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신당에 희망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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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10월 01일 12:3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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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결국 제자리로 돌아왔다.

1년을 돌고 돌아서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통합연대에서 탈당을 조직하는 기미가 있지만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고 있고, 따라서 탈당이 대규모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진보신당 일반당원들의 심장을 뛰게 하는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명분을 먹고 사는 진보정당의 활동가에게는 정치도의상 부끄러운 측면이 있기 때문이고, 현실적으로는 탈당 후 새로운 정당을 만든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이미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노회찬, 심상정 두 분(이하 존칭 생략)이 탈당까지 해서 외곽에서 진보신당을 흔드는 것은 초라한 몰락을 자초하는 일입니다. 그동안의 민주노동당 당권파가 보여온 정치공학적 행동양식으로 보았을 때, 자신의 당권을 위협할 평등파들을 받아들일지 의심스럽습니다.

노회찬, 심상정에게 개인으로 들어오라는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것은 노회찬, 심상정에게 굴욕을 강요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노회찬, 심상정이 통합연대의 덩치를 키우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지만, 현재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의명분에 어긋난 행동에 동조할 사람이 많지 않은 까닭입니다.

통합연대의 세력을 키우기 위해서 외곽에서 진보신당을 흔드는 것은 정치도의를 벗어난 행동입니다. 탈당한 것도 모자라서 이런 행위를 한 것은 더 이상 운동의 선배로서 대접받기 힘든 지경을 스스로 자초하는 것입니다.

이제까지 상황을 주도해 온 것은 통합파입니다. 당원들을 설득하지 못했으면 자숙하고 반성하면서 실력을 축적해야할 때이지 지도부의 위치에 있었던 사람들이 스스로의 조직을 박차고 나가서 외부에서 그동안 자신이 몸담고 있었던 터전을 흔드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됩니다. 이것은 소수파와 다수파간의 설득에 바탕을 둔 당내 민주주의와도 거리가 먼 행동입니다.

그들이 진보신당의 리더로서 무얼 했습니까? 정세에 쫒긴 즉자적인 대응, 핵심 없는 백화점식 사업에 늘 바빴습니다. 조승수 대표 시절은 일상적인 당 사업도 제치고 통합에 몰두했구요. 아래로부터의 진보통합을 위해서 새로운 실천과 비젼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상층의 정치흥정을 위주로 한 정치공학적 통합을 주도했습니다.

3김시대의 권위적 리더십으로나 가능할만한 일을 기획하고 실행한 것입니다.(그런 면에서 민주노동당이 세력연합 방식의 통합논쟁에 잘 대처한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결과가 어떠한지는 지금의 진보신당의 모습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모두에게 상처만 남겼습니다.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민주노동당과의 통합 시도가 전혀 성과 없이 끝난 건 아닙니다. 진보신당이 왜 민주노동당에서 분화되어 나올 수밖에 없는지를 만천하에 증명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각종 언론사의 기자뿐 아니라 정치에 관심 있는 많은 사람들이 민주노동당을 지배하고 있는 각종 연합세력들의 존재, 그리고 그들의 패권주의와 종북주의를 모두 알게 되었습니다.

민주노동당의 이정희 대표가 5.31합의와 9.29합의를 전후해서 보여준 행태들은 그들의 맨얼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살아있는 교육이었습니다. 그리고 진보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버리고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에 목매는 민주노동당의 현재의 모습을 보십시오. 이제 그러한 민주노동당과의 통합에 목매는 것은 더욱 설득력이 없는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진보신당은 별로 흔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남아있는 우리는 기쁘고 대의명분에 충만한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서서히 사그라들 위험은 상존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기뻐하기에는 너무 고통스러운 현재의 진보신당의 모습을 보면서 당원 여러분과 고민을 나누기 위해서 썼습니다.

2. 진보신당은 무엇인가?

지금 정세는 전세계적인 금융불안과 재정공황이 심화되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진정 피해 대중의 입장에 서서 강력하게 투쟁하며 대안을 제시할 중심이 필요한 때입니다. 이러한 중심이 참여당과 통합을 추진하는 민노당이 아님은 누가 보아도 명백합니다.

신자유주의의 몰락, 무역경쟁의 격화 및 자본주의 위기의 심화, 석유문명의 몰락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박노자가 지적했듯이 ‘진보신당’의 존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장기적인 전망만 가지고 한가하게 버티기에는 다가오는 2012년의 정세가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 2012년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새로운 전망과 유연하고 기민한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누구나 인정하고 있듯이 현재의 진보신당으로는 안 됩니다.

그러나 2009년 2월에 작성한 진보정치 10년 평가 보고서인 ‘진보정치 10년의 성찰과 전망’을 심화시키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면 희망은 있습니다. 그리고 진보신당 당내에는 그동안 우리가 크게 주목하지 않았지만, 지역의 정치활동 속에서 나름대로 모색을 통해 축적된 경험들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잠시 ‘진보정치 10년의 성찰과 전망’에서 지적하고 있는 사항들을 음미할 필요가 있습니다.

