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는 역사를 싣고, 노동을 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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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10월 02일 09:4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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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 

    우리는 한번씩 ‘영화 같은’ 삶을 꿈꾸고는 한다. 그 이유는 삶이 지루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지금의 삶에 만족을 하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영화 같은’ 삶이란 우리가 꿈으로만 꿀 수 있는 미래의 희망태를 가리키는 것은 아닐까?

    그렇지만, 왜 영화는 현재와 아니라 ‘미래’, 현실태가 아니라 ‘가능태’로만 여겨져야만 할까? 그것은 우리가 접하는 많은 영화들이 그러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비쳐지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모든 영화가 그러한 것만은 아니다.

    역사를 그린 영화도 있고, 현실의 모습을 반추할 수 있는 영화도 있다. 단지 이것은 장르의 문제만은 아니다. SF 영화라 할지라도, 공상적인 모습을 그린다 할지라도 얼마든지 현실의 문제와 밀접하게 그려낼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그러한 영화를 ‘찾아서’ 보고, 현실에 비춰 ‘유추하고, 해석하는’ 노력을 기울이는가 하는 점이다. 그렇다고 일상에 바쁜 우리들이 언제 안목을 키우고, 정보를 찾고 하겠는가? 그래서 우리에게는 우리의 지적 여행을 도와줄 일종의 가이드가 필요한 것이다.

    창원 노동사회교육원 이사이자 창원대 사회학과 이상철 교수와 중국학과 이치한 교수가 함께 쓴 『영화가 노동을 만났을 때』(호밀밭, 17000원)는 우리에게 독특한 지적 여행을 이끌어 줄 훌륭한 가이드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 책에는 총 15개의 영화가 소개되어 있다. 이름을 들어봄직한 영화들, 예를 들어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나 <파업전야> 같은 영화도 있고, 영 낯이 생소한 <베가스 오브 라이프>나 <실크우드> 같은 영화들도 있다. 또한, 켄 로치의 <빵과 장미>나 <네비게이터>와 같은 비교적 최근의 영화도 소개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같은 시대이기는 하지만, 뭔가 거리감이 느껴지는 <미꾸라지도 물고기다>와 <24시티>와 같은 중국 영화들도 있다. 또한 같은 시기의 이탈리아 네오 리얼리즘 영화인 엘리오 페트리의 <노동자계급 천국으로 가다>와 프랑스 누벨바그 영화인 장 뤽 고다르의 <만사형통>을 소개한다.

    이 책은 영화에 대한 평론가들의 글 형식과는 다소 다르다. 영화의 대부분의 줄거리를 자세하게 노출하여 스포일러(spoiler)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이러한 스포일러를 제공하는 것도 이 책의 목적 중 하나인 듯 보인다.

    왜냐하면 이 책은 영화(장르)에 대한 분석보다는 그 텍스트가 말하는 내용을 중심에 놓고 다루기 때문이다. 이 책은 ‘영화’에 대한 책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노동’에 대한 학습서라고 볼 수 있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영화’를 매개로 자연스럽게 거대한 노동사에 대한 총체적 전망을 제공해 준다. 말하자면 영화 작품 하나하나가 하나의 ‘사진’ 또는 ‘나무’라면 이 책은 ‘동영상’ 또는 ‘숲’을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다.

    예컨대 대니 드비토 감독의 <호파 Hoffa>에 대한 글을 보면 단순히 영화를 요약하고 설명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국 노동운동의 전설적인 조직 팀스터(전미트럭운수노조)와 미국 노동운동사에 대한 지식을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다. <노동계급 천국으로 가다>를 통해서는 FIOM(금속연맹) 등 이탈리아 노동조합 조직 편제와 1969년의 뜨거운 가을 등 노동운동사를 전반적으로 소개한다.

    그렇다고 이 책이 영화 줄거리와 딱딱한 노동운동 지식을 모아놓은 것에 불과하다고 지레짐작 하면 안 된다. 이 책에는 수많은 소설(예컨대 존 스타인벡이나 밀란 쿤데라 등의 소설)과 영화음악(엔리오 모리꼬네를 비롯하여 ‘어메이징 그레이스’ 등)에 대한 소개도 다양하게 하고 있다.

    말하자면 우리가 ‘영화’와 ‘노동’을 만나게 하면서 발생하는 수많은 파생적 지식들을 하나하나 모아 집적해 놓은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이 지루함에 빠지지 않고 지적 여행의 묘미를 느끼게 해주는 장치인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이성철 선생은 앞으로도 『영화가 노동을 만났을 때』 2편을 준비중이라고 한다. 또한 청소년들을 위한 책 역시 준비하고 싶다는 소망을 피력하신 바 있다. 부디 집필에 매진하여 풍부한 지적 여행의 행로를 하나하나 개척해 주면 좋겠다. 우리는 이 행로를 차근차근 공짜로 편하게 다니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아울러 지방이라는 어려운 조건에서도 좋은 책을 낸 부산의 신생출판사 ‘호밀밭’의 건투를 함께 빈다.

                                                      * * *

    저자 : 이치한

    창원대학교 중국학과 교수. 주요저서로 <전투중국어(1998, 송산출판사)>, <중국사회 속의 종교(2011, 공저, 책을 읽다)> 등이 있으며 홍루몽 및 중국고전소설 관련 논문을 다수 발표했다.

    저자 : 이성철

    창원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사)미래를 준비하는 노동사회교육원 이사. 한국노동운동연구소 이사. 영남노동운동연구소 편집위원장 역임. 주요 저서로 『정보화 사회와 새로운 고용구조: 사회연대적 고용모델의 탐색』(공저), 『노동자계급과 문화실천』, 『안토니오 그람시와 문화정치의 지형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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