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 '사육'으로 돈버는 자들 처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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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10월 13일 11:3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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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운동 활기

    요즘 ‘도가니’라는 영화가 복지시설 운영자들의 장애인들에 대한 (성)폭력 문제가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2007년 한나라당의 반대에 부딪쳐 좌절된 후 침체에 빠져있던 사회복지사업법 개정 운동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광주인화학교사건 해결과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을 위한 도가니대책위원회(이하 도가니대책위)’에서 전국의 도가니 상영관 앞에서 동시다발로 실시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 청원운동에 수많은 시민들이 참여했다.

    국제영화제 기간인 부산의 한 극장 앞에서는 몇 시간 만에 1000명 이상의 시민들의 서명을 받았다. 구하기 힘든 유명 영화나 연예인의 콘서트 티켓을 발매하는 것도 아닌데 시민들은 시간을 내어 줄까지 서면서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가히 무쇠도 녹일 만큼 뜨거운 도가니 현상이다.

    이 뜨거운 도가니에 데인 듯, 정부는 부랴부랴 국무총리실까지 나서서 관계부처들과 공동으로 대책을 발표하는 등 여론 잠재우기에 나섰다. 그러나 이번 도가니는 달궈진 쇳물을 올바른 형틀에 부어 제대로 된 작품이 만들어질 때까지 쉽게 식지 않을 듯하다.

    수십년 동안 사회복지시설의 비리와 생활인의 인권 문제는 크고 작은 도가니를 만들며 끓어올랐다가 식어버리기를 반복했다. 성람재단, 석암재단, 성실요양원, 은혜사랑의집, 심신수양원, 바울선교원, 김포사랑의집, 전북영광의집, 전북사랑원 등 일일이 이름도 거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지시설의 문제는 끊임없이 이슈화되어 왔지만, 대부분 개별 시설 운영자들을 처벌하는 것에 머물러왔다.

    그것도 인면수심의 범죄 행위를 저질렀음에도 ‘사회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고, 지역사회 발전에 이바지한 점 등을 참작하여’ 가벼운 형벌에 처하는 경우가 다수다. 도가니에서 그리고 있는 상황은 영화적 상상력이 아니라 일상적인 현실이다. 아니, 오히려 현실에 미치지 못한다.

    현실은 영화보다 심하다

    이러한 사회복지시설들의 비리와 인권침해는 특정한 몇몇 운영자들의 개인적 도덕성 결여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매우 광범위하고, 보편적이며, 유사한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 대를 이어 자행되는 족벌운영체제, 장애수당 및 기초생활수급액 갈취, 후원금 착복, (성)폭력 및 가혹행위, 시설거주인에 대한 사회복지서비스 부재로 인한 방임/방치 등이 그것인데, 이는 법인 신고 여부나 운영주체, 시설의 위치나 규모 등에 관계없이 유사하게 발생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의 대책은 수박 겉핥듯 실태조사나 하고, 문제 시설들을 솎아내어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것에 머무르고 있다. 도가니에서 쏟아져 나올 쇳물을 담을 형틀은 만들지 않고(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만들어 줘도 사용할 생각이 없다 해야겠다), 끓어오르는 도가니를 식히기에 급급한 것이다.

    사회복지시설의 비리와 인권침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1차적으로 사회복지시설의 공공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제정’ 수준의 사회복지사업법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나아가 시설 거주인들이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당당하게 자립생활을 할 수 있도록 대형시설을 중심으로 한 시설들을 축소 및 폐쇄하고 그에 투입되는 재원을 시설 거주인 개개인의 자립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전환이 있어야 할 것이다.

    도가니대책위에서는 2006년 발의됐던 개정안을 기반으로 △사회복지사업의 기본이념으로 생활시설거주서비스가 아닌 재가복지서비스 우선의 원칙과 사회복지법인 및 시설의 공공성 확인 △사회복지서비스 신청권의 실질화를 위한 복지사무전담기구 설치 등을 내용으로 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사회적 약자에 대한 학대, 방임, 유기 등 각종 인권침해를 예방하고, 차별금지와 권리를 옹호하기 위한 권리옹호기관 및 긴급전화 설치, △이사정원 1/3 이상의 공익이사제 도입, △‘탈시설-자립생활’ 권리실현을 위한 방안, △시설운영위원회의 구성과 기능 강화, △사회복지법인과 시설의 책임과 처벌 강화 등을 포함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회복지사업법 개정 반대하는 자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법제도 정비와 정책 전환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다. 다름 아닌 대부분 복지시설의 운영주체인 보수 기독교 등의 종교단체들과 이들을 지지 기반으로 하고 있는 보수정당의 정치인들과 정관계 인사들, 지역유지들, 한마디로 ‘기득권’ 세력들이다.