– 분당 과정에서 노동자 정치의 실패가 종북주의와 패권주의 문제만큼 전면화되지 못한 것은 분당 이후 지금까지 여러 문제를 낳고 있다. 현재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그 외의 어떤 정치세력도 노동 계급의 광범위한 지지를 획득하지 못하고 있다.

분당 논의 속에서 노동자 정치 실패에 대한 평가가 핵심 쟁점으로 부각되지 못한 한계는 정치에 대한 노동자들의 불신과 냉소가 확산되는 것으로, 그리고 새로운 진보정당 안에서 노동정치에 대한 계획이 불분명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3쪽)

– 지난 10년간 진보정당운동은 노동대중의 현실적 요구를 수렴하는 통로로 주로 노동조합(=민주노총)에 의존해왔다. 이는 결과적으로 5% 미만의 조직노동자에 편중된 정치활동이었다. 이로 인해 조직노동자와 미조직 노동대중 사이의 간극을 방치하면서 90%가 넘는 미조직 노동대중의 요구를 수렴하는 데 실패했다.(11쪽)

– 지난 10년간 진보정당 내 민주주의는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실질적인 민주주의는 결과적으로 형식적 다수결로 귀결되었다. 이러한 결과를 가져온 가장 큰 원인은 당 활동에 대한 당원들의 수동화였다. 새로운 진보정당은 당원들의 당 활동 참여와 실천을 이끌어내는 것을 주요한 과제로 삼아야 한다.(6쪽)

– 지난 10년간 진보정당 지도부의 지도력은 많은 한계를 노출시켰다. 당 지도부는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받고 선출되었지만, 주요한 계기적 상황에서 책임있는 지도력을 보여주지 못하였다. 새로운 진보정당의 지도부는 절차적 정당성에 근거한 권위를 바탕으로 일상적 정치행위에서 책임 있는 자세와 지도력을 보여주어야 한다.(9쪽)

– 진보세력의 정치 진입을 가로막는 불합리한 선거제도를 포함하여 대의제 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해 가는 정치개혁은 새로운 진보정당의 중차대한 과제이다. 뿐만 아니라 일회적이고 허장성세 위주의 선거 대응 방식에서 탈피하여, 지역 대중 속에서 뿌리 내리는 일상 활동, 주객관적 조건에 부합하는 합리적 목표, 그리고 장기적 관점에 선 선거 전략이 필요하다.(22쪽)

– 지난시기 진보정당은 중앙정치 중심적이었으며 지역정치활동에 대해 무관심했다. 이로 인해 지역정치활동의 상과 전망, 실천에 대한 진지한 연구와 고민이 없었다. 당의 주요 목표는 1차적으로 중앙정치에서의 제도권 진입이었으며 지역조직의 모든 정치활동은 늘 이에 복무해야 하는 것으로 전락하였다.

진보정당은 지역정치를 중앙정치와 더불어 중요한 당의 정치활동으로 자리매김 해야 하며 진보적 지역정치활동에 대한 지난한 모색과 실천을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16쪽)

– 지난 10년 동안의 진보정치는 지구화, 신자유주의화, 정보화, 서비스사회화에 따른 산업과 노동, 환경 등의 거시구조적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이러한 변화들이 한국사회에 어떠한 사회구조적 변화를 가져오고 또 노동자들을 비롯한 서민대중들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를 예측하고 이에 대응하는 정치적, 정책적 능력을 키워나가야 한다.(25쪽)

3. 다가오는 당대표단 선거에서 해야 할 일

자,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헛된 시도 속에서 진정한 과제 해결을 지체하고 있었는지 잘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동안의 통합 논의는 당내외의 활동가들에게 희망과 비전을 제시하는 과정이 아니었습니다. 진보정치 10년의 평가와 과제를 충족시키는 과정이 아니었고, 그 결과 5.31합의문과 9.29합의문은 진보신당의 창당정신인 ‘진보의 재구성’을 충족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독자파는 물론 통합에 찬성한 누구도 기꺼운 마음으로 통합을 주장하지 못한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필자

이제 진정으로 과거와 결별하고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할 때입니다. 이제야말로 그 동안 지체되었던 과제, ‘진보정치 10년의 성찰과 전망’에서 지적하고 있는 핵심 과제들을 심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가올 당대표단 선출 과정은 통합과 독자가 다시 부딪치는 선거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번 대표단 선거에서는 새로운 비전과 전망을 제시하는 리더십의 출현을 보고 싶습니다.

이것은 누구 한 사람, 어느 한 세력의 힘으로 될 일이 아닙니다. 진보신당 모든 당원의 집단적 힘과 지혜를 모아나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된다면 진보신당에 희망은 있습니다. 따라서 대한민국에도 희망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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