노동행위가 인정된 업체에 대해 관리감독을 당연히 해야 할 청주시청의 업무 회피가 아닐 수 없다.

    TV뉴스에도 나왔듯이 요양보호사 1백만 명 시대다. 하지만 사설기관에서 일하는 노동자 10명 가운데 6명은 하루 12시간 이상 일하고, 74%는 한 달에 120만원도 못 받는다. 더구나 직접고용 대신 파견업체를 통해 채용을 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임금은 규정보다 40% 넘게 깎였다. 그에 대해 저항하면 해고로 답하는 세상이다.

    환갑을 넘긴 해고자들은 지난 9월 29일부터 청주시청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중이다. 벌써 보름이 지났다. 지방노동위원회 전날 해고를 감행할 정도로 용감한 하영테크는 10월 13일 시청 기자회견을 앞두고 다시 또 한명을 해고했다. 이번에는 계약기간도 7개월 넘게 남은 사람이다. 이건 거의 막가파 수준이다.

    간병노동자들에 대한 처우개선은 곧바로 노인들에 대한 제대로 된 돌봄노동으로 귀결된다. 환갑을 넘긴 생계형 가장들이 죽음에 가까운 해고로 몰리고 있다. 더욱이 좋은 의도를 가지고 만든 노인전문병원에서 이런 일이 생기고 있다. 노동자들의 요구는 단순하다. 다른 건 필요 없고, 단지 상식의 눈으로 보라는 것뿐이다. 청주시청은 시급하게 이에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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