    그들은 자기들의 재산과 노력을 투자했다는 이유로 사회복지시설을 사유화하고 이를 이용하여 경제적, 정치적, 도덕적 이득을 취하고 있다. 장애인 등의 사회적 약자들을 말 그대로 ‘사육’하면서 착취와 억압, 폭력의 대상으로 활용해 온 것이다.

    도가니의 쇳물을 받아 작품을 만들어낼 형틀은 2006~2007년에 이미 만들어졌다. 당시 시설민주화 및 생활인 인권확보운동을 하던 시민단체들의 제안으로 당시 민주노동당 정책실에서 일했던 좌혜경 전 진보신당 정책위원이 다듬고, 민주노동당 현애자 전 의원이 대표발의했던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이 있었고, 이듬해에는 개방형 이사제 도입 등을 골자로 정부입법으로 개정안이 올라오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발의됐던 안은 같은 시기에 발의된 사립학교법 개정안과 맞물려, “사회주의적 사고로 특정 정파나 특정 정권에 의해 획일화된 가치관을 사회복지시설을 통해서 달성하려는 포퓰리즘적, 반헌법적 발상”이라는 이유로 한나라당과 보수 종교단체 등의 반발에 부딪쳐 결국 좌절된 바 있다.

    그리고 5년 후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인 나경원 의원은 당시에 자신이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을 적극적으로 반대했다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다니고 있다. 발달장애아의 부모로 알려진 나경원 의원은 얼마 전 한 시설에서 남자 장애아이의 알몸목욕 장면을 언론에 공개해 인권침해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과연 나경원 의원은 자신의 아이가 시설에서 그러한 착취와 폭력, 인권유린에 노출되어 있다면 그렇게 당당하게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에 반대했다 고백할 수 있을까? 나만 아니면 된다는 ‘무도’한 생각인가? 그런 생각으로 어찌 국회의원이고 서울시장 후보 역할을 한단 말인가?

    에바다 투쟁 승리를 기억하자

    이러한 낡은 사고에 갇혀있는 정치인들로 이루어진 정부여당이 이번에 내어 놓은 대책이라는 것도 이전의 임시방편적인 것에 불과하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모범답안을 제시하고 있음에도 이를 받아들이기 꺼려한다. 자신들의 기득권에 금이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도가니로 인해 우리 사회의 아픈 단면을 가리고 있던 침묵의 카르텔에 다시 한번 금이 갔다. 그리고 그 도가니가 충분히 끓어올라 형틀에 부을 수 있을 만큼의 무쇠를 녹이고 있다. 이제 도가니를 기울여 쇳물을 형틀에 부어야 한다. 또다시 이대로 식어버리게 놓아둘 수는 없다.

    우리는 1997년부터 7년 이상을 싸워 이겨 시설 운영의 새로운 전형을 만들어낸 ‘에바다 복지재단’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비리재단과 구청, 경찰, 보수단체 등 지역사회의 기득권 계층이 형성한 강력한 카르텔을 깨고 이루어낸 성과였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억압과 착취, 인권유린과 폭력의 피해당사자였던 시설거주인들의 강력하고 끈질긴 해결의지와 지역에서 중앙, 전국에 이르는 노동, 인권 시민, 청년학생 조직들의 지속적이고 긴밀한 연대투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에바다는 우리에게 혁명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만큼 사회복지시설의 문제는 구조적이고 체제내화 되어있어 해결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러한 혁명을 이루어 낸 경험을 가지고 있다.

    작지만 한 도가니의 쇳물을 7년이나 끓여 결국엔 우리가 만들어 낸 형틀에 붓고, 본보기로 제대로된 작품을 하나 만들어냈다. 이제 그 경험을 살려 다시 끓어오른 쇳물을 우리가 만든 형틀에 부어야 할 것이다. 이제 보수세력과 기득권의 반발을 잠재우고 도가니를 기울일 힘은 바로 다름 아닌 우리 자신의 연대의 힘이다.

    다시 힘을 모아야 한다. 도가니가 식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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