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로 포착하지 못하는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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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10월 11일 06:3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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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선거가 본격화되면서 나경원, 박원순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10월 10일 보도된 한겨레․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에서 단순지지도는 6%포인트, 적극투표층에서는 1%포인트로 격차가 좁혀졌다. 가히 혼전 양상이다. 지지도 격차가 왜 이렇게 줄어들었으며 향후에는 어떻게 될 것인가?

주목해야 할 점은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진 이유가 박원순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해서가 아니라 나경원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해서라는 점이다. 박 후보는 지금까지 발표된 대부분의 조사에서 45% 내외의 지지율을 꾸준히 유지해온 반면 나 후보는 선거가 본격화되면서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다. 다시 말해 ‘안철수 현상’ ‘박원순 경선 승리’로 이어져온 힘은 여전히 유효한 편이다.

진보와 보수의 총결집 양상

나경원 후보의 지지율 상승을 이끈 요인은 무엇일까? 좀더 구체적으로 질문해보자. 나 후보 개인의 경쟁력과 캠페인에서 비롯된 내부적 요인이 지지율 상승을 이끌었는가? 아니면 선거와 관련된 외부적․상황적 요인이 지지율 상승을 이끌었는가?

나경원 후보가 정책선거를 강조하고 있음에도 적어도 지금까지 어젠다나 이슈에서 현저한 우위를 보이면서 선거를 주도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 오히려 나 후보의 지지율 상승은 상황 요인이 더 크게 작용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 상황 요인이란 바로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가 사실상 ‘미리 치러지는 대선’에 해당한다는 점, 따라서 여권과 범야권, 또는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이 총동원되고 결집하는 선거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최종 선거 결과는 어느 후보 지지층이 더 강력히 결집하며 투표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이와 관련한 중요한 단서는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적극투표층의 의사이다. 여론조사는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지만 선거에 참여하는 유권자는 재보선의 경우 기껏해야 50% 남짓이다.

따라서 실제 투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적극투표층의 의사가 중요하다. 그동안 선거 여론조사는 이러한 방식에 따라 진행되고 이를 기반으로 결과를 예측해왔다. 그리고 실제 결과가 예측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최근 선거 여론조사가 빗나가는 이유

그런데 현정부 출범 이후 실시된 상당수의 선거에서 사전 여론조사가 실제 결과와 어긋나는 경우가 속출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RDD(random digit dialing, 전화번호를 무작위로 생성한 후 전화를 거는 방식으로 전화번호부에 등재되지 않은 번호까지 조사가 가능함) 등 다양한 기술적인 변화도 시도되고 있다.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를 둘러싼 의구심은 여전히 크다. 그 불신의 실체는 무엇일까? ‘안철수 현상’으로 대표되듯이 한국사회의 변화의 흐름은 매우 가파르다. 이것을 여론조사가 제대로 포착하고 있는가, 아니 포착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불신의 실체가 아닐까?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여론조사는 ‘전체’로서의 대중의 삶의 모습을 조망하고 파악하는 매우 중요한 도구이다.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로 나타나는 수치는 ‘개별자’로서의 인간의 세부적인 결을 포착하지 못한다.

즉 여론조사 결과는 유권자 개개인이 누구를 지지하는지 그 결과만을 드러낼 뿐, 지지 의사가 어느 정도 절실한지 등을 보여주지 못한다. 그런데 투표참여 등 실질적인 정치적 실천에 영향을 주는 것은 바로 이 절실함이다.

젊은층 변화와 전통적 여론조사 방식의 괴리

물론 적극투표 의향 등의 질문을 통해 일정부분 보완할 수 있다. 그동안 적극투표 의향층은 50대 이상 고연령층으로 갈수록 매우 높고 젊은층으로 갈수록 급격히 하락하는 패턴이 일반적이었고 실제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젊은층의 낮은 투표율은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고연령층의 높은 투표율은 투표는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그런데 젊은층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투표장에 나오고 심지어 범야권 단일 후보 경선장에도 적잖이 나타났다. 이들의 투표 참여는 기성세대와 달리 의무가 아니라 자기표현과 놀이가 결합된 새로운 차원의 실천이다. 따라서 적극투표참여 의향 같은 전통적 여론조사 기법을 통해서도 포착되기 어렵다.

여론조사가 실제 투표 결과와 어긋나는 것은 이렇듯 투표 참여에 대한 동기가 변하고 있음에도 이것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는 현재의 평면적인 여론을 반영할 뿐이지만, 실제 선거는 대중의 선호와 절실함, 변화에 대한 강력한 욕구 등이 교차되어 나타나는 훨씬 입체적인 방정식이다.

그리고 이 방정식을 풀 수 있는 중요한 단서는 바로 범야권 단일후보 시민참여경선에 모인 1만 7891명(총 선거인단 3만명) 중 ‘그들만의 리그’ 깨뜨린 8276명의 백팩족과 유모차부대에서 찾을 수 있다. 누가, 왜, 얼마나 간절히 변화를 열망하는지가 바로 민심의 변화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변화의 방향, 탈이념이 아니라 가치지향적

그렇다면 여론조사로 충분히 포착되지 못하는 변화의 방향은 무엇인가? 이미 여러 여론조사를 통해 확인된 바 있듯이 변화의 중심에는 젊은층과 더불어 무당파층이 있다. 기존에 무당파층은 적극적 이유에서든 소극적 이유에서든 정치적 선택을 포기하는 쪽에 가까웠다면, 지금은 이들이 정치적 변화를 주도하고 있으며 ‘안철수 현상’을 일으키고 ‘박원순 후보’를 만들었다. 과거에는 대안 부재라는 이유로 정치적 선택을 유보하거나 포기했다면 지금은 외부에서 대안을 찾아 정치권을 압박하고 있다.

‘안철수 현상’, 즉 외부에서 대안을 발견한 무당파층의 선택에 대해 여의도 정치권은 탈정당정치 현상이라며 우려를 보이고 있다. 아울러 탈정당, 탈이념이라고 이들의 분노의 에너지를 경시하고 있다.

물론 이 분노의 발원지는 바로 대안이 되지 못한 기존의 보수정당, 그리고 진보정당이라는 점에서 탈정당적 요인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은 정당정치 자체가 아니라 대중의 의사를 충분히 대변하지 못하는 낡은 정당체제에 대한 거부다. 진보정당이 진보적 대중을 제대로 대표하지 못하고 보수정당이 보수적 대중을 제대로 대표하지 못하는 정당체제에 대해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다.

현재의 변화는 기존 정당체제에 대한 반발이라는 원심력을 넘어서 대중을 끌어모으는 구심력이 더 강력히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훨씬 강력하다. 그리고 ‘안철수 현상’으로 표상되는 그 구심력은 다분히 가치지향적이며, 가치의 방향은 공익, (경제)정의, 공정으로 명확히 나타나고 있다.

가치 대결의 선거가 되어야

대중은 이념적으로 사고하지 않지만 대중이 지향하는 가치는 이념과 분리되어 존재할 수 없다. 현재의 변화를 탈이념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변화의 방향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이다. 현재의 민심, 즉 여론 변화를 이끄는 것은 탈이념이 아니라 가치지향이며, 명백한 방향성을 지니고 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대중이 원하는 가치를 어느 후보가 제대로 포착하고 실천하고자 하는가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대중이 정치를 외면한 것은 정치가 과도하게 이념적이어서가 아니라 대변되어야 할 가치가 충분히 대변되지 못해서였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이번 선거는 가치가 충돌하는 장이며, 또 그러한 장이 되어야 한다. 어떤 서울시를 만들 것인가를 놓고 진보 후보는 진보적 유권자를 충분히 대표하고, 보수 후보는 보수적 유권자를 충분히 대표할 수 있는 어젠다와 이슈를 제기해야 한다. 개발 문제, 부동산 문제 등 많은 이슈들로 가치 대결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진보 시장과 보수 시장이 구현할 수 있는 가치와 실천이 무엇인지가 극대화되어야 하고, 그것을 통해 대중의 변화 욕구가 충분히 대표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